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살 정도로 갑부 급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1인 1닭 정도 할 수 있던 우리집은
엄마가 일을 그만 두는 것을 결정하고난 후, 새로 집을 건축했다.
그냥 내 방이 조금 더 작아진다는 것 빼고는 못 들은 지라 그렇구나 ㅇㅇ 하고 말았는데
다 지어진 우리의 새로운 집으로 갔을 때 나는 겁나게 놀랐다.
"엄마 무슨 몇 쌍둥이 임신했어...? 방이 왜 이렇게 많아?"
"이게 뭐라는 거야! 엄마가 하숙집 한다고 하지 않았어?"
"????? 나니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우리집은, 대학로 근처의 하숙집이 되었다.
그리고 일 년 후,...
"야 박찬열 내가 1층 화장실 쓰지 말랬지!!!!!!!!!!"
'도경수 씻고 있는데 어쩌라고! 나 빨리 나가야 되서 그러거든?'
"니만 학생이냐?? 나도 아침에 수업 있단 말이야!!"
'아 5분만!!!'
속이 끓습니다 끓어요...♨
그렇지 않아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모닝 쾌변을 하지 못해 예민한 순간인데
하필이면 씻는 데 한참 걸리는 박찬열이 1층 화장실로 와버린 탓에 내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새끼 나오기만 해 봐... 죽일 거다... 나는 민준국이다...
할 수 없이 화장실 앞에 서서 기다리며 이 새끼 (박찬열, 21세) 를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지 고뇌중이었는데
2층에서 내려오는 준면 오빠를 봤다.
"어, OO이 준비 아직 못 했어?"
"아... 박찬열이 1층 화장실 쓰는 바람에요ㅠㅠㅠㅠㅠ"
"지금 출발해야 느슨히 도착하는데... 기다리지 뭐."
"미안해요 오빠ㅠㅠㅠ"
괜찮다고 웃으며 쇼파에 앉는 준면 오빠 때문에 마음이 더 급해졌다.
왠지 더 빨리 해야 할 거 같단 말이야...
우연히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수업 시간마저 비슷한 준면 오빠 덕분에 오빠가 하숙집에 들어오고 부터는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차도 갖고 있어서 개이득 ^_^ 딱 봐도 고급 벤츠 ^_^
(실은 왜 우리 하숙집에 사는지 이유를 1도 모르겠다)
얼른 박찬열이 나오길 기다리다 지친 나는 그냥 가겠다며 준면 오빠와 신발장으로 향했다.
박찬열 이 새끼 저녁에 보자 부들부들
신발을 대충 꾸겨 신으며 먼저 나간 오빠를 뒤따라 가려는데 뒤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올 때 아이스크림 사와여!"
자다 깬 세훈이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듯 싶었다.
근데 세훈아
"니 건 니가 사다 처먹어!!!!!!"
누나 지금 굉장히 예민하거든.
강의가 끝나고 조별 과제 때문에 카페에서 죽치고 있었다.
물론 과제를 빙자한 수다 떨기랄까 ㅎㅎ!
다행히도 마음이 잘 맞는 조별 파트너들을 만나서 그런지 후리해진 감이 있었다.
해가 지고 다음 약속을 잡은 후 각자의 길로 갔다.
오늘 저녁 반찬이 고기였으면 좋겠다, 기대하며 집으로 가는데,
"OOO!!!!!!!!!!!!!!!!!!!!!!!!!!!!!!"
뒤에서 들리는 내 이름을 듣자마자 존나 쪽팔림이 밀려왔다.
어떤 새낀데 이 넓은 시내에서 날 불러...!!!!!
뒤를 돌아 확인하니 해맑게 달려오는 백현이가 보였다.
"길 한복판에서 그러지 좀 마! 쪽팔려 죽겠네."
"안 들릴까 그렇지 뭐~ 집에 가냐?"
"어. 넌 알바함?"
"ㅇㅇ 오늘 반찬은 뭐려나. 고기 먹었으면 좋겠다!"
위 아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로 같은 생각을 했다며 하이파이브를 한 후 즐겁게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백현이와 나는
집 안에 풍기는 삼겹살 향기에 정신 못 차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
"너희들 같이 왔네?"
"응 ㅎㅎㅎㅎㅎㅎ 고기당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올 때 둘 다 고기 생각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 센스 짱이에요"
"하여튼 둘 다 돼지들..."
부엌에서 고기를 굽는 엄마를 보며 헤헤 웃고있는 백현이와 나를 보고
종인이가 한심한 듯 쯧쯧 댔다.
그래... 지는 관리 쩌는 댄싱 머신라고 저러는 거지 지금...
뭐라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민소매를 착용해 훤히 보이는 종인이의 허리 라인을 보고는 딱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내 눈에서 흐르는 건 눈물이 아니라 콧물일 거야.
......
...
흐엉 씨벌태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쩌라고 ㅡㅡ 고기느님 능욕하지 마라."
"근데 형은 살 좀 빼여. 저번에 잘 때 보니까 뱃살 쩔던데."
"오세훈 뒤질래? 잘 때 나 봤냐? 변태냐????"
"미쳤다고 내가 형을 훔쳐 봐여?! 웃기는 형이야!"
"다 시끄럽고 식탁에 그릇 꺼내놔!!!"
이 부엌의 1인자 엄마의 큰 소리로 우리는 암 말 없이 그릇에 밥을 떴다.
...고기 고기 ^^~~
"끄얔컁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하ㅏㅌㅋㅊ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누나 먹던 거 뿜지 좀 마여!!!"
옹기종기 거실에 모여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과일을 먹다 급작스레 웃긴 장면이 나온 탓에
쇼파 아래에 앉은 세훈이에게 먹던 게 조금 튀었는지 온갖 정색을 하며 날 째려본다.
아니 먹다 웃으면 그럴 수도 있지... (찌질)
"그나저나 경수랑 찬열이는 왜 안 온대니?"
"경수 형 카페에서 리포트 쓰느라 바쁘대여."
"박찬열 밴드 연습이래요. 아줌마 아~"
"하여튼 백현이는 내 아들 삼고 싶다니까? ㅎㅎㅎㅎ"
과일을 깎아 엄마 입에 넣어주는 변백현이 아니꼬와보였다.
...내 엄만데...
질투심에 '아들은 뭔 아들이야!' 라니 엄마가 등짝 스매싱을 날리며
"어디서 소릴 질러 이 기집애야!"
"아 왜! 엄만 내 엄마잖아!"
"그럼 아줌마 사위로 들어갈까요 ^^?"
제, 제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충격과 공포)
하하호호 하는 엄마와 백현이를 뒤로하고 닭살 돋은 팔뚝을 문지르며 다시 티비로 눈을 돌리는데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문이 열리고 찬열이와 경수, 손에 무언가 잔뜩 든 준면오빠가 우르르 몰려 오며 거실로 입성했다.
근, 근데 저건...!
"헐 치킨이다!!!"
"얘는 돈이 어디있다고 자꾸 이런 걸 사와~"
"같이 먹는 게 좋잖아요 ㅎㅎ"
"야 OOO, 넌 사람보다 치킨이냐? 난 안 보여?"
"말 걸지 마 개새, 아 맞다. 너 내가 1층 화장실 쓰지 말랬는데 왜 자꾸 쓰는데!"
"아 그땐 도경수가 씻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니까?"
"뭔 소리야. 나 새벽에 나갔는데."
"...??"
"아침에 화장실 아무도 없던데여??"
이건 또 뭔 소리야?
세훈이와 경수의 말에 그럼 어떻게 된 거냐며 다들 수군대고 있는데
박찬열이 실토 하는 표정으로
"...사실 1층으로 내려와있었는데 2층까지 올라가기 귀찮아서...ㅎㅎ"
"...박찬열 이 혈압 올리는 새끼야!"
"아오 존나 아퍼!"
"내가! (퍽) 그렇게 (퍽) 바쁘다고 (퍽) 했는데! (퍽)"
"아파!!!! 아파 뒤지겠다고 OOO!!!!!!!"
"뒤져!!!!!!!"
"다들 조용히 안 해?!?!!!!"
오늘도 여전히 지긋지긋한 우리의 하숙집이다.
몇 명 분량이 쏠린 듯 싶네여. 양 조절 따위 fail.
하나로 끝낼 지 여러 편 쓸 지 고민이에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