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거리는 바람이 내 머릿결을 스쳤다 뒤이어 그 바람은 마치 내편이라는 듯 날 감싸 안았고
난 오늘도 내 어장 속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러 간다
오징어가 아닌 어부
사회생활 2년 만에 처음으로 자취를 하게 됐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어장’
지금 내 어장 속 물고기는 여섯 마리 그 중 딱 한 마리 덕분에 자취를 시작하게 됐다
그의 이름은 김종인(19세.3등급) 평범한 19세라면 물고기는커녕 어장 속 해초도 되지 못했을 것 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고삼이라는 의무까지 잊어버리게 할 큰 장점이 있다
그건 재산도 능력도 아닌 낮져밤이 아,아- 물론 얘랑 잣다는 건 아니다
어장관리만 몇 년을 해온 터라 이런 자그마한 추측들은 다 들어맞는다
때는 이주일 전 가장 친한 친구가 사는 오피스텔에 놀러갔을 때 였다
서로 직장을 구하고 너무 바쁜 나머지 얼굴 볼 시간도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연락이 닿아 저녁을 먹게 됐다
아니, 저녁을 먹었다 라기보단 술판을 벌였다가 적당할 것 같다
난 퇴근을 하자마자 친구의 오피스텔로 향했고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을 무렵 술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난 술에 취한 나머지 반쯤 쓰러진 친구를 집에 두고 술 더 사올게 한마디 던지고 바로 지갑을 챙겼다
그대 난 회사에서 입었던 옷은 다 집어 던지고 검정색 민소매에 검정색 속바지 밖에 입지 않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술에 취했다는 비주얼이었다
비틀비틀 거리며 겨우 삼선 슬리퍼를 챙겨 신고 문을 나섰는데
그때 딱 옆집에 들어가는 번듯한 고딩 하나랑 눈이 마주쳤다 그 번듯한 고딩이 바로 김종인이었다
김종인은 아무 말 없이 날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술에 취한 난 예쁜 건 알아가지고 하며 지나쳤다
그때 김종인은 지나치는 내 팔목을 붙잡고 말했다
“그렇게 나가면 누구한테든 먹힐 것 같은데”
다시한번 말하겠는데 난 술에 취해 있었고 옷에 절반은 벗은 상태였다
“진짜 그 꼴로 나가면 나 같은 애한테 먹힌다니까”
김종인은 나를 걱정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를 애매한 표정과 말투로 계속해서 말을 전했다
“남은 옷까지 벗기기 전에 집에 들어가세요”
비틀비틀 거리는 날 친구 집 대문 쪽으로 밀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야 이럴 거면 처음부터 도와주질 말던가
이렇게 난 이 날 홀로 친구 오피스텔 복도에서 잠이 들었다 정말 아무 일 없었던게 다행인듯 싶다
일어나보니 친구가 집을 청소하고 있었고 난 얇은 이불이 덮여진 채 소파에 누워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친구가 날 보더니 인상을 찡그리며 다가와 말했다
“사회생활 하더니 주사가 달라졌나, 뭐한다고 밖에서 잤데”
“아 미안,미안 근데 지금 몇시야?”
“지금? 한 여덟시 됬을려나... 빨리 와서 치우는 거나 도와”
“헐,,,망했다”
여섯시에 일어나서 씻고 집에 들렸다가 출근해야지~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어쩔 수 없이 친구네 옷장을 뒤져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약간 떡 진 머리는 올려 묶어 감추었다
회사 역시 내 어항 속 물고기가 존재하므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신발장에 빨간 구두는 새로 산 거라며 신지 말라는 친구의 말을 무시한채 난 빨간 구두를 신고 문을 나섰다
그때 왠 고딩이...아, 어제 봤구나
“어? 안녕하세요”
어제 밤과는 다른 톤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어젠 잘 들어가셨나봐요”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었다
어제와는 전혀 다른 남자가 서있었던 것 같았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칠 층에서 지하까지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이 고딩은 잘생겼고 키도 크고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거 보니 집도 어지간히 사는 것 같고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지도 않고 거기다가 낮과 밤이 다르다
하지만 얘는 고딩인데 잘못하면 철컹철컹... 내가 언제부터 이런 걸 상관 썼다고ㅎ
난 이때부터 필름이 끊긴 척을 했다 이 고딩에게 내 컨셉은 약간은 허술한 커리어 우먼
얘는 오늘부로 내 물고기로 확정이다
이름: 김종인
나이: 19세
특징: 낮져밤이
컨셉: 빈틈있는 커리어 우먼
-얘는 내가 자기 옆집에 사는 누나인 줄 안다-
처음 쓰는 거라 서툴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종인이의 낮져밤이는 날이 갈수록 더해질 거예요 아마..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