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후부터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쨍한 하늘이야. 가게도 쉬는 날이겠다 가볍게 집청소도 하고 냉장고도 정리하려고 열어보니까 정리는 무슨. 정리할 음식이 없어. 아무리 혼자 사는데다가 밥을 잘 안차려먹기도 하지만 이정도로 비어있을줄이야. 텅 빈 냉장고를 채워 넣기로 결심하고 옷가지들을 챙겨 욕실으로 들어가는 너야. 온몸 구석구석 씻고 나오니까 시간이 좀 오래 걸린건지 벌써 열한시야. 좀있으면 햇빛도 장난아닐텐데. 대충 선크림만 바르고 한손엔 장바구니, 한손엔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들고 집을 나서는데 왠지 애키우는 아줌마가 된거같아 괜히 웃음이 나와. 날은 덥지만 오랜만에 맘편히 쉬는 휴식이라 너도 모르게 신나서는 콧노래를 흥얼거려. 골목길을 걸어 나와 버스정류장에 서있으니 금새 마트로 가는 버스가 와.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잡생각도 하다보니 어느새 마트에 도착했어. 카트를 끌고 식품코너만 돌았는데 벌써 반이나 차있어. 달걀, 두부, 햄, 닭고기 등등.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담은건지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초콜릿도 담겨있어서 당황했지만 언젠간 먹겠거니 싶어 그냥 계산대로 향하는 너야. 계산대로 가는길에 아이스크림이 행사품목이길래 10개 담고 받은 하나는 입에 물고 갈 생각을 하니 벌써 달달해지는 기분이야. 장바구니에 가득 채우고도 물건이 남아서 결국 봉투를 하나 더 써. 결국 양손이 다 바빠져서 아이스크림은 집에서 먹기로 해. 이번에도 빨리 와준 버스를 타고 가니 금새 내릴 정류장이 나와. 내리니까 누가 한여름 아니랄까봐 가만히 있었는데도 땀이 조금씩 베어나올정도로 더워. 아이스크림이 녹을까 싶어 빨리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뒤에서 누가 봉투를 가져가. 당황해서 누군지 쳐다보는데 "재환이?" "누나 안녕." 한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나머지한손은 흔들흔들. 너에게 인사를 걸어. 어디에 다녀온건지 옷차림이 꽤나 깔끔해. 풀어헤친 넥타이와 셔츠단추 두개만 빼면 말이야. "어디 다녀와? 이렇게 빼입고." "회사에 칼럼 가져다주고 오는 길이에요. 으으 더워... 나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어도 되요?" "응 먹어. 덥겠다. 왠 정장이야?" "전에 추리닝 입고 갔더니 직원들이 어리다고 깔보더라고요. 그래서 쪄죽는 한이 있더라도 뭐라도 걸치고 가야겠다! 이 마인드로 다녀왔죠." 정말 땀을 뻘뻘 흘려서 그렇지 나름 머리도 세우고 흰셔츠에 검은 진이라. 키도 큰데 구두까지 신으니 더 커져서는 완전... "재환이 다컸네? 예전엔 교복도 커서 헐렁하게 입고다녔는데." "에이. 그때랑 같아요? 맞다. 아이스크림 얻어먹은 대신에 내가 내일 맛있는거 사줄게요. 나 맛집 하나 알아냈거든요." "맛있는거? 됐네요. 내가 너한테 뭘 얻어먹겠어." "오늘 칼럼 갖다냈으니까 내일쯤 입금될걸요? 얼굴본거 거의 10년만인데 같이 밥 한번 먹어주는게 그렇게 어려워요?" "그런게 아니라, 알았어. 그럼 내일 나 맛있는거 사줘. 알았지?" "그러고보니까 누나 번호도 없네. 번호좀 찍어줘요." 그렇게 갑자기 약속까지 잡고 번호도 줘버렸어. 얘기하다보니 금새 집앞에 도착한 둘이야. 문앞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들어와 냉장고 정리를 시작해. 그래도 냉장고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덕분에 좀 살만해. '카톡' 이시간에 연락이 올 사람이 없는데 알림이 울려. 창을 열어보니 재환이야. -누나 내일 여섯시에 가게앞에서 기다릴게요!♥♥ 정말 재환이 다운 문자에 괜히 웃음이 새어나와. 걷모습은 엄청 변했지만 속은 아직 애같아서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해. 사실 아까 골목길에서 재환이랑 이야기하는데 애가 다 큰 성인같아서 조금 그랬거든.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영원히 꼬맹이일거같았던 꼬마가 어느날 훌쩍 커서 나를 두드리는 기분이랄까.
예쁜 사진이 왜이렇게 많은지 ;_; 고르는데 한참 걸렸네요. 읽어줘서 고마워요!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VIXX/이재환] 칼럼니스트 이재환 X 카페 주인 너. 넷 32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신세계에서 다이소 잡겠다고 낸 브랜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