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과 교실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아 근데 이 새끼는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왜 이리 쪼개는 건데 아오!!! 계속 내 옆구리를 찌르며 웃어 젖힌다. 어이구 저러다 아예 바닥에 누우시겠어요. 내가 왜 말도 안 되는 후배 새끼한테 예쁘단 소리를 듣고 이성열 따위한테 이 기분 나쁜 웃음을 들어야 하는 거냐고.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헝클었다. 시발 몰라. 아 몰라 몰라
"야야 특종이다. 특종! 남우현이 김성규 보고…"
"이 욜라리 개 같은 새끼야 닥쳐!!!" 제발 아무나 이성열 좀 죽여줘요. 내 오바액션에 또 웃긴지 배를 부여잡고 끅끅 웃어댄다. 난 손으로 이성열의 입을 턱 막고 마치 짱구 엄마 봉미선 여사에 빙의해 이성열 머리통에 꿀밤을 먹였다. 말이 좋아 꿀밤이지 걍 때린 거다. 난 이성열보다 세니까. 아침부터 별, 생각이 자라다 만 피어싱 남이랑 헤프닝도 다 있고 그냥 잊어버리고 자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잠만 잤다. 이렇게 잠만 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난 거뜬히 해냈다. 역시 난 김성규다.
* * *
"하암- 시발 선도부고 나발이고 잠 와서 못 해먹겠네"
"야야, 여학생 거기 리본 메라." "김성규. 넌 안 귀찮냐?" "저 이호원 고자 같은 게 왁스 쳐바르지 말라고!!!" "야 성규야 선도부하면 봉사시간 얼마 준댔지?" "오, 오늘은 명찰 달았네? 간만에 통과" "…자기야♥" "이 씨발이" 안 그래도 바빠죽겠는데 지는 애들 잡지도 않고 내 옆에 붙어서 말만 걸어댄다. 바쁘고 귀찮고 정신없어서 대답 안 했더니 저 주둥이에서 웬 같잖지도 않은 단어가 내 고막을 진동시키네. 아침부터 기분 상쾌하고 좋네요. 이성열 주둥이만 잘라서 훈제바비큐로 구워내서 허니 머스타드 소스에 찍어 먹고 싶을 지경이다. 것도 싫으면 튀겨서 타르타르 소스… "오, 지져스" 어제 봤던 파랑 무리다. 이 젠장할 김성규 인생에서 254번째 위기다. 저 어제 내 무서운 선배 ver 컨셉에도 비웃어준 마성의 2학년 무리. 겁나 방광까지 쪼여오든 듯한 꿍디꿍디 데헷 지리겠다…. 분명 저 중에 어제 나한테 예쁘다니 뭐라니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반값세일 하는 소리 짓거린 그 피어싱 남도 있겠지. 어제 내 말을 씹고 비웃기 까지 한 이 무리 때문에 상당히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었던 난 오늘 다시 저 놈 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성열아 뒤를 부탁한다. 난… 난 이만… 크흡….
"성규야 어디가" 는 꿈. 내 목덜미를 잡아채 다시 자기 옆자리에 뙇 세우는 이성열 때문에 난 바둥바둥 거렸다. 아…. 폼 장난 아니게 구겨진다. 김성규 인생 254번째 위기에서 253번이다 이성열 때문이었는데 이 직쏘한테 갖다 바칠 새끼, 내 인생에 발톱 때 세포만큼도 도움 안 되는 새끼.
"남우현 너 어제 개그 쩔었음 굿. 니 덕에 어제 하루종일 행복했음" "아, 하찮은 나 따위가 형에게 크나큰 행복을 안겨다 줬다니 나야말로 행복해져!" …? 여러분은 지금 정신이라는 걸 배우다가 때려치운 정신연령이 매우 낮다 못해 바닥을 뚫은 병신들의 대화를 듣고 계십니다. 근데 둘이 친한가 봐? 역시 병신은 병신을 알아보는 법. 아니 나도 이성열 친군데 그럼 나도 병신… 아…. 이 뫼비우스 띠 같은 거지 같은 연관성…. 뭐 어쨌든 굉장히 말도 안 되는 병맛 돋돋인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ㅡ 별로 끼고 싶지도 않음. ㅡ 나머지 9명 무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도 이효리 누나 빙의한 하복 상의들이 날 반겼다. 허리 숙이면 등 다 비치겠네. 완전 팬티 자랑을 해라. 어김없이 지각, 머리 왁스 칠, 명찰 미착용 등등 실제 범죄로 치면 쇼생크에 들어가고도 남았겠다. 참 한결같고 좋은 아이들이다. "됐다. 들어가 봐 내일은 지각 좀 하지 마라 어?"
"예~" 나 김성규(19세. 차세대선도부) 되게 소심한 사람인데. 저런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나 되게 상처받는다고! 한여름날 땡볕에 죙일 디스코 팡팡에 매달아 놓고 돌리고 싶은 새끼들. 저놈들을 중앙현관으로 들여보내고 난 다시 수첩을 정리했다. 고개를 깔고 수첩에 집중하는데 밑으로 보이는 두 족발. 그리고 인기척 그리고 진한 향수 냄새. 너에게서 쿨워터 향이 나. "선배 안녕하세요." 아까 이성열과 병신인증 대화를 하던 놈의 목소리인걸 알아채고 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지금도 어제의 그 드립을 생각하면 열불이 난다. 너는 한 한 달쯤 후면 자다가 이불 킥을 날릴 거야. "아 선배에-"
이성열 못지않은 역겨운 말투에 미간에 주름을 1억 5000개쯤 짓고는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귀에는 피어싱이 끼워져 있었다. 오늘은 w, h 이니셜의 피어싱이었다. 피어싱 빼고 오라는 내 말을 똥으로 들었나 보다.
"내가 피어싱 빼고 오랬지!" "싫어요~" "와 이 새끼 봐라. 너 내가 웃…" "이거 봐요, 피어싱 끼고 왔으니까 선배랑 얘기할 수 있잖아요" "뭐?" "안 끼고 왔음 아는 척도 안 했을 거면서" 얼라리요? 이것은 마치 우주대폭발에 칫국죵을 잇는 김칫국 마시기 대마왕인데? 아는 척이고 뭐고 난 너 이름도 기억 안 나거든요? 그냥 넌 나한테 한낱 비루한 허세 작렬 피어싱 남에 불과하거든? 오늘로 이성열의 말도 안 되는 병맛 돋는 아는 지인도 플러스 되었지만.
"됐고 반이랑 이름 불러"
"헐…. 내 이름 기억 못 해요? 실망" 아 뭐라는 거야 진짜. 나 교실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난 조용히 자습하는 교실에 뒷문을 드르륵 열면 하나같이 다 뒤를 돌아서 쳐다보는 그 시선이 너무 싫다고!!! 집중되는 이목이 싫어!! 난 고로 교실을 들어가야….
"우현이라구요." 그러고선 싱긋 웃는다. 내 손에 올려진 이 직사각형의 작은 물체는 이 피어싱 남의 명찰. 명찰? 명찰??? 파란색 바탕에 남우현이라고 정갈히 쓰인 명찰을 내 손에 쥐어주다. 이름 꼭 외워야 해요! 다음에 검사 할 거에요. 라는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말을 토킹 어바웃하며 유유히 중앙현관으로 사라졌다.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휘파람을 휘휘 불며.
* * * 나 김성규(19세, 차세대 선도부)는 원래 냉혈하고 차가운 인간이라 남에게 관심이 없다. 마치 뱀파이어 같은 영혼의 소유자. 고로 남의 이름 따위는 잘 외우지도 않고 기억도 못 하는 편이지. 그래서 실제로도 상대에게 상처를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빈정 상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긴 해도 이름을 외우라고 강요한 자는 없었는데 역시 얘는 좀 정상인이 아닌 거 같다. 오늘 아침 내게 쥐여준 남우현의 명찰을 골똘히 쳐다봤다. 남.우.현 참 이상한 애다.
"우리 성규 자기 남우현한테 뺏길 기세야 흑흑" 아!!! 제발!!! 하느님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왜 하필 내 주위엔 이런 주옥같은 인물들만 심어주신 겁니까!!! 내가 꼭 유명인사가 되어 대한민국에 영향력 있는 위대한 인물이 되어 훗날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너의 이름은 절대 빼먹지 않겠다. 「제가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물론 전 그 장애물을 뛰어넘었지만요. 그 장애물 종결자인 이성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좆 같은 이성열아. 너만 아니면 내가 더 일찍 잘될 수 있었어」
"야 김성규야 너 어쩔거야?" "어쩌긴 뭘 어째 지금 당장 널 죽여야지" "아 그거 말고. 남우현 말이야!" "지금 널 죽이는 게 더 급해" "이 미친아 진짜!! 존나 헛소리나 쳐해" 나… 나 방금 이성열의 큰소리에 절대 쫄지 않았다. 난 이성열보다 세니까. 근데 뭘, 남우현이 뭘? 어쩌긴 뭘 어째. 걔랑 나랑 아무 상관 없는데. 물론 하는 짓이 좀 거슬리고 소름이 오소소 돋긴 하지만 아직 까지 내가 남우현 때문에 신경 쓰고 뭣이고 잣이고 쓸데없이 시간 낭비 하고 싶진 않다고. 유노? 언더스탠? "존나 하루죙일 명찰 쳐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척하긴 빙시야" 개새끼 날 너무 잘 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