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빨리 OR(수술실)잡아!"
응급실로 뛰어들어가니, 한 쪽 침대가 비명과 울음소리가 섞여 난장판이다.
주부인 듯 싶으신 분이 믹서기에 손가락이 절단되었는지 한 쪽 손가락이 아예 절단되어 실려왔다.
"인턴, OR잡고, 성형과 신경과 아무나 불러. 아까 김준면선생님 뵜는데. 그리고 마취과도 연락하고 "
"네"
틈바구니 속으로 헤쳐 들어가니, 당직 근무 중이었던 응급의학과 쪽 선생님이 오더를 내린다.
![[EXO] 대한민국의 의사로 산다는 것은, 0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4/a/84aba84e3b3fe02b02933edd49c34c55.jpg)
순식간에 침대가 수술실로 옮겨지고, 수술실이 분주해진다.
응급실 당직인 세훈이는 인턴이 없을 때 수술실에 들어가므로, 내가 대신 들어갈 채비를 한다. 하루에도 몇번을 소독칠을 하는건지.
소독칠을 하고 메스도구를 정돈한 뒤, 순식간에 찍혀 들어온 X-Ray 파일을 정돈한다.
전신마취를 한 환자가 들어온다. 흰 붕대는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지고, 붕대를 풀러 수술부위를 고정시켜 놓는다.
절단사고의 경우 신경의 복구도 중요하고, 손가락을 이으는 봉합도 중요하다.
나란히, 백현 치프와 김준면 교수가 들어온다. 교수가 없을 시 치프와 레지던트 4년차는 수술권한이 있다.
마스크를 씌워 드리고 가운을 입히니, 수술이 시작된다.
"사고시간"
"지금부터 한 2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믹서기?"
"네. 믹서기에 갈린것 같네요"
"아이고-참"
돋보기를 쓴 백현 선생님이, 이리저리 매만지며 여러 질문들을 하고, 접수받았던 인턴이 사고경위를 알려주자,
쯧쯔- 하며 혀를 찬다. 그래도, 공장기계에 의한 절단은 노답이다. 절단이 되면서 신경을 다 뭉게버리기 때문에, 완벽히 복구를 못시키거든.
믹서기는 순식간에 절단을 하는 바람에(?) 그래도 공장에서의 절단보다는 복구가 쉽다고들 한다.
"여기, 여기를 좀 이어서 묶고, 곁신경은 어느정도 복구 되겠지. 뼈는 교수님이 붙이셔야 할것 같고... 여기 잘 붙잡고 있어.석션. 잘 해라. 괜히 엄한 신경 빨아드리면 죽어"
이리저리, 절단면을 보고는, 곧바로 봉합수술을 시작한다.
뼈와 굵은 신경들을 이어 봉합하고, 김준면 교수님도 이어서 수술을 하는데,
"야, 똑바로 고정시켜!"
순간 석션을 잡고 깜박 하고 잠이든 인턴이 벼락을 듣는다.
백현쌤도, 준면교수님도 모두 밝고 좋으신 분이다. 수술가운만 입을 때만 빼고.
수술가운 입고 미친 완벽함은 김민석 교수가 지존이지만, 그 선생에 그 제자라고, 백현쌤도 장난아니게 사포다. 김준면교수님은, 나지막하게 얘기하는데, 그게 더 소름돋고.
다섯시간의 봉합수술이었다.
정리하는 수술실을 나와, 보호자들에게 환자 상태를 보고하고, 샤워를 하고 인턴실로 복귀하니, 아침 9시를 훌쩍넘어가 밝아져 있다.
"환자 어떠냐"
"괜찮아. 그래도 시간 별로 안지나서 신경 별로 안죽었다고 재활 잘 받으면 사는데 큰 지장 없을 거라더라"
"다행이네"
"회의 몇시였더라"
"10시. 좀 눈 붙여"
병원에는 교수회의, 병원전체회의, 간부회의, 과 회의, 주 회의, 월 회의 등등 여러개가 있다. 이중에서 인턴들이 들어가는 회의는 주회의와 월회의, 그리고 지정 인턴이 참가하는 레지던트 회의가 있다.
지랄맞게도 오늘은 주회의였다.
주회의라 하면, 인턴하고 레지던트들 탈탈 털리는 날이다.
그 주에 들어온 응급환자들을 다 교수들께 보고하고, 호전 상태를 확인하고.
처리 잘못되었으면 오더를 내린 레지던트들이 줄곧 털리는데, 그러면 이제 오더 받은 인턴들이 존나 까이는거다.
가끔, 당직중에 실무처리가 잘못 되었을 경우나, 환자에게 투여되어야 할 약도 기록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그냥 그자리에서 화형 한번 당한다 생각하면 된다.
9시가 넘어가는데 10시 회의라. 지금 자면 아마 못일어날 것이다.
눈 좀 붙이라고 눕히는 세훈이의 손을 뿌리치고 커피포트로 가니, 독한 년이라며 혀를 찬다.
나는 쪽잠을 못자. 잘라면 두시간 이상은 자야된다고.
반 유체이탈 상태에서 중얼대니, 힘내라며 박카스를 하나 준다. 응급실에 왔던 할머니가 주셨다면서.
요즘엔 박카스에 하트모양 스티커도 붙여서 나오나- 소아과 게시판에나 붙여있을법 한 작은 빨간 하트 스티커가 삐뚤게 붙여져 있는것을 보고 무심코 생각했다.
할머니가 붙여서 주셨나?
"아, 또 뭔 저녁식사입니까,"
"잔말말고 따라와. 오늘은 절대로 못 빠져나갈거다"
"아, 저 어제 들어온 환자 확인해야해요. 못갑니다"
"준면아"
"네"
깊은 병원장의 한숨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준면이다.
30살에 대학병원교수라.생각도 못하는 젊은 나이이다.
김민석 박찬열도 마찬가지이고, 그 셋은 그들과 같은 레벨의 교수들 중에서 역대급으로 최연소일 것이다.
과학고에서 조기졸업을 하고, 특기자로 군대를 스킵한 뒤, 그냥 모든 시험을 한번에 통과한, 그 해에 동시에 세명이나.
사실, 저들 밑에 있는 치프들도 원래 따지면 인턴이나 레지던트 1년차여야 하는데 3,4년차들이니 모두 비현실적인 나이이다.
준면 세대부터 대거 들어온 과학고 조기졸업자들은 1년 일찍 졸업하면서도 시험도 빨리 통과해서 점점 더 의사의 연령을 낮추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튼 그렇게 뛰어난 아들이 자기의 명예를 물려받아 병원의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으나, 어떻게 그렇게 제 어미를 닮아서는,
"안갑니다. 아버지."
심지어 과장끼리와의 저녁식사조차도 모두 거부하는 아들놈 덕분에 여간 속이 썩는것이 아니다.
"준면아, 요즘 이 애비의 힘이 과거와 같지 않아"
",,,,,"
"빨리,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너한테 나눠 주고 싶다. 김재준이 이 자리를 가져간다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깨"
"걱정마세요. 민석이도 이 자리 관심 없습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야"
"......아버지"
"하여간 그런 쓸데없는데에는 네 엄마를 닮았구나"
"...그런 엄마를 사랑하셔서 저를 만드신것 아닙니까?"
"이..!"
순간 들어올려진 손에 살짝, 눈을 감으니, 한숨과 함께 손을 내리는 아버지.
가장 건드려서는 안되는 곳을 요즘들어 건드는 준면도, 그 곳이 건드려지는 아버지도 모두 편치 않는 순간이었다.
준면은 사실 지금 현 병원자의 부인의 아들이 아니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첩의 자식이라는 자가 김준면이다. 아니지, 본부인이 준면의 어머니 되는 사람이고
순하고, 여자다운 준면의 어머니를 가장 사랑했지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강한 여자와 재혼을 하고 준면의 어머니를 외면했던 아버지였다.
그것을 다 알고도, 가장 싫어하는것을 어거지로 시키면 어쩔수 없이 빼드는 칼이 그것밖에 없다.
"네 뜻이 그렇다면 굳이 강요해서 자리를 만들고 싶진 않아. 하지만 곧 후회할꺼다. 의사라는것은 의술로만 되는게 아니야"
"제가 의술로도 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만큼, 준면의 제 아버지의 생각을 반증해 보이겠다는 생각은 굳셌다.
"아버지 호출때마다 술마시네. 병원 임원 선거기간에는 병원 출근을 안하시게?"
"저자식이 꼭 남일처럼 말하네. 새꺄. 다음 차례는 너야 임마"
"아.......썅"
"복잡한 것들. 그냥 나처럼 다른 병원으로 확 취직을 했어야지"
"꼭 니네쪽은 너를 내놓은 자식 취급하는 것처럼 말한다?"
"내놨지. 집을 안들어가잖아~ 그렇게 내놓다가 또 임원 선거나 기업 채택기간에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되지. 씨발"
"니가 고딩이냐? 말끝마다 시발시발 거리고. 하여간 철 덜들은 놈"
"아 몰라. 나도 존나 복잡해요. 이번주가 할머니 생신이라고. 거기 가면 이제 두달만에 아버지 보는건데. 뻔하지 뭐"
퇴근하자마자 민석과 찬열을 끌고 한마디 말도 없이 소주를 들이키는 준면을 한심하다는듯이 한마디씩 내밷는 그들.
아니꼬운 시선으로 한마디씩 툭툭 뱉는 그들이지만, 환경이 비슷하기에 그 누구보다 준면을 이해한다.
찬열의 아버지도 옆 대학병원의 한가닥 하시는 임원이다. 집에만 가면 그렇게 연줄을 이어보겠다고 기를 쓰는 아버지가 짜증난다며 성질을 부리곤 했었다.
"어, 이쁜이다. 이쁜이"
".....쟤 우리병원 인턴 아니야?"
"인턴 2년차. 김여주."
"..미친놈. 쟤도 너 알아?"
"아니. 나만 알아. 도경수한테 선생님, 선생님 그러면서 웃는거 보면 착하기도 하고.
회의록 작성해 오라고 막일도 시켰는데, 밤새서 다 해가지고 오더라. 착실하니 완전 내스타일이야."
".......술이나 마셔라."
숨가쁘게 바쁜 해를 지나고 막 숨을 돌려 여자에 휘둥그레지는 레지던트 3년차도 이정도 팔불출은 아니겠다-
일주일에 한번 있는 퇴근날인지, 포장마차 뒤로 지나가는 인턴을 보며 신상을 읊는 박찬열을 보며 민석이 혀를 끌끌대며 술을 부어준다.
저 덜렁이가 뭐가 좋다는거지- 민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늘도 인턴 2년차라는 애가 주사기에 약 정량을 잘못해서 환자한테 들이부으려던것을 간신히 막았었다.
얼굴은 곱상하면서도 야무지게 생겨서는, 어째 저렇게 사람의 관심이 필요한지,
게다가 저 자신이 생각해도 안쓰러울 정도로 자신한테 많이 걸리는 여주였다.
습관적으로 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경수의 차로 보이는 차에 타는 김여주를 쓰윽- 훑어본다.
아무래도, 박찬열만 찜한게 아닌것 같다.
오랫만에 퇴근이라는 것을 한다.
퇴근이라고 해봤자 PDA를 최대로 켜놓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병원 옆에 붙어있는 원룸에서 자는것 밖에 없다.
회의 차트들을 챙기고 나와서 천천히 포장마차 지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여어- 김여주!"
"...어! 경수쌤!"
빵빵- 클락션에 뒤를 도니, 빙글빙글 웃으며 손을 흔드는 경수선생님이 계신다.
"퇴근이야?"
"네. 한달만이네요"
"우아. 좋겠네. 집 어디야, 태워줄께. 여자가 이밤에 막 혼자다니고말이야. 그러면 안되요!"
소아과 선생님도 아닌데, 어찌나 말투가 조근조근한지, 스리슬쩍 웃음이 나온다.
"그럼, 실례좀 할께요-"
언능 타! 결국 한소리를 듣고서는 앞좌석에 타니, 여유롭게 우리집 쪽으로 차를 모신다.
경수쌤은, 아무래도 인연이 깊다. 아니, 그 김종대 변백현 도경수, 그 삼총사와 인연이 깊다고 해야하나?
레지던트계의 김민석김준면박찬열이라고 하던가- 이들과 다른점은, 아무래도 존나 시끄럽다는것...?
그게 나와 잘 맞았던것 같다.
인턴 1년차, 아무것도 모른 채 떨렁떨렁 응급실 당직을 서는 날, 이 셋은 레지던트 2,3년차였고, 우연히 날짜가 같아 나란히 당직을 맡는 날이 많았다.
아마 그 셋이 교수 3총사와 같았다면, 어후. 생각만해도 소름돋는다.
항상 의사 가운을 펄럭펄럭대면서 뛰댕기며 몸싸움을 불사르는 백현쌤과 종대쌤. 그 사이를 중재하는(발로 차서 제지하는) 경수쌤.
그래도 맨날 막내인턴~막내인턴~ 이러면서 많이도 챙겨줬었다. 이럴땐 저렇게 빠져나가는거야. 이런건 안하는게 좋아...뭐...이런...거...
"그래서, 제가 막 주사로 약을 투여를 하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막 김민석 교수님이...'미쳤냐!!!!' 막이러는거에요"
"어휴. 그래서?"
"아 그래서...뭔가 하고 봤더니, 제가 용량을 제대로 안맞춘것 있죠? 아진짜. 이런건 인턴 일주일차도 안하겠다면서 엄청 깨졌어요"
"에구. 호되게 당했겠네. 하필 김민석교수님이야. 왜.ㅋㅋ"
경수쌤이랑 얘기를 하면,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맞장구도 들을 만 하다. 한마디하면 얼쑤~하고 추임새를 넣어주고,
한마디하면 좋다~하고 감탄사도 넣어주고ㅋㅋㅋㅋ
쫑알쫑알, 오늘 김민석 교수에게 깨진걸 다 털어놓다보니, 어느새 집 앞이다.
"아~ 가기 싫어요!"
"얘봐봐. 가기싫어요? 어떡하지? 그럼 우리 여주 집에 들릴까?"
서늘서늘한 에어컨 바람도 시원하고, 한참 신나게 떠들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말도안되는 투정을 부리니
하하거리며 시원하게 웃다가 내 볼을 쭉 늘리며 나를 놀려댄다.
어우, 능글거려! 내일 뵈요 쌤! 이러고 집에를 들어가는데,
"맨날맨날 데려다 줄께. 다음 퇴근때는 직접 전화해!"
라며, 나를 기어이 심장을 부여잡게 만든다.
저인간이. 진짜. 나는 오래살고 싶단 말이다!
삐이이이이이ㄱㄱㄱㄱ!!!!!
11시에, 샤워도 하지 않은채 자면 뭐하나, 2시에 울린 PDA는 결국 퇴근을 원점으로 돌렸다.
...김민석교수?!
자다가도 벌떡일어나 다소곳하게 전화를 받으니
"야, 너 김복남환자 신경제 뭐넣었어."
"....잘 기억이 안나는데요.."
"누가 혈압있는 환자한테 혈압제 섞어 투약하래! 당장 복귀해!"
",,,,알겠습니다!"
신경과 환자들은, 약물도 복잡하고 환자의 복합질병에따라서 같은 질병에도 들어가는 약물과 투여시간이 제각각이라 실수하기 일쑤였다.
특히 약한 난독증 증세가 있는 나로써는, 정말 죽어버릴것 같았다. 일부러 빨간펜으로 적어놔서 그래도 투여 내용은 착실하게 지켜왔는데,
하필이면 하루에도 몇번씩 저승을 왔다갔다하는 혈압있는 뇌졸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미친년, 소리가 절로 나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도, 본능적으로 외투를 입고서 달리기 시작했다.
김민석교수한테 짤려도 좋으니, 환자가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심정이 들었다.
우와아아앙규ㅠㅠㅠㅠㅠㅠ메디컬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나...자소서써야하는데 왜 이거쓰고있는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여러분이 재미있으시다면...!!!(작가가 제일 신명나게 쓰고있는게 함정)
...과연 작가는 여주에게 몇명의 남자를 꽈서 우글우글 설렘팡팡을 만들어 줄까!!!! 가장 매력있는 의사선생님은 누가될것인가!!!!!
사랑하는 암호닉_등록순입니다! |
뚱이/ 냐옹/ 곰탱이/ 에이드/ 체리/ 두근세근/ 유명한/ 보름달/ 구금/ 넙죽이/ 모카민트/ 헤헿/ 플랑크톤회장/ 꿍디/ 팔찌/ 양양이/ 쮸쀼쮸쀼/ 코카첸/ 성장통/ 백도월드/ 가란/ 핫초코민석/ 예찬/ 삉삉/ 도라에몽/ 찬열이쉬해?/ 쎄쎄쎄훈/ 치킨/ 망치/ 벨레/ 오구후니/ 민정밥/ 레몬티/ 금요일에만나요/ 로운/ 치즈/ 꿀벌/ 토닉/ 칸츄리콘/ 붉은색 |
암호닉은, 최근글에 박력있게!
**************암호닉*************이렇게 달아주세요!!
혹시, 메디컬에 어울리는 브금이나 배경이 있나요? 그렇게 수없이 봤던 병원배경들이 왜 다 맘에 안들지...퀄럭
혹시 있다면! 추천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