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
「 탕- 」
경쾌한 총소리와 함께 몸이 뒤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눈 앞을 메운 익숙한 붉은색의 향연을 뒤로 하고 천천히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총에 의해 터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와 그 잔해물들이 밟혀 찰박이는 소리가 울렸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던 나는 리볼버의 탄창을 뽑아 빈 나머지 한 자리에 새 총알을 밀어 넣고 다시 탄창을 닫았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거실로 들어간 나는 거실에서 한가롭게 TV를 보던 목표물 두 명에게 총을 쏘고 목이라도 축일 겸 걸음을 옮겨 탁자 위에 놓여있던 맥주캔을 집어들었다.
"사… 살려주세요…."
아직 안 죽었나? 빗맞았나 보네.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여자가 내 다리를 잡고는 살려달라 울부짖었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맥주캔을 내려놓은 나는 곧바로 총을 그 여자의 머리에 겨누고 말했다.
"그러니까 평소에 착하게 살았으면 되잖아. 귀찮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에 튀었다. 아, 빌어먹을. 다 묻었네. 내 다리를 잡은 손을 걷어차며 풀어낸 나는 소매를 끌어당겨 얼굴에 묻은 피를 슥슥 닦고는 2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많이도 해쳐먹었나 보네. 복층 형식의 주택 곳곳에는 딱 보기에도 값어치가 꽤 나가보이는 물건들이 즐비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물건들에 흥미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꽤 관심이 가는 그림이 있었던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그림을 유심하게 바라봤고, 그러면서 리볼버의 탄창을 다시 열어 빈 자리에 총알을 채워넣었다. 그 때,
「 탕- 탕- 」
2층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나 말고 또 누가 있는건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노려보던 나는 리볼버를 허리에 차고 야상 주머니에서 권총 하나를 꺼내들었다. 의뢰인이 성질이 급한가보네… 나 말고 또다른 킬러도 고용하고…. 협업 이딴거 엄청 싫어하는건 또 어떻게 알고 이러셨을까. 일단 저 녀석을 먼저 처리하고 따로 찾아가봐야 겠다. 내가 싫어하는 짓을 한 대가는 치뤄야지. 최대한 걸음 소리를 죽여 계단으로 향한 나는 몸을 최대한 숙여 위로 향했고, 그렇게 2층에 다다르려는 순간, 누군가 나에게 뛰어들었고, 나와 그 사람은 뒤엉켜 1층으로 굴러 떨어졌다.
"윽- 젠장!"
계단 위에서 구르면서 팔을 잘못 부딪혀 왼팔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심하게 욱신욱신 거리는게… 아무래도 금이 간 것 같았다. 여하튼, 망가진 팔을 붙잡고 빠르게 몸을 일으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녀석을 들이 받아 벽에 쳐박았지만 곧바로 치고 들어온 그 녀석의 다리에 맞아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아, 빌어먹을…. 뒤로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크게 부딪힌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고, 그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들고는 일어나려는 내 어깨를 발로 밟아 눌렀다. 아, 근데 이 새끼가…! 어?!
"한태선…?"
고개를 들어 녀석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내 어깨를 밟은 한태선은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으며 나에게 총을 겨눴다.
"오랜만이네, 강미르."
레드 와인색 머리에 새침한 눈꼬리, 그 아래에 달려있는 색스러운 눈물점과 붉고 도톰한 입술까지. 내가 알고 있던 한태선이 맞았다. 하지만… 한태선은….
"어떻게 살아 돌아온거야? 넌 분명…."
"내가 죽기라도 바랐나봐?"
개새끼야.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한태선은 어깨를 밟았던 발을 들어 내 왼팔을 강하게 짓밟았고, 그러자 우둑- 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젠장! 고통에 나오려는 비명을 힘겹게 참아낸 나는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띄고 있는 한태선을 노려봤고, 혀로 아랫 입술을 축인 한태선은 몸을 숙여 내 배 위에 앉고는 자신의 검은 니트를 조금 들어올려 배에 난 흉터를 보여줬다.
"선물은 고마웠어."
"…."
"덕분에 죽다 살아났거든."
한태선은 입꼬리를 올려 밝게 웃어보이며 내 얼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코 끝이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멈춘 한태선에게선 달콤한 향기가 났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향기가 나에게로 전해져 오자 거짓말처럼 차올랐던 분노가 가라앉았고, 들고 있던 총의 총구를 내 심장 위에 올린 한태선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선물을 줘야할텐데… 뭐가 좋을까?"
"…."
"강미르. 여기에 선물 주고 싶은데 괜찮겠지?"
"… 그래."
"…."
"죽여."
네 손에 죽는건 하나도 안 억울해. 난 옅게 웃으며 내 가슴을 겨눈 총을 잡아 나를 향해 더 세게 짓눌렀고,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태선은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는 차갑게 식어버린 시선으로 날 내려보더니 피식- 비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숙여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잘 가, 강미르."
곧이어 귀를 울리는 총소리가 울렸고, 붉게 물든 시야는 점점 흐려져 이윽고 암흑에 빠져들었다.
***
언제 킬러물 한 번 써보고 싶네요.. 그냥 이런 미르태선 모습도 보고 싶어서 짧게 조각글 끄적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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