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이 끊이질 않았다. 울음을 참으며 그저 끅끅거리는 소리도 들렸고, 몸져 누운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다고.
수면 바지에 따땃한 후드티. 후리한 패션으로 키보드를 쳤다. 느릿느릿 독수리 타법으로 쓴 내용은 '훈녀 생정', '새학기 친구와 친해지는 법', '친구 많이 친해지는 법' 대충 이런 거였다. 중1이 되기 딱 2주 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교복을 사서 여러 번 입어보고 곧 중딩 타이틀을 얻을 걸 생각하며 떨려서 잠을 못 잤었는데, 새 친구를 사귈 생각에 잠을 못 자기도 했었다. 훈녀생정을 보면 하나 같이 내용이 똑같았다. 새콤달콤이나 마이쮸를 건내며 인사하긔. 웃으면서 다니긔. 화장은 적당히 하며 다니긔. 젤 친한 베프 한 명을 사귀긔. 지금 생각해보면 다 거지 같은 거였지만 (물론 저 방법으로 많은 친구를 사귀었었다) 먹을 걸 같이 나누어 먹으면 더 빨리 친해진다는 블로거에 의해 나는 인터넷 쇼핑몰로 들어가 새콤달콤을 대용량으로 구입했다. 엄마 미안.
설레는 마음으로 훈녀 생정들을 읽어나가는 중에 거실에서 엄마의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웹서핑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휴대폰이 짖는 소리가 귀에 굉장히 거슬렸다. 엄마 휴대폰 좀 받아! 내가 크게 외치자 설거지 중이라며 휴대폰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가 듣지 않게 졸라 귀찮아... 중얼거리며 거실 탁자에 올려져 있던 휴대폰을 들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는 엄마한테 가져다 주었다. 어머, 미숙이네. 고무장갑을 빼고 내 손에 들려져 있던 휴대폰을 잡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엄마의 통화를 엿들었다. 항상 엄마는 엄마 친구들과 하는 얘기를 재밌게 했다. 옆에 있던 나도 웃을 정도로 말이다. 한껏 빵 터질 준비를 하며 통화 내용을 엿들으려 했는데 소리가 잘 안 들렸다. 최대치로 안 해놨나.
엄마에게 통화음을 높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엄마 표정이 점점 굳혀져 가더니 그래? 알겠어 지금 갈게. 문자로 주소 좀 다시 보내 줘. 의문이 생기는 말만 하고 끊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엄마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엄마 장례식 가봐야겠다."
"아 헐..."
"할 일 없으면 너도 가."
"...어?"
"30분 안에 출발할 거야. 이상한 옷 껴입지 말고 검은색으로 갖춰 입어."
"으응..."
간다는 말도 안 했는데... 설거지도 마저 끝내지 못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보고 나도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어린 마음에 집에서 훈녀 생정이나 보고 싶다! 라는 마음만 들었지만 검은색 옷을 꺼내 입어 나갈 준비를 마친 후에 엄마와 밖으로 나왔다. 쌩쌩 부는 바람이 분위기를 다운 시켰다.
***
지루한 장례식장을 나와 장례식장에 딸려 있는 놀이방으로 출두했다. 솔직히 말해서, 쌩판 남의 장례식에서 내가 울 일도 없고. 슬픈 표정만 짓고 가만히 앉아 있기엔 참 지루했다. 엄마는 친구분을 도와 장례식에 온 사람들에게 반찬을 날랐다. 엄마에게 5000원을 받아 놓고 매점을 갈까 생각했지만 좀 전에 육개장을 먹었기에 그냥 참았다. 놀이방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내 골반도 안 올 것 같은 키의 아이들이 뒤집어진 채로 미끄럼틀에서 내려 올 때면 내가 다 긴장이 됐다. 한 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친구들에게 문자를 쐈다. 나 장례식 왔어...ㅠ.ㅠ 친구들은 즉각적으로 답을 보내왔다. 우울하면서도 신나게 문자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 있던 의자에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흘깃 쳐다 보고 다시 휴대폰으로 눈을 돌렸다. 친구인 지은이에게 ㅋㅋ를 남발하다, 뭔가 충격을 받을 것 같은 마음으로 다시 옆에 있던 사람을 봤다. 저 남자애 어디서 본 앤데... 우리 초등학교 애는 아닌 것 같았다. 재빨리 머리를 굴려 낯이 익은 남자애가 누굴지 추리했다. 예전에 피아노 학원에서 잠깐 놀았던 애? 아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지 게임기 마냥 혼자서 게임하던 애? 얘도 아니다. 대체 누구지, 하면서 눈을 그 남자애에게만 두니 내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졌는지 나를 봤다. 순하게 생긴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쳐진 눈꼬리. 나는 황급히 눈을 돌렸다. 와, 존나... 누군지 알 것 같다. 분명했다.
말을 걸까 말까. 주먹을 꽉 진 손에서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바지에 문지르며 땀을 닦았다. 초등학교를 다니며 만렙을 찍은 내 친화력을 내뿜을까, 아니면 어차피 한 번 볼 사이 같은데 그냥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을까. 백 번을 넘게 고민을 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남자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털으며 이 시끄러운 놀이방을 나 갈 것 같은 행동을 취했다. 왜 벌써 가는데!!!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생각과 다르게 입은 소리내어 말했다.
"야!"
"......"
"......"
일단 던져버렸다. 아까 읽었던 훈녀 생정을 되짚었다. 먼저 말을 거는 게 제일 좋긔. 그래서 일단 부르긴 불렀는데... 생정엔 왜 그 다음을 얘기해 주지 않은 걸까. 남자애는 자신을 부르는 걸 알았는지 나에게 초점을 맞추었고, 나는 가마니 마냥 가만히 있었다. 이게 아닌데. 내적 갈등이 심해질 무렵 남자애가 입을 열었다.
"나 불렀어?"
"......응."
"왜?"
왜냐고? 그, 그게 말이야...
찌질함의 끝을 보인 내 말에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나한테 한 발짝 다가왔다. 다시 한 번 왜냐고 물었다. 얼굴을 보니 얘는 나를 기억하지 못 하는 듯 싶었다. 조금 섭섭해지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나 뭐라고 말하지. 나에게 똥을 준 훈녀 생정, 다시는 안 볼 거다.
"너 변백현 맞지?"
"...맞는데...?"
"나 기억 안 나? 나 OOO이야."
그게 백현이와 6년만의 재회였다.
*
"으, 졸라 추워."
보충을 가는 길의 바람은 굉장히 매서웠다. 고1은 편하게 잘 놀고, 점수도 쉽게 말아먹었으니 고2때는 그러지 말자! 하고 보충을 나가는 길이다. 달콤한 방학을 반납하고 학교로 나가는 나에게 칭찬은 엊그제 얘기다. 겨울인 걸 티내듯 미끄러운 눈길과 차가운 바람이 비속어를 불러 일으켰다. 덜덜 떨면서도 휘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시야가 좁혀졌다. 여중에서 공학으로 온 이후로 계속 기르고 있던 머리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생기지 않은 걸 알았다. 아나, 또 비속어 나오려고 하네. 주머니에서 빼기 싫은 손으로 가방 옆주머니에 있던 고무줄을 꺼내 거추장스러운 긴 생머리를 묶기 시작했다. 추워 뒤지겠는데 더럽게 안 묶이네! 손이 점점 얼어가는 걸 느끼고, 잘 묶이든 간에 말든 간에 일단 대충 묶어버리고 다시 주머니에 손을 쏙 넣었다. 천국이 따로 없다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발을 거닐 때다.
"못생긴 애는 머리 묶는 거 아니다."
"미친... 변백현 뭐 했냐...?"
"머리 날리는 것 봐. 존나 추노세요?"
"추노한테 처맞자, 이 새끼야."
"아침부터 몸의 대화는 거절한다. 빨랑 와."
언제부터 따라 온 건지 백현이가 뒤에서 열심히 묶은 머리를 풀러 고무줄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서는 혀를 내밀어 메롱, 이라며 내 빡침을 고조시켰다. 아침부터 약을 빨았나. 먼저 가는 백현이의 등짝을 세게 쳤으나 두터운 패딩 덕에 아픔은 잘 느끼지 못한 듯 했다.
"그러게 누가 먼저 가래. 나랑 같이 가쟀지!"
"안 나와있으면 그냥 간다고 했어."
"와~ 우리 OO이는 으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지?"
"지랄."
"근데 나 방금 라임 쩔지 않았냐? 우리 으리!"
"얼간이 같아. 것도 조오오온나!"
내 말에 나쁜 기집애! 라며 저 팔뚝으로 나를 밀쳤고, 나는 방어할 생각도 없이 걷고 있던지라 그대로 넘어질 뻔 했다. 으악! 내 외마디 비명에 백현이도 놀라서는 밀친 팔뚝으로 다시 나를 잡아주었다. 아침부터 뼈 나갈 뻔 했네. 나보다 조금 큰 백현이를 죽일 듯이 노려보자 자기가 구해준 거라며 어깨동무를 하고 다시 등교길을 걸었다. 병 주고 약 주고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순간이다.
백현이의 부모님과 내 부모님은 등산 동호회에서 만났다고 했다.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는 서로가 이렇게 부부가 될 거라고, 이렇게 친해질 지 아무도 몰랐다며 엄마는 항상 호호 웃으며 드라마를 봤었다. 하지만 7살 때의 나는 변백현이 죽도록 싫었다. 맨날 머리를 잡아당기고, 걷고 있는데 다리를 걸어 나를 넘어뜨리고. 온갖 개같은 행동을 보여줬지만 끝에 자존심을 버리고 내가 엉엉 울어버리면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내 옆에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재롱을 부려 내 울음을 멈추기도 했고 어디선가 초콜릿을 가져와 '엄마 몰래 주는 거야. 그러니까 이거 먹구 울지 마.' 라며 내 입에 초콜릿을 쑤셔 넣었다. 이 때도 병 주고 약 주기는 장난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8살 때. 백현이 네가 돌연 이사를 가버렸다. 이사 가기 전날이 기억 났다. 평소처럼 장난도 안 치고,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입만 씰룩거렸던 백현이. 자기가 이사를 간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말을 못했었던 것 같다. 장난은 그렇게 잘 쳤으면서. 이사를 가고 나서 백현이의 빈자리가 얼마나 공허했는지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그리고 14살, 입학하기 직전. 장례식에서 우연히 만났다. 다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예전에 살던 집은 아니지만 같은 동네로 왔다고. 불편함은 금새 없어지고 지금은 다시 7살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저 놈의 입을 꼬매버리고 싶다.
"보충 숙제 했냐? 가면 나 좀 보여 주라."
"니 새끼 뭐가 예쁘다고 보여주는데? 나 금방 넘어뜨려서 죽이려던 애한테? 내가 미쳤어?"
"아이잉~ 장난이었지 자기야~"
"아 싫어. 꺼져 찐따 새끼야."
"아 왜! 오세훈한테는 맨날 잘 보여주잖아!"
"오세훈은 잘생겼잖아!"
그리고 무섭잖아! 차마 뒷말은 쪽팔려서 못 꺼냈다. 우리 반에 개일진 같이 진짜 무섭게 생긴 애가 있다. 친구도 없이 혼자 다니는 앤데, 눈 뜨고 보니 나는 어느새 그 친구의 숙제 셔틀이 되어있었다. 그래도 고마운 건 나한테 해달라는 말은 안 하고 항상 빌려갔다. 그 때문에 나는 숙제를 빼먹을 수가 없었다. 이번 2학년도 같은 반이던데. 뻐킹 맨.
"야, 나도 잘생겼어! 나 항상 여자애들이 챙겨주는 거 못 봤냐?"
"예~ 다음 병신~"
"너는 어떻게 남자한테 뭘 받는 걸 항상 못 보냐? 하여튼 OOO 클라스 장난 없으시죠."
"닥쳐."
"좀 예뻐보이겠다고 머리도 기르는데 안 생길 사람은 안 생긴다는 말이 맞네. 그렇지?"
"개새끼..."
"애잔보스 OOO... 오빠가 너 때문에 그렇게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던 눈물이 다 날 것,"
"씹새끼야. 너랑 안 놀아!!!"
*
"OOO, 나 숙제 좀 보여 줘."
"어? 잠시만..."
아까 그 이후로 삐친 나를 풀겠다며 내 짝꿍인 지은이를 절로 보내고 자기가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계속 떠들어대는 바람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오늘도 나타나 내 숙제를 세훈이가 나타나 내 책상 앞에 우뚝 섰다. 내가 피땀 흘려가며 해온 숙제. 가방에서 꺼내 노트를 건냈다. 여기. 내 소심한 짧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트를 가지고 제자리로 가는 세훈이 뒷모습을 봤다. 내가, 내가 너... 잘생겨서 봐준다. 은근 못됐지만 그래도 주관적으로 우리 학교 탑3에 들만큼 존잘인 세훈이 옆태를 나도 모르게 구경하고 있는데, 넓직한 손이 내 시야를 가렸다.
"쟤가 그렇게 잘생겼냐?"
"조용히 안 해? 닥쳐. 너 입 열지 마."
"쟤는 공부도 제대로 안 하면서 보충은 왜 나온대? 숙제도 맨날 너한테 빌리잖아."
"...제발 백현아."
"오죽하면 내가 너네 둘이랑 다른 반인데 옆에 친구가 'OOO? 걔 오세훈 숙제 해주는 애?' 라는 소릴 듣겠어. 야 OOO, 내 말 듣고 있어?"
"......"
변백현의 가볍디 가벼운 입방정에 결국 세훈이가 상체를 돌려 우리를, 자세히 말하자면 변백현을 쳐다봤다. 아니, 또 자세히 말하자면 백현이를 꼬나봤다. 저런눈빛, 한 번 본적이 있다. 염색을 풀고 오라며 출석부로 머리를 툭툭 치는 담임에게 저런 눈빛을 보였던가. 그 뒤로는 선생님을 그딴식으로 보냐며 학생부로 끌려갔지만 염색은 풀지 않았다. 그때는 세훈이가 잘못 걸렸다며 불쌍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백현이가 병신 같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야, 쟤가 나 겁나 째려."
"......"
"웃어 줄까?"
"...허."
"안녕 오세훈! 너 잘생겼다!"
나한테 소근대며 말하다가 오세훈에게 인사를 하며 절을 하듯 말하는 백현이를 보며 이런 또라이도 어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세훈은 고개를 젓고서는 다시 내 숙제를 배낀다. 자기의 폭 넓은 친화력을 봤냐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백현이에게, 애들에게 뺏길까 몰래 먹고 있던 빼빼로 여러 개를 입 안에 처넣어 아무 말도 못 하게 했다. 아오 이 새끼를 진짜. 혈압이 오를 것 같았지만 조용해진 덕에 다시 잠잠해졌다. 또다시 먹는 와중에도 입방정을 떠는 백현이 때문에 헛웃음이 나왔지만.
"오오, 빼빼로~ 오빠랑 그렇게 뽀뽀하고 싶었냐?"
"뭔 개소리야. 멍멍?"
"빼빼로 하면 뽀뽀지. 빨리 반대쪽 물어. 나 준비 다 됐음."
"빨리. 처. 먹어. 새끼야."
"헐. 너네만 먹냐? 나도 줘!"
길이가 짧아진 빼빼로를 물고 우물거리며 내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길래 악센트를 줘가며 남은 빼빼로들을 모두 입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이 광경을 본 뒷자리 친구가 자신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내 소중한 빼빼로인데...
건내고 싶지 않은 빼빼로를 뒷자리,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옆 분단 아이들에게 모두 나누어 준 후에 텅 빈 과자 곽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이게 다 변백현 때문이야. 진심으로 울 것 같아서 변백현을 노려보니, 또 미워할 수가 없게 헤실헤실 웃으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보충 선생님이 들어오며 우리의 대화는 끝이 났다. 됐고 쉬는 시간만 돼 봐. 뒤졌어. 칼을 갈며 책을 피고 선생님의 말에 집중했다.
집중도 잠시. 슬슬 눈이 감겨 오며 무의식적으로 꿈의 나라로의 로그인 여부를 생각하고 있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중 백현이가 내 팔을 콕콕 찌르며 쪽지를 내밀었다. 그래... 이번엔 어떤 개소리가 쓰여있을까.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가며 드럽게도 많이 접힌 쪽지를 모두 펴내었다.
[오빠 오늘 지갑 ㅈㄴ 두둑함]
갑자기 웬 지 자랑. 재수가 없어서 어쩌라고, 하고 대충 휘갈기고 접지도 않은 쪽지를 백현이 책상으로 밀었다. 미는 김에 지우개 가루도 같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졸려서 결국 졸음의 세계로 가려 하는데 다시 콕콕 찌르는 게 느껴졌다. 존나 뭐 어쩌라고. 짜증을 꾹 참으며 접힌 쪽지를 폈다.
[오빠가 매점에 있는 빼빼로 다 털어줄게. 끝나고 매점 가자. 삐치지 마 ㅠ.ㅠ]
허세가 다분한 말과 다르게 귀여운 이모티콘에 픽 웃었다.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적힌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엎드려 잠을 청했다.
잠결에 언뜻,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썰은 쓰다가 모두 날려서...(우울) 10편까지 썼는데...(울먹) 찬열이 썰은 곧 가져올게요... 아모닉은 썰이 아니니까 언급 안 하겠습니다... 내 소중한 찬녀리 썰... 초록글 감사해욥... 독자님들... 더럽... the love... 내 거야... 오늘 밤 독자님들을 가지겠어... 멘붕이네여...
재미로 써본 건데... 여러분이 좋으시면 이것도 써보려구요... 반응 없으면 죄송...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