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온 나의 이름, 그러니까, 그가 부른 나의 이름이,
처음인 것 같아서.
그렇게 간절하게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이,
나는 또 너무 기뻐서
무작정 달렸다. 철장으로 만들어지고 문고리에 크기만큼 견고한 자물쇠가 달린 문으로. 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친듯이, 뜯어버릴 듯이 흔들면서 나는 소리칠 뿐이었다.
"종인아, 김종인!! 나 여기, 여기 있어, 갈게, 내가..갈게. 기다려, 종인아, 내 말 들려? 김종인! 김종인, 종인아.."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그를 그리워했던 만큼 절박하고 거칠게 소리쳤다. 그렇게나 불러보고 싶었던 이름을, 이렇게 부르게 될 줄 몰랐다.
내 입에서 나온 종인아, 라는 말은 역시 어색했다. 내 목소리로 빚어진 그의 이름을, 그가 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눈물이 나왔다.
"그만해!!!"
그가 거칠게 나를 문에서 잡아 뗴냈다. 나는 끝까지 버티려고 노력했지만, 나도 알고 그도 알고 있었듯이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내 멱사를 쥐고 나를 들어올렸다. 그는 아주, 아주 화난 표정이었다.
"가만히 있어. 너도 저리로 끌려가고 싶어?"
"응, 저기로 보내줘."
"미쳤지. 저기가 어딘줄 알고?"
"거기 있잖아."
"...."
"종인이."
그는 순간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분노도 사라지고, 세상의 모든 감정이 잠깐 흐려진 것 같은 표정을. 그 모든 순간, 그의 눈동자는 오롯이 내 눈동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는 다시 분노로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잠깐, 호의를 베풀어주려고 했는데."
"필요 없어."
" 원하면 가, 특별히 김종인 옆방으로 보내주지. 서로 고문받으면서 고통받는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도록."
침을 꿀꺽 삼켰다.
"종인이, 고문 받고 있는거야?"
"그래. 그럼 이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에서 뭘 하겠는데? 초호화 파티?"
"...."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너진 그의 모습. 온 몸의 뼈가 부러지고, 피부색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룩진 피와 상처, 쇳소리같은 숨을 내뱉는 그가.
눈 앞이 아득해졌다. 정말 느낌이었지만, 왠지 그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나의 상상이 아닌 현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끝.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눈을 떴을때, 머리는 온갖 무색의 소음으로 가득했고, 감각은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무뎠으며, 시야는 억지로 검게 덧칠한 것 같은 어둠에 파묻혀 있었다.
실컷 두들겨맞은 것처럼 온몸에 힘이 없고 뻐근했다. 눈을 몇번 꿈뻑꿈뻑, 했다.
"아."
목소리도 내보았다.
아까 종인이를 부르짖던, 나의 목소리가 생소했다. 아직 남아있을까, 정말 나의 모든 목소리로 그를 불렀는데.
들었을까.
기분이 이상했다. 그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갑자기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좁은 복도에서 기분나쁜 메아리를 내며 나를 조여왔다.
"...도경수."
"왜 왔어."
"만족해, 이제?"
"...."
"얌전히만 있었어도...! 이런 꼴은 안당했을거야."
"됐어."
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겨울날씨 같았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그의 표정에서 입술만이 미묘하게 뒤틀렸다.
"그래, 원한다면."
"...."
"매일 아침, 김종인의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하루를 맞이해봐."
"...."
그는 매몰차게 돌아섰다. 왠지 돌아서는 뒷모습이 힘겨워보였다. 나는 눈을 감았다. 매일 아침 들려올 종인이의 신음소리를 상상해보았다.
깊은 상처를 치료할때처럼 낮고 짙은 신음소리를 낼까, 아니면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천연한 고통에 젖은 목소리를 낼ㄲ.
무엇이됬든, 나는 괴롭겠지.
괴로움에 익숙해지려고, 온갖 나쁜 상상을 해보았다.
그때 멀지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왜 어떤 상상보다 슬펐는지는 모르겠다.
"..내 이름은 알아둬. 박찬열이야."
ㅎㅔㅎ 뜬금없이왓죵 ㅋㅋㅋㅋㅋㅋㅋㅋ이브잖아요...^^여려분도 저도 할일ㅇ없을까 염려되어서 짧지만 이거라도 읽으시라고 왔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댓글들을보면 뭐랄까 제가 끊는 포인트를 많이 좋아해주는듯해욬ㅋㅋㅋㅋㅋㅋ앞으로도 적절하게 잘끊는 잉그니가 되겟습니닼ㅋㅋㅋㅋ
늘 감사해요!!부족한점이 많은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