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형. 내가 미안하다니까?"
"그래. 미안하시겠지."
"혀엉~"
어떻게 남우현이... 오늘은 회사에서 간만에 휴가를 줬다! 뭐 시간을 내면은 얼마든지 낼수는 있지만 그래도 마음 놓고 편히 놀 수 있는건 이런 휴가때 뿐. 그래서 당연히 지금까지 못한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남우현이 친구랑 약속을 했단다. 그것도 어제.
"내가 일주일 전에 말했잖아. 같이 데... 놀자고."
"아니이... 그 친구가 지방쪽으로 이사간 친군데 간만에 서울 올라온다는데..."
"그래. 그 친구랑 잘 먹고 자알~ 놀아라."
방문을 닫고 무작정 옷을 갈아입었다. 곧 뒤따라 오는 남우현.
"형... 어디가게?"
"내가 너 없으면 못 노는 줄 아냐? 나도 서울에 친구있다고."
뒤에서 뭐라뭐라 말하는 남우현을 두고 나왔다. 밖에 나오니 겨울도 다가오는 날씨 치고는 따뜻하다. 솔직히 부를 친구... 없다. 친구들은 다 전주에 있고 서울에 있는 친구 부르기엔 오늘은 평일이다. 다 공부하거나 일하겠지... 하아...
"저... 김성규 아니예요?"
설마 날 알아보... 어?
"맞죠. 성규오빠."
"어... 어. 오...랜만이다?"
"그렇죠. 2년 됐죠?"
"응..."
이은지다. 많은 연습생들 중 하나였던 애.
"그때... 그러고 가서 죄송해요."
"아..아니야."
"제가 철이 좀 없었죠... 오빠 무대 잘 보고 있어요. 많이 멋있어졌고."
"하하... 그런가? 너는 아직도 연습생?"
"아니요. 저 그냥 학교 다녀요. 그래도 부모님 극성에 대학은 가놔서 다행이죠."
"그럼... 안 하는거야?"
"네... 아마. 제가 좀 유명해야죠."
장난스럽게 웃고는 있지만 안타깝다. 실력은 있는 앤데...
"저..."
"밥이나 같이 먹을래?"
"네?"
"밥 먹자고, 밥."
"...네."
은지랑은 참 좋지 않게 끝났다.
내가 아직 데뷔를 못했던 때에 일이다. 가수의 꿈을 갖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가수가 되는 것, 아니 연습생도 되기 어려웠다. 집에선 내가 가수가 되는 것에 반대를 해서 생활비는 커녕 용돈도 내가 벌어써야됐다. 아무래도 대형기획사의 경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습을 하는게 힘들어서 작은 기획사를 찾다 내가 좋아하는 넬분들이 있는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오디션을 봤다. 뭐 어찌어찌해서 붙었고, 지금은 연습생 생활을 하는 중이다. 눈떠서 잠이들 때까지 연습, 알바, 연습, 알바. 다른 짓을 하기에는 내 꿈이 너무 간절했다. 한참 연습을 하는데 사장님이 누군가를 데려왔다.
"너네랑 같이 생활할 아이야."
새로운 연습생. 또는 새로운 경쟁자. 딱 보아하니 겉멋이 제대로 들었다. 머리며 옷이며 신경을 안 쓴 곳이 없다. 내가 못나서 그랬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겉멋'이 든 애들을 싫어했다. 텔레비젼에 나오기 위해 가수를 하는 애들이 싫었다. 나는 이렇게나 간절한 꿈을 그냥 도구로만 사용하는 애들이 싫었달까? 아무튼 얼굴도 귀엽게 생겼다. 당연히 옆에 있는 여자애들의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잘생겼냐느니, 귀엽다느니... 그 중에서도 눈을 붉히고 있는 애는 이은지. 소문이 유명한 애다. 듣기로는 대형기획사의 연습생이였는데 스캔들은 너무내서 쫓겨났다고 한다. 아예 신빙성 없는 얘기는 아닌것 같다. 지금 이 울림에서도 몇몇 애들하고 사귀었다 헤어졌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생긴것도 예쁘장하고, 솔직히 춤, 노래 다 괜찮다. 그래서 다른 여자 연습생 애들한테는 질투를 사기 딱 좋은 아이.
"형. 여기는 높아지다가 내려가는게 좋을까요, 아님 그냥 쭉 올리는게 좋을까요?"
나는 첫인상부터 그 이후까지도 마음에 안 들었다. 입고오는 것 하며 여자애들한테 살살 눈웃음이나 치는 것. 뭔가 사고를 치게 생겼다. 그래서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데도 붙임성있게 달라붙는다.
"쭉 올리는게 더 좋더라. 저번에 보컬선생님이 부르셨는데 올리는게 더 괜찮더라고."
"그래요?"
이렇게 노래얘기를 하면 괜찮지만 그 이외에는 별로... 한 달에 한번, 우리에게도 휴가라는 것이 나온다. 휴가일 것도 없는게 월말 평가하는 날은 저녁 연습이 없는 날이다. 그래서 모처럼 쉬려고 하는데, 연습생을 통솔했던 형이 이제 비젼없는 꿈보다는 돈을 벌어야겠다면서 나가버렸다. 그래서 자연스레 제일 나이 많은 형은 내가 되버렸다. 선생님들과 사장님이 '이제는 너가 제일 큰형이니 아이들을 잘 통솔해라.'라는 의무아닌 의무가 생겨버려서 저녁연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남아서 연습을 했다.
"오빠..."
"응?"
나에게는 말도 잘 안 시켰던 이은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제가 좋아하는 오빠가 있는데요..."
"그래?"
"근데.. 연습생이예요."
뭐? 지금 연습생끼리 연애를 해서 뭐 어쩌겠다고..
"나는 솔직히 연습생끼리 연애하는 거 반대라서."
"그럼... 안 도와주시겠네요..."
"미안하지만 그래. 그리고 내 앞에선 이런 이야기 안 꺼냈으면 한다."
"네에... 죄송해요."
뭔가 다른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좋아하는 애라... 여유있네. 그렇게 이은지의 고백을 잊을 쯤 다음달 월말평가가 왔다. 오늘도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해서 안타깝다. 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형!"
뒤돌아보니 남우현이다. 그 뒤로 보이는 애들.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다.
"왜?"
"저희 밥먹고 술 한잔하러 가는데... 안 가실래요?"
"난 별로. 그리고 술? 내일 연습 있잖아."
"에이, 많이는 안 마셔요. 그냥 한 잔씩만."
그래. 니네 일은 알아서들해라.
"난 연습할 거 있어서 더 하고 갈꺼야. 너네들끼리 먹어라."
"같이 가면 좋을텐데..."
"빠...빨리 가자. 배고프다!"
이은지가 남우현의 손목을 잡아끌고 간다. 음... 이은지의 짝사랑 상대는 남우현?
"웃기네."
"뭐가요?"
"별거 아냐."
뭔데요? 뭔데요? 하면서 쫓아오는 동우를 떼어 놓고 노래를 틀고 춤연습을 했다. 뭐 지네끼리 놀던지 말던지. 어차피 연습실 가깝게 숙소가 있어서 늦게 까지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쾅쾅!'
"야1 문열어!"
연습실 문을 두들기며 소리소리를 질러대는 여자. 호원이가 가서 문을 여니 이은지. 이쁘게 화장을 했던 얼굴은 눈물로 다 지저분하게 번졌다.
"너 때문이야! 너!"
갑자기 나를 치며 알수 없는 말을 해댄다.
"너 때문에... 이 자식아! 니가 나빠!"
온갖 욕과 함께 나를 때리고 할퀴는 이은지는 정신이 나간 사람이였다. 술냄새도 나는게... 한 잔한게 아니군.
"너 때문에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겨우 니깟것 때문에!"
제발 내가 무슨말인지 알아 듣고 싶다. 여자애 주먹이지만 계속 때리니 아팠고, 애들도 나도 당황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은지... 이은지!"
"하... 남우현이네?"
"가자. 여기서 이러지마라."
"아아... 성규오빠가 있으니까?"
뭔가 저 둘과 내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애들아 미안한테 다 들어가라. 연습은 내일 계속하자."
내가 애들을 다 내쫓을 때까지 남우현은 말이 없다.
"뭐야. 너."
"죄송해요."
"뭐가 죄송한데."
"소란피워서..."
"소란은 이은지가 피웠지."
"..."
"너 가라."
"네?"
"니도 술 취한 것 같으니까 가라고. 내가 애 추스려서 집 보낼테니까."
"제가..."
"가라면 가라. 더 이상 건드리면 좋은 소리로 말 못하니까."
"..."
한참을 나를 쳐다보던 남우현은 나갔다. 이은지는 아까 골아떨어져서 아직도 꿈나라.
"일어나. 집가야지."
"..."
"이은지. 일어나."
자는 애를 깨워 물도 먹이고 정신을 차리게 했다. 보니 술은 얼마 먹지 않은 것 같다.
"너 아까 그 소리는 뭐야?"
"뭐요."
"몰라서 묻는거야?"
"..."
"내 이름까지 나오고 너도 나를 죽어라 때리면서 말을 한게 있잖아. 뭔 얘기야."
"나 말할기분 아니예요."
"나도 너랑 말장난 할 기분 아니다."
"...씨이..."
울어버린다. 하아.. 귀찮다. 뭐가 지 마음대로 안 풀리면 울어버리는 여자들.
"너 때문이잖아!"
"뭐가 나 때문인데?"
"내가... 내가 큰 맘먹고 남..."
"응?"
"남우현한테 고백했는데!"
"뭐?"
자존심 쎄신 이은지가 고백?
"고백 했는데 니가 좋다잖아! 솔직히 내가 너보다는 훨씬 예쁘고 여잔데!"
"뭐??"
"너같은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러니까 남우현이 날 좋아한다...고?"
"그래! 이 자식아! 좋겠다? 남자가 너 좋아한다니까 어떤 기분이니?"
"..."
"왜. 남자한테 뒤 따먹힐 생각하니까 좋냐? 좋아?"
"적당히 하자."
"뭘 적당히 하는데!"
"이은지."
"그래! 나 이은지다! 이은지! 이 이은지가 고백을 하는데 차? 그것도 남자가 좋아서?"
저것도 중증이다. 중증.
"이은지. 이제 그만해라."
"내가...너보다...뭐가 못났는데..."
엉엉 울기까지한다. 아... 골치아파. 그냥 남우현이랑 둘 아 놓고 갈껄... 괜히 큰형이라고 이런걸...
"이은지. 너 진짜 못났다. 그만해. 화장까지 다 번저서 못생겼어. 연애하겠다고 여기저기 찌르고 다닐때부터 알아봤지. 너 내일부터 연습실에 나올수는 있어? 애들 다 봤어. 거기다가 너 아까 굉장히 큰 잘못한거 알아? 술 마시고 와서 어디서 행패야. 오냐오냐 하니까 기어올라도 된다고 생각했냐? 적당히 해라. 여자라고 봐주니까 한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네. 남자면 넌 어디 부러지고도 남았어. 너같이 행실 삐뚤어진 애는 어디서도 안 받아주니까 공부나해라. 재능은 있는데 예의가 없다. 좋은말 할때 정신 차리고 집가라. 내가 연습실 잠그고 가야되니까 당장 나가."
이렇게 다다다 말해본건 처음이다. 아오... 진짜 여자만 아니면 내가 쳤어도 진작 쳤다! 어벙벙한 표정으로 내 손에 이끌려 택시를 타고 간다. 피같은 내 돈도 손에 쥐어줬다. 아... 내 돈. 다음날 연습실에 가니 제일 먼저 들리는 얘기는 이제 더 이상 나오지 않겠다는 이은지의 통보. 그리고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은 남우현.
"형..."
"나 너랑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
하면서 그냥 돌아셨다. 그런데... 남우현이 날 좋아한다고? 역시나 내가 무시하듯 돌아서니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버림받은 강아지마냥 힘이 없다. 진짜 날 좋아하긴 하나 보네. 내가 혼자 있을때면 와서 말을 시키려고 하지만 내가 피해버린다. 그럴때마다 무진장 불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뭔진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다. 뭐 나쁜애는 아닌것같고. 조금만 더 즐겨도 되겠지?
이랬었는데... 하아..
"뭔 한숨이예요?"
"사실... 너한테 말하기는 뭐한데..."
"뭔데요?"
"나... 우현이랑 사귀어."
"네?"
"너는 어디가서 얘기 안할거라 믿고 말해주는거다."
"...네."
얼굴이 살짝 상기된 것 같지만... 뭐... 말해도 되겠지?
"오빠."
"응?"
"사실은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안 건데요."
"뭔데?"
"형?"
은지가 뭔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남우현이다.
"누구예요?"
"알지 않나? 은지."
"설마..."
"오랜만이지?"
"하..."
"성규오빠도 용서해줬는데 너는 안 하겠다 이거야?"
"성규형이?
"뭐 용서고 뭐고 할것도 없지."
"진짜 너는 낯짝도 두껍다."
"오빠가 먼저 밥먹자고 했다."
"형이? 형..."
"니가 날 버리고 갔으니까 나도 다른 애랑 놀아야지. 아... 아까 하려던 말이 뭐야?"
어이없다는 표정의 우현이를 두고 원래 이야기로 돌아왔다. 우현이를 한 번 쳐다보더니.
"제가 그때는 남우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가보니까 좋아한 사람은..."
"응?"
"성규오빠였어요."
"나?"
"뭐어??"
"성규오빠는 다정하잖아요. 그래서 막 기대고 싶었는데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저도 피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둘이 있는 모습보고 질투났는데 그게 남우현이 아니라 성규 오빠였던 거죠."
"아..."
"하... 어이없다. 그래 봤자 성규형은 내꺼거든?"
"알아."
"응?"
"내가 얘기했어."
"네에?"
"아무튼 그랬다고. 남우현 너는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어. 성규오빠가 인기 많았어. 장난스러우면서도 다정했잖아. 그 때도 좋아한 애들 꽤 있었을껄?"
뭐야... 나 생각보다 인기있었잖아? 그 당시의 얼굴에도?
"안다고. 그래서 불안해."
"웩. 둘 다 그만해라. 오그라들어서 못듣겠다. 내가 인기는 무슨..."
"아니예요. 진짜로."
"형은 은근히 섹시해서 눈독들이는 애들도 많아."
"됐네요들. 너는 친구랑 가서 놀고."
"아직도 삐진거야?"
"안 삐졌다."
"혀엉~"
애교부려봤자 너는...
"접근금지다. 이자식아."
"뭐어?"
"아쉬우면 니가 내 화를 풀어보던가."
오랫만에 화난척 좀 해볼까? 지금은 그때처럼 움찔움찔 안 거리는거 아냐? 그거 보는 맛에 화내는 건데...
"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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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수능을 깔끔하게 망치고 왔습니다.흑흑
울진 않았어요.흑
레알시리즈의 번외는 원하시면 계속 됩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사...사...좋아합니다.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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