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심해라. '
어제 대장님이 내게 하신 말을 되새기며 사무실로 들어섰다.
조심해야 해, 어떤 일을 꾸미고 있을지 몰라.
" 성재씨, 안녕! "
"아, 네, 안녕하세요.. "
들어서자마자 창섭씨가 쾌활한 목소리로 날 반긴다.
어제 이후로 저 바보같은 웃음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자 어제 또 우리 회사가 한 건 했죠! 오늘도 좋은 하루 됩시다! "
" 네! "
임현식 대리님이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한 건? 어제는 단체 회식했는데?
내가 아는 것 말고 또 다른게 있나?
" 성재씨 "
"ㄴ,네? "
혼자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창섭씨가 내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 우리 회사 좋죠? "
예?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무슨 의미지.
" 색다른 것도 경혐시켜 주고. 우리 회사만 한 데가 없다니까 "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창섭씨는 자리를 떴다.
색다른 것이라...
" 살인사건이요? "
" 그래 "
살인사건이 또 일어났다. 벌써 세번째다.
이번에도 카르엘...잠깐, 어제?
" 대장님. 어제요? "
" 어, 어제 새벽 12시쯤. "
아침에 분명 임현식 대리님이 어제 우리 회사가 또 한 건을 했다. 라고 했어.
이거 혹시.
" 대장님. 살인사건이요 "
" 살인사건이 왜 "
" 카르엘 직원들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
" 뭐? 무슨 말이야 "
" 그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전부 대장님께 털어놓았다.
임현식 대리님의 말부터 창섭씨의 말까지.
대장님의 표정이 굳어간다.
" 그럼 어제 그 회식 자리에서 뭔가를 더 했을수도 있다는 말인데. "
" 그러게요... "
" 너 혹시 어제 뭐 더 기억나는 거 없냐? "
" 그 실은 일, 아, 아니에요. "
순간 나도 모르게 일훈이 얘기를 꺼낼 뻔 했다.
아니지, 그냥 닮은 사람인 거잖아. 내가 정신이 몽롱해서 잘못 본 걸 수도 있고.
...이 얘기는 하지 말자.
" 잠깐 "
" 예 "
" 이 자는 왜 이걸 다 마시지 않은거지? "
세 명의 사내 중 가운데에 있는 자가 손가락으로 성재가 뱉은 액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신입,인 것 같습니다. 침묵 끝에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 신입? "
" ...예 "
" 제이, 확실하게 해. "
" 예. 보스 "
제이라 불린 한 사내는 주머니에서 같은 색의 약물이 담긴 병을 꺼내
성재의 입 안으로 흘려넣었다.
윽, 성재가 무의식적으로 낯선 느낌에 살짝 몸부림친다.
제이 옆에 있던 사내가 왼손으로 오른손을 움켜쥔다.
왜 그러지? 보스라 불린 사내가 묻자
아닙니다, 라며 손을 뗀다.
" ...가지. "
보스의 말에 제이와 사내는 발걸음을 옮긴다.
" 욱. 으...우욱 "
성재가 변기를 부여잡고 헛구역질을 한다.
고통스러운지 가슴을 움켜쥔다. 위가 타는 느낌이다.
하아, 고통이 사그라지며 한숨 돌린 성재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가 아픈 듯 머리에 손을 얹는다.
일훈이 거실에서 액자를 손에 쥐고 앉아있다.
성재의 얼굴을 쓰다듬다 사진속의 자신의 얼굴을 세차게 문지른다.
쨍그랑, 액자를 놓쳤다. 깨진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 일훈이 따끔한 느낌이 들어 손을 바라보니
자신의 검지손가락에 꽤 큰 유리조각이 박혀있다.
일훈은 유리조각이 박힌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보다
손가락에서 유리조각을 빼낸다.
피가 흐른다. 꽤 많은 양이지만 일훈의 표정엔 미동도 없다.
깨진 유리조각 사이에 놓여있는 사진을 집어든다.
성재의 얼굴을 쓰다듬다 자신의 얼굴을 검지손가락으로 가린다.
사진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성재의 옆에
피투성이가 된 채 웃고 있는 일훈의 얼굴이 보인다.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일훈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