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그만 쳐다 봐. 경수가 좋아하는 카페모카 위에 휘핑크림을 가득 올리던 종인이 하던 걸 멈추고 경수를 바라보았다. 왜? 궁금한듯 고개를 갸우뚱하던 경수가 아예 턱을 괴고 종인을 구경 했다. 경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빠르게 시선을 피한 종인이 선반 위로 손을 뻗어 초코시럽을 집었다. 휘핑크림 위에 가득 올려진 시럽이 보기만 해도 달다. “나 그만 보세요, 도경수씨.” “왜? 나랑 있는거 싫어?” “형이 너무 이뻐서 집중이 안 되잖아.” “어, 어?”
나 커피 만들다가 망치면 형 책임이야. 종인이 건내준 커피를 홀짝거리던 경수가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뭐야, 부끄러워? 정수리에서 들리는 낮은 웃음소리에 왠지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자꾸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는 종인에 경수가 눈을 도르르 굴리더니 자리에서 확 일어났다.
“…고, 고마워. 종인아! 커피 잘 마실게!”
머그잔을 양 손에 꽉 쥔 채로 재빠르게 사라진 경수에 종인이 결국엔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긴.
“불이 너무 세잖아. 약하게 맞춰야지.”
주방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피는 경수의 얼굴에서 오랜만에 냉철한 메인셰프의 모습이 비춰졌다. 사실 경수는 아까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이데알레의 모든 주방은 한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홀에서 볼 수 있는 터라 종인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여자들도 언짢았지만, 백현과 뭔 얘기를 그리 열심히 하는지 밝게 웃는 종인의 모습이 가장 화가 났다.
“형.” “…….” “형!!” “어, 응.”
대체 뭔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해? 주문 받은 음식을 쭉 읊으며 세훈이 흘끗 경수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영혼이 빠져나간 듯 멍한 얼굴로 말하는 경수에 고개를 갸우뚱 한 세훈이 곧 연인 사이라도 되는냥 다정한 두사람을 발견하고 아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저 둘 때문이죠?”
어? 정확히 종인과 백현을 가리키는 세훈의 검지 손가락에 경수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니거든! 그런거 아니야, 세훈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수에 세뇌를 당할 것만 같았다. 뭘, 맞구만. 뭐, 뭐가! 넌 가서 서빙이나해! 놀리듯 말하는 세훈에 결국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경수가 크게 소리쳤다. 졸지에 주방에서 추방당한 세훈이 홀으로 빠져나가면서 중얼거렸다. 날 보면 다들 서빙 하라는 말 밖에 생각이 안나는 건가.
종인아, 하고 조심스럽게 물어 봐도 응, 잠시만. 이라 대답한 종인은 계속 백현과 말을 나누기 바빴다. 물론 같은 디저트 종류를 만드는 둘이기에 경수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치, 맘에 들지 않자 버릇처럼 입술을 쭉 내민 경수가 레이저가 나올 듯 뜨거운 눈빛으로 종인과 백현을 째려봤다. 그래, 니들이 어디까지 하나 보자. 나름 굳게 한 다짐은 마주보며 웃는 둘의 모습에 쉽게 무너져 내렸다. 김종인, 사랑이 식은 거야…….
“타오, 뭐 하고 있어?” “아, 크리스! 나 이거 만드러.”
…요. 째릿, 눈빛을 보내는 크리스에 급히 존댓말로 바꾼 타오가 오븐에 굽고 있는 피자를 가리켰다. 그에 아, 하며 탄성을 내뱉은 크리스가 타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 바빠? 살며시 묻는 말에 멀뚱히 크리스를 바라 보던 타오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바빠요! 해맑게 웃으며 하는 말에 크리스가 타오의 손을 잡곤 크게 소리쳤다.
“찬열아, 이거 피자 다 탄다. 니가 좀 봐!” “뭐야!! 그거 타오….” “경수야, 타오 좀 데려갈게!” “아, 또 왜 데려가!!”
절박한 경수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타오를 끌고 주방을 나온 크리스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제발 좀 나가, 응?”
준면은 아까부터 죽을 맛 이었다. 이씽한테서 받아 온 쿠키를 서로 먹여 주면서 좋아하는 크리스와 타오에 약이 잔뜩 올랐다. 제발 그런건 사장실 밖에서 해, 부탁이야…. 일년에 몇 번 밖에 듣지 못한다는 간절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은 채도 하지않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크리스와 타오에 준면이 더이상은 못 참겠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래! 내가 나갈게! 둘이 영원히 사장실에서만 살아라!” “준면…….”
혼자 버럭 소리를 지르곤 째려보는 준면에 당황한 타오가 말을 하려 했지만 곧 쾅, 하고 닫히는 문에 몸을 움찔했다. 준면 화 마니 났나바요…. 안절부절 못하는 타오에게 다시 곰돌이모양 쿠키를 먹여준 크리스가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쟤 좀 있다가 다시 들어와.
이렇게 틈만 나면 타오를 데려와서 자신의 옆에 앉히곤 신기한걸 보듯 관찰하는 크리스는 오늘도 역시 주방에서 일어난 일들을 한숨까지 쉬면서 서툰 한국어로 설명하는 타오에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서 경수 화 나써요. 그랬어? 응, 그래써. 초콜렛이 박혀 있는 쿠키를 먹으며 말하는 타오에 미소짓던 크리스가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털어주며 물었다. 맛있어?
엄청난 타오 빠돌이라카더라, 하는 이데알레안의 흉흉한 소문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형!!”
벌컥, 큰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에 타오를 구경하다 깜짝 놀란 크리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사레까지 걸려 콜록대는 타오의 등을 아프지 않게 두드려주었다. 어느정도 기침이 줄어들자 문 앞에 서있는 종대를 크리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노크 좀 하고 들어와. 너 장이씽이 쿠키 다 가져갔다고 보낸거지? 그 말에 이번엔 종대가 인상을 찌푸렸다. 형이 쿠키 다 가져간거였어? 쿠키 하나 가지고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둘은 결국 옆에서 보다못한 타오가 말리고 나서야 싸움을 멈췄다.
“아, 맞아. 경수가 빨리 타오 데려오래.” “아직 얼마 안 됬다고 그래.”
크리스의 말에 잠시동안 고민하던 종대가 알았어, 좀 만 기다려. 하곤 사장실을 나갔다. 이번엔 타오를 주기 위해 준비해 놓은 바구니 위에 가득 쌓인 딸기맛 사탕을 직접 까서 입에 넣어준 크리스가 턱을 괴고 타오를 바라보았다.
“형!!” “노크 좀 하고 들어 오라니까!” “아… 깜빡했다. 아무튼! 타오 빌릴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끝이라고 얼른 데리고 오라는데?” “타오는 내꺼라 난 괜찮다고 전해.” “내가 무슨 해리포터 부엉이냐!!”
나도 바빠! 그렇게 외친 종대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하며 사장실 문을 쾅, 닫았다. 밖에서 이씽형한테 다 이를 거야. 하는 중얼거림이 들리는 듯 했다. 틈만 나면 자신의 비밀을 이데알레에 폭로하고 나디는 이씽을 알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바로 포커페이스를 찾은 크리스가 다시 타오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탕을 이리저리 굴리며 말하는 타오에 집중하고 있을 때 쯤, 시끄러운 노크 소리가 사장실 안을 울렸다. 자, 이번엔 노크 했지? 주방과 사장실 사이의 거리가 꽤 있는 터라 몇 번을 왔다갔다한 종대가 고새 퀭해진 얼굴로 나타났다.
“내꺼고 나발이고 더이상 빌리면 대여료는 형 목숨이라고 지금 당장 데려오래.” “뭐? 그거 니가 지어낸 말이지? 경수가 그럴 리 없어.” “아니거든?? 경수 아까부터 기분 안 좋던데.”
아까 타오가 경수 화 났다더니 진짠가보네…. 결국 종대의 손에 잡힌 타오가 크리스를 바라보며 잔뜩 울상 지었다. 우리 타오 가서 잘 지내고, 내가 많이 보러 갈게. 응, 마니 와요.. 그 말을 끝으로 꽉 끌어안는 둘을 미친놈 보듯 바라본 종대가 둘을 떼어냈다. 무슨 이산가족도 아니고, 타오 얼른 가자. 아련하게 인사하는 타오를 먼저 보내고 종대가 사장실 문을 닫으려 하자 한참동안 타오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크리스가 종대에게 말을 걸었다. “준면인 뭐 해?” “지금 주방에서 뭐 주워 먹고 있던데.”
종대의 말에 크리스가 이제 나가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걔가 그럼 그렇지 뭐. 서로를 까는 화목한 이데알레의 사장과 매니저였다.
아휴, 여전히 종인에게로 시선을 고정한 경수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주방으로 들어오려던 루한이 멈칫했다. 이미 세훈한테 모든걸 듣고 온 터라 말 없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주방에 온 이유가 갑자기 생각 난건지 아!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로제 파스타 만든 사람이 누구야?” “로제 파스타 찬열이 담당인데….”
기운 없이 대답하는 경수에 고개를 끄덕인 루한이 찬열을 찾기 위해 주방 안 을 두리번 거렸다.
“아, 찬열아!” “어?” “크리스 지인분이 오셨는데 파스타가 너무 맛있다고 너 좀 불러 달라더라.” “헐, 진짜?” “응. 8번 테이블로 가 봐. 예의 바르게 말 하고.”
주방 사람들이 입는 하얀 유니폼을 바르게 입고 모자까지 완벽히 정리한 찬열이 금방 오겠다고 말한 뒤 주방을 나갔다. 평소같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할 경수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닌지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곧 루한까지 서빙을 하기 위해 나가자 조용해진 주방에 경수가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괴었다. 오늘 따라 레스토랑은 왜이리 한가한건지 자꾸만 보게 되는 맞은편 주방에 결국엔 못 참겠는지 경수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 나갔다올게. 타오, 나 금방 올테니까 또 크리스형 따라가지 말고. 알았지?” “응!”
걱정 되는지 몇 번 이고 타오한테서 대답을 받아낸 경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주방을 빠져나갔다.
“김종인!” “어, 경수야.” “뭐? 경수야? 너 사랑이 식은 거지? 어!!”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나타나서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는 경수에 종인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가락 끝을 움찔거렸다. 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진정시키려 손을 뻗어 봐도 차갑게 내치는 손길에 종인이 굳은 채로 경수를 바라 보았다.
“백현아, 초콜렛 다 떨어졌다.” “아, 형! 금방 가져올게!”
둘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백현이 때 마침 안 쪽에서 들리는 이씽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웃은 뒤, 얼른 주방을 빠져나갔다. 백현이 나가자 그제서야 경수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백현이가 그렇게 좋아?” “무슨 소리….” “내가 와도 아는 체도 안 해주고! 하루종일 변백현이랑만 붙어 있고!!” “형….” “너 미워, 나쁜새끼야!!” “아니, 내 말을 들….” “나 셰프 안 해!!! 나도 파티쉐 할 거야!!!!”
나도 니 옆에 맨날 붙어 있을 거야!!! 인상을 찌푸린 채 경수의 말을 가만히 듣던 종인이 결국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진짜. 왜 이렇게 귀여워. 야, 너 웃지마! 웃지말라니까?! 참으려고 해도 입 사이로 비실비실 삐져나오는 웃음에 종인이 경수를 끌어 안았다.
“그래서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거였어?” “아니거든?” “거짓말, 질투 하는 거야?” “아니라니까? 니가 제일 미워!!”
경수를 계속 끌어 안은 채로 볼에 살짝 뽀뽀해준 종인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 했다. 새로 만드려는 디저트가 있어서 상의 좀 하느라 그랬어요. 우리 경수한테 제일 먼저 만들어 주려고. 그 말에 화가 눈 녹듯이 사라진 경수가 갑자기 할 말이 없어져 종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 거렸다. 반말 하지마, 나쁜놈아. 그래도 귀여운지 소리내어 웃던 종인이 더 세게 경수를 끌어 안았다. 귀여워서 미치겠네.
한참을 둘이 화해하고 러브러브모드를 진행하고 있을 때 쯤, 서빙을 하기 위해 베이글을 가지러 온 세훈이 둘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내가 저럴 줄 알았어. 중얼거리고는 이씽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씽형, 힘내요…….
“박찬열 왜 저기 있어?” “파스타 맛있다고 불렸나보던데?”
이열, 웬 일이래. 한가한 듯 서빙을 도와주고 있는 민석에게 물은 백현이 놀란 눈빛으로 찬열이 서있는 테이블을 바라 보았다. 괜히 자신까지 뿌듯해지는 기분에 미소 짓고 있는데, 그 테이블의 손님을 확인한 백현의 표정이 급격히 굳었다. 한 눈에 딱 봐도 있어 보이는 듯 한, 정장을 입은 중년의 부부와 딸로 추정되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 여자가 찬열이 맘에 드는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워 하는 모습에 백현이 인상을 찡그렸다. 저 가식….
“백현, 뭐 해. 얼른 들어 와.” “아, 응.”
초콜렛이 손의 온기에 녹는 줄도 모르고 한참 동안 여자를 쏘아보던 백현이 자신을 찾는 이씽에 그제서야 아차 싶었는지 얼른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알게 뭐야.
“왜요? 여자친구 없다면서요!” “죄송합니다.”
케익을 다 만들고 화장실에 들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구경하던 백현이 화장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여긴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아무래도 여자가 남자의 번호를 따려 하는 상황인듯 싶었다. 목소리가 박찬열 만큼 낮네. 가만히 화장실 안에서 바깥 대화를 몰래 듣던 백현이 괜히 창피해 할까봐 못들은 척 하며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아, 역시 난 매너남이야. 자화자찬을 하며 모르게 둘의 얼굴을 확인한 백현의 발걸음이 제자리에 멈췄다. 헐, 저거 박찬열…
“좋아하는 사람 이라도 있어요?” “아, 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까 본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자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답하는 찬열을 본 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유, 저 등신. 저러다가 번호 뺏기겠네. 그냥 주방으로 가려다가 계속 찝찝한 마음에 결국엔 백현이 다시 뒤로 돌아 찬열에게로 향했다. 절대 질투 같은게 아니다. 그냥 저 여자의 얼굴이 맘에 안 들어서다. 정말로!
“네? 그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데요?” “전데요.” “어, 백현아!”
당당하게 찬열의 옆에 선 백현이 팔짱을 끼곤 여자를 바라보자, 찬열이 깜짝 놀란 눈으로 백현을 내려다보았다. 여긴 왜 왔어? 묻는 말에도 대답 하지 않은 백현이 자신을 황당하게 쳐다보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얘, 저 좋아한다구요.” “네?” “맞지, 찬열아?”
얼른 맞다고 대답해. 여자 모르게 눈빛을 보내는 백현에 찬열이 상황 파악이 끝난 듯 능글 맞게 웃으며 백현의 어깨에 손을 둘렀다.
“당연하지, 우리 백현이.”
또 오바 한다.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한 찬열에 입을 삐쭉인 백현이 여자를 자신만만하게 쳐다봤다. 봐 요, 맞죠? 둘의 모습에 잔뜩 당황한 여자가 말을 더듬으며 어벙벙한 표정으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뭐야, 당신 게이였어? 무시하는듯한 말투에 표정을 굳힌 찬열이 여유롭게 웃으며 답했다.
“네, 게이 맞는데요. 딱 봐도 우리 백현이가 그 쪽 보다 훨씬 예쁜데. 뭐, 불만 이라도 있으세요?”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러지 말랬잖아. 부끄럽게….” “허, 어이가 없어서! 사람 잘 못 봤네요!”
찬열의 어깨를 콩콩 치며 부끄러운‘척’하는 백현의 연기에 속아 넘어간 여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 홀로 빠져나갔다. 오지랖신 백현이 몰카를 하기 위해 키운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이었다. 그렇게 뜬금 없이 이데알레의 공식 77ㅔ이가 된 둘은 여자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야, 너 때문에 나까지 게이 됬잖아!” “그러니까 누가 와서 그러랬나?”
아! 그래! 그건 맞지만…… 말 끝을 흐리는 백현에 찬열이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씰룩 거렸다.
“오빠 번호 따이는게 그렇게 싫었어?” “오빠는 개뿔이.” “어이구, 그래쪄요?” “야, 이씨. 여자 얼굴이 맘에 안 들어서 그런거거든??”
백현의 마지막 말에 결국 웃음을 터뜨린 찬열이 백현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 머리 건들지마!! 머리를 정리하며 짜증을 내던 백현이 급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진짜 게이 된 거라니까? 저 여자가 이 헛소문 퍼뜨리고 다니면 어떡해. 그 말에도 천하태평하게 뭘 어떡해, 게이라고 하면 되는 거지. 우리 귀여운 백현이. 라며 실없이 웃은 찬열이 또 다시 백현의 머리를 헝클었다. 아, 진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큰 손을 치워낸 백현이 아직까지도 웃고 있는 찬열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게이래도 좋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