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체 뭘 들은건지 혹시 팀장님이 너무 좋아 망상이라도 한게 아닐까 하며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얼얼해 진짜 팀장님이 날 좋아한다. 멍하니 팀장님이 나간 자료실 문을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료실을 뛰쳐나갔다. 저기 앞 쪽에 팀장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것 같아, 지금 내 마음도 팀장님과 같다는걸 보여주고 싶어. 나도 좋아한다고. 팀장님을 좋아하고 있다고. 헐레벌떡 뛰어가 뒤에서 팀장님의 옷깃을 붙잡았다. 악, 너무 빨리 뛰어서 머리 다 헝클어지고 숨 소리도 거칠텐데. 흉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인다. 아마도 지금 팀장님은 날 내려다 보고 계시겠지.
"붕어"
".... 팀, 장님"
"...."
"저도 좋아해요."
"....어?"
"저도 좋아한다구요. 팀장님을 "
말해버렸다. 팀장님을 좋아한다고. 미치겠다. 사람이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뛸수 있나? 쑥쓰러움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거다.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내가 잡은 팀장님의 옷깃만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내 얼굴은 팀장님의 손에 들려졌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팀장님과 눈이 마주친다.
"내 얼굴 보고 말해야지. 그런건"
"..... 그게 "
"붕어"
".....네"
"우리 연애할까?"
"...."
"대답"
"네!"
햇살같이 따스한 미소와 다정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팀장님을 보며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특별하게 고백한 것도 아닌 그저 흔해 빠진 연애하자는 말 한마디 뿐인데 이 남자는 나를 이토록 가슴 뛰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팀장님이 웃으며 내 머리에 손을 얹는다. 이런 사소한 행동까지 멋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 남자. 너무 좋아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실실거린다.
"아 어떡하냐"
"흐흐흐 왜요?"
"띨빵하게 웃는 것도 예뻐보여"
".... 팀장님!"
이 좋은 상황에 꼭 초를 친다. 아프지 않게 주먹을 쥐어 팀장님 배를 때리니 배를 쥐고는 낄낄 웃는다.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 보여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기분 좋게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해오는 팀장님. 이제 이 남자가 내 남자다. 내 남자친구 김민석.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실실거려 백현선배의 꾸중을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팀원들이 하나 둘씩 퇴근을 하고 나도 이제 집에 가야겠다. 하며 짐을 챙기는데 팀장실에서 팀장님이 나왔다. "붕어, 데려다 줄게. 가자" 하며 나온다. 느긋하게 챙기던 짐을 후딱 챙기고 팀장님의 곁으로 가자 발걸음을 옮기는 팀장님이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걸음을 뗐을텐데 이제는 나와 발걸음을 맞춘다. 팀장님과 주차장에 내려와 차를 타자 팀장님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 아저씨가 사귀자 마자 벌써부터 진도를 빼려고 하나? 이 응큼한 아저씨 같으니라고.
"왜, 왜요"
"...."
"뭐, 뭐요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요?"
".. 안전벨트"
"아, 아...."
"풉,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도대체"
민망하다. 나는 왜 이렇게 팀장님한테 내 생각을 잘 들키는 걸까. 부끄러움에 "생각 안 했거든요!" 라며 허겁지겁 안전벨트를 맸다. 빵 터진 팀장님이 웃으며 익숙하게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았다. 그만 웃으라고 해도 계속 끅끅거린다. 창피함과 민망함에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자 조그맣게 들려오는 '아, 귀여워' 라는 팀장님의 한마디 때문에 내 얼굴을 더 달아오른다.
금새 우리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팀장님도 같이 따라 내린다.
"들어가세요. 피곤할텐데."
"그래, 너 들어가는거 보고"
"네 내일 뵈요."
꾸벅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집으로 걸어가는데 나를 불러세우는 팀장님.
"잘할게"
"...."
"들어가~"
이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정말 정말 좋아해요!"
소리를 지르고는 후다닥 집을 향해 뛰어갔다. 000 너 정말 대담해졌다. 예전같으면 꿈도 못꿀 일인데. 내가 정말 팀장님을 좋아하기는 하나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징-하고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 보니 문자가 하나 와있다.
「내가 더」
나와 연애를 시작한 나의 팀장님이다. 나는 정말로 잠을 설쳤다. 너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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