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지독했다. 밤새 내린 비로 습기를 뿜어내며 기분 나쁜 축축함을 가득 담고 있는 골목길은 형상 하나하나조차도 지독했다. 그곳에서 풍겨오는 짙은 냄새까지도, 지독했다. 아아ㅡ 작은 신음을 흘리던 민석이 탁한 빛을 내고 있는 끈덕진 액체가 망울망울 맺혀 있는 시멘트벽에 쓰러지듯 기댔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찬찬히 눈을 떴을 땐, 엉겨버린 붉은 액체로 한껏 물든 차가운 주검 몇 구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올라오는 토기와 함께 금세 텁텁해지는 목에 수분을 찾아 갈무리하던 민석이 아직까지도 멎지 않고 울컥울컥 토해내듯 잔뜩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에 침을 꼴깍, 삼켰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채 일으키지 못하고 다리를 질질 끌며 기다시피 주검에 다가가는 민석의 몸이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을 뻗으며 느릿느릿 붉은 형상에 다가가는 민석의 손이 불현듯 순식간에 나타난 무언가에 잔뜩 짓이겨졌다. 꾸욱, 민석의 더럽혀진 손을 축축한 신발 밑창으로 세게 짓밟으며 갈증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민석을 강하게 저지시키는 몸짓에 민석이 고통을 토해내듯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민석을 한껏 내려다보는 버건디 컬러의 짙은 눈동자가 암흑에 반짝이고 있었다. 차오르는 눈물을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짓누르듯 꼭 깨물던 민석이 한 어절 한 어절, 힘겹게 그를 향해 애원하듯 물기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이, 이거, 놔….” “……….” “더 이상은 못해, 너에게 무엇도 내어주고 싶지 않아. 윽, 나, 차라리, 나도, 뱀파이어가 돼서…” “네가 뱀파이어가 되면.” 날,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민석을 조롱하듯 감정 없이 속삭이는 루한의 굳은 음성이 지독한 냉기를 품고 있었다. 엎어진 저의 몸을 일으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힘을 쓰던 민석의 몸짓이 멈췄다. 민석이 찬찬히 고개를 들어 암흑 속에 도드라진 뱀파이어의 붉은 적안(赤眼)을 마주했다. 민석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뱀파이어의 적안이 심히 일렁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갈등하듯 미묘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던 뱀파이어는, 끝내 민석에게 달려들고 말았다. 넌 평생 죽지 않아, 내게 목을 내어주는 이상. * ‘더러운 뱀파이어한테 피를 내어주는 더러운 새끼’ 민석의 뒤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문장은 학교의 선생들도, 원흉인 루한도, 민석 본인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학교의 아이들은 언제나 민석을 조롱하고, 깎아내렸다. 어김없이 민석이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저들끼리 키득대며 들으라는 듯 떵떵거리는 큰 소리로 험담을 늘어놓는 그들은 민석의 눈동자에 그리 깊숙이 박혀있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러나 애써 그들을 ‘비겁한 것’ 으로 칭하며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이기에는 민석은 여전히 너무 어렸다. 또래들과 다를 바 없는, 성숙하지 못한 미숙한 소년이었으니까.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선 교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인간들이 공부하는 교실은 뱀파이어의 교실과는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미래가 된 현재는 어느새 뱀파이어와 인간의 공존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석은 좋아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와 같이 쫓아다니는 문장은, 그 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괜스레 메어져 오는 가슴께를 세차게 두드리던 민석이 문득 투명한 창밖으로 보이는 검붉은 하늘을 바라봤다. 낮, 그러니까 환한 낮을 만들어 주는 태양의 존재는 이미 잊혀진 지 오래였다. 버건디 컬러로 짙게 물들어진 하늘은 이미 인간들의 사이로 완벽히 스며들어 버렸다. 그리고 인간은,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물들여지고 있었다. 민석은 생각했다. 어쩌면 세상은, 뱀파이어와 공존하는 세상이 아닌, 뱀파이어의 세계에 뒤덮인 세상일지도 모른다고.-자느라 멜림픽에 참여하지 못해 광탈당한 기념으로 매우 다크한 뱀파이어물을 써봤어요 하하하! 다.크.다.크매우매우 짧은 단편입니다. 상중하로 나뉠 예정이에요.. 아닐 수도 있고.다음 글[EXO] 암호닉 물갈이 완료12년 전이전 글[EXO/세준] 피에타(Pieta) 05 完12년 전 김민석(1,만두)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백도] WAR 下 812년 전위/아래글[EXO/백도] WAR 下 812년 전[EXO/백도] WAR 上 2212년 전[EXO/세준] 옆집_형이랑_집에서.txt 28012년 전[EXO/루민] Burgundy Color 中 2412년 전[EXO] 암호닉 물갈이 완료 4712년 전현재글 [EXO/루민] Burgundy Color 上 3212년 전[EXO/세준] 피에타(Pieta) 05 完 2312년 전[EXO/백도/찬종] Company people 07 2812년 전[EXO/세준] 피에타(Pieta) 04 2312년 전[EXO/세준] 피에타(Pieta) 03 2712년 전[EXO/세준] 피에타(Pieta) 02 2512년 전공지사항[EXO] 암호닉 물갈이 완료 4712년 전[EXO/첸민/카세] 싸이코 연중 공지 812년 전암호닉 관련 공지 812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