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집착으로
W. The Sun
화이트 크리스마스 강미르 (미친미르) X 시크릿 가든 한태선 (썬)
딩동―.
조용한 집 안에 느닷없이 울린 초인종 소리에 미간을 구긴 미르는 이제 막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겁없는 새끼가 대낮부터 남의 집 초인종을 울리고 지랄일까. 뻐근한 뒷목을 세게 주무르며 현관으로 향한 미르는 광고하러 온 놈이면 꼭 욕을 퍼부어 주겠다고 벼르며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훅 불어오는 찬바람에 살짝 인상을 찌푸린 미르는 시야를 가린 희뿌연 담배 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으며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문 앞에 서있는 남자는 미르가 아는 누군가와 꼭 닮은 것 같았다. 자기 보다는 덜 했지만 그래도 나름 붉게 타오르는 머리칼과 누가봐도 말랐다고 할 정도의 체격. 키는 미르보다 조금 작은 듯한 그 남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팔짱을 낀 채 미르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스타일은 다른 것 같은데… 아, 이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고남순."
"아, 맞아. 고남순. 그래, 걔랑 닮았… 뭐?"
"여기 있지?"
그건 무슨 개소립니까. 당당한 어투로 물어오는 그 남자를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던 미르는 어이가 없어 허- 하고 웃으며 입에 문 담배를 손에 쥐었고, 그 남자는 미르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미르 뒷 편으로 보이는 집 안을 이리저리 훑었다. 닮긴 닮았는데, 대체 뭐하는 놈이야?
"이봐, 댁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척 보면 몰라? 됐고, 고남순 불러."
"여봐."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구만? 살짝 짜증이 난 미르는 손에 쥐었던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고는 대놓고 그 남자의 얼굴에 후- 하고 그 연기를 뿜으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러자 그 남자의 눈빛이 이전보다 더 날카로워졌지만 콜록 거릴 것만 같았던 그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 연기를 손으로 휘휘 저으며 미르가 원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이 새끼도 담배 피나? 생긴건 꼭 성질 드러운 고양이 같이 생겼으면서 꽤 남자같이 노나보네. 속으로 중얼거린 미르는 그 남자의 쪽으로 얼굴을 쓱- 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박흥수 그 새끼도 집에 안 들어왔거든? 그러니까 고남순은 딴데 가서 찾아봐. 괜히 남에 집에서 행패 부리지 말고."
"… 눈 뒀다 뭐해?"
"뭐?"
"눈 있으면 봐봐. 저게 누구 신발인지."
그 남자는 한심하단 표정으로 미르의 발 아래를 가리켰고, 표정을 굳힌 미르는 고개를 숙여 현관을 바라봤다. 현관에는 정확히 두 개의 운동화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자주 보던 박흥수의 운동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태선이 형…!"
그 운동화를 확인한 미르가 욕지거리를 뱉어내려는 순간 흥수의 방에서 고남순이 튀어나왔다. 방금 일어난건지 단추도 미처 다 못 잠근 남순의 머리칼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고, 그런 남순의 목덜미에는 어렴풋한 붉은 자국이 남아있는 듯 했다. 하, 저 새끼 진짜 우리집에 있었네? 어이가 없어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거칠게 짓밟은 미르는 남순의 뒤를 따라 허겁지겁 방을 나오는 흥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집에 늦게, 그것도 몰래 들어오는 걸로도 모자라서 고남순까지 데리고 와?"
"자고 있었잖아."
"이제 말대답까지 하네. 너 이새끼 내가 요새 오냐오냐 해줬더니 아주 기어 오르는구나? 오랜만에 신나게 한 번 밟아줘?"
"미르 형 죄송해요. 제가 흥수한테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 조른거예요. 흥수는 잘못 없어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흥수의 앞을 가로막는 남순을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노려보던 미르가 속으로 삼켰던 욕을 남순에게 퍼부으려는 순간,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고남순, 입 다물고 따라와."
"아, 형… 미안해."
"해명은 집에 가서 해."
어느 말이건 단답형으로 끝내버리는 그 끝내주는 싸가지에 내심 감탄을 한 미르는 힐끗 태선을 바라봤고, 남순과는 다르게 까칠한 포스가 풀풀 풍겨져 나오는 태선에게선 이미지와는 다른 달콤한 냄새가 풍겨져 오는 듯 했다. 이거 여자 향수 냄새인데…. 이전에 만났던 여자와 얼핏 비슷한 향기를 뿜는 태선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그런 미르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고개를 확 돌려 미르를 노려보는 태선의 목소리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왜 쳐다보고 난리야?"
"내 맘인데."
"꺼져."
오오, 진짜 개싸가지. 평소라면 벌써 꼭지가 돌아 상대방을 반쯤 죽여 놨을 것이 분명한데 남순의 형이라는 태선의 욕은 왠지 기분 나쁘지 않은 것 같은 미르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묘한 감정에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 해지는 기분이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꽤 이쁜 것 같기도 하네. 어린 소년의 모습이 물씬 풍기는 남순과는 다르게 성인의 모습이 확연하게 보이는 태선에게선 묘한 색기까지 풍겼고, 그런 태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미르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었다. 미르는 왠지 처음보는 태선에게 흥미가 생긴 것 같았다.
"안녕히 계세요."
"남순아, 집에 가면 전화 받아."
"알았어 새꺄, 갈게-"
어느새 집으로 갈 준비를 끝낸 남순은 미르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고는 흥수에게 밝게 손을 흔들며 먼저 밖으로 나가버린 태선을 뒤쫒아 나갔고, 남순과 태선이 떠나 조용해진 집 안에는 욕을 들을 준비가 된 듯 체념한 채 자신의 방 앞에 서있는 흥수와 무언가 골똘이 생각하며 현관 벽에 기댄 미르만이 남아있었다. 집 안에는 소름끼칠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남순이 나간 순간부터 줄곧 미르의 눈치만 보던 흥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미르에게 말했다.
"욕 하려면 지금 하고 패려면 지금 패. 좀 있다가 알바하러 가야 돼."
"야, 박흥수."
"왜."
"아까 그거 고남순 형이냐?"
"어."
"이름은?"
"그건 왜."
아, 이 새끼 말대답 하는거 보게? 이를 바드득 간 미르가 미간을 구기며 흥수를 바라보자 잠시 움찔한 흥수는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끼면서 작게 대답했다.
"한태선."
"뭐야, 성이 다르네."
"우리 집이랑 사연이 똑같거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이는?"
"형 보다 많아. 두 살 많으니까… 스물 셋이네."
한태선… 한태선…. 생긴거랑 이름이랑 진짜 잘 어울리네. 태선의 이름을 계속해서 속으로 곱씹던 미르는 묘한 웃음을 지었고, 그런 미르를 유심히 바라보던 흥수는 미르의 미소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본 미르의 미소에 또다른 감정이 비친 탓인 것 같았다.
"야, 박흥수."
"또 왜."
"앞으로 고남순 우리집에서 막 재워도 된다. 막 놀러와도 돼."
"뭐야, 갑자기 왜."
"이유는 묻지 말고, 한 가지만 명심해."
뭔데. 하고 짧게 대답한 흥수를 바라본 미르의 눈빛에는 묘한 광기가 서려있었고, 그 광기를 눈치챈 흥수는 흠칫, 뒷걸음질 쳤다.
"한태선, 그 놈이 오기 전에는 절대 집에 보내지마."
**
태선은 오랜만에 화창하게 개인 날씨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 신곡을 달라며 계속해서 전화를 해대는 오스카 때문에 잠을 별로 못자서 짜증으로 가득 차버린 태선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긴 탓인지 계속해서 눈을 가리는 앞머리를 신경질 적으로 올리던 태선은 순간, 자신의 작업실 문 앞에 서있는 어떤 남자를 발견하고 제자리에 멈춰섰고, 그 남자는 어이없게도 밝게 웃으며 태선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어-"
"뭐야 너."
자신의 기억이 맞다면 분명 저 놈은 박흥수의 형인데 그 형이 무슨 일로 찾아온걸까. 안 그래도 짜증이 나있었던 태선은 미간을 구기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고, 말을 걸면 괜히 머리만 더 아파질 것 같아 미르에게서 시선을 치우고 작업실의 문고리를 잡았다. 남순이 문제라면 이젠 이골이 났다. 그냥 무시하면 알아서 돌아가겠지…. 라고 생각하는 태선이 작업실로 들어가려던 그 순간,
"남자친구는 있나 모르겠네."
갑작스럽게 들려온 미르의 목소리에 조금 당황한 태선은 곧바로 미르를 올려봤고, 미르는 마치 태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씨익 웃어보였다. 남자친구…? 미르가 말한 문장의 뜻을 해석하려 잠시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던 태선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얼굴에 짜증을 가득 담은채 미르를 바라봤다.
"시비걸러 온거야?"
"아니라면?"
"그럼 뭔데? 나한테 그 딴 말 지껄이는 이유가 뭐야?"
"글쎄…."
미르는 말 끝을 길게 늘이며 씨익 웃었고, 태선은 애초부터 긴 이야기는 나눌 생각이 아니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젓고는 미르를 무시한 채 작업실로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아직 태선의 체취가 남아있어 달콤한 향이 흐르는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미르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며 기분 좋게 웃어보이고는 벽에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낮고도 정확한 어조로 말했다.
"어떡하냐, 한태선. 난 한 번 문건 내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안 놓는 스타일인데."
**
다음 편에.. 불.. 붙힐까요..
너.. 너무 이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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