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브 투게더 !
: 같이 살다, 함께 지내다
커피 자국이 묻은 유리 테이블을 조금 쎄다면 쎄게 닦아댔다. 뭐 이렇게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는지. 갈빗집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꺼라 생각했던 예전의 내가 원망스럽다.
" 여주야! 여기 설거지! "
" 네! 지금 갈게요! "
속으로 열불이 터졌다. 또, 또 저 재수없는 김지은. 도대체 하루에 몇번이나 불러대는건지. 난 정말 이해할래야 이해 할수가없다. 같은 돈을 받고,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일뿐인데 저 고약한 년은 내가 이 카페에 처음 들어왔을때부터, 알바에도 선배, 후배가 있다며 별 말도안되는 소리를 나불댔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김지은을 싫어한건 아니였다. 선배다 뭐다해도 날 힘들게 하지는 않았으니까. 근데 요즘엔..
" 여주야, 빨리 해야지 "
" 네 "
지가 해야될 일을 시키질 않나, 옆에 와서 별 고나리를 하질 않나. 나는 끼고 있던 빨간 고무장갑으로 김지은의 양 볼을 치고싶은 생각을 꾸욱 억누르고는 가식적으로 웃으며 김지은의 고나리에 열심히 대답했다. 아, 그냥 눈 딱감고 이 세제거품 김지은한테 부어버릴까.
" 아빠! "
세상은 정말 엿같다. 내가 알바 초반부터 지금까지 김지은에게 찍소리도 못하고 끙끙대는 이유는 정말 짜증나게도 김지은이 사장님 딸이라는거 때문이다. 사실, 김지은이 사장님이라는 빽만 없었다면 몇번을 대들고도 남았을거다. 나는 거품을 뭍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짜증나.
" 여주꾸미~ 여기있었네? "
인상이 저절로 찡그러졌다. 하필 기분 안좋을때 변백현 목소리라니. 나는 옆까지 다가온 변백현을 쳐다도 보지 않고 꿋꿋이 설거지에 집중했다. 그러자 변백현이 입술을 쭉 내밀곤 지금 무시하는거냐며 삐진듯 말을 했다.
" 나 오늘 기분 매우 안좋으니까 조용히 꺼져라 "
" 기분이 안좋아? "
" 어 "
" 왜 안좋은데? "
" 니 알바세요? "
" 제시카 알바? "
이 미친새끼가 진짜. 나는 하던 설거지를 잠시 멈추고는 변백현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하지만 변백현은 놀라지도 않고 태연하게 박수를 두어번 쳐대며, '존나 일찐이세요?' 라며 비꼬아 댔다. 내 예상으론, 오늘 좀 최악의 날이 될거 같은 기분이다.
" 내가 꺼지라고 했어 안했어? "
" 왜 기분 안좋아? "
" 말 돌리지 말고 "
" 말을 왜 돌려? 말 무거워서 못돌려 "
씨발새끼가 진짜. 진짜 변백현은 내 혈압을 높이기 위해서 태어난거같다. 어릴적부터 나를 빡치게 한걸 보면. 잠깐 변백현(또는 개새끼)의 설명을 좀 하자면, 변백현과 나는 소꿉친구다. 부모님끼리도 소꿉친구이고. 내가 변백현을 처음 봤을때가 5살쯤이였던거 같다. 그땐 변백현이 이렇게나 또라이일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무작정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댔다. 진짜 너무 잘생겼었으니까. 그런데 나에게도 칭찬을 해줄거란 내 예상을 처참히 부시고, 변백현은 '나도 알아' 라는 짤막한 대답뿐이였다.
그 뒤로부터 변백현이 남자로 안보였던거 같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터라, 학교에서 마주치면 서로에게 욕을 하는건 일상이였고, 매일매일이 전쟁이였으니까. 안싸우면 허전한 사이라고 하면 조금 이해가 되려나.
" 야 진짜 좀 가라고 "
" 아 진짜, 나도 가고 싶은데, 지금 카운터로 나가면 김지은이 또 말건다고! "
변백현은 답답한 듯 와이셔츠 깃을 펄럭거리다가 내가 설거지를 너무 못한다며 나를 슬쩍 밀치고는 맨손으로 설거지를 했다. 좀 고맙긴 했는데, 김지은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서 초조했다. 아, 그러고 보니, 김지은이 나한테 질투를 해서 이렇게 힘들게 하는건가? 그럼 지금 당장 변백현이랑 쌩까면 이 지긋지긋한 설거지 안해도 되려나.
" 야 똥백 "
" 왜 "
" 아무래도 김지은이 나 질투하는거 같애 "
" 뭐래 "
" 내가 너한테 말걸면 김지은이 존나 째려본다니까 "
" 우연의 일치겠지 "
" 아니라니까. 내 예상이 확실해. 그러니까 우리 오늘부터 절교하는건 어떨까 "
" 그건 안돼 "
" 왜? "
" 난 김지은이랑 잘 될 생각 없고, 김지은보다 니가 더 재밌어 "
변백현은 앞치마를 툭툭 털고는 주방에서 나갔다. 변백현이 나가고 변백현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좀 기분이 나쁘다. 내가 놀리기에 더 재밌다는거잖아. 저 새끼가..
***
" 여주씨 이리와봐요 "
알바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김민석이 주방에서 무언갈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나는 어제일도 있었고, 아무래도 어색한 기분에 방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그런 나를 뜬금없이 붙잡은 김민석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는 김민석이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면에선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
김민석은 날 보곤 잠깐만 식탁에 앉아있으라고 하고는 또다시 무언가에 집중을 했다. 나는 도대체 뭘 하는걸까 싶어서 바쁘게 움직이는 김민석의 팔 사이로 보이는 물체를 자세히 보았다. 그 물체는 ' 본죽 ' 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는 플라스틱 통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통 안이 깨끗하게 비어져 있었다.
" 이게 뭐에요? "
" 아, 죽이에요 "
한참 동안이나 바쁜 김민석의 등짝만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 그릇에 무언갈 담는 김민석을 보니, 순간 환호성을 지를뻔 했다. 카페가 애매한 시간, 그러니까 밤 7시에 끝나서 저녁을 먹을까 말까 고민을 수천번 했는데, 이렇게 요리를 해주니 너무 고마울 따름이였다.
김민석이 내 앞에 그릇을 놓자마자, 나는 얼른 숟가락을 들고는 김민석의 대답을 기다렸다.
..죽? 왠 죽이지. 하지만 나는 지금 배가 무지하게 고픈 인간이기에, 무언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들고 있던 숟가락으로 죽을 조금 프고 입으로 갖다댔다. 와, 진짜 맛잇다.
" 근데, 왠 죽이에요? "
" ...여주씨 어제 아팠잖아요 "
김민석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제, 아니 엊그제만 해도 서로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건 일상이였는데. 지금은 김민석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거는것도 모자라 나를 걱정해준다. 처음부터 선 그었던 그 김민석이.
나는 괜스레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김민석을 향해 웃어보이며 '고마워요, 신경써줘서' 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김민석이 뒷 목을 긁적거리며 '아니에요, 겨우 죽인데..' 라며 말 끝을 흐렸다. 김민석은 굉장히 부끄러운지, 귀가 빨갰다.
" 근데 오늘따라 왜이렇게 맛있어요? "
" ...그럼 그동안은 별로였다는 거에요? "
" 어, 아니, 그거는 아니고..그러니까.. "
" ㅋㅋㅋㅋㅋ당연히 별로였겠죠. 저 요리실력 꽝이에요 "
" 근데 왜 했어요? 그것도 꼬박꼬박 "
" 여주씨 계약서에 쓰여져 있었잖아요. 밥 당번은 돌아가면서 하되, 요리는 직접한다 라고 "
" 그랬나.. "
나는 죽을 입에서 오물거렸다. 진짜 먹을수록 맛있다. 그냥 맨날 아파버릴까.
" 근데 오늘은 약속 못지켰어요 "
" 왜요? "
" 사온거거든요. 죽 "
나는 죽을 오물거리다 말고 피식 웃었다. 아까 본죽이라고 크게 쓰여져 있던 플라스틱 통이 생각이 나서.
" 다 먹으면 불러요. 내가 옆에서 계속 쳐다보면 체할지도 모르니까 "
" 어! 근데 저녁은 먹었어요? "
" 아..그게.. "
" 안먹었어요? 그럼 이리와서 같이 먹어요. 죽 많으니까 "
나는 죽을 오물거리며 김민석을 향해 새 숟가락을 내밀었다. 그러자 김민석이 숟가락을 손에 쥐고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많이 배가 고팠던듯 죽을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잘 먹네. 나는 김민석을 보며 살짝 웃었다. 근데, 그거 아려나. 밥 같이 먹은거 오늘이 처음이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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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백현이가 나오고 카페가 나와서 놀라셨죠!
제가 글을 쓰다보니 여주가 뭘 하고 사는지를 하나도 안썼더라구요. (민석이는 나중에 밝힐 예정!) 그래서 오늘 한번 여주의 소꿉친구도 공개해보고, 여주가 알바생이라는것도 공개해봤어요.
일단 여주가 알바하는건 대충 나왔으니까, 여주의 구체적인 소개를 하자면 여주는 휴학생이구요, 나이는 23이에요. 그러니까 백현이도 23! 그리고 민석이는 25살로 잡았어요. 실제나이로! ㅎㅎㅎ 민석이 직업은 나중에 공개할 예정이에요. 아, 그리고오늘 공개된 백현이는 여주와 민석이 사이에 껴서 삼각관계를 이루진 않을거에요. 그렇게 큰 비중이 있는것도 아니고..!
근데 글 내용이 너무 심심하다 싶으면 갈등을 넣어야 겠죠..!
아 너무 졸리네요ㅠㅠㅠㅠㅠㅠ그럼 사담이 너무 길어졌으니까 여기까지 쓰고! 오늘도 역시나 독자님들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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