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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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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ㅏ....글이 왜이러죠..
오늘은 유독 글이 난잡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
"나 오늘 너희 집 놀러 간다."
대답없는 세훈을 시답잖게 바라본 종인이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어제 놀러 간 이후로 지금까지 남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세훈은 아무런 말도 없이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다. 왜 저래? 혀를 찬 종인이 세훈을 훑었다.
세훈은 세훈 나름대로 정신이 없었다. 어젯밤 어떻게 집에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흥분한 제 것에 잔뜩 당황해 바로 집으로 뛰어갔던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집에 와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종인의 페로몬을 맡은 게 기억났다. 왜? 왜 김종인한테서 페로몬이 나온 거지? 억지로 머리를 꽁꽁 싸매고 굴려봐도 얻은 건 하나도 없었다. 보통 원인은 페로몬을 생산해 낼 수 없다. 단지 눈빛, 행동, 분위기 등으로 색기가 있니 어쩌니 판단만 할 뿐, 직접 상대를 흥분시키는 체향은 아예 몸 자체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은 어제 분명 종인의 페로몬 향을 맡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꼬여갔다.
가끔 반류 중에서도 혼현이나 페로몬을 꼭꼭 감추는 경우나 선조 귀환이 아닌 이상은 대게가 서로를 반류라고 인식할 수 있었는데, 그럼 종인이 반류거나 선조 귀환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반류라기엔 너무 어리벙벙했고 선조 귀환이라기엔 어젯밤 나던 향이 오늘은 나지 않았다. 도대체 쟤는 정체가 뭐야! 속으로 고뇌하던 세훈이 결국 과포화 상태로 책상에 엎드리고 말았다. 지금껏 계속 원인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래서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이러다 제 생각이 틀리게 생겼다. 일어나라는 선생님의 외침을 듣고도 모른 척 계속 엎드려 있는 세훈이었다.
결국 세훈은 점심도 거르고 말았다. 종인은 그런 세훈을 보고 그저 아픈가 보다, 라고 짐작했을 뿐이었다.
뚜벅뚜벅. 하교를 하는 둘 사이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훈은 계속해 종인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고 종인은 세훈이 아프다고 단정 지어 말을 최대한 아끼는 중이었다. 힘없이 집을 향하던 세훈은 뒤에서 따라오는 인기척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왜 따라와."
"아까 너희 집 놀러 간다고 말했잖아. 너 어제 우리 집 놀러 온 건 기억 안 나?"
아. 아까 아침에 분명 종인이 제게 그렇게 말했었다. 어렴풋이 기억해낸 세훈이 양미간을 찌푸린 채 입 밖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그놈의 집, 집, 집! 결국은 집이 문제다. 아침에 저는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다. 사실, 종인이 뭐라고 말했는지도 지금 기억났을 정도로 그냥 가벼운 얘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세훈이 입을 앙다물었다. 아직 원인을 들이기엔 제대로 된 음식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종인을 제 집에 들이기가 싫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종인과 더 엮인다면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종인의 표정을 보니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 머리 아파. 한숨을 내쉰 세훈이 종인에게 따라오라 손짓하고 빠르게 손을 놀렸다. 지금 이 형이 집에 있어야 할 텐데... 핸드폰을 집어넣는 세훈의 모습이 어두웠다.
'당장 마트 가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놔. 원인 하나 데려간다.'
한가하게 누워 티비를 시청하던 준면이 울리는 진동에 핸드폰을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야... 나이를 먹으니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문자에서도 느껴지는 다급함에 준면이 혀를 차며 냉장고를 열었다. 오로지 물과 핏물이 선명히 고여있는 생고기들뿐이었다. 미리 좀 말해주면 덧나나. 대충 옷을 꿰입은 준면이 지갑을 챙겨 남아있는 돈을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난 착하니까."
애써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트로 향하는 준면의 발길이 환했다.
"총각, 이것 좀 먹어봐. 맛있지? 새로 나온 건데..."
시식 코너 아주머니들에게 잡혀 이것저것 입으로 돌진해오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다 맛본 준면이 상품들을 카트에 차곡차곡 담았다. 수고하세요, 웃으며 말하는 준면의 모습에 아주머니들은 젊은 총각이 잘생겨선 예의도 바르다며 입을 모았다. 막상 마트에 와서 먹을거리를 사자니 뭐부터 사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주로 외식을 하는 저와 세훈이었기에 딱히 집 안에 음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마트에 직접 온 건 처음이었다.
뭐부터 사나... 중얼거린 준면이 무작정 카트를 끌고 나섰다. '닥치는 대로'. 세훈의 문자 내용을 되새긴 준면이 손에 집히는 것 아무거나 집어 카트로 밀어넣었다. 이 정도면 되려나. 카트 안을 살피며 잠시 고민하던 준면이 과일코너로 향했다. 코너를 돌자마자 눈에 보이는 딸기에 이거다! 하며 집은 준면이 그제서야 계산대로 향했다. 카드를 건넨 준면이 한가득 불어난 짐을 보고서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많이 샀나. 다시 반품할까 생각하는 준면의 머리와는 달리 이미 몸은 봉지를 들고 다리를 옮기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까지 하고 마트를 나선 준면이 낑낑대며 짐을 들어 옮겼다.
확실히 준면은 반반한 제 얼굴과는 달리 허당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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