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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도경수] 해피 경수 데이 | 인스티즈
























3분, 2분, 1분.

초조한 마음인 반면 1분 1초가 참 느리게 흘러갔다. 11시 59분, 곧 1분 뒤에는 AM 12:00이며 내 남자친구인 도경수의 생일 맞이 전화 이벤트란 말이다. 문자나 톡은 잘 안 봐도 전화만큼은 잘 받는 경수에게 제대로 된 여자친구 노릇 좀 해봐야겠다고 무려 사귄 지 2년 만에 마음을 먹었다. 지금까지는 현모양처 답지 못한 여자친구였다면, 앞으로는 너에게 걸맞는 여성스러운 여자친구가 될게! 이 멘트를 들으면 우리 경수는 아마 눈물을 펑펑 흘리지 않을까? 이건 좀 오반가.


12시.

때가 되었다. 미리 전화 키패드에 눌러둔 경수의 전화번호를 재확인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새소리의 연결음이 들려왔다. 내가 컬러링 좀 바꾸라니까... 오늘 만나면 바꿔 줘야지. 근데 왜 이렇게 안 받지. 평소 전화를 하면 새소리를 10초도 듣기 전에 잘 받는 경수였는데. 아직 취침 시간도 아니었다. 결국 통화료가 부과된다는 말만 듣고 끊었다. 화장실을 갔을 거라 믿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몇 초를 애타게 하더니 결국 받았다는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경수야!"


― ...으응.


"해피 벌스 데이~ 생일 축하해!"


―......


"생일 정말 축하하고, 음... 말하기 부끄럽지만, 앞으로 너한테 잘 어울리는 여자친구가 될,... 여보세요? 듣고 있어?"



대답도 없이 가만히 듣고 있을 애가 아닌데. 재차 듣고 있냐고 물었음에도 경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좀 낯간지러워서 그런가 싶어서 듣고 있으면 헛기침이라도 해 달라고 해도 조용했다. 별 것도 안 했는데 벌써 감동 먹었을 리는 없고. 몇 번이나 경수의 이름을 불렀을 때였다.



"도경수. 경수야!"


― 응, 그래...



뚝.

......지금 끊긴 거지? 믿을 수 없었다. 이건 꿈이야.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전화가 끊긴 화면이 떴다. 뭐, 뭐야... 당황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곧이어 나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그래, 장난치는 거겠지. 아무리 표현이 적어도, 오글거림을 못 참아도 그렇지. 설마 애인의 전화를 대충 씹고 끊겠어? 나는 의지를 불태워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실수였다며 나를 달래는 경수의 목소리가 아닌 통화료 부과세를 뜯으려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헐."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오고 욕도 안 나왔다. 단숨에 빡친 나는 휴대폰을 침대에 던지고 부글부글 끓는 채로 주방으로가 차가운 물을 입으로 들이부었다. 그때 어떠한 말이 떠올랐다. '냉수 먹고 속 차려라.'



"내가 너무 흥분한 걸 거야."



이런 상황이 처음이다보니 그런 걸 거라며 나 자신에게 위안을 주고 다시 방으로 가 침대에 던진 휴대폰을 집어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지겨운 새소리의 컬러링만 몇 번 째인지. 지겨워 죽겠다. 그리고 지겨움과 함께 전화 통화 끊기를 눌렀다. 아까보다 속이 더 끓는 듯 싶었다. 이 개새끼...



"오늘이 어떤 날인데 처자냐고!!!!!!"



생일 전화 이벤트는 무슨, 매우 엿 같이 시작되는 월요일일 뿐이었다.



















해피 경수 데이


부제: 럼 펌펌펌




















눈이 부시는 햇빛에 잠을 깼다. 커튼을 치고 자는 걸 깜빡한 나머지 게슴츠레 뜬 눈에 온갖 빛이 비추어져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 끝까지 덮었다가, 한 번에 제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수 생일! 일어나자마자 첫 번째로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나쁜 새끼...' 하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직까지도 믿겨지지 않는다. 휴대폰을 켜 최근 전화 기록을 살펴봤다. 경수를 향한 발신 표시는 있었지만 수신은 없었다. 지금은 한 시였다. 오후 한 시. 마지막으로 건 전화는 새벽 3시였다. 3시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단 것이다. 아, 더 열 오르네. 지 생일인 건 알고 있겠지. 화남과 의문을 품은 채 거실로 나갔다.



"됴도야..."


"멍!"


"언니 너무 슬프다..."


"멍멍! 멍!"


"언니 슬픈 거 알겠어? 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언니가 개소리를 하는 거니?"


"멍!"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것 같아서 우이씨! 괜히 겁을 줬다가 밥그릇에 개사료를 듬뿍 담아주었다. 네가 무슨 죄니. 많이 먹어. 우리 집 멍멍이 됴도. 경수 이름을 따서 만든 거다. 처음엔 자기가 개새끼냐며 싫어하는 티를 툭툭 내더니 요즈음엔 됴도 밥을 제대로 주는 게 맞냐며 나를 타박하는 경수였다. 경수야, 생각해봤는데 넌 개새끼 같아. 아니다. 넌 개새끼야. 됴도가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쭈그려 앉아 됴도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다 말고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식탁엔 다 부서진 먹다 남은 생크림 케이크와 널부러진 케이크 칼이 있었다. 저것 역시 경수에게 주려고 내가 그끄저께부터 예약해둔, 드럽게 비싼 케이크였다. 새벽에 확 열불이 나서 홧김에 먹어버린 케이크였는데 반을 먹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잘한 것 같다. 어떻게 연락이 없을 수가 있지. 지금쯤이면 자고 일어났을 때일 거 아냐. 의자에 앉아 케이크 위에 올려진 딸기를 입에 넣었다. 냉장고에 있던 게 아니라 시원하진 않았지만 먹을 만 했다. 맛있었다. 이 케이크는 맛있는 케이크고, 예상대로라면 우리는 2시에 만나 맛난 케이크와 내가 직접 만든 스웨터를 주며 조화해!!! 하고 있어야 할 텐데. 쇼파 위에 걸쳐져있던 스웨터를 바닥에 던졌다.





7시.

나는 마음을 먹었다. 도경수가 오늘 안에 나한테 연락이 안 오면, 영원히 안 볼 거라고. 생일이 5시간 남았다. 5시간 밖에 안 남았다. 낮부터 지금까지 경수는 문자 한 통 조차 보내지 않았다. 상처를 받았기 보다는 그냥 화가 났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며칠 전부터 그렇게 기대된다고, 12시에 전화할 거라고 떡밥을 던졌었는데. 2번이나 같이 보낸 생일 중 이런 날은 절대 없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랑 만나기 싫나, 사람이 갑자기 미워질 수 있나...?



"에라 모르겠다."



급히 화장을 하고 단체 채팅방에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오늘 클럽 같이 안 가주면 영원히 쌩이야 이 년들아!!!' 월요일부터 무슨 지랄이냐며 욕지랄을 써댔지만 금새 나간다며 만날 장소를 정하는 친구들이었다. 나온다고 하면 될 것을, 요 츤츤이들. 나도 머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경수의 생일날, 경수를 잊고 놀겠다고 다짐하며.




















"OOO! 혼자 뭐 해!"


"재미없어. 노잼."


"남자친구 생각하냐? 지가 오자고 해놓고는?"


"니네나 놀아."



오랜만에 온 클럽은 놀랍게도 재미가 없었다. 친구들한테 모두 털어놓으며 같이 욕하다가 입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죽어라 놀아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찝찝하다. 시간은 흘러흘러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고, 혹시라도 경수한테 연락이라도 왔을까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새벽에 화가 난 상태로 충전할 생각도 여유도 없어, 폰은 배터리 방전 상태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맥주를 마시고 속으로는 아주 애끓는 상태였다. 진짜, 진짜... 보고 싶다. 혼자 중얼거리며 맥주를 마시고 있던 찰나, 친구가 입구 쪽에서 황급히 뛰어오며 나를 툭툭 쳤다.



"야, 야 너 빨리 숨어!"


"뭐야. 왜?"


"여기 니 남친이랑 남친 친구들 왔어!"


"...헐 미친. 너네 웃옷 좀 나한테 막 걸쳐봐."



나한테 연락도 없던 애가 클럽에 왔다는 것보다는, 일단 내 몸뚱아리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사귀고 나서 좀 중반이었나. 친구 생일 때 경수 몰래 클럽을 갔던 적이 있었다. 경수수니인 나는 철벽 치며 춤만 추고 놀았을 뿐인데, 그게 경수의 귀에 들어가서 겁나게 혼났던 적이 있었다. 친구들의 연애사를 들을 때 '나 남댜팅구한테 혼나써.' 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나는 레알 존나 지리게 혼났다. 그 정색을 잊을 수가 없기에 나는 기필코 숨어야만 했다. 눈 아래로는 옷으로 모두 가린 채로 나는 심장이 두근거림을 뛰어 넘어 터질 듯함을 느끼고 있는데 친구 표정이 점점 가관이 되더니 나에게 닥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 아무말도 안 했는데...



"왜? 뭔데 그러,"


"아 좀 닥쳐...! 니 바로 뒤에 앉았으니까!"



내 입을 막으며 소곤소곤대며 내 귓가에 말해주었다. 친구도, 나도 숨죽여 가만히 있었다. 경수가, 못 본 지 24시간이 넘는 경수가 내 뒤에 앉아있다. 와 이건... 망했는데? 경수는 그렇다치고, 자기 생일날 클럽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친구를 보면 보수적의 왕 경수는 거품 물고 쓰러질 게 눈에 훤하다. 덜덜 떨며 가만히 있었고, 친구는 내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야~ 도경수 생일 축하한다!"


"새끼가 존나 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생일 다 끝나갈 때 쏘는데!"


"닥치고 처먹어 미친놈들아."


"야, 오늘 경수 여친이랑 연락 안 되서 기분 드럽대. 인간적으로 경수는 건들지 말자, 오늘은."


"오늘 경수 누구 한 대 줘 패서 저세상 보낸다에 한 표!"



......? 예? 뭐라구요? 뭐가 안 돼?

엿듣고 있는 친구와 나는 둘 다 놀란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며 이게 뭔 얘기냐며 입 모양으로 떠들어댔다. 다시금 나와 경수의 얘기가 재조명되는 바람에 다시 입 닥치고 앞만 바라봐야 했지만.



"왜 연락 안 되는데? 아픔?"


"몰라... 휴대폰 잃어버린 줄 알았다가 침대 맡에서 찾았는데 새벽에 전화 와있었더라고."


"어제 우리가 술 처먹이다 도경수 일찍 잠들지 않았냐?"


"지금은 왜 안 돼?"


"7시 쯤에 찾아서 전화해봤는데 꺼져있대."


"삐쳤네. 도경수가 잘못했네."



아니, 이건 쌍방으로 잘못했네. 혹은 내가 조금 더 잘못한 거일지도... 전화를 못 받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나는 걱정에 휩싸였다. 나, 진짜 어떡하지. 그런 사연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나는 도경수만 욕하고 있었던 거였다니. 내가 한심하다 느껴져 친구의 뼈 밖에 없는 어깨에 머리를 박았다. 나란 나쁜 년, 죽어라. 죽어 마땅해.



"아, 나 자다가 실수로 도경수 전화 받았었는데?."


"뭐?"


"여자친구 였던 거 같은데... 무슨 너한테 예쁜 여자친구가 될게 어쩌구 막 이랬었,"


"그걸 니가 왜 들어 씹새끼야."


"아 왜 때려! 내 폰인 줄 알았지!"


"또라이 새끼야. 뒤질래? 어?"


"아아악! 아프다고! 야! 도경수 이 미친 놈아!"


"내가 제사상 차리고 올게여..."



아예 테이블에 대고 머리를 박았다. 그것도 경수가 아니었다니.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됐고 경수야, 내가 잘못했어... 무릎 꿇을 준비 해야하나. 절망에 빠져 있는 상태로 머리만 박다가 친구가 갑자게 저지했다. 제사상을 차리고 온다던 그 친구가 우리를 지나쳤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지만 심장을 부여잡으며 들숨 날숨을 반복했다. 존나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우리 경수 다 컸네. 여자친구 때문에 맘 고생도 하고!"


"근데 얘 저번에도 여친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냐?"


"아, 그 은지였나?"


"걔는 걍 도경수를 일방적으로 따라다녀서 그런 거지. 강제 1일 성사였잖아."


"강제든 뭐든, 진짜 니 첫. 사. 랑."


"럼 펌펌펌~"


"종따이랑 변백현 춤 추는 것 봐. 둘이 듀엣해라!"


"아야 머리가 아플걸~"



그렇구나. 내가 첫 번째가 아니었구나. 내가 첫사랑이라며 수줍게 웃으며 말하던 경수가 떠올랐다. 어쩐지, 키스를 하는데 존나 능숙하더만. 강제든 뭐든 경수의 첫사랑이 내가 아니란 것을 깨달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으며 내가 숨고 있었던 것도 잊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OO이 누나?"



제사상을 차리고 온다던, 경수의 지인인 세훈이가 놀란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 그렇게 된 거였어여?"


"어... 나 이제 어떡하지..."



세훈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총알 보다 빠르게 세훈이의 옷깃을 잡고 클럽 구석탱이로 향해 자초지종, 모든 걸 설명했다. 거짓말이 아니야, 진짜 사실이라고! 날 믿어 줘! 내 애원에 그럴 수 있다면서 다행히도 수긍해 주었다. 둘이서 해결책을 구하자며 구석탱이에 서있는 폼이 꽤나 불쌍한 듯 느껴졌다. 왜 괜히 클럽에 와서, 왜 휴대폰 충전은 안 해서 이 모양일까. 자책하며 세훈이에게 뺨을 때려 달라고 요구할까 고민하던 때에 좋은 생각이 났다며 내 어깨를 탁탁 쳤다. 좀 아픈데...?



"누나, 내가 좀 이따 경수 형을 형 집으로 보낼 테니까 누나는 얼른 경수 형 집으로 가서 파티 준비 해여."


"괜찮을까?"


"아 그럼여! 열두 시 별로 안 남았어여. 누나는 가방만 들고 후딱 나가여. 형 생일 선물은 있어여?"


"집에 스웨터... 암튼 고마워. 너밖에 없다."


"경수 형 밖에 없잖아여. 그나저나 누나 옷... 괜찮겠어여? 경수 형이 뭐라 할 텐데."


"괜찮아. 경수는 한 20분 이따 보내 줘. 나 먼저 갈게!!!"



옷이고 뭐고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게 걸어 테이블로 가 가방을 챙기고, 어느 때보다 빠르게 우리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신발을 벗어 제끼고 스웨터부터 찾았다. 케이크는 이미 먹어버렸으니 편의점에서 사는 수밖에. 하지만, 내 금쪽같은 스웨터는 사라지고



"됴도야!!!!!!!!!!"


"멍멍!"


"그걸 뜯어 먹으면 어떡해, 이 똥강아지 새끼야!!!!!!"



해맑게 멍멍! 짖는 됴도가 처음으로 미워졌다.

다 풀어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흉해진 스웨터를 가지고 노는 됴도였다.



















"이게 뭐야..."



경수의 집 앞에서 덜덜 떨며 케이크에 촛 불을 켤 준비를 했다. 예약했었던 케이크와는 달리 소박한 크기의 케이크, 실밥이 다 풀린 스웨터 대신 근처 팬시점의 싸구려 목도리. 아마 자신이 받았던 것 중에서 최악의 선물이 될 테지. 자신감이 뚝 떨어진 상태로 경수를 기다렸다. 빨리 오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생일이 10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경수는 왜 안 오는 걸까. 세훈이가 설마 깜빡한 건 아니겠지. 제발, 제발 경수야...



"OOO?"


"......"


"...왜 여기 있어?"


"너, 너 왜 그쪽으로 와...?"



내가 말을 던지고 3초 후에 알아챘다. 클럽 방향 쪽에서 오면 평소 오던 큰 길이 아닌, 경수가 온 골목으로 온다는 것을. 너무 놀라서 바닥에 놓은 케이크 상자를 꺼낼 생각도 못했다. 너, 여기서 뭐 해... 경수의 말에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상자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기다려 봐.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상자 위에 올린 케이크를 들어 경수 앞으로 다가갔다.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경수야."


"......"


"생일 축하해."


"......"


"앞으로도 내 남자친구 해 줘. 안 해 주기만 해 봐."




전화해서 말해주려던 멘트는 싸그리 잊어버리고 여성스러움 따윈 잊은 채 협박하는 어투로 말했다. 후에는 나도 민망해져 얼른 촛불이나 끄라며 재촉했다. 경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촛불을 끄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잠시만!"


"왜?"


"소원은 빌어야지!"



나는 찌라시나 쓸 데 없는 얘기를 잘 믿었다.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끄기 전에 소원을 말하고 끄면 다음 생일 때까지 망할 일상을 보낼 거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그러므로 나는 경수에게 다급히 제지했다. 소원 얼른 빌어! 경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알겠다고 한 후 눈을 감았다.



"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 주시고"


"......"


"OOO은 내 앞에서만 짧은 거 입게 해 주세요. 앞으로도 영원히."


"...불어."


"그래."



디스인지 소원인지 구별이 잘 안 됐지만 아무튼 경수 소원이니까... 어쩔 수 없이 촛불을 끄는 경수를 지켜봤다. 케이크 상자를 내려놓고 목도리가 담긴 종이가방을 건냈다. 이건 집에 가서 봐. 단호하게 말하니까 알겠다고 답했다. 말은 잘 들어요."



"너 오늘 어디에서 뭐 했어?"


"...나?"


"하루종일 전화도 안 받고, 이 차림은 또 뭐야. 추운데."


"전화 안 받은 건 너거든?"


"그건 사정이 있었어... 몰라. 안아 줘."



안아 달라면서 나를 안는 경수의 품이 따뜻했다. 케이크고 뭐고 빨리 안길 걸 그랬나 싶을 정도로. 서로 보고 싶었다며 끌어안는 세기가 강해졌다.



"근데 나 앞으로 짧은 거 입지 마?"


"입지 말라는 소리는 안 했지. 내 앞에서만 입으라고. 다리 내놓고 다니는 꼴 못 본다고 했지."


"여친한테 꼴이 뭐냐. 죽을래?"


"남자친구한테 죽을래가 뭐야."


"......"


"뽀뽀해도 돼?"


"...아무렴."



이왕 하는 거 좀 더 진한 걸로 해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오늘은 경수의 생일이므로 네 마음대로 해라! 라는 표시로 얼굴을 들이대니까 볼, 입, 이마, 쉴 새 없이 쪽쪽 소리가 났다. 근데 왜 점점 입술이...



"야, 여기 밖이야 미친 놈아!"


"그러니까 왜 이런 걸 입고 와."


"CCTV 안 보여? 목에다가는 왜 해!"


"해도 된다길래."



투닥거리며 서로만 끌어안고 있다 시계를 흘끗 보니 11시 59분이 되었다. 그래도 오늘 경수를 보긴 봤구나. 마지막으로 할 말을 하기 위해 경수의 품에서 떨어졌다.



"경수야, 생일 정말 축하하고, 오늘 많이 못 본 거 너무 섭섭해 하지 말고."


"......"


"어, 음... 사랑해. 많이."


"...나도 사랑해."



다시 경수의 품에 안겼다. 떨어질래야 떨어 질 수가 없구먼, 너무 따뜻해서. 나를 안은 경수가 얼핏 콧노래를 부르는 듯 싶었다.



"근데 경수야."


"응?"


"은지가 누구야?"



12시. 생일은 지났다.

경수야, 강제든 뭐든 우리 진지하게 너의 과거인 럼 펌펌펌 대화를 나눠보자고.





























우리 됴 생일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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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벤츠남
9년 전
독자2
헐.....ㅋㅋㅋㅋㅋㅋ겁나 현부찬열이생각하면서들어왔는데 경수여서 한번놀라고 달달해서 또놀라네여......♡
9년 전
독자3
모카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잨ㅋㅋㅋㅋ걍수얔ㅋㅋㅋㅋㅋㅋㅋㅋ 생일이지났으닠ㅋㅋ 은지이야기를 해얗겠구낰ㅋㅋㅋ 껄껄 그래서 과거이야기는 어떻게서든 여친에게 들어가게해서는 안되지 암암ㅋㅋㅋ

9년 전
독자4
라니에요!!! 알림뜨길레 벤츠남??? 하면서 들어왔는데 경수네요 후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화를 경수가 받은게 아니였다니 반전 ㅋㅋㅋㅋㅋㅋ으아 경수 생일축하햄..
9년 전
독자5
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 반전ㅋㅋㅋㅋㅋㅋ진지하게 보다가 터졌네요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6
메리미입니다!
수요일은 조니니 생일인데 기대해도 되나요. 희희.
가끔은 이런 번외도 좋다능요 희희!

9년 전
독자7
피씨와이 입니당!
찬녀리 생각하면서 들어왔는데 경수!경수라니ㅠㅠㅠㅠ독자들이 이런걸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셨다면 100번 맞는 말씀입니다. 이번편 짱이였어요 달달....이런것도 좋네요 수요일도 기대할게요 잘보고가요!:)

9년 전
독자8
경수라니ㅠㅠㅠㅠㅠㅠ경수편이라니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갑작스러운글 좋아합니당♡
9년 전
독자9
기화입니다.
한참 음~~~거리면서 잘보고있다가 마지막 대사에 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지가 누구냐니 ㅋㅋㅋㅋㅋㄱㅋㅋ

9년 전
독자10
럼펌펌펌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의 럼펌펌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센스쟁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2
아저씨예요!
9년 전
독자13
나중에 클럽간거 들켜서 혼날것같은 기분은 뭐져 혼나다가 서럽고 그래서 울면서 너때문이야!! 하고 엉엉울면서 집갔는데 경수가 안쫒아와서 더 서러워하다가 새벽에 깼는데 경수가 머리 쓰다듬어주고 있을것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은 제 망상!ㅎㅅㅎ!
9년 전
독자14
ㅋㅋㅋㅋ마지막엨ㅋㅋㅋㅋ은짘ㅋㅋㅋㅋㅋㅋㅋㅋ됴도는ㄴ 왜그걸 물어뜽럴냐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브버어누우ㅜㅜ
9년 전
독자15
ㅋㅋㅋㅋㅋ은지 ㅋㅋㅋㅋㅋㅋ 하긴 생일 지났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6
ㅋㅋㅋㅋㅋㅋㅋ라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지가누구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쳐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17
핫초코예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럼펌펌펌ㅋㅋㅋㅋㅋㅋㅋ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스펙타클한 생일이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ㅋㅋ경수생일지나서 보긴했지만 축하한다눙
9년 전
독자18
경수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이렇게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워더ㅠㅠㅠㅠ
9년 전
독자19
초코콘더쿠 하아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경수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지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를 나눠볼까^^!
9년 전
독자20
됴됴륵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지가 누구야? 너의 람펌펌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수야 ㅋㅋㅋㅋㅋㅋ 전화를 경수가 받은게 아니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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