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02
호그와트 수업은 한국의 일반 학교와는 달랐다. 예를 들면 배정된 반과 담임 선생님이 없다는 게 달랐고, 본인의 시간표에 따라 강의실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달랐고, 수업내용이 마법이라는 게 달랐고, 나는 교복이 달랐고.
이동할 때마다 꽂히는 시선들은 나의 시선이 갈 곳을 잃게 만들었다. 어젯밤, 다들 학사장을 따라 기숙사로 이동하는 동안 나는 교감선생님을 따라갔다. 네 개의 기숙사 중 그 어느 곳에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각 기숙사의 정중앙, 시계탑과 가까운 방을 쓰게 됐다. 이런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 교수님들도 현재 회의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기숙사가 정해지도록 힘쓰겠다는 게 교감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따라서 나는 교복도 망토도 없는 상태로 학교를 다녀야하고, 이 시선들을 언제까지 받을지 모른다는 게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언어도 국적도 같은데 타지로 유학 온 기분이 들었다.
“마법은 쉬워 보이지만 어렵고, 또 어려워 보이지만 쉽습니다. 함부로 썼다간 스스로에게 해가 될 수도 있지만, 판단을 잘 한다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지요. 그런 게 바로 마법입니다. 자, 다들 지팡이를 바르게 쥐는 연습부터 해 봅시다.”
지팡이를 쥐자마자 저쪽에서 펑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다. 폭탄 맞은 것처럼 망토와 머리가 탄 남자애가 울상을 짓고 있었다.
“마력을 주체 못 해서 그래.”
“어, 김예림?”
“안녕? 어제 방엔 잘 들어갔어?”
“응. 너도?”
“그럼 우리 앞에 놓인 깃털을 공중부양 시키기 위한 마법주문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손으로는 지팡이를 부드럽게 휘두르고, 입으로는 주문을 외웁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헐, 너 완전 잘 한다.”
내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깃털이 거짓말처럼 날아올랐다. 지팡이를 천천히 내리자 따라서 내려오는 깃털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내가 그 기차에 탄 건 마냥 미친 짓은 아닌 거였어.
“실패해도 계속 해 보세요.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아, 난 짐 정리 하느라 혼났어. 방에 들어가서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정리했는데 아직도 못 끝냈다니까. 참, 너 기숙사는 어떻게 됐어?”
“아직 안정해졌어. 교수님들도 놀라셨나 봐. 당분간은 이렇게 있으래.”
“엥, 그게 말이 돼? 곧 있으면 퀴디치다 뭐다 행사 엄청 많을 건데. 그럼 방은 어디야? 룸메이트는 없어?”
“시계탑 근처에서 혼자 써.”
“혼자?!”
“네, 김예림 양! 혼자 해보겠다구요!”
“네, 넵?”
“방금까지 외웠던 주문이니 잊어버리진 않았겠죠? 그럼 깃털을 공중으로 띄워볼까요?”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예림이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사아.”
“자, 여러분. 주문을 걸 때는 발음과 억양이 정확해야 합니다. 따라해 볼까요?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꿈쩍도 하지 않는 깃털에 교수님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예림이가 민망해하며 지팡이를 고쳐 잡자 뒤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김도연과 무리들이었다. 쟤넨 태생부터 꼬인 애들임이 틀림없다.
“방을 혼자 쓰다니 엄청난 천운이다. 기숙사 정해질 때까지 혼자 쓰는 거야?”
“아마 그럴 것 같아.”
“나 그럼 나중에 네 방 놀러가도 돼?”
“당연하지.”
“그럼 다음으로 해 볼 사람 있나요?”
교수님이 교실을 쭉 둘러보자 다들 눈 피하기 바빴다. 첫 수업에 첫 시간인데, 나설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아무도 없나요? 그렇다면 출석부에서 랜덤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음, 어디보자…… 전정국?”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어제처럼. 몇몇은 나와 같이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렸으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 사람을 보고 있었다.
“정국 군? 해 볼까요?”
“…….”
“실패해도 괜찮아요. 처음엔 원래 배우면서……”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깃털은 전정국의 지팡이를 따라 허공에 떴다. 높게 높게 올라간 깃털은 지팡이를 거두자 공기의 흐름에 따라 날리기 시작했다. 깃털은 날고 날아, 내 책상 앞까지 왔다.
“오! 아ㅡ주 잘했어요. 처음부터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정국 군은 마법에 엄청난 소질이 있나보군요. 모두 박수!”
책상 앞까지 날아온 깃털을 잡자 예림이가 귀에다 속삭였다.
“아는 언니한테 들었는데, 저 애 사실 복학한 거래. 작년에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마법천재라고 온 학교가 들썩거렸는데, 1학기가 끝나자마자 사라졌다나 봐. 자퇴설에 휴학설에 별의 별 얘기가 다 나오다 올해 갑자기 복학. 어제 연회장에서 조용해졌던 것도 그거 때문이잖아.”
“근데 이 수업은 1학년만 듣잖아. 다들 아는 눈친데?”
“1학년들도 다 알 걸? 기숙사가 소문이 좀 빨라야 말이지. 아마 저 교수님은 올해 호그와트가 처음이라 모르실 거야.”
박수소리와 예림이의 목소리가 섞여 정신이 없었다. 앞쪽에 앉은 전정국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박수가 사그라들 때까지 나는 깃털을 쥐고 있었다.
비행수업은 야외수업이었다. 마침 예림이와 시간표가 같아 함께 비행장으로 이동했는데, 다들 빗자루를 하나씩 들고 있는 게 꼭 청소시간 같았다. 예림이는 내 손에 들린 빗자루를 보고 토끼눈이 되어 빗자루에 대해 물었다. 듣자하니 내 빗자루는 ‘님부스 2018’이라는 최신모델인데, 현재 나온 빗자루들 중에 가장 성능이 좋다고 한다. 자동차나 휴대폰처럼 ‘최신’이라는 단어를 빗자루에다 붙이니 조금 어색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앞으로 한 학기 동안 여러분들의 비행수업을 맡게 된 하지원입니다. 여러분들은 ‘하 쌤’ 혹은 ‘하 교수님’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은 입학하기 전에 비품목록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빗자루를 챙겨오지 않은 친구들이 있군요. 아직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 테니 오늘 하루는 넘어가지만, 두 번은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정신머리 단단히 챙겨 오시길 바랍니다. 빗자루가 없는 학생은 저쪽 창고에서 하나씩 가져오세요.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포스 장난 아니다.”
예림이가 속삭였다.
“빗자루 필요하니?”
“아니, 괜찮아. 내껀 있어.”
“난 후플푸프 현승희야. 같은 수업 들을 건데 친해지자.”
“반가워. 그리핀도르 김예림이야.”
“난 김희완.”
“어디 소속이야? 교복이……”
“아직 아무데도 아니야.”
내 말에 현승희는 어제 일이 떠올랐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될 거라 생각하니 갑갑해졌다. 기숙사는 그렇다 쳐도 교복이라도 같아야 덜 부담스러울 텐데.
“앞서 말했듯 비행수업에서 ‘봐 주는 것’은 없습니다. 1학년 교과과정에 있는 만큼, 마법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지만 가장 위험한 마법이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했다간 추락사, 심장마비 등 돌이킬 수 없는 비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마법시간에 제 말을 어기거나 장난을 치는 경우에는 벌점과 동시에 그 수업에서 퇴장시키겠습니다. 알아들었나요?”
“네에.”
“그럼 일렬로 두 줄씩 서 볼까요? 넓게 떨어져서 서세요. 양팔을 벌렸을 때 옆 사람과 나 사이에 간격이 있어야 합니다. 자리를 확보했으면 오른쪽에 빗자루를 놓고 서세요. 그리고 외쳐봅니다. 업!”
“업!”
빗자루는 생각보다 쉽게 올라왔다. 주위를 둘러보자 나처럼 한 번에 올라온 애들도 있는가 하면, 쉽게 올라오지 않아 목 놓아 업을 외치는 애들도 있었다. 옆에선 예림이가 제발 좀 올라오라며 빗자루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빗자루 주제에 지금 나랑 밀당해? 업! 업! 올라오라고! 업! 억!”
“헉, 괜찮아?”
“머리 뽀개질 것 같아…….”
이마를 문지르며 예림이가 울상을 지었다.
“다들 빗자루를 잡았으면, 빗자루 위에 올라타서 천천히 비행해봅시다. 발이 땅에 뜰 정도로 살짝만 떠 보는 거예요.”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네, 뭔가요 김도연 양?”
김도연? 쟤가 또 있어? 손을 번쩍 든 김도연은 우리 쪽을 쳐다보더니 미소를 띠었다.
“수업 도중에 제어를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제가 안전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겁니다. 간혹 가다 제어를 못하고 빗자루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빗자루에 끌려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교수인 나도 어쩌지 못해요. 비행 도중 마법으로 빗자루를 멈추는 일은 어려울뿐더러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빗자루 위에 타세요! 다들 얼마나 제어를 잘 하는지 봅시다.”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예림이의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빗자루에 올라타자 교수님의 호각소리가 들렸고, 다들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어, 교수님, 제 빗자루가 조금 이상한데요…….”
“창고 빗자루군요. 불량체크가 안 됐나 봅니다. 새 것을 가져올 테니 빗자루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현승희가 교수님을 부르자 다른 빗자루를 가져오겠다며 교수님이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승희는 내려올 생각도 않고 빗자루를 꽉 잡고 있었다.
“너 너무 높이 올라가는 거 아냐?”
“이게……내가 그러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올라가…….”
“내 손 잡고 뛰어내려.”
도와주려 뻗은 손에 승희의 손이 채 닿기도 전에 빗자루가 난폭하게 출발했고, 승희는 빗자루를 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 살려줘!”
“빗자루 안 가져오더니 꼴좋다. 인과응보지.”
“네가 그러는 거야?”
“뭘?”
“그만해, 무서워하는 거 안 보여?”
“뭘 그만해? 빗자루 하나 제어 못하는 게 누군데.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따라가서 멈추든가.”
“뭐?”
“아, 머글세계에서 왔댔지? 그래서 기숙사배정도 못 받고 말이야. 얼마나 마력이 딸리면 모자가 보류란 말을 하겠어. 안 봐도 뻔하지. 그래서 수업은 듣겠어?”
“별 지랄 같은 소리를.”
“꺄아아아아아아악!”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쳐다보는 김도연은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지도 않았다. 네가 아니라 네 뒤구나. 나는 김도연 뒤에 있던 애의 지팡이를 빼앗았다. 그러자 요란하게 곡선을 그리고 하늘로 치솟던 승희의 빗자루가 직선을 그리고 나아갔다. 문제는……학교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
“저러다 다치면 다 너네 때문이다.”
나는 빗자루에 올라탔다.
“야, 김희완! 그러다 너까지 다쳐!”
“그렇다고 저렇게 둬?”
빗자루가 서서히 공중에 떴고, 나는 승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틀거리긴 했지만 처음 타는 것 치고는 괜찮았다. 적어도 회장이 몰았던 그 자동차보다는.
“현승희! 내 손 잡아!”
“손 놓으면 떨어질 것 같애!”
“내가 잡아줄게! 얼른!”
승희의 빗자루는 엄청난 속도로 비행했다. 가까스로 따라잡은 나는 손을 내밀었다. 거의 닿을 뻔한 손이 갑자기 나타난 나무 때문에 떨어졌다. 하마터면 둘 다 부딪쳐 떨어질 뻔했다. 급하게 방향을 틀긴 했지만 승희가 탄 빗자루는 엄청난 속도에 못 이겨 끝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빗자루가! 빗자루가 갈라지고 있어!”
“빨리 내 손 잡아!”
“손을 못 놓겠어어어!”
나는 다시 승희 가까이로 가 최대한 빗자루를 붙였다. 그리고 손을 내미는 대신 승희를 끌어다 내 뒤에 앉혔다. 매달리다시피 내 빗자루로 건너온 승희가 발을 떼자마자 빗자루는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산산조각 났다.
“김희완!”
방향을 틀어 다시 도착한 비행장에는 아이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었다. 착지까지 무사히 마치자 아이들의 환호성이 비행장 가득히 울려 퍼졌다. 머쓱해하며 승희와 빗자루를 챙기는데, 무리를 헤치고 교수님이 다가왔다.
“김희완 학생.”
“네.”
“따라와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집니다!”
아, 이렇게 빨리 혼나러 간다니. 조용히 빗자루를 들고 교수님 뒤를 따라갔다. 김도연이 아까보다 더 기분 나쁜 웃음을 띠고 쳐다봤다. 어차피 잘못은 쟤네들이 했으니 상관없었다. 교수님은 한참을 걸어가더니 한 강의실 앞에서 다른 교수님 한 분을 불렀다.
“수업 중에 죄송합니다, 이 교수님. 퀴디치 수색꾼을 찾아서요. 김희완 양을 퀴디치 수색꾼으로 추천합니다.”
“퀴……뭐요?”
“수업하다 오셨나요, 하 교수님?”
“네. 방금 마쳤습니다. 교수님. 이 아이는 꼭, 수색꾼이 되어야 합니다.”
하 교수님은 내 손목을 꼭 쥐고 단호하게 말했다. 혼날 줄 알고 미리 해명과 반박거리들을 생각해놓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나는 영문을 몰라 두 분을 번갈아 쳐다봤다.
“잘 알겠습니다. 희완 양한테는 제가 설명하죠.”
“네. 그럼.”
그렇게 하 교수님이 떠나고 이 교수님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랫동안 퀴디치에서 수색꾼이 부족했어. 기숙사는 네 개나 되는데 수색꾼은 한 명이니, 우승확률은 수색꾼이 있는 기숙사가 훨씬 컸지. 이런 가뭄 속에서도 아무나 수색꾼이 될 수는 없었는데, 하 교수님이 이렇게까지 완고하게 나오는 걸 보니 네가 꽤나 인재인가 보구나. 1학년 김희완 맞지?”
“네.”
“반갑다. 퀴디치 운영위원 이제훈이야. 마법의 물약을 담당하고 있단다. 참, 그러고 보니 너는 퀴디치가 뭔지 모르겠구나. 궁금하지?”
“네. 그보다 수색꾼이 뭐예요?”
퀴디치니 수색꾼이니 온통 모르는 말 투성이라 알아듣기 힘들었다. 내 질문에 이 교수님이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춰왔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김도연보다 훨씬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네게 기숙사 선택의 권한이 생겼다는 뜻이란다.”
인티 백업 문제로 다시 올리는 중,,33
나도 긱사 선택하게 해줘요 나 래번클로 할래 퀴디치는 안 해도 돼요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