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짐을 풀어둔 펜션 안으로 들어오자 바깥과는 다른 포근한 공기에 절로 배시시 미소가 새어나왔다. 아, 따뜻해. 내 목소리에 나를 따라 현관으로 들어오던 바비가 문을 닫으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은 채로 현관에서 바비와 마주보고 섰다. 왜 안 들어가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바비를 마주하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원래부터 한 집에 살긴 했지만 이렇게, 먼 펜션에서 바비와 단 둘이 있는 건 다르고 또 이상한 느낌이었다.
" 되게 이상해요. 나 이런 곳 처음 와요. 것도 남자랑 단 둘이. "
내 말에 날 내려다보던 바비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내 목에 둘러진 목도리를 천천히 풀어주었다. 먼저 씻으십시오. 그 말에 배시시 웃으며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자 온 몸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처럼 힘이 빠지며 나른해졌다. 아무 것도 안 했지만 밀려오는 피곤한 느낌에 하품을 살짝 하곤 밖으로 나왔는데,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달콤하고 맛있는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때 맞춰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도 울리고. 머리를 잠깐 털다가 수건을 그대로 머리 위에 대충 올려두곤 맛있는 냄새를 따라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자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은 바비의 뒷모습이 보인다. 냄비를 가지고 식탁으로 오다가 날 발견한 바비가 다 씻으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 이게 다 뭐에요? "
" 저녁 안 드셨잖습니까. "
" 이거 바비가 다 한 거에요? "
내 말에 바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상 가득하게, 꽤나 많이 차려진 음식들에 조금은 놀란 눈으로 식탁 앞에 앉으니 바비도 냄비를 내려놓곤 맞은 편에 몸을 앉혔다. 조심스레 숟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국을 먼저 한 입 떠먹었다. 보기도 좋은 음식이 먹기도 좋단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던 바비의 음식들은 정말로 다 맛있었다. 진짜 요리 잘 하는구나. 그래서 저번에, 결혼하면 바비가 요리 한다고…. 무심결에 떠오른 결혼이라는 단어, 그리고 결혼을 말하던 바비의 모습에 먹다가 살짝 몸을 움찔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올 것 같아서 작게 고개를 젓곤 맞은 편의 바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진짜 맛있어요. 바비 요리 진짜 잘 하네요! "
잘 한다는 내 말이 좋았는지 바비가 피식 웃으며 식사를 이어갔다. 배가 고프긴 했던 건지 그렇게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몇 번 밥을 떠먹던 바비는 어느새 숟가락을 놓고 내가 먹는 것만 바라보고 있다. 나에게로만 닿아오는 시선에 왠지 먹다 말고 민망한 기분이 들어서 왜 안 먹어요? 하고 물으니 바비가 날 지그시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 너 먹는 거만 봐도 배불러서. "
다정하게 말해주는 그 목소리에 배시시 웃곤 앞에 놓인 익은 감자를 하나 집어 입 안에 쏙 넣었다. 그러자 바비가 그 모습마저도 귀엽다는 듯 킥킥 웃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자 날 바라보던 바비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 어디 가요? "
" 아가씨 다 드셨으니 씻으러 갑니다. "
쉬고 계세요, 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뜨는 바비를 바라보며 네, 하고 짧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지나쳐 욕실을 향해 가던 바비가 내 머리를 한 번 톡 치고 지나갔다. 툭 하면 쿡쿡 찔러, 바비는…. 볼도 쿡쿡 찌르고. 머리도 톡톡 때리고. 예상치 못하게 짧게 짧게 닿아오는 바비의 손길이 이상하게도 설렌다는 걸 알고 저러는 걸까.
욕실에서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하곤 식탁 앞에 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반쯤 열려져 있는 내 가방으로 가서 깊숙히 숨겨놓았던 와인과 치즈, 비스킷과 같은 몇가지 간단한 음식들을 꺼냈다. 한가득 품에 안아 들고 거실 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바비가 이걸 보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이것도 나름대로 서프라이즈라면 서프라이즈였다. 바비의 반응이 궁금해서 피실피실 웃으며 비스킷의 포장을 뜯었다.
테이블 위에 보기 좋게 와인과 음식들을 다 정리하자 타이밍 좋게도 바비가 욕실 문을 열고 나왔다. 짧은 머리를 털며 나오던 그를 발견하곤 바비! 하고 부르자 바비가 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와인병을 흔들며 배시시 웃고 있는 날 바라본 바비가 테이블로 잠깐 시선을 옮기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허,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머리 위에 대충 수건을 얹은 채로 내가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 이게 다 뭡니까. "
" 이런데 와서는 이런 것도 먹어줘야 한대요. "
" 이런 곳 처음 오신다면서 그런 건 어떻게 압니까. "
" 그야…. "
동혁이가 알려줬어요. 예전에 동혁이랑 둘이 이렇게 펜션으로 놀러 가려고 했었는데, 동혁이가 미국을 가는 바람에…. 내 말에 바비가 참 나, 하는 소리를 뱉더니 제 머리 위에 올려져 있던 수건으로 조심스레 내 머리를 흐트러트리듯 털어주었다. 머리 안 말리십니까, 하는 바비의 말에 알았어요, 알았어, 하고 흘리듯 대답을 하곤 바비를 테이블 앞에 앉혔다. 그리고 나도 바비의 맞은편에 몸을 앉혔다. 테이블과 나를 번갈아보던 바비가 또 다시 한 번 피실 피실 웃음을 흘렸다.
" 그래서 가방이 그렇게 무거운 거였어? "
생각치도 못했다는 듯 허, 하고 바람 빠진 웃음을 자꾸만 지으며 물어오는 바비에게 긍정의 의미로 헤, 하고 웃으며 조금 전 미리 열어두었던 와인병을 잡았다. 조심스레 바비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내 잔에 와인을 따르자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코 주위를 맴돌았다. 나 사실 와인 처음 마셔봐요, 하는 말과 함께 와인 병을 내려놓고 잔을 잡아 바비를 향해 쭉 내밀자 바비가 피식 웃으며 제 앞에 놓인 잔을 들어 내 잔과 부딫혔다.
유리가 부딫히는 맑은 소리가 작게 울리고, 조금씩 입가에 머금듯 마시기 시작한 바비를 바라보다가 나도 조심스럽게 잔에 입을 가져다 댔다. 분명 바비를 따라하기 위해 조금만 마신다는게,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잔을 비워버렸다. 얼레…. 다 마시고 나도 모르게 놀란 표정으로 바비를 바라보자 바비가 웃으며 못 살아, 하고 중얼거렸다.
딱 기분이 좋을 만큼만 술을 마신다는게 어느새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만 마시라는 바비의 말에도 고개를 저으며 조금만, 조금만, 했더니 어느새 취기가 좀 오른 건지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비스킷이 입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또 하나를 입에 넣곤 우물거리는데, 갑작스럽게 바비가 내게 손을 뻗어왔다. 그리고는 입가에 묻은 비스킷 조각을 조심스럽게 털어냈다. 그 손길도 좋아서 흐, 하고 웃음을 흘리곤 바비를 보며 물었다.
" 바비 동생은 바비랑 닮았어요? "
" …안 닮았습니다. "
" 정말? "
" 네. "
" 궁금하다, 바비 동생. "
동생 이름 물어도 안 알려줄 거죠? 내 물음에 바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바비의 대답에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바비 동생 만나보고 싶어요.
" 왜? "
"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요. "
" 무슨 이야기 말입니까. "
" 그냥. 바비가 뭘 좋아하는지도 궁금하고, 바비는 어떤 형인지도 궁금하고, 바비가 어릴 적엔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궁금하고…. "
내 말에 바비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멈추곤 말 없이 피식 웃음만 흘렸다. 웃는 바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그렇게 잠깐을 바비만 바라보는데 갑작스럽게 조금은 더 어두워진 느낌과 달라진 소리에 창밖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어두운 밤하늘은 간간히 켜진 가로등 불빛 덕분에 완전히 새까만 모습을 하고 있진 않았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빗줄기가 보이자 절로 인상이 써진다. 비 오면 안 되는데…. 금방 그칠 건 아닌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에 나도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 입술 깨물지 마. "
날 바라보고 있던 바비가 입술 깨물지 마, 하는 말과 함께 내게로 손을 뻗어 깨물린 내 입술을 빼내었다. 바비의 목소리와 그 손길에 무심코 바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바비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왠지 모르게 그와 나를 감싸고 있는 이 곳의 공기가 조금은 바뀐 것 같았다.
좀… 이상했다. 닿아온 바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바비의 눈빛이 잠깐 일렁였다. 내 아랫입술에 닿아있는 바비의 손이 너무나 뜨겁게만 느껴졌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게 가까워지는 바비의 모습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비가 닿아올 때 즈음,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둘 다 정신이 확 깬 듯 몸을 떨어트렸다.
" 어… 전화 와요. "
내 목소리에 바비가 고개를 끄덕이곤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몸을 일으켜 부엌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바비를 힐끔 바라보다 그대로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빨개져 있을 것만 같았다. 후끈거리는 볼을 잠재우기 위해 열심히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아, 왜 이렇게 덥지….
통화를 끝낸 바비가 자리로 돌아오고, 그를 올려다보며 멋쩍게 흐, 하고 웃음만 흘렸다. 우리 티비 볼래요? 내 말에 바비가 고개를 끄덕이곤 쇼파에 앉았다. 바닥에 앉았던 몸을 일으켜서 쇼파에, 바비의 옆에 올라가 앉아 리모콘을 잡았다.
티비를 틀어 처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한바탕 웃었다. 예능이 끝나고 또 다른 채널을 볼까 싶어서 채널을 돌리는데, 시간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볼만한 채널들이 없다. 대부분이… 어… 좀… 민망하고… 야하고… 뭐, 그런 채널들이었다. 재미 없는 채널들을 지나다가 간간히 야한 장면이 나오는 채널을 지날 때마다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자꾸만 움찔거렸다. 그런 내 반응을 보고있던 바비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한참을 채널만 돌리다가 많이 본 익숙한 주인공의 모습에 채널을 멈췄다. 예전에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보던 피아노에 관련된 영화였다. 꽤나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바비를 향해 이거 볼래요? 했더니 바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함께 피아노를 치는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바비의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댔다. 갑작스럽게 내가 닿아오자 바비는 살짝 몸을 움찔했다가, 내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높이를 조금 낮춰주었다. 한층 편안해진 기분에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리며 영화에 집중했다.
둘 다 영화의 내용에 빠져들 때 즈음, 영화는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도망치듯 뛰어가는 여자 주인공을 뒤쫓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돌아선 여자 주인공의 양 볼을 잡은 남자 주인공은 그렇게 여자 주인공에게 키스했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눈으로 보게된 키스신에 순간 나도 모르게 살짝 숨을 참았다.
' 가지마, 안 돼. '
애절한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에 꼭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마도 술을 마셔서 더 그런 거겠지. 기대어 있던 목이 아파오는 느낌에 고개를 틀기 위해 살짝 얼굴을 드는 그 때, 그 순간 바비와 눈이 마주쳤다. 물끄러미 그 잘생긴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가 바비의 입술에 쪽, 하고 짧게 닿았다 떨어지자 바비가 멈칫했다. 짧게 뽀뽀를 한 뒤 바비의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돌려 다시 영화로 시선을 옮겼다.
" 뭡니까. "
" 뭐긴 뭐에요, 뽀뽀지…. "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로 애꿎은 티비만 바라보는데, 바비의 시선은 여전히 내게 닿아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다 맞으며 다시 한 번 키스하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모습에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몰라서 이리 저리 시선만 돌리다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바비를 힐끔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자꾸 봐요…. 그 시선이 부끄러워 묻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비가 내게 다가왔다.
내 입술을 삼키듯 닿아온 바비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내 볼을 감쌌다. 스르륵 눈을 감자, 부드러운 그의 입술과 혀가 내 입술을 어르고 달래듯 움직였다. 천천히 벌어진 틈 사이로 그가 들어와 내 안의 여린 살을 건드리고 자극했다. 알싸한 알코올의 향기가 바비에게서 풍겨왔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내 목에서 칭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내 목소리에 잠깐 입술을 뗀 바비 덕분에 약간은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눈을 뜨자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비의 모습에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나에게 닿아오는 바비의 모습에 눈을 꼭 감자 바비가 조금 전보다는 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나를 리드했다. 간지럽히듯 입 안을 훑어오는 바비의 움직임에 자꾸만 내 몸이 움찔거렸다.
" …흐…. "
조금은 길었던 입맞춤 후에 입술을 뗀 바비를 바라보았다. 나와 마주한 바비의 시선은 조금 전보다는 더 많이 떨리고 있었다. 덩달아 바비를 바라보는 내 시선도 떨리고 있었다. 바비의 눈에서 읽어지는 감정은 참 많은 감정이었다. 선을 넘을 것 같은 묘한 기류 속, 바비가 내게서 조금 더 얼굴을 떼곤 눈을 꼭 감더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피한 바비가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말해왔다.
" 늦었습니다. 술도 많이 드셨고. 얼른 주무세요. "
그런 바비의 말에 손을 뻗어 바비의 팔을 꼭 잡자 바비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나와 똑같은 감정을 읽었다. 바비도 내 눈에서 자기와 같은 감정을 읽은 건지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 뺨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안 돼, 하는 짧은 답과 함께 바비가 날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자러 가자.
올라오는 술기운에 쓰러지듯 침대에 눕자 바비가 내 위로 이불을 덮어주었다. 몸에 감싸듯 이불을 꼭 끌어안고 바비를 올려다보자 바비가 날 내려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내 이마에 살짝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짧게 닿았다 떨어진 바비가 잘 자, 하고 내 볼을 다시 한 번 더 쓸어준 뒤 방을 나갔다.
참 여러가지 기분이 밀려왔다. 정말 더 이상 누를 수 없는 마음이 터져버릴 것만 같이 바비가 좋았고, 괜히 멈춰버린 바비가 야속하게도 느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지켜주기 위해서라는 걸 알기 때문에 바비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밀려왔다. 복잡한 감정이었다.
억지로 눈을 감는데 방 안에 울리듯 들려오는 빗소리 때문에 잠에 들 수가 없다. 눈만 감은 채로 한참을 누워 있다가 결국 다시 눈을 떴다. 사고 이후로 비가 오는 밤이면 이상하게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다시 잠에 빠져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오지않는 잠에 입술을 꾹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휘청이는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자, 쇼파에 바비가 팔로 제 눈을 가린 채로 가만히 누워있었다.
" 바비…? "
내 목소리에 바비가 팔을 치우곤 스르륵 몸을 일으켜 날 바라보았다. 왜 안 주무시고 나오십니까, 하는 물음에 빗소리 때문에 잠이 안 와요, 하고 웅얼거렸더니 바비가 몸을 일으켜 내게로 다가왔다. 살짝 나를 품에 안은 바비가 내 등을 토닥였다.
" 가자. 재워줄게. "
바비의 말에도 그 품에 가만히 안겨 움직이지 않자 바비가 멈춰서선 픽 웃었다. 그리고는 나를 조금 더 품에 폭 안아왔다. 잠도 오지 않았고, 바비의 향기도 좋고, 여러가지 이유로 그 품에 고개를 푹 파묻곤 팔을 뻗어 바비를 꼭 안았다. 내 행동에 바비가 내 등을 가볍게 토닥여왔다.
" 자기 싫어? "
" …응. "
" 그럼 조금만 이러고 있자. "
그 품에 고개를 부비며 바비는 안 자고 뭐 했어요? 하고 물으니 바비가 그냥, 하고 짧게 답해왔다. 고요하게 울리는 빗소리 사이로 바비의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바비의 품에 안겨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바비를 향해 물었다.
" 아까…. "
" ……. "
" 왜 더 안 했어요? "
내 물음이 의외였던 듯 바비가 살짝 멈칫했다가 이번에는 토닥이는 것 대신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조금 더 다정해진 손길에 바비를 조금 더 끌어안자 바비가 피식 웃곤 내가 물은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다른 대답을 해왔다.
" 언제 다 클까, 우리 아가씨는. "
" 나 성인인데…. "
내 말에도 바람 빠진 웃음만 흘리던 바비가 계속해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한참을 말 없이 나를 다독이던 바비가 침묵 끝에 작게 속삭였다.
" 조금만 더 기다릴게. "
" ……. "
" 조금만. "
" ……. "
" 그러니까 얼른 진짜 아가씨 돼서 와. "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서 입을 꾹 다물곤 가만히 있자 바비도 아무런 말이 없다. 울리듯 들려오던 빗소리도 어느새 비가 조금씩 그치고 있는 건지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조금 전 바비의 목소리와는 미묘하게 다른, 뭔가를 꾹꾹 누른 듯한 바비의 목소리가 갑작스럽게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
단 둘이 여행은 안 돼.
…네?
술은 더더욱.
…갑자기 그게 무슨… 설마 동혁이랑 말하는 거에요?
네, 꿈도 꾸지 마세요.
♡
안녕! uriel입니다!
오늘 글에 어울리는 지원이 사진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그냥 제가 좋아하는 포카리스웨거 지원이로 데려왔어요
세쿠시한 지원이 사진이 가져오고 싶었는데 제 노트북엔 세쿠시 지원이가 잘 없네요.. 왜죠.. 왜 없죠.. (동공지진) 주우러 가야겠어요 흔치 않은 멋진 지원이의 모습을 찾아!
어, 사실 불마크를 달만한 내용을 가져와야 하나 고민을 좀 했던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지원이는 아가씨를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이 클 것 같아서 찌이이이이인한 키스로만 남겼어요!
아무리 자제력 강한 지원이라지만 마지막은 파워질투..☆ 오늘의 설렘 포인트는 아가씨 밥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준 바비, 키스, 그리고 질투!
불마크 아니라고 아쉬워 할지도 모르는 제 이쁜이들 ㅠ_ㅠ! 아쉬워 말아요, 아가씨가 다 크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는 거야 (음흉)
음, 저번 편에서 지원이 정체에 대해서 조금 얘기를 꺼냈었는데 재미있는 생각을 해주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사실 별건 아니에요.. 그냥 혹시나 눈치 빠른 독짜님이 계실까 해서 꺼내본 얘기였어요
어떤 생각이 들더라도 다들 쉿!!!!! 안 돼 스포하면 안 돼!!! 맞을지도 모른단 말야!!!!!!! (울컥)
아, 때 아닌 땡강이 늘었네요
저 요새 바빠요.. 사실 ㅏㅂ쁘진 않은데 토익 공부 해요.. 나 왜 토익.. 토익.. 토익 너무 비싸요.. 왜 비싸.. 왜 힘들죠..
토익 공부 중에 유일한 낙이 아가씨 쓰러 오는 거에요 요새는 슬럼프도 뭐도 없이 즐겁게 글 써요..♡ 이게 다 여러분 덕분!
꾸준히 초록글에도 올려주시고 꾸준히 댓글도 달아주시고, 추천도 해주시고, 늘 재밌다 말도 해주시고, 독방에도 언급해 주시고, 찾아와 주시고, 절 워더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수많은 분들! 제 이쁜이들! 다들 너무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암호닉은 최근 글에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안에 넣어서 신청해 주시면 다음 글의 암호닉 정리에 아마 있으실 거에요! 혹시나 제가 실수로 빠트린 분이 계시다면 둥글둥글하게 말씀해 주세요 ㅠ_ㅠ
♡제 사랑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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