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영화가 끝나고 점심을 먹었다.옆에 중국집에서.지금 생각해보면 참 생각없이 메뉴를 골랐다. 이런 중요한 기회에 자장면을 먹을 생각을 하다니, 자장이 묻기 참 쉬운건데. 이에 끼기도 쉽고.어쨌든 둘이서 마주보고 자장면을 먹었다. 뭐 역시 더할나위 없이 어색하긴 했지만... 맛있게... 맛있는 자장면...52.계획한 모든 것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남은 팝콘박스를 팔에 안고 하나씩 집어먹으면서 가는 길이다.초록불이 2~3초가량 남은 횡단보도가 있었다. 난 당연히 다음 신호를 기다리려고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았다.건너자, 하고 달려나갔다.정말 작은 건널목이긴 했지만 엄청 길게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내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보고 있더라. 그 때가 정말 설렜던 이유는, 손이 아닌 손목을 잡아준걸 보고 배려심을 느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뭐 알고보니 그냥 잡히는대로 잡았던 것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53.아무 말 없이 어색한 분위기로 집을 간다는 건 겪어도 겪어도 불편한 일이다. 팝콘만 하나씩 하나씩. 땅을 쳐다보았다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가. 가끔씩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길을 걷던 도중, 그가 입을 열었다.「000, 저기.. 있잖아.」..「너만 괜찮으면 우리.. 다시 사귈래?」그를 쳐다보았다. 아 싫음 말고..라는 그의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그러자고 대답했다. 남자가 이왕 고백할거면 용기있게 끝까지 밀고나가면 되지. 나만 그랬던게 아니라 그도 많이 소심했다. 둘 다 소심해서 이제야, 다시 이어진 인연이었다.그렇게 그와 나는 첫 데이트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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