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a
신부(神父)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신부ㅡ
03
텅 빈 미사실 내부엔 세훈과 준면 둘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로 양쪽 끝에 앉아 각기 다른 표정을 내비치고 있는 둘의 감정은 묘하게 교차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젠 대놓고 몸을 틀어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준면의 모습을 바라보던 세훈이 입을 열었다.
“신부님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세훈의 부끄러운 물음이 미사실 내부를 가득히 채워 울려 퍼졌다. 세훈의 물음에 작게 몸을 떨던 준면이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듯 감정 없는 표정으로 눈을 찬찬히 치켜뜨며 대답했다.
“신부는 사랑을 할 수 없단다.”
“그래서 신부님은 없다는 소리예요?”
“그래.”
“거짓말.”
…날, 사랑하잖아요. 웃음기 서린 세훈의 낮은 음성에 준면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전히 앞을 향해 있는 준면의 몸이 작은 움직임으로 떨리고 있었다. 세훈이 벌떡 일어나 준면에게 느린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세훈이 저의 바로 옆까지 오는 순간에도 준면은 세훈을 쳐다보지 못한 채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세훈이 부드러운 손짓으로 준면의 등을 작게 쓸었다. 준면이 찬찬히 고개를 돌렸다. 세훈의 표정이 잔뜩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이었다.
“…아!”
준면의 몸이 차가운 미사실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것은.
준면의 가냘픈 등판을 지분거리는 세훈의 손길이 위태롭고, 끈적했다. 아ㅡ 저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내뱉은 준면이 깜짝 놀라 양손으로 저의 입을 틀어막았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준면의 손이 안타깝게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저의 귓가에 옅은 숨결을 내뱉는 세훈에 준면이 세훈의 단단한 팔을 꼬옥, 쥐었다. 반짝이는 세훈의 눈빛이 준면을 향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님이 보고 계신다, 그만…”
“괜찮아요, 신부님.”
신부님을 탐한 벌은, 제가 다 받으면 되니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생긋 웃으며 말하는 세훈의 말에 준면의 표정이 미약하게 일그러졌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행해지는 장면에 수치심을 가득 느낀 준면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네가 이곳에 나오는 이유가 뭐지? 다 하느님의 은총(恩寵)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애써 떨리는 음성을 진정시키며 힘겹게 말을 꺼내는 준면의 말에 세훈이 씨익, 입꼬리를 잔뜩 말아 올려 미소를 지었다. 필요 없어요, 그런 거.
“저는, 신부님을 보기 위해 나온 거였으니까.”
더 이상 신자가 아니게 된 소년의 손길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산산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준면의 몸이 십자가 앞에 무릎 꿇었다. 준면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심히 떨리고 있었다. 결국, 죄악을 저지르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신자라고 속이는 자와 함께. 아무렇게나 대충 추스른 옷가지 사이로 보이는 준면의 하얀 살결이 이곳저곳 붉은 자국을 보이고 있었다. 옷을 잔뜩 여미며 입술을 꽉 깨물던 준면이 결국,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죄스러웠다. 죽어버리고 싶었다. 한 번도 신부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죄악을 저지른 모든 원흉은, 저입니다. 평생 주님의 곁에서 주님을 모셔야 하는 제가 큰 죄악의 원흉입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부디, 소년에게만은, 자비를 베푸소서……. 한 어절 한 어절 힘겹게 토하듯 내뱉는 준면의 음성이 무척이나 애처로웠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저를 속인 소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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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개인 블로그와 인티 글잡에서 동시 연재되는 글입니다.
* 이 글에는 브금을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털썩.
단편을 목적으로 쓴 글이다 보니 벌써 하이라이트가 나와버렸네요.. 으앙.
그냥 쓴 김에 3편도 올리고 쉬려고요!
독자님들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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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