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애할까? |
엘리베이터에는 팀장님 나 경수선배 순으로 서있다. 이 분위기는 뭘까. 화난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팀장님과 그런 팀장님의 눈치를 보고 있는 나 그리고 이 상황에 당황하는 경수선배. 이런 분위기는 싫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팀장님을 올려다 봤다. 옆모습이라 제대로 볼수는 없었지만 무표정인 것같다. 팀장님은 화내는 것보다 무표정이 더 무서운데 말이다.
띵동-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고 경수선배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먼저 가겠다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 남은 건 팀장님과 나, 단 둘뿐이다. 왜 저런 표정을 지으며 사람을 심란하게 하는지, 경수선배도 당황해 하는거 안보이냐며 따지려는 찰나, 팀장님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붕어" "네?" "경수랑 있었어?" "네, 그런데요." "지금 근무시간 아닌가?" "...." "회사 안에서, 그것도 근무시간에, 땡땡이 치고, 남자랑 있고, 정신 똑바로 안차릴래." "....그러는 팀장님은"
계속 몰아부치는 팀장님이 미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해서는 안될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나의 말에 '뭐?'라며 기가 찬듯 되묻는 팀장님.
"팀장님은 사적인 일로 이렇게 늦게 들어와도 되는건가요?" "뭐? 사적인 일?" "네, 선 보러 가셨다면서요. 아, 뭐 팀장이니까, 팀장은 마음대로 들어왔다가 나가고 그래도 되나보죠?" "....너" "근무시간 늦은건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 팀장님의 표정, 저는 도저히 모르겠네요." "...."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무작정 내 할말만 하고 그대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나왔다. 자기는 선 볼거 다 보고 늦게 들어와 놓고는 조금 늦은 나는 엄청 나무란다. 지금은 팀장님이 미워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 먼저 사무실로 들어간 뒤 팀장님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행히 제출할 서류도 없었기에 팀장실에도 갈 일이 없었고 일도 많지 않아 칼퇴근을 할 수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옷을 대충 내팽겨치고는 침대로 달려드니 엄마가 와 등짝을 인정사정 없이 후들긴다.
"야 이 기집애야 씻어!" "아, 조금만 있다가" "어후- 더러워 죽겠네. 아주 그냥."
한바탕 엄마의 잔소리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 조용해진 방안. 조용해 지니 또 팀장님 생각이 난다. 팀장님이 핫팩을 건네줄 때도 생각나고 잘자라며 전화해준것도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오늘, 팀장님의 무표정이 생각나자 조금은 설렜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렇게 설레면 뭐하나. 정작 팀장님은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는데. 난 항상 이랬다. 고등학생때도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먼저 고백도 못하고 그냥 멀리서만 바라보기만 했었고 대학생 때도 좋아하는 남자를 친구에게 빼앗겨 버린 그런 멍청이다. 나는. 이런 내가 고백? 그것도 팀장님한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난 또 그냥 이렇게 혼자 끙끙 앓기만 할거다.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고 바보같다. 좋아한다고 한마디면 될것을. 뭐가 그리 어렵다고.
밍기적 거리며 샤워를 마친 후 방으로 와 침대에 들어갔다. 흠, 이 느낌이지. 편안하고 포근하고- 한참을 그렇게 부비적거렸을까. 띵똥- 하고 문자음이 울렸다. 스팸이겠거니 하고 열어본 문자에는 알 수 없는 말만 적혀있었다. 뭐야 이런 미친놈은, 하고 발신자를 보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ㅂㅏㅂㅗㅗ.」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정말 팀장님이 보낸게 맞는 걸까? 무슨 말을 쓰려고 했던 거야. 설마 바보? 이걸 답장을 해, 말아?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한참을 생각해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포기 할까 하면서도 궁금해서 10번은 전화를 걸까 망설였다.
띠리링-
"으허, 깜짝이야..."
잠이 든 모양인지 갑자기 시끄럽게 울린 전화벨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깜깜한 방안에서 밝게 빛나는 액정을 들여다 보지 못한 채 인상을 구기며 핸드폰을 받자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붕어 -..... -야 이 까칠한 붕어야. 붕어 주제에 까칠하고 말도 안 듣고 대들기나 하고 -....팀장님? -그래 니 팀장이다. 어!? 팀장한테 말야. 대들고 말야. -....팀장님 술 마셨어요? -왜 나는 뭐 술 마시면 안돼냐? 딸꾹, 술 좀 마셨다아.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니가 말이야 내 속 다 뒤집어 놓고 말야. 엉!? -...얼른 들어가세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아이, 싫어어. 너 때문에 선 자리도 다 파토내고, 그러고 왔더니, 뭐? 다른남자랑 히히덕대고 -.... -바락바락 대들지 않나! 계속 나 피해다니질 않나! 뭐야아 누구 속 다 태울 일 있어? -.... -이것봐 또 대답 안 하고 진짜 너 때문에 내가 진짜.....
뚝
전화가 끊겼다. 당연히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선 자리를 파토냈다니? 왜, 나 때문일까. 혹시, 정말 만약에 팀장님이 날 좋아하는게 아닐까.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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