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택운과 재환이
다시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을때.
텅빈 방 만이 그들을 반겼다.
*
다행이라 말할지, 불행이라 말할지.
홍빈은 몰랐다.
자신이 누른 버튼 하나때문에
택운이 반쪽세상을 잃고 재환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는 것을.
택운과 재환이 빠져나간 폐공장 안으로
끌려들어간 홍빈은
처참한 광경에 두 눈을 꼭 감았다.
"잘 봐요. 홍빈군."
남자는 지독하게도 홍빈의 귀에
속삭였다.
"이것이 바로 그 아름다운 세상의 본모습이에요."
홍빈은 여전히 꼭 감은 두 눈을 뜨지않고 뒷걸음질 치려했다.
하지만 바로 뒤에서 허리를 꽉 붙잡고 있는 남자때문에
또 한번 귓가에 속삭이는 남자때문에
홍빈은 눈을 뜨고 그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았다.
"차학연. 정택운. 이재환. 김원식."
"거짓말…아니잖아…"
"그새끼들이 늘 홍빈군한테 해주던 세상 이야기."
"아니야… 이게 진짜면… 그러면 안되잖아요…"
"내가 뭐라그랬어요?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말했잖아요."
홍빈은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었다.
내가 바깥세상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를때마다
형들은. 원식이는.
얼마나 아프고 비참했을까
"이게 진짜 모습이라면… 난 얼마나 나쁜놈인걸까요…"
미안해.
나때문에 상처받았을 그 여린마음들.
내가 어떻게 해야 고쳐줄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저 좋다며 히히덕 거리기만 했어.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아픈 가슴으로
매번 나랑 혁이한테 이쁜 세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린 손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느라
속이 썩어 문들어져가는걸
난 정말 몰랐어.
"내가…"
남자는 눈을 빛내며 홍빈을 내려다봤다.
손을 들어 숙여진 홍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어떻게 해야…"
"시키는대로 해요. 홍빈군"
어느새 꽉 말아쥐고 무릎위에 올려두었던 두 주먹으로
아직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마저 닦으며
홍빈은 말했다.
"… 약속해주세요…"
나에게 있어 유일한 그 사람들을
진짜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게해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
다친 눈을 살펴보려 택운마져 치료실로 끌려가고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는 재환.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울음기에
재환은 제 가슴을 내려친다.
"멈춰… 제발…"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차 안.
택운이 제게 했던말을 떠올리는 재환.
*
'네 잘못이 아니야. 재환아. 자책하지마.'
'날 감싸느라고 그랬잖아요…! 나만 아니였어도… 나만…!'
'형으로써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형… 그럼 다른 동생들은요… 차라리 내가 다쳤어야…!'
'그런말 하지마. 형은 괜찮으니까. 그대신 우리 약속 하나만 하자.
절대로 학연이에게도, 다른동생들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
재환은 택운이 억지로 걸었던 새끼손가락을
괜히 감싸쥐었다.
아직까지 재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형의 반쪽세상이 될 것이다.'
한참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재환과
치료실로 끌려간 택운은
그 방에서 늘 웃음짓고 있어야 할
막내가 없다는 사실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
원식은 아무것도 모른체로 사격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랜 사격 연습으로 무리가 가 염증이 생겨버린 어깨 때문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지만
원식의 총 역시 멈출줄을 몰랐다.
한순간 복도가 시끄러워 지더니
문이 벌컥 열리고
이곳에서 절대 보고싶지 않은,
봐서도 안되는 얼굴이
해맑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형. 원식이형"
원식은 아침부터 해가 질때까지
단 한번도 놓지 않던 총을 거칠게 내려놓고
상혁에게로 다가갔다.
"나가."
"형…?"
"여기가 어디라고 니가 발을 들여."
상혁은 무슨영문인지 몰라 당황하며
원식이 미는대로 문 밖으로 밀려났다.
"다신 이곳에 발 들이지마."
"형…!"
원식은 상혁을 매섭게 노려보며
문을 닫으려 했다.
원식의 눈동자에 놀란 상혁의 표정이 비치고.
돌아가있으라고 말하려 입을 떼려던 그 순간.
퍽-
"형…! 원식이형…!"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묵직한것이 어깨를 내려찍는다.
"주제 넘는 새끼. 니가 그런말 위치가 아니란건
이미 예전에 깨달았을텐데."
"…혁아…돌아가…"
"분명 말했지. 김원식. 니가 그렇게 애써봤자
니들은 우리 손바닥 안이야.
니가 그렇게 지키려 해봤자 모든건 우리가
계획한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고"
원식은 오른쪽 어깨를 왼손으로 감싸쥐고
풀려버린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내가… 그 틀 다 깨부셔버릴꺼야."
남자는 비틀거리는 원식의 다리를 걷어차서
다시 넘어뜨린다.
"절대. 너네들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상혁은 남자를 노려보는 원식의 눈빛에서
그 예전의 따뜻했던 형의 모습을 찾는다.
상혁이 앓는 소리를 낸다.
모든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상혁은 알아챘다.
이상한 남자들이 형들의 이름을 불러서
형들이 나갔다가 돌아올때면
꼭 하나씩은 달고오던 생채기들을.
원식이 지금까지 손에 쥐고 있던
그 검은색의 물건이
제게 남은 몇 안되는 어린시절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들고다니는 물건과
똑같이 생겼다는것을.
가끔이지만 오래도록 볼 수 없는
학연이 형이 돌아올때면
더 야위고 더 많은 상처들이 생겨서
제대로 걷지 못하던 그 모습들을.
마지막으로.
한가롭게 방에 홀로 있던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또 다른 검은남자의 말 뜻을.
'이제부터 너도 너네 형들처럼. 나라의 개로 다시 태어나는거야."
비웃는다.
"네 형들처럼."
*
대충의 정황들을 모두 알아버린 상혁이
터덜터덜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때는
또 다시 텅 빈방이였다.
혼자 멍하니 침대에 걸터앉아
늘 하던것처럼 두 다리를 흔들며 생각했다.
형들을 위해 뭘 해야하는지.
제 힘으로 뭘 할 수 있을지.
*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더
괴로워 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학연의 손에 쥐어진 주사기 두개.
학연은 다시 제 가족이 있는곳으로 돌려보내진다.
떠날때와는 다르게 이젠 정말로
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힘겹게 끌며
방문앞에 서서
문 고리를 연다.
떠나던때와 같이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으며
"다녀왔어"
라고 말 해야 하는데.
학연의 몸은 또다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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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ㅠㅠ미안해요ㅠㅠㅠㅠ
너무 뜸하게 찾아왔죠ㅠㅠㅠㅠ
개인적으로 조금 정신없는 일이 있어서
답댓도 못달아준거 정말 죄송해요ㅠㅠㅠㅠㅠ
늘 읽어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