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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 해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옷을 다시 여미고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인적 드문 한적한 해변이 지금은 너무 좋았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으니까. 날씨는 아직 겨울 같은데 목도리를 챙겨올 걸 그랬나 금방 후회가 밀려오긴 했지만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이제는 익숙한 듯 해변을 따라 거닐다 걸음을 멈췄다. 아마 이쯤이었지, 그를 처음 만난 게. 그 날도 오랜만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다 풀어버리고자 찾아왔었다.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고 그렇게 한참 있다 점점 아려오는 팔을 내리고 가만히 눈을 떠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문득 옆에서 들려오는 셔터 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려졌다. “아...” 꽤 묵직해 보이는 카메라를 내리고 서로 얼굴을 마주 했을 때, 알 수 없는 묘한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머릴 긁적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해 하던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나 역시 당황해 이리 저리 눈을 굴리다 다시 그를 쳐다봤다. “저기, 그게. 몰래 찍으려던 게 아니라.. 아무한테도 안 보여줄게요.” 지우진 않겠단 말과 결국은 똑같아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에 또다시 당황한 그가 연신 고갤 살짝 숙이며 사과하다 이젠 제법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 뒤로 아무 문제없이 잘 만났던 우리가 남들과 똑같이 사랑을 하고 결국 이별을 하고. 꼭 그가 생각이 난 게 아니라 난 가끔 이렇게 이곳을 찾았다. 이젠 습관이 되어버린 듯 딱히 옛날을 회상하며 울진 않았고 오늘도 마찬가지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내 눈에 담기 바빴다. 찰칵. 아주 잠깐 떠올렸을 뿐인데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 했나 싶어 차마 고갤 돌리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2년 가까이 보지 못한 얼굴을 또 마주하게 될까봐. *** “명수야 거길 꼭.. 가야한다고?” “응, 그렇게 됐어.” 오랜만에 명수를 볼 생각에 평소보다 더 화장에 신경 쓰고 며칠 전 친구와 쇼핑할 때 샀던 옷도 꺼내 입고, 그렇게 설레는 맘으로 카페에 들어섰다. 그런 나완 다르게 시종일관 어두워 보이던 명수가 어렵게 꺼낸 첫 마디는 유학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이별에 기다려달란 말을 할 수도 없었던 그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 마저 말을 이었다. “기다려달란 말 안 할게. 나보다 더 좋은 남자 나타나면 만나도 되고, 정말 지치면 그냥 떠나도 돼. 미안해, 진짜.” 그 말을 끝으로 숙여진 그의 고개는 좀처럼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 한 컵을 비우고 차분히 생각을 끝날 때까지 명수는 내 시선을 피하며 내가 입을 열길 기다리는 듯 했다.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주 막막한데. 무턱대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군 입대라면 모를까, 시차도 그렇고 연락도 자주 할 수 없을 테니까. 서로를 위한다는 포장으로 일단 물러서야할까. “명수야. 솔직히 나도 자신 없어, 니가 아직도 좋은데 그냥 모르겠어. 나 연락 잘 안 되면 답답해하는 거 알잖아.” 그제야 천천히 들린 고개가 날 향한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표정에 잠깐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여기서 멈추자고. 원래 카페에서 나와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게 남들이 다 하는 데이트처럼 하루를 보내려했는데. 출국일 전날까지 우린 특별한 것 없이 평소처럼 간간히 연락하는 정도였다, 마치 이별을 준비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다음날, 명수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 난 눈물을 보이지 않고 그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린 이제 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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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애매.. 사진도 뭔가 애매.. @.@
읽어주시는 분들 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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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 G80 타고 왔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