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응급실로 들어갔더니 갑자기 준면오빠가 내 어깨 톡톡 치는거야. 그래서 뒤돌아보니까 잠깐 와보래. 바쁘다고 좀 있다보자니까 자기 그럼 욕먹는다고 그냥 팔 잡아서 끌고 가는거야. 싫다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질질 끌려갔더니 난데없이 누우라하고 옆에서 수혈팩 꺼내더니 나한테 찌르려고하는거..나 완전 식겁해서 왜 그러냐그랬지. "방금 변백현때문에 나 피 뽑혔다. 보이냐?" "오빠가 왜?" "너 죽는다고 난리치면서 바늘 쑤셔넣던데." "그래서 팔뚝 그 모양이야?" 오빠 팔에 완전 시퍼렇게 멍들어있고 팔뚝에 묶었던 끈도 안푸르고선 온거야. 나는 갑작스럽게 수혈받고. 가만히 누워서 꿈뻑거리다가 김종대 생각나서 부르려고 전화기 딱 들었는데 변백현이 들어온거야. 나 당황해서 폰 얼굴에 떨어뜨리고.. 변백현이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바늘 빼주고 나갔어. 그 사이에 서로 아무 말도 안했지. 사과하려고 들어왔는데 막상 얼굴보니까 아무말도 안나오는거야. 어떡하지,하다가 아무래도 김종대가 필요한 것 같아서 밖에 나가려고 신발 신는데 변백현이 다시 들어오더니 지 가디건을 건네줬어. "너 아침에 춥게 입고왔잖아. 내일 줘." "아..너 새벽에 퇴근하잖아, 김종대 차 타고 가면 돼. 그리고 백현아," "그래도 입고 가, 그리고 아까 내가 미안했어. 기분 풀고 집가서 쉬어." 변백현이 내 말 가로채서는 자기가 미안하다하고 뒤돌아서서 가는데 변백현 표정이 예전이랑 다른거야. 예전 같았으면 둘이 치고박고 싸우다가 내가 울고 변백현은 자기가 져준다는 식으로 사과하고 그랬었거든. 근데 방금 변백현 표정은 뭔가 되게 지친 표정이라 해야하나? 무튼 느낌이 되게 쎄했어. 그래서 얼른 변백현 옷자락 잡으니까 변백현이 내 어깨 딱 잡더니 빨리 가라고, 김종대 기다린다고 그러는거야. 진짜 변백현이랑 몇 년을 붙어다니면서 쟤가 싸우고 나한테 가라고 한적은 없었거든. 맨날 붙잡고 지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지. 근데 갑자기 저렇게 무기력하게 나오니까 변백현이 너무 낯설어 보이는거야. 그래서 나 혼자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는데 김종대가 언제 들어왔는지 나한테 가자고 손잡고 이끌더라고. 그래서 나 또 울면서 김종대랑 나감ㅠㅠ "너는 쟤 왜저러는지 알지, 왜 나만 모르는데?" "일단 차에 가서 얘기해, 일어나봐." "얘기해 줄 때까지 안가. 뭔데?" 김종대가 내 팔 잡으면서 일으키려고 했는데 내가 뻐튕기면서 안일어났어. 얘기해 줄 때까지 안간다고. 김종대가 한숨 푹푹 쉬면서 딱 입 열려고 하는 순간 누가 내 어깨 감싸안더니 일으키는거야. 딱 냄새만 맡아도 변백현인거 알았지. "김종대 죽어, 진짜. 넌 얼른 일어나. 추운데 뭐하는거야." "변백현..너 무슨 일 있어? 어? 왜 나는 몰라?" "아무 일도 없어. 일어나서 집가, 어서." 변백현이 나 추울까봐 껴안고 팔로 슥슥 비벼주고 있는데 김종대가 그거 보더니 비웃으면서 말하는거야. "쟤가 너 좋아하잖아." 김종대가 저렇게 말한 순간 정적이 몇 초 흘렀는데 변백현이 정적 탁 깨고 엄청 밝게 받아쳤어. "좋아하지, 그럼. 김종대 너 빼고 다 좋아해 나는." 김종대가 말없이 변백현 쳐다보더니 그냥 뒤돌아서 가버리는거야. 난 변백현이 나 좋아한다는 걸 이때부터 알게된거지. 변백현 되게 어색했거든 말하는게. 변백현이 김종대 가고 나서 어색한지 나 안고 있었는데 더 꽉 끌어안는거야. 나도 그냥 그땐 어색해지기 싫어서 폭 안겨서 변백현 니트 향기 좋다고 부비적거렸어. 그때 막 예전 일들이 생각나는거야. 나 신규때 엄청 힘들어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병원으로 달려와서 기분 풀어주고 달래주고, 내 손에 피 묻는거 싫어하고 험한 일 하는 꼴 못보고 그랬던게 다 그냥 친구라서 그랬던게 아니구나 싶었지. 생각해보면 김종대한테는 얘가 그리 지극정성은 아니었거든. 내가 그 때 변백현한테 안겨서 물어봤지. 진짜 아무생각 없이. "백현아." "응?" "너, 나 좋아했었어?" "어..?" "나는 의사랑은 싫은데, 너 의사잖아. 백현아." 그때 당시만 해도 나 의사 되게 싫어했었어. 별난 의사들 비위 맞추는게 스트레스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의사들 중에 다혈질이 되게 많은데 그게 다 우리한테 돌아오거든. 환자 케어 자기가 잘못해놓고 간호사한테 책임 떠넘기는 게 다반사고. 그래서 그때는 진짜 의사가 싫었고 변백현도 싫었지. 지금 변백현한테 얘기 들어보면 내가 저 말했을때가 제일 힘들었대. 의대 들어가려고 쌩고생하고 나 있는 병원 들어오려고 6년 내내 공부에 손을 뗀적이 없었는데, 내가 대뜸 의사는 싫다고 하니까. 근데 내가 의사들한테 시달리느라 힘든걸 자기도 알고 있어서 어떻게 변명할 수도 없었던게 제일 싫었다고 하더라고. ㅡ 18편 변백현한테 미안한감은 있었지만, 사실 나도 새벽에 토했더니 속이 굉장히 쓰렸기때문에..곧장 집으로 가서 진짜 죽은듯이 잤어. 엄마는 어디갔는지 집에 없고 밥해먹긴 귀찮고 해서 그냥 잤지. 한참을 자고 일어났는데 속이 부글부글 거리는거야. 그래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는데 이번엔 또 속이 쓰려. 그래서 침대에 누웠더니 토할것같고. 체한 것도 아닌데 명치끝이 아프고. 그래서 다시 자야겠다 싶어서 눈을 감았는데 이젠 또 아랫배가 아픈거야. 처음엔 살살 아팠는데 이게 점점 심해져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겠는거..처음엔 변백현번호 눌렀다가 피곤할 것 같아서 폰 내려놨는데, 나중엔 진짜 죽을 것 같아서 전화했더니 전화를 안받아. 사실 변백현은 내가 몸관리 제대로 안해서 아프면 되게 싫어한단말이야. 그래서 고등학교때부터 주욱 아픈거 많이 숨겼거든. 그러다 들키면 무진장 욕먹고. 쨋든 그래서 침대 기어다니면서 우는데 전화가 온거야. 변백현한테. "바빠서 못받았어, 왜 전화했어?" "백현아, 나 배아픈데.." "배? 뭐 잘못먹었어?" "몰라, 아파.." "배 따듯하게 하고 누워있어봐, 이따 저녁시간에 잠깐 들를게." 하 나는 아파죽겠는데 변백현은 바빠죽는거야. 평소같음 바로 달려오는데, 또 난 그게 섭섭한거야. 그래서 그냥 전화 뚝 끊고 폰 집어던지고 배잡고 끙끙댔지. 한 10분을 그러고 있었나, 누가 우리집 문을 쾅쾅 두드려. 변백현인가 싶어서 그냥 있으려다가 낯선 목소리가 안에 계세요? 이러는거야. 그래서 내가 있다고 소리쳤는데 안들렸는지 계속 안에 계시냐고물어. 누군지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설마 구급대원인가..설마, 했는데 맞음..결국 문 따고 들어온 응급구조요원에 의해 나는 실려나갔어..살다살다 구급차에 환자로 타보긴 처음이었어. 그때는 진짜 아파서 정신없이 병원갔는데, 나 내리자마자 변백현이 보이는거야. "아프면 말을 했어야지, 왜 혼자 그러고있어?!" "내가 말, 했냐, 안했냐?" 아파죽겠는데 내 베드끌어내리면서 소리지르는 통에 나도 억울해서 소리질렀지. 나 배아프다 그랬는데, 니가 제대로 안들었잖아! 이러면서 엉엉엉엉..변백현이 진짜 미친듯이 응급실로 이동시켜놓더니 내 배 쿡쿡 찌르면서 아프냐고 묻는거야. "아파? 여기 누르면 아파? 어디가 제일 아픈데, 속쓰린거야?" "아파. 거기도 아파. 다 아파.." "아니 그러니까 어디가 제일 아프냐고!" "다 아프다고, 다 아파!!" "그냥 아픈거 말고 눌렀을때 아픈지 말하라고, 맹장이면 어떡할건데?!" 진심 욕나오는거 꾹 참는데 변백현이 명치를 팍 누르는거야. 진짜 아파서 억소리도 안나오고 숨이 턱 멎는것같은 느낌? 순간 내가 변백현 팔 부여잡고 끅끅거리니까 변백현이 놀라서 날 딱 잡더니 다시 빡 누르는거야. 그래서 내가 미쳤냐고 소리질렀지. 근데 아랑곳하지않고 이번에는 윗몸 일으키게해서 등을 두번 퍽퍽 치는거야. "아파? 여기 치면 아파?" "그럼 주먹으로 내려치는데 안아프냐? 체한거 아니라고, 왜 자꾸 등을 치는데!!" "너 어제 뭐먹었어, 빨리 읊어봐." "몰라, 기억안나." "말을 해야 뭔지 알 거 아냐?!" "아 기억이 안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약 먹은거 있어? 72시간 내에?" "니 비타민 주워먹은거밖에 없다고, 약물 부작용아니라고. 아니라는데 왜 자꾸 쓸데없는 걸 물어, 사람 힘빠지게!!" "비타민? 무슨 비타민? 나 비타민 안먹는데?" "몰라, 나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 갈래." "아니 무슨 비타민을 먹었냐고, 당직실 왔다갔었어?" "어 니 책상에 있던 주황색 통. 나 갈래, 가서 서류처리하고 와." "주황색 통? 어..어, 너 그걸 먹었다고?" "아 집에 간다고 쫌!!"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변백현까지 옆에서 자꾸 이상한소리해대니까 더 짜증이나는거야. 배도 괜찮아졌겠다싶어서 얼른 집가서 쉬고싶은데 변백현이 끝까지 검사해야한다고 우기는거야. 내가 병원생활 일이년하나? 별거아닌거 뻔히 아는데 자꾸 고집부리니까 더 화가나는거야. "내시경 응급으로 잡아놨으니까, 하고가." "너 되게 오버하는거 알아? 뭔 내시경이야, 내시경은?" "너 수면제 먹은건 알고있냐? 그거 독해서 안돼, 내가 해줄테니까 하고가." "너만 병원근무하냐? 나 너보다 2년 더했어, 이런 케이스 많이 봤거든? 멀쩡한데 돈뿌리지말고 져주는척이라도 해라." 나는 수속밟고 집 가겠다고 원무과가고 변백현은 옆에서 죽어도 확인 못해준다는거야. 저 새끼가 확인을 해줘야 집에 가는데 뻐튕기고 있으니까 중간에 낀 신입간호사만 쩔쩔매고있어. "백현아, 나 이따 11시에 출근해야하거든? 집가서 좀 자게 보내달라고!!" "그러니까 검사하고 바로 가면 될거아냐, 고집피우지 말고 가자 좀, 어?" "너 지금 몇신데? 7시 넘었는데, 마취과 주치의 쌤들 다 퇴근하고 없거든? 그럼 나보고 지금 정신멀쩡한 상태로 내시경하라는 거냐?" "내가 할게, 내가 해주면 되잖아."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변백현한테 콜오길래 얘가 받았더니 검사준비됐다고 오라는 콜인거야. 저거 준비다했는데 취소하면 진짜 열뻗치거든? 내가 해봤으니까 알잖어..그래서 일단 끌려가긴했는데 하기싫어서 의자에 딱 앉아서 안일어났거든. 변백현이 계속 끌어내리더니 안되겠는지 휙 가버리는거야. 그래서 가는구나..하고 있었거든? 근데 저새끼가 지 바로 위에 레지던트를 불러온거야. 그리고 그 사람한테 맡기고 가버렸어. 그렇게 나는 모르는 레지던트앞에서 땡깡을 부릴수없었기에 구역질 백번정도 하면서 내시경 다하고 진심 걍 녹초되서 나왔어. 진짜 어떻게 내가 아무리안한다해도 쌩판모르는 의사한테 지 여자친구 내시경을 맡기고가? 변백현한테 배신감들고 섭섭하고 서럽고 온갖 서운한게 겹쳐서 눈물이 막 나는거ㅠㅠ내가 끝나고 울면서 나가니까 레지던트가 엄청 당황하면서 많이 힘들었냐고 묻는데 진짜..말이라고 함? 무튼 진짜로 끝나서 원무과갔더니 변백현이 와서 확인서명해주는거야. 나는 나대로 화나서 정색하고 아무말도 안하고 변백현은 지 나름대로 화났는지 얼굴 싹 굳히고 쳐다보지도 않고 갔어. 난 집에 갈 힘조차 상실했지.. 그래서 그냥 간호사실가서 자고 일어나서 근무하는데 준면오빠가 우리병동으로 올라온거야. 그러고 실실 웃더니 내 손에 약봉투 하나 쥐어주곤 빤히 쳐다봐. "저녁에 한바탕 했다면서?" "변백현이 그래요?" "아니, 딱 봐도 알겠던데. 뭐 좀 먹었어?" "먹긴 뭘 먹어요, 시간이 어딨어." "라고 변백현이 물어보래." "그 싸이코새끼?" "니가 좀 잘해라, 변백현 요즘 엄-청 치이고 살던데." "지가 제대로 못하니까 치이지, 괜히 욕먹나?" 내가 씩씩대면서 뒷담화 줄줄 늘어놓으니까 오빠가 잘 풀으라고 하면서 갔어. 약봉투 그냥 던져놓고 할게 산더미처럼 쌓여서 미친듯이 자판 두들겼지. 소등하기 전에 인턴들이 병동 한번 죽 도는데 그 시간이 된거야. 어떻게 얼굴을 봐야하지 고민하는데, 변백현이 그 새 올라왔어. 나는 그냥 머리 긁적이고 일부러 모니터 뚫어져라 쳐다봤어. 근데 변백현도 그냥 휙 지나쳐서 가는거야. 원래는 머리라도 한번 만지거나 눈인사는 하고 가는데. 이쪽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치길래 내가 당황해서 순간 멍하게있었지. 원래 싸우면 쟤가 먼저와서 웃고 풀어주고 나는 삐진척하고 그랬는데, 저렇게 나오니 나도 화풀릴리가 없지. 회진 쫙 돌고 의사쌤들 다 빠지고 병실도 소등하고 데스크에 앉아있는데 변백현이 올라온거야. 당연 나는 나한테 올 줄 알고 긴장했는데, 내 반대쪽 데스크에 앉아있던 간호사한테 가더라고. "제 카운터인턴이 콜을 안받아서 그러는데 여자당직실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좀 깨워주시면 안될까요?" "아, 변쌤 카운터인턴쌤요? 깨워드릴게요, 아직 주무시나보네." 나는 괜히 눈만 도륵도륵 굴리고 그렇게 변백현은 내려가버렸어. 혹시 카톡이라도 왔을까 싶어서 계속 폰 확인해도 아무 연락없고. 이런식으로 일주일을 지냈지. 솔직히 엄청 심한 일로 싸운 것도 아닌데 서로 너무 피곤하고 일에 찌들어있다보니 예민해졌던거야. 거기다 변백현은 계속 당직인 것 같았고 그러다보니 나랑 만날시간도 없고. 진짜 일주일을 정신없이 보냈지. 일주일동안 서로 근무도 모르고, 뻑하면 변백현네서 잤었는데 일주일동안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니까 엄마도 백현이랑 싸웠냐고 묻는거야. 수쌤도 응급의학과쌤도 나만보면 인턴이랑 싸웠냐고..그때마다 아니라고 둘러대긴했지. 오늘은 외과 컨퍼런스있는 날이었는데 간호사들도 다 참석하라는거야. 원래 그런건 의사들만 가는뎀. 피곤해서 퇴근하고싶은데 컨퍼런스를 가라니..투덜거리면서 대학동기랑 같이 회의실로 내려갔지. 가서도 피곤하다고 둘이 푸념하고 있는데 동기가 날 푹푹 찌르는거야. 그러고 걔가 가르키는 곳을 딱 봤더니 변백현이 딱 들어오는데, 자기 카운터인턴이랑 들어오는거야. 그게 기분이 되게 묘한게 의사가운입고 둘이 서있음 엄청 잘어울리거든? 거기다 둘이 카운터인턴이라 되게 친하단말야. 그래서 나랑 사귀기 전에는 다른 인턴쌤들이 둘이 잘어울린다고 사귀라고 맨날 그랬었어. "아직도 싸웠어? 좀 풀어라, 요번건 왜이리 오래가?" "몰라..짜증나. 꼭 저러고 들어와야해?" "야야, 둘이 같이 앉는다. 원래 저렇게 친했냐?" "나, 일주일동안 쟤랑 말안했다." "일주일? 뭐야, 예전에는 먼저 와서 애교부리고 그러지않았어?" "이제 식었나보지..남자들은 원래 사귀면 식는다며." "그러게, 밀당 좀 하고 사귀지.." "3달을 밀당했지, 그래서 사귄건데.. 아 모르겠다." 진짜 나는 3달동안 충분히 고민끝에 쟤랑 만나기로 한거거든. 솔직히 김준면빼고는 대학때 나 좋다던 애들도 한달이면 떨어졌단말이야. 근데 쟤는 3달을 좋다좋다 해주니까. 그리고 고등학교때부터 알고지내던 애였으니까 사귄건데. 또 서로 너무 열악한환경 속에 있는데 한사람이 양보를 해줘야 잘 맞지않을까, 근데 서로 스트레스 속에서 사니까 져주는 것도 불가능한게 아닌가 싶고..복잡해죽겠는데 변백현은 다른여자랑 히히덕거리고 있지. 결국 컨퍼런스 내내 집중 못하고 변백현만 힐끗거렸어. 컨퍼런스 끝나고 친구랑 나오는데 진짜 우울한거야. 그래서 발뒷꿈치로 바닥 탁탁치면서 걷는데 변백현이 옆으로 슥 지나가버렸어. 지 카운터인턴이랑 같이.. 내 친구가 그거보곤 내 팔잡고 빨리걸었는데, 변백현이 살짝 뒤돌아보더니 다시 그 여자인턴이랑 얘기하면서 가는거야.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데.. 진짜 변백현이 여자랑 저렇게 오래 붙어있는거 고등학교때 이후로 처음이거든. 퇴근해야하는데 앉아서 생각하다보니 끝이없는거야. 사귀다보면 이렇게 계속 싸울테고, 이러다 헤어지면 진짜 변백현이랑은 모르는사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고..얘는 대체 나한테 뭐가 섭섭했길래 이런식으로 나오나 싶기도 하고. 하도 우울해서 김종대한테 전화했더니 이미 우리 싸운거 다 알고 있더라고. 지금 변백현네 집에 있다고 병원 앞으로 온다길래 알겠다고 했지. 옷 갈아입고 로비에서 조금 기다리니까 김종대가 왔어. 1층에 있는 카페가서 마실거 시켜놓고 앉아서 내가 주절주절 싸우게 된거 얘기했지. "그래서 일주일째 얘기 안한다고?" "어..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오늘 지 동기랑 얘기하는거보면 그것도 아닌것 같아." "동기가 여자야? 변백현이 일주일이면 안좋은 일 있었던거 아냐?." "너한테 연락왔었어? 너 우리 사이안좋은거 어떻게 알았는데?" "..어? 아, 그냥 걔가 요즘 니 얘기 안하길래." 김종대랑 앉아서 그냥 주거니받거니하고 있다가 내가 넌지시 떠봤거든. 근데 김종대가 급 표정 안좋아지는거야. "변백현이랑 그냥 친구로 지낼걸 그랬나봐." "왜?" "그냥, 더 많이 싸우는 것 같고.." "헤어지게?" "몰라. 복잡하다, 엄청." 저기까지 얘기하고 내가 머리 쥐 뜯는데 뒤에서 누가 휙 나오더니 김종대가 일어서는거야. 누구긴 누구야, 이상황에 의사가운입고 튀어나올애가 변백현밖에 더있어? 김종대가 변백현보더니 자리 피하고 변백현이 내 앞에 턱하니 앉아. 내가 당황해서 눈만 굴리니까 변백현이 엄청 피곤한 얼굴로 입을 떼는거야. "일주일동안 시간이 없었어, 진짜." "알아. 나도." "저번에는 내가 미안했어, 내가 너무 예민해서.." "너 되게 변한거 알아?" "섭섭했던거 이해해, 근데 내가.." "니가 변한 것도 이해해. 이제 다 잡아놓은 물고기 격인데 잡으려고 애쓸 필요 있어?" "너 자꾸 비꼴거야?" "나 퇴근해야해, 바쁘신 인턴은 얼른 가봐라. 너 콜 오네." "이따 얘기 좀 해. 잠깐이면 돼, 저녁에 전화할테니까.." "콜 계속 온다, 가봐." "제발..나 진짜 힘들어, 응? 왜 자꾸 너까지 이러냐." "아 알겠으니까, 짜증나게 하지말고 좀.." 내가 짜증 팍 내니까 변백현 표정이 싹 변하길래 아차싶었지. 근데 그때 딱 김종대가 뒤로 와서 내 팔 붙들고 끌고가는거야. 간 줄 알았던 애가 갑자기 나타나서 끌고가니까 당황스러워서 팔 비틀어서 빼냈더니 다시 붙들고 밖으로 나가. 뒤돌아서 변백현 쳐다보니까 뒤늦게 콜받고 뛰어가고있었고. "너 간거 아니었어? 아, 어디가는데!" "변백현한테 뭐라했어?" "뭘 뭐라해!" "내가 들은거 말고, 그 전에 뭐라했냐고." "너 왜이러는데?" "변백현이 일주일동안 왜 그렇게 바빴는데? 변백현이 너한테는 절대 비밀이라그래서, 그래서 얘기안하려고 했는데..." "뭐가?" "변백현 일주일 내내 당직이었던건 알아? 너 억지로 내시경찍었던 날 너 때문에 응급환자 미뤄지고, 그래서 변백현라인 싸그리 욕먹고, 그래서 변백현 일주일당직 죄다 혼자 떠맡은건 아냐?" "아니 무슨 7일을 연속으로..." "쟤 일주일동안 7시간은 잤을 것 같아? 야, 그래놓고 니가 짜증이나? " 아, 백현이가 그렇게 지쳐보시고 나한테 말 걸 틈도 없었던게 나때문이었구나. 다 내탓이었는데..눈물이 막 나려고하는데 진짜 울 자격도 없는 것 같아서 꾹꾹 참고있었어. 김종대는 억지로 화 참고있는게 보이고, 김종대 화난 건 처음봐서 놀라기도 엄청 놀랐지. 내가 막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감싸안듯이 돌려세우는거야. "애 울려고 하잖아, 뭐하는거야." 저러면서 끌어안고 토닥토닥해주는데 울음 터져서 엉엉 울었지. 뒤에서 김종대 한숨소리 들리고 변백현은 김종대한테 계속 뭐라하는거야. 내가 하지말라고 하고싶었는데 목이 메여서 아무말도 못했어. "너는 십년을 가까이 그 짓을 하고도..됐다." "내가 십년동안 왜 미련하게 굴었는데, 김종대." "그거야 니가 말도 못하고," "김종대." "알았어, 알았어." 난 가볼테니까 둘이 풀어, 하곤 김종대는 휙 가버렸어. 그리곤 내가 변백현 가운 깃 잡고 얼굴 파묻은 채로 계속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지. 변백현은 계속 괜찮다고 토닥이고. "괜찮아, 뚝 해봐. 응?" "..많이 혼났어? 또 맞았어?" "안 혼났어, 이제 나 안맞아. 신입 들어왔잖아." "백현아, 미안해..아까 짜증난다고, 내가.." "아이, 자꾸 울어. 김종대 이거 나쁜새끼네." 변백현이 양손으로 얼굴 잡고 손가락으로 눈물 훔쳐주는데 그게 또 너무다정한거야. 또 눈물 날 것 같아서 내가 입술 씰룩이니까 변백현이 또 울거야? 이럼서 쪽소리나게 입맞추는데 나 순간 당황해서 눈물 뚝 멈췄어. "이러니까 뚝하네." "이, 이.. 너 그 여자인턴이랑 친해? 왜 자꾸 얘기해?" "여자? 아, 아..내 카운터. 알잖아, 니가 더 예쁜데 뭘 질투해?" "그래도..아까 컨퍼런스때도 계속 얘기하고.." "여자친구가 화났는데, 어떻게 풀어주나 물어봤지." "..뭐래?" "알려줄까?" 변백현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묻길래 내가 살짝 고개 끄덕였더니 양손으로 얼굴 싹 감싸쥐고 글쎄, 고개를 틀더니.. 그대로..나는 뽀뽀하는 줄 알고 슬쩍 웃었더니 변백현이 표정 싹 굳히고 진하게 붙어오는거야. 나는 당황해서 변백현 가운만 붙잡고있고 변백현은 마치 많은 경험을 지닌 사람처럼 능숙했어..내가 숨차서 살짝 고개 뒤로 빼니까 변백현이 입술에 두번 쪽쪽하고 끌어안았어. "풀렸나?" "이, 이.." "이게 직빵이라던데, 아냐?" ㅡ 많은분들이 13편18편의 행방을 물으셔서..메모장을 뒤져 가져왔슴당!사실제가 편수를 안적어놔서 대충 스토리로짜맞췄는데..(저 마구마구 써놓고 골라올리는거라 써놓고 안올린편도 있구 그래요. ㅠㅠ 혹시 예전부터보셨던분들중에 엇 이거 13편아닌데18편아닌데 싶으심 얘기해줘요♥) 아니 옮겨놓고보니 둘다 싸우는 썰이었움..왜케싸우냐고하지말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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