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海 |
"김 소장 어딨어? 중국에 있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마는 것인지, 자기가 그 사람 못믿고 막 설레발 치는 것인지 걱정이 되면서도 섣불리 행동을 할수가 없어 막 욕을 내뱉는다.
차를 몰아 김 소장이 한국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듣고 그곳으로 간다. 설마 설마 하였더니 애초에 그 지방엔 여관 건물 자체가 없었구 태연이 머물 동안 태풍이 오지도 않았다. 분명히 그 지방에 여관이 두어개가 있다는 지도를 받아 확인하였는데 다시끔 개인적으루 뒤져보니 그곳은 그냥 평야에 정육하는 가게 하나만 있는 것이었다. 수연은 이 운전대를 잡아뜯구만 싶어 손가락이 썩어문드러지는것만 같았다.
이 사실이 소름끼치도록 점점 무서워 지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이딴식으루 있는 사람을 없는 사람 만드는 것을 분명히 알고야 있었는데, 어째서 수연은 믿기지가 않아 천하에 씨팔놈이라고도 해놓지 못할정도로 조급하고 경멸스러운 마음인지. 그래도 조금이나마 믿는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리 쉽게 잊혀지고 지워질 순 없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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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쾅-
그 말에 수연은 홰까닥 돌아 김 소장 목덜미를 움켜쥔다. 근데 제아무리 사랑하는 사람 생각에 쳐돌은 사람이래두, 여자인지라 독 품은 두꺼비마냥 메스꺼운 얼굴의 김 소장이 수연을 확 밀쳐버리자 휘청이면서 가슴이 쿵쾅대며 숨도 맘껏 쉬지를 못한다.
막 달려드는 수연의 머리채를 확 잡아 뺨을 무지 세게 한대 갈기더니 팔을 콱 잡고 그대로 사무실 한켠 캐비닛에 냅다 쳐박아버린다. 수연은 쿠앙 머리를 박고 그 밑으로 고꾸라졌다. 왠만큼 세게 박은것이 아닌지라 얼굴이 뭉개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감각이 없으며,
"썅년이, 보자보자 했드니 분수를 모르네."
그 꼴을 보고있는 피흘리고 있는 여자 속은 따로 설명 안해주어두 알 것 이다.
욕지꺼리 내뱉는 입이 수연 눈에 아프다. 모든것이 아프다.
김 소장이 씨익 쳐웃더니 뺨을 한대 더 갈기니까 수연이 다시끔 고꾸라진다.
사무실 책상 위에 김 소장이 이번에 판 돈으로 바꿨을 새 명패가 보인다. 어떻게 무슨힘으로 기어가서 집어든다.
머리는 헐겁고 뺨은 얼씬거린다. 신발도 벗어던지구 슬금거리며 담배를 피는 김 소장 뒤로 비척거리며 걸어가 그새끼 뒤를 화악 후려친다.
끄악, 하는 소리를 내면서 뒷머리를 부여잡고 담배를 떨군다. 수연이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괴물처럼 연신 그 머리통을 내리친다.
명패가 박살이 나고 그 조각들로 머리통을 쑤시듯이 찔러 이것을 완전히 찢어발겨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살갗을 마구마구 헤쳐놓는다. 저깃저깃 찢겨 나간 손걸레 처럼 사람 얼굴이라는게 그렇게 헐거워 지도록, 피 덕분에 이놈이 고통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친 사람처럼 헤죽헤죽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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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뒤에서 마악 왜앵 하는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뒤쫓아오는 것들이 잘두 따라온다.
수연은 태연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항구로 차를 빠르게 몰았다.
어찌 된일인지 눈물은 나오지가 않구 예상했었던듯이 무언가 하나가 박살난 듯 아려오는 머리를 부둥켜 잡구 아무 생각 없이 바다 옆 고속도로를 주욱 달린다.
항구로 달려들어가 보니 저뒤에서는 벌써 또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저 앞에서는 배 한척이 떠나려는 듯 사람들이 막 올라타구 있다.
혹시, 해서 막 바위들 위를 아슬아슬하게 내려가다가 발을 헛딛고 고꾸라진다. 몸인지 마음인지가 너무 아프고 아파서 흐으으으, 흐으으으 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또 흐느끼기 시작한다.
이미 옷이구 얼굴이구 피칠갑이 되었는데 정신을 놓고 움직이다가 바위들 위로 또 굴러서 이리저리 쳐박고 까져 몸이 말이 아닌데도 수연은 뭔가에 홀린듯이 그 배로 막 기면서 일어나 뛰어가다가 여자들을 막 본다.
거기에, 거기에 누가 있는 것 같다. 이상한 거적대기에 얼굴을 가렸는데 비틀대는 것이 약에 취한듯, 조선족 놈들에게 손목을 끄들리어 배로 옮겨지구 있다.
항구에 경찰들이 차를 끌구 들어와 다 서고 몇놈들이 잡으려는 사람을 잡으려고 바위 위에서 얼쩡거린다.
쫓던 그 여자를 놓지를 못한다. 물론 당연히 이미 팔려나가서 이곳에 없을 몸이라는 것을 알지만 체구도 똑같고 얼굴은 가려두 허여멀겋고 비쩍한 손 때문에 눈을 놓지를 못하여 마구 달려가려다가 경찰들 팔에 확 잡아져 바닥위로 엎어진다.
고개를 바닥에 패대기쳐져 박아지고 손이 뒤루 꺾여 수갑이 채워져도 눈을 떼지를 못하고 있는데,
며칠 전 바로 돈을 건네 주며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하자 걱정말라고 이해하는 표정이었던 그 놈.
그 조선족 놈이 마지막으로 그배에 올라타 이쪽을 본다.
웃지두 않고 그놈도 이쪽에서 멍하니 눈을 떼지를 못한다. 그 눈과 눈이 마주치자 그제서야 울음이 터져나온다. 그럴거면 왜 그때 담배를 피었냐, 그럴거면 왜 그때 그것들을 받아들었냐.
그 사람 한번이라도 안아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이렇게나 내가 몸이 이리 찢겨서 붉어지지는 않았을것을. 눈에서 뜨겁다고 표현하기에도 벅찬 달뜬 눈물이 막 고여오고 입은 하두 어이없는 세상살이에 다물어지지를 못하고 소리도 내질 못한다.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에서 스멀스멀 핏방울이 마구 흘러내리고, 그와 함께 눈물마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만히 눈을 마주보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것이 저이도 이런 일이 많이 있었음에도, 본인이나 어떤 여자처럼 상처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수연은 저 조선족을 향해서도 시팔놈이라고 해놓지를 못한다. 그냥, 그냥 운다.
수연은 떨어져가는 배를 목으로 붙잡을 것 처럼 마구 소리지른다. 김태연-, 김태연-. 하는 소리를 내는데 입 속이 막 뭉개져서 때때, 때때 거리는 소리로 나온다.
그래도 그간 그쪽 덕에 가슴이 좋았다고 얘기를 하여 어찌 달래보려해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여주고, 차마 하지를 못한 말도 많고, 저 사람도 나를 생각할 만큼의 어떤 답도 받지 못했는데. 애석하게도, 멋없게도 그저 사랑에 대한 아쉬움에 자꾸만 자꾸만 울부짖는다.
황해, 그 바다가 모두 울음으로 채워질 만큼 울어제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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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
황해가 끝났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미영이랑 태연이가 같이 한국으로 잘 돌아와서 행복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다시 결말을 바꿔써볼까 생각을 했는데 그러기엔 좀 애착이 덜 가더라구요 ㅠ
근데 끝났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찝찝하게 끝나지는 않겠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되는지는 알아야죠ㅠㅠ 내일이나 일요일날 진짜 마지막으로 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