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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랍콩] 인상 05 | 인스티즈

 

 

내 후원에 힘입은 건지 요즘들어 원식이 이 도시에서 말썽을 피운다. 물론, 나도 원했던 모습이긴 했으나, 이 도시에 원식의 흔적이 많아질 수록 난 원식에게서 괴리감을 느꼈다. 난 날때부터 이곳에서 났고, 이곳에 심각하게 동화되어있는 주민이었다. 그렇기에 원식과 나는 어울릴 수 없었다. 

 

 

"괜찮겠느냐." 

 

 

원식의 예술을 빙자한 난봉을 전해들은 아버지께서 나를 호출해서는 내게 건넨 첫마디였다. 이 짧은 한마디에 내포된 의미를 나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감히 내가 그를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는가. 부드럽고도 잔잔한, 그렇지만 답답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화려하고 자유로운 그를 내가 과연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은 곧 내가 이 도시를 등질 수 있느냐의 문제와도 같았다. 나는 이 도시에 동화되지 못한 원식을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 했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이 도시를 건설한건 아버지였고, 나는 그의 아들이였다. 그런데 왜 단 한가지만은 내게 물려주지 않으셨나..... 

 

나를 위해 만들어진 벤치에 앉아,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를 누런 종이노트 위에 슥슥 그렸다. 곧이어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어깨 위에 커다란 손이 얹어졌다. 원식이였다. 뒤돌아서 그를 보니, 그의 눈은 내 눈이 아닌, 내 손을 향해있었다. 부끄러워 손으로 살짝 가렸지만, 그는 내 손을 얌전히 치우고는 내 그림을 감상했다. 그는 놀리는 듯이 내 그림을 평가했고, 나는 헛기침을 하며, 노트를 덮었다. 그래도 얼굴에 밝은 빛은 띄고 있었겠지. 노트를 옆으로 치우고 원식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요지부동. 내 벤치에는 앉을 수가 없단다. 그 순간, 머리 속에 짧은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티내지 않고 농담을 뱉었다. 그도 쳐진 눈을 휘며 웃어주었다. 또 내 머리 속에 짧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 오늘은 영 날이 아닌 듯 하다. 짧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화살이었나. 머리에 박혀선 떠나가질 않는다. 원식의 얼굴을 보면 그 화살이 더욱 깊숙히 박혀 머리가 아파온다. 다 읽은 책을 들어 아무 페이지나 펼치고 읽는 척을 했다. 그리고 늘 같은 이야기를 하고는 원식을 보내버렸다. 원식이 다시 보러오지 못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왜, 걸을 수록 화살이 뽑히지 않고 점점 깊숙히 박혀들어갈까. 이렇게 계속 깊이 박혀들어가면, 뽑을 수 없게 되어버릴텐데. 

 

*** 

다시 한번, 아버지의 방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부쩍 잦아진 아들의 출입에 기분이 들떠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목적이 무엇이던간에, 그저 자신을 보러오는 아들이 사랑스럽게만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같아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다.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난 그저 그를 내 이상의 실현수단으로서만 대한다는 것이. 아버지가 앉아계신 테이블 앞에 있는 1인용 쇼파에 앉아 그를 보았다. 그는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베인씨 말입니다." 

 

 

아버지의 얼굴에 의아함이 번졌다. 네가 그 친구를 궁금해 할 줄은 몰랐구나. 

 

 

"그 분께선 바깥에서 어떤 화가였습니까?" 

"아주 재밌는 화가였지. 바깥의 예술도 이곳과는 별반 다를게 없으니까. 지금은 모르겠다만..." 

 

 

그래도 이곳 화가의 유입이 더 늘어나는 까닭은 바깥도 비슷하다는 뜻 아니겠니? 그리 말하고는 아버지께서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러다 금새 표정을 바꾸시고는 내게 물어온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 알려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 비주류야." 

 

 

나는 살짱 인상을 찌푸렸다. 아버지께선 입꼬리를 말아올리시고, 말을 이어나간다. 

 

 

"그 친구 작품들은 거의 다 내 그림의 모작들이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예술가에게 자신의 그림을 버린다는건 자신의 손을 버리는 것과 같지 않으냐. 베인, 그 친구는 나를 위해, 이 도시를 위해 희생했어." 

 

 

자신이 직접 비주류가 되면서 말이다. 

 

*** 

아버지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짐작하고 있던 이야기였으나, 직접 들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원식이 그의 스승에게서 그림을 배우지 못했는지 알았다. 자신의 그림이 아니기에 물려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식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했을 것이다. 그는 원식의 그림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지, 그리고 나는 원식의 그림에서 베인이 본 것을 볼 수 있을까. 원식이 그의 스승에게서 그림을 배우지 못했는지 알았다. 자신의 그림이 아니기에 물려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식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는 원식의 그림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지, 그리고 나는 원식의 그림에서 베인이 본 것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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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 죄송합니다. 다음 분량은 길게 써오겠습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반가워요!!항상 작가님 글 보려고 들어오면 그림이 있어서 좋아요 물론 미술에 관해서는 진짜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좋아요. 분량이 적어도 괜찮아요 오신것만으로도 좋은걸요 항상 재밌게 잘 읽고 있는데 댓글 쓰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해요ㅠㅠ혹시 괜찮다면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11년 전
대표 사진
바스키아
당연히 되죠! 항상 제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줘서 너무 고마워요ㅎㅎ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그럼 암호닉은 '찰나' 로 할게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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