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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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방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비타민을 손에 쥐고 멍하니 컴퓨터를 바라보니 내 뒤를 지나가던 루한 선배가 내 볼을 두어번 톡톡 치고 지나간다.
"왜이렇게 멍 때려 침 떨어진다."
씁. 입맛을 다시자 옆에 있던 백현선배가 피식 하고 웃는다. 뭐지 방금 그 비웃음 같은건. 비타민 봉지를 옆에 제껴두고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오늘까지 제출인데... 잃어 버리는 바람에 밀렸더니 한참이나 남아서 오늘 제출은 무리일것 같다.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나서 올려다 보았다.
'비타민' 정수기 앞에 서서 먹었냐고 물어보는 팀장님. 아, 깜빡했다. 아직 안 먹었다고 봉지를 들어올리자 손가락을 까딱 한다. 이리와서 먹으라는 소리다. 봉지를 들고 정수기 앞으로 가자 다짜고짜 내 머리에 딱밤을 놓는다.
"아!" "주자마자 먹었어야지." "깜빡했어요.." "깜빡할게 따로 있지. 얼른 먹어." ".....네"
알약 같은건 질색팔색 하는 나인데. 앞에서 감시하고 있으니 안 먹을 수도 없고. 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계속 눈치를 보니 물을 마시던 팀장님이 나를 내려다 본다.
"왜 안 먹어?" "...." "먹기 싫은가?"
꿀꺽-
물을 삼키고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알약 못먹어요...
그러자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팀장님이다. 그렇게 웃긴가... 팀장님을 쳐다보자 계속 끅끅 웃고 계신다.
"뭐예요. 그만 웃어요." "아, 미안 미안 너무 웃겨서." "뭐가 그렇게 웃겨요. 하나도 안 웃기구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 입술을 삐죽이자 내 머리에 손을 살짝 얹고는 지나가는 팀장님이다.
"어린애구만 약도 못먹고."
나도 모르겠다. 왜 얼굴이 달아올랐는지. 알약을 못 먹는다고 어린애 취급을 당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 머리에 얹혀있던 팀장님의 손 때문인지. 나는 전자라고 믿는다. 항상 구박만 하는 냉팀장(별명이다. 차가운 김민석 팀장, 냉동+팀장님의 줄임말)에게 설렐리가 없는데. 암 그렇고 말고. 어린애 취급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오기로라도 비타민을 먹겠다고 마음 먹었다. 눈을 꼭 감고 입에 비타민을 털어 넣었다. 윽.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 정말 최악이다. 그 느낌이 싫어 발을 동동 구르자 "뭐해?"라는 말이 들려온다. 눈을 떠보자 옆에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찬열선배.
"아.. 아니예요. 물 마시게요?" "응. 뭘 먹었길래 그렇게 주먹을 쥐고 발을 동동 굴러?" "약이요. 제가 알약을 잘 못 먹어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나를 보며 허허 웃어 재끼는 찬열선배. 웃지마요. 하며 째려보자 가자미 된다. 라며 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아! 이거 하지 마요! 눈을 소매로 문지르며 꽥 소리를 질렀다. 찬열선배는 항상 이런 장난을 치곤 한다. 가끔 선배 손에 내 침이 묻으면 얼마나 민망한데 선배는 침이 묻어도 아무렇지 않나보다. 항상 저 장난을 치는거 보면.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소매를 걷어 올리며 타이핑 속도를 높혔다. 꼭 끝내고 가야지. 팀장님에게 또 잔소리 듣기 싫다. 오늘은 왠일인지 모르게 잔소리를 안 했던 팀장님 이지만 또 언제 냉팀장으로 돌아올지 모르니까.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고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 뿐이다. 어느새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오직 팀장실에서만 불이 켜져있을 뿐이다.
팀장님도 아직 퇴근 안 하셨나보네.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올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휘청했다. 약간 어지럽고 아랫배가 당긴다. 아. 매직. 그래서 아까 코피가 났다보다. 생리대 없는데...
지갑을 들고 회사 밑 편의점에 들어가 낱개로 들어있는것을 샀다.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타이레놀도 같이 구입했다. 알약. 또 먹어야 하네. '어린애구만 약도 못 먹고' 별안간 팀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흥, 누가 약을 못 먹어 잘 먹을 수 있구만. 구입한 생리대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거울을 보니 이미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슬슬 온몸이 쑤셔오고 머리도 아프다. 큰일났다. 아직 타이핑할게 남았는데. 대충 생리대를 착용하고 식은 땀을 씻어 냈다. 대충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와 정수기 앞으로 가 입에 물을 머금고 약을 털어 넣어 삼켰다. 으으 언제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아, 아파.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이 죽일놈의 생리통. 식은 땀이 줄줄 난다. 눈도 왜이리 감기지. 소매로 이마를 닦으며 자리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까 힘내자.
"000. 늦었어. 집에 가자."
집에 가자며 팀장실 불을 끄고 가방을 고쳐 매며 나오는 팀장님에게 말했다. 오늘 마감이라 다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 한 것 같은데 눈을 뜨니 팀장실 쇼파에 누워있는 나였다. 이게 어찌 된일인지. 하고 눈만 깜빡였다. 밖은 이미 새벽인것 같은데. 왜 팀장실에 내가 있는건가 하며 눈만 요리조리 굴려대는데 머리통이 보였다. 바닥에 앉아 쇼파에 기대 자고 있는 팀장님의 머리통이. 그리고 내가 덮고 있는건 팀장님의 겉옷이었다. 아, 아마 쓰러진 것 같다. 가끔 생리통이 심할때마다 쓰러지곤 하니까. 근데 팀장님, 얼마 동안 이러고 계셨던 걸까.
".....팀장님" "....." "....팀ㅈ" "내가" "...." "아프지 말라고 했잖아." "...."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 "요즘 왜 자꾸 내 눈에 거슬리냐." "...."
팀장님은 고개를 들지 않고 내게 말했다. 대답할 틈 같은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마지막 말에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눈에 거슬린다고. 팀장님은 내게 말했다. |
컴퓨터 앞에 앉은 김에 2편도 이어서 올려요!
이번에도 구독료 안걸테니까 읽고 가세요~
아 저 밑에 댓글 읽었어요 똥글 아니라던 댓글....감사해요 하트
혹시 맞춤법이나 오타, 띄어쓰기가 틀린 점이 있다면 둥글게 말해주세요 쿠크 깨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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