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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사탕 전체글ll조회 10919l 7

[레드벨벳/슬린] 좋아요 1 | 인스티즈

 

 

 

 

 

 

 

 

 

 

 

 

 

 

 

 

 좋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 손에 턱을 괸 슬기가 생각했다. 나는 너가 좋아. 너도, 내가 좋니?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 홀로 남아 그 말을, 전혀 어렵지 않은 그 말을 혀를 굴려 직접 발음해 본 슬기가 돌연 주위를 빙 둘러본 뒤, 픽- 웃음을 터뜨렸다. 너와 나는 좋다, 이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마침 복도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전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다가오는 소리가 참 배주현같다, 생각한 슬기는 미리 챙겨둔 가방을 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슬기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중 의자가 뒤로 끌리며 나는 소음에 사뿐 사뿐 내려앉던 걸음 소리가 묻혀 버렸다. 좀 조심해서 일어날 걸 그랬나.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허리를 감아오는 팔에 깜짝 놀라 어깨가 들썩거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이기도 했고, 걸음걸이처럼 느긋하게 내려앉는 체취때문에 가슴이 엇박자로 뛰었다. 

 

 

 

 "아, 우리 곰돌이. 놀랐어?" 

 

 

 

 놀래키지 말래도. 타박하자 흐흥, 작게 소리 내어 웃는 목소리가 나긋하다. 목께에서 느껴지는 숨결에 슬기가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나는 충분히 너의 존재에 깜짝 깜짝 놀라, 주현아. 

 

 

 

 

 

 

 

 

좋아요 

W. 레몬 사탕 

 

 

 

 

 

 

 

 

 

 하루의 시작은 언제나 평소와 같았다. 알람에도 일어나지 못하는 슬기를 깨우기 위해 주현은 이른 아침부터 슬기의 집에 직접 행차했다. 현관문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기에 초인종을 눌러야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간단한 세안을 마친 뒤라서 그런지 조금 당기는 볼을 손으로 톡톡 치며 슬기의 집으로 들어가면, 원룸 창가 쪽에 붙여진 매트리스 위에서 슬기는 곤히 자고 있었다. 이 역시 평소와 같은 레퍼토리라 새로울 것도 없었다. 전혀, 신선한 게 없는데 주현은 왠지 감회가 새로웠다. 예를 들자면 저 창문으로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데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슬기라던가, 그런 슬기를 깨우러 오는 게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되더린 지금의 상황이. 사실 생각해보면, 좀 유별난 관계이긴 했다. 중학생 때부터 알게 된 사이라지만 그때는 동아리 선후배 사이였고, 같이 어울리긴 했지만 둘이서 따로 얘기를 한 적은 전혀 없었다. 학년 별로 건물이 달랐음에도 자주 출몰하는 슬기가 신기했던 적은 있지만 별로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슬기를 관심있게 봤던 건 친구들이었지. 주현은 몇년 전을 떠올리며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너랑 친해질 거라 생각 못했는데. 

 

 

 

 "야 배추, 너한테 금방 인사한 애 누구야?" 

 "누구, 슬기?" 

 "아, 쟤가 강슬기야?" 

 "응." 

 "와, 얘가 이 건물엔 무슨 일이래? 심부름 온건가?" 

 "너 쟤 알아?" 

 "당연하지! 강슬기 학교에서 유명하잖아." 

 "쟤가 왜 유명해." 

 

 

 

 덤덤히 묻는 말에 수영이 되려 응? 이라고 되물었다. 너 쟤 유명한 거 몰라? 이렇게 묻는 눈빛에 주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에서 바글대던 무리들이 슬슬 교실로 들어가자 주현은 수영의 손을 잡고 교실 쪽으로 향했다. 이리 저리 눈을 굴리던 수영은 그냥, 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유명할 수 밖에 없지. 쟤 연습생이라며, SM." 

 "……쟤가?"  

 "그냥 사기캐래, 사기캐. 공부도 잘한다던데? 전교 5등이라더라. 게다가 성격도 착하고. 저번에 1학년 애 체육대회 하다가 다쳤잖아. 그때 걔 업어서 달린 게 강슬기라던데?"

 "헐… 왜 난 몰랐지." 

 

 

 

 넌 좀 문제 있다니까. 뭐가! 괜히 수영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른 주현이 다른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래, 중학생 슬기는 그런 존재였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아이. 전혀 모난 구석도 없고 싹싹하게 굴어 예뻐할 수 밖에 없는, 반짝거림이 부담스럽지 않은 슬기. 주현은 그런 슬기를 남들처럼 챙기고 예뻐하지는 않았지만, 싫어하지 않았다. 먼저 자신에게 다가가지 않는 사람에게 역시 먼저 들이대지 않는 슬기의 적당한 거리감이 편했다. 그런 슬기가 주현의 졸업식 날, 바들거리는 손으로 꽃다발을 전했었다. 화려한 장식 밑으로 손이 보일리 만무하지만, 슬기가 떨고 있다는 걸 주현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역시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유 없는 선물이 아니었기에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집에 가서야 그 장미 다발 틈 사이에 꽂혀있는 편지를 발견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 편지 보시면 조금 의외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많이 안친했는데 편지까지! 놀라셨어요? ㅎㅎ 사실 전 언니랑 꼭 친해지고 싶었어요! 아직 얘기도 많이 못나눴는데 ㅠㅠ 졸업하시니까 너무 아쉬워요. 진작 친해질 걸. 스승의 날 때 놀러오실거죠? 그때 꼭 동아리에도 들리셔야 해요! 기다릴게요 ^^' 

 

 

 

 한 눈에 봐도 정성스레 썼다는 게 티가 났다. 글씨체도 동글동글하네. 자신의 별명은 곰돌이라고 말했던 슬기를 떠올리며 주현은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다듬었다. 꾹꾹 눌러 썼을 모습이 머릿 속에 그려졌다. 사소한 것에도 열심히구나, 넌. 연습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주현은 생각했다. 만약 이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잘해줘야겠다고. 하지만 역시 생각대로 일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중학교를 많이 찾아 가야지 하는 다짐과는 다르게 주현은 새 학교 적응에 진을 빼느라 중학교는 단 한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가끔 동아리 후배들과 중학교를 찾아갔던 애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야 아, 맞다 하며 잠시 중학교를 떠올릴 뿐이었다. 그 문자들의 발신인 중에 슬기는 없었다. 얘는 먼저 연락할 줄 알았는데. 하긴, 형식 상 한 말이었겠지. 슬기는 그렇게 주현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졌다. 

 

 

 

 그러던 중 슬기를 마주했던 건 교복사 앞에서였다. 아이돌이 그려진 쇼핑백을 들고 멍하니 서 바닥만 보고 있기에 처음엔 못알아볼 뻔 했다. 먼저 인사하기도 그렇고, 그냥 지나치자니 또 그렇고. 신호등 건너편에서 슬기를 뚫어져라 보고 있을 때, 시선을 느낀 건지 슬기가 고개를 들었다. 잠깐의 시선이 교차되고, 그 사이를 차들이 지나다녔다. 갑작스러운 만남인데도 예의 정갈한 미소를 지은 슬기가 눈인사를 했다. 주현은 조금 당혹스러웠다. 눈이 마주칠 건 또 뭐고, 못 피한 건 또 뭐람. 슬기는 주현이 신호등을 건너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조금 낮아진 목소리에 주현이 떨떠름하게 인사를 받자 슬기는 멋쩍은 듯헛기침을 하더니 서둘러 깜빡거리는 신호등을 건넜다. 그러고보니 쟤 나랑 친해지고 싶다지 않았나. 뒤늦게 생각난 편지에 뒤를 돌아봤을 땐 슬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무슨 고등학교 가는 지 물어볼 걸 그랬나. 하지만 당연히 슬기는 예고로 진학할 거라고 주현은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슬기는 보란듯이 일반고인 주현의 학교로 진학했다. 입학식 날, 호명된 익숙한 이름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더니 차분한 모습의 슬기가 교사들에게 배꼽 인사를 하고 있었다. 슬기는 빳빳해 보이는 새 교복을 단정히 입고 단상에 올라가 신입생 대표로 장학금과 상장을 수여받았다. 입학식은, 강슬기는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주현에게 각인시킨 날이었다.

 

 

 

 멍하니 회상에 잠겨 있던 주현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매트리스 쪽으로 걸어갔다. 햇빛때문에 눈이 부셔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매트리스 위에 앉은 주현이 슬기의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다. 

 

 

 

 "강슬기, 일어나. 학교 가야지." 

 "으응…" 

 

 

 슬기가 뭐라 웅얼거리더니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주현의 손을 덥석 잡고 끌어당겼다. 주현 역시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반항하지 못하고 스르륵 끌려 갔다. 야……. 언니, 딱 5분만. 손을 꼭 잡고 있다가 팔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온 슬기의 손이 주현의 등을 토닥였다. 어쩌다보니 슬기에게 안긴 폼이 됐다. 불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색해 꼼지락거렸더니 슬기가 창가 쪽으로 몸을 붙였다. 생긴 빈 공간을 손으로 툭툭 친다. 뭐, 누우라고? 웃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진심인 모양이었다. 

 

 

 

 "우리 이러다 지각해. 지각하면 벌금 니가 대신 내줄거야?" 

 "언니… 오늘 토요일이야." 

 

 

 

 응?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면서 못들은 척 하자 눈을 비비던 슬기가 핸드폰 잠금 화면을 들이 밀었다. 8월 ... 토요일. 아, 세상에. 주현이 나지막히 탄식하자 슬기가 아하, 하고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주현의 손을 잡고 흔들며 안 누울 거냐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한시간만, 딱 한시간만 자고 일어나자. 응? 눈을 감고 웅얼거리는 슬기의 얼굴을 보다가 주현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딱 한시간만이야.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팔을 쭉 뻗는다. 소리 내지 않고 웃은 주현은 괜히 목을 가다듬은 뒤 그 팔을 베고 누웠다. 눈에 정통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피해 슬기의 품으로 고개를 숙이자 슬기가 주현을 안아왔다. 따뜻한 주말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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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사탕
좋아요는 아마 3편으로 끝이 날 것 같아요... 모티라서 상중하 못붙임 흑흑 감사합니다!
9년 전
레몬 사탕
모티로 올린 거라 띄어쓰기 수정했습니다.
9년 전
독자1
슬린 너무 예뻐요ㅠㅠ
9년 전
레몬 사탕
그렇죠? ㅠㅠㅠㅠㅠㅠㅠ 둘이 케미 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막 간질간질한게... 진짜 제목대로 좋아요네요 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막 간질간질한게 진짜ㅠㅠㅠㅠㅠ 이 둘 너무 예뻐요 정말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와,.........강슬기 역시 멋있다...ㅠbbb
9년 전
레몬 사탕
연하공은 사랑이지 bbbb
9년 전
독자5
나렛 죽어..........강슬기....배주현의 캐미란..
9년 전
레몬 사탕
그냥 난 슬린 붙어있으면 린슬이든 슬린이든 하 그냥 다 좋아 린슬린 밀구 천국 가실게여!
9년 전
독자6
흙 나랑 같은 사상이구나!
9년 전
레몬 사탕
6에게
헐 너렛도...? 완전 기뻐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레몬 사탕에게
ㅋㅋㅋㅋ우리학교에...슬린러 들 많다....좋다

9년 전
독자8
슬기 훈내 폴폴... ㅠㅠ 따뜻한 느낌 너무 좋아요 ㅠㅠ
9년 전
독자9
나른나른하고 따뜻한 분위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0
헐 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신알신
9년 전
레몬 사탕
앗 감사함당
9년 전
독자11
간질간질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2
신알신할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3
헐 대박 신알신하고 가요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4
대박...처음으로보는건데 진짜괜찮네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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