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 16
최한은 집에 나란히 들어온 흥수와 남순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둘 중 누군가가 왔다고 고개 하나 내밀지 않을 최한이었다. 흥수는 최한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늦었다 자라”
따라 들어가던 남순도 최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래 빨리 자. 내일 학교 가잖아?”
그리고 남순은 흥수에게 매달리며 내가 머리 감겨줄까? 세수시켜줘? 하고 칭얼거렸다. 술이 덜 깬 모양이었다. 최한은 한숨을 쉬었다.
“저기 쌤”
방문을 열던 흥수가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흥수가 옅게 웃었다.
“오냐”
그리고 흥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순도 그를 따라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최한은 자신도 방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아 구석에 던져놓은 짐 가방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행복해 보지 못했다. 어릴 적에도 조금 큰 후에도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고 울음을 삼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최한은 18년 만에 그에게 찾아온 이 뜻밖의 행운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하나 없다고 믿었고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믿고 싶어졌다. 최한은 짐 가방을 잡아끌어와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그런데 가방 속에서 교복 셔츠를 꺼낸 최한은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흥수의 방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모처럼 같은 침대에 함께 누워있었다. 그 과정이 베개 속 털이 날릴 정도로 험난하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평화로웠다.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남순의 배를 툭툭 때리던 흥수가 말했다.
“있잖아 남순아”
“왜?”
“난 너가 진짜 행복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얘가 왜이래? 술은 내가 마셨거든?”
흥수가 아씨, 하며 남순의 배를 세게 때렸다. 남순이 억, 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흥수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고남순”
“아 왜 박흥수”
“20년이다”
“뭐가?”
“너랑 나랑 알고 지낸지”
“정말 질리게도 봤다. 우리 이제 헤어질까?”
남순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흥수가 그런 남순을 비웃으며 말했다.
“나 없으면 못 사는 새끼가”
“너야말로 나 없으며 못 살잖아 새끼야”
“그래 그러니까 옛날처럼 나 버리고 도망가면 죽는다.”
“아 이 새끼가 오늘 진짜 왜 이래?”
흥수는 대답 없이 웃으며 눈을 감아 자는 척 했다. 남순은 뭐야, 자? 하고 묻고는 방 불을 끄고 나갔다.
*
그리고 며칠은 굉장히 순조롭게 흘러갔다. 남순은 거의 집에서 잠이나 잤으며 흥수는 평소와 같이 출근했고 최한도 조용히 살았다. 가끔씩 반찬이 빈약하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주말이었다. 최한은 놀러 나갔고 흥수과 남순은 한가로이 거실에서 남순이 나오는 드라마 재방송을 시청하는 중이었다. 이제 오글거린다고 놀리기에도, 또 그것에 발끈하기도 지친 두 사람이 슬슬 말이 없어질 때 쯤 핸드폰을 두들기던 남순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왜?”
“아씨 진짜”
“왜 그러는데 고남순”
흥수가 뜬금없이 화를 내고는 핸드폰을 내던지며 화장실로 들어가는 남순의 뒤로 외쳤다. 남순이 뭐라 웅얼거리며 대답했지만 알아듣지 못한 흥수가 남순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뚫은 흥수는 같이 드라마를 했던 한 친한 형과의 문자 내용을 보며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그 친한 형은 하경이 정말 괜찮지 않냐 며, 정말 자기 스타일이라며 열정적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야 박흥수!”
“어 왜?”
“송하경한테 만나자고 문자 좀 보내줘”
흥수는 박장대소하며 남순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남순이 잠깐! 이라고 외치며 달려왔지만 그런 남순 앞에 흥수는 ‘어디서?’라고 온 하경의 답장을 흔들어보였다. 자신의 지극히 충동적인 행동을 후회하며 반성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답장을 보낸 남순은 다시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흥수는 ‘응 그래’라고 온 하경의 문자를 확인하며 오늘은 제발 남순이 끝을 내야 할 텐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약 30분 후,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남순이 신발을 신으며 말했다.
“나갔다 올게”
“제발 오늘은 돌아올 때 웃는 표정으로 들어와라, 응?”
남순은 대답 없이 손은 흔들었다. 흥수는 그런 남순을 보고 웃고 있었지만 사실 그 웃는 것이 완벽하게 웃는 것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 차에 올라탄 남순은 시동을 걸다말고 한숨을 쉬었다. 하경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동료 배우의 말에 하경과 친해 보였던 그 형의 모습이 겹쳐 순간의 흥분으로 하경을 불러내긴 했지만 막막했다. 그래도 늦으면 안 되지. 남순은 모자를 눌러쓰고 운전을 시작했다.
하경의 집 근처의 카페에 들어간 남순은 저쪽 구석 하경이 이미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일찍 나왔네?”
“왔어?”
남순은 하경 앞에 앉았다. 하경은 마시고 있던 커피 잔을 만지며 물었다.
“왜 보자고 했어?”
“어, 그냥?”
하경이 황당한 표정으로 남순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남순은 솔직해 지기로 했다.
“어 그냥 보고 싶어서”
“응?”
남순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나올 줄을 몰랐는지 하경이 당황하여 되물었다. 더운지 남순이 냉수를 들이켰다.
“야 고남순”
“어?”
“나 진짜……보고 싶었냐?”
이 질문의 저의는 뭘까. 남순은 고개를 들고 하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하경이 남순의 눈빛을 피했다. 남순은 음, 하고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더 솔직히 왜 보자고 했냐면”
“…….”
“그 있잖아 아까 내가 형 하나랑 문자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하경이 응? 하고 되묻는다.
“그 형이 네가 마음에 든데”
순간 하경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남순은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근데 너가 그 형이랑 친해보였거든 그래서 순간 기분이 확 나빠져서”
“그래서?”
“아 그러니까 그래서. 어, 그래서 만나자고 했다고.”
이게 뭐라는 소릴까. 남순이 하경에 대하여 지지리 눈치가 없는 것처럼 하경도 남순에 대해서는 눈물날정도로 눈치가 없었다. 어린 아이가 들어도 좋아하는구나! 라는 결론이 나올 남순의 말에도 하경은 설마, 하며 의심만 하고 있었다.
“어, 커피 맛있냐?”
남순이 서둘러 말을 돌렸다. 하경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맛있구나. 맛이겠지. 그리고 둘 다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마주보고 앉아있던 하경은 견디지 못하고 일어났다.
“할 거 없으면 갈게”
5초. 하경이 가방을 챙기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남순을 갈등했다. 그리고 오늘만은 이성이 아닌 본능이 이겼다. 남순은 하경을 붙잡았다.
“야 송하경 있잖아”
“왜?”
“진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응?”
“한 10년 전부터 느꼈던 건데”
하경이 물끄러미 남순을 바라보았다.
“내가 널 좋아한다.”
하경은 남순을 멍하니 보았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였는데 너가 너무 멀리 있어서, 너 후회 안 시킬 자신이 없어서 그냥 포기했거든?”
“…….”
“지금 보니까 더 멀어진 것 같은데, 근데 이젠 포기할 자신이 없어. 내가 너 많이 좋아해. 알아?”
알 턱이 있나. 몰랐다. 옆에서 그렇게 흥수가 눈치를 줘도 몰랐다. 그리고 직접 귀로 들은 이 순간에도 실감이 안 났다.
“그러니까 가지 말라고.”
그리고 남순은 하경의 손목을 놓았다. 하경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남순은 불안해졌다. 남순이 정말 불안해져 견딜 수 없게 되었을 쯤 하경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도”
“뭐라고?”
“나도 너 좋아한다고 멍청아”
하경을 그리고 나서 남순의 앞자리에 다시 앉았다. 어른의 것이라기보다는 학생의 풋풋한 고백 같았다. 이런 달달한 상황이 굉장히 어색한 두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흥수는 간만에 하경을 만나고 밝은 표정으로 들어와 방방 뛰며 자신에게 엉겨붙는 남순을 보며 짜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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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오글거려
근데 이거 빨리 끝내야 좀 다른것도쓰고ㅠㅠㅠㅠㅠㅠ외전도 쓰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끝이 뭐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뭘쓴거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연애를 안해봐서ㅎㅎ..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역시 나는 로맨스는 아니야
비올라님, 깡주님, 소금님, 비랑님, 이경님, 메가톤님, 흥순홀릭님, 보라돌이님, 넥타이님, 미미님, 맷님, 모카님, 끙끙이님, 콘칩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