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의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준회 방의 천장에는 어릴 적 내 방에도 많이 붙여놓았던 야광 별들이 아직 여러 개가 붙어 있었다. 저건 대체 언제 뗄 거야? 치킨을 먹어 볼록해진 배를 문지르며 말하자 구준회가 다 먹은 치킨 박스를 정리하며 답했다.
" 안 뗄 거야. "
" 초딩 같아. "
" 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주는 건 어때? "
" 네가 퍽이나. "
내 말에 피식 웃으며 치킨 박스를 다 정리한 구준회가 버리고 오겠다며 방 밖으로 나갔다. 멍하니 천장에 붙은 별모양 스티커들만 바라보고 있는데, 조금 전 구준회의 집에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 다시금 눈 앞을 스쳤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마. 애써 지우기 위해 머리를 한 번 흔들어 보았지만 자꾸만 그 생각들은 머리 속을 간지럽혔다.
대체 그건 뭐였을까. 나는 어떻게 살 수 있었지? 쓸데 없는 내 촉은 자꾸만 김동혁을 의심하고 있었다. 죽게 내버려 둘 리가 없다는 김동혁의 말. 대체 그 말은 무슨 뜻일까. 정말로 김동혁이 날 구한 거야? 하지만… 어떻게?
다시 한 번 머리를 세차게 젓는데 때마침 방으로 들어온 구준회가 날 바라보았다.
" 뭐 하냐. "
" 준회야. "
" 어? "
" 아까 오던 길에 나 차에 치일 뻔 했어. "
" 뭐? "
내 덤덤한 말투에 놀란 준회가 뭐? 하고 되물었다. 누운 몸을 일으켜 앉자 구준회가 내게로 다가왔다. 안 다쳤어? 하고 걱정스럽게 묻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 화물차에 치일 뻔 했는데 다행히도 살았어. "
" 야. 넌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 "
" 근데 말야. "
" 어. "
" 분명 화물차가 내 코 앞까지 왔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까 내가 반대편 보도에 있었어. "
" 뭐? "
" 누가 날 거기에 데려다 놓은 것 처럼. "
멍하니 말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준회를 바라보며 이게 말이 돼? 하고 묻자 잠깐 날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구준회가 어이가 없다는 듯, 바람 빠진 웃음을 지으며 내 이마를 툭 때렸다. 아프잖아! 꽤나 세게 때려오는 준회의 손길에 이마를 부여잡곤 인상을 쓰고 올려다보자 구준회가 참 나, 하는 소리를 뱉었다.
" 판타지 소설 그만 봐. "
" 뭐? "
" 길 가다 꿈이라도 꾼 거야? "
" 지금 내 말 안 믿어? "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잖아. "
그런 건 소설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준회의 말에 아픈 이마를 계속 문지르며 그 말을 곱씹었다. 소설 속…. 준회의 말이 맞았다. 이런 일은 즐겨 읽는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정말 잠깐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풀리지 않는 조금 전의 일을 자꾸 곱씹으며 계속해서 빨개진 이마를 문질렀다.
* * *
교실에 도착해 정말 가고 싶지 않은 내 자리로 걸어가자 일찌감치 먼저 등교해 있던 김동혁의 모습이 보인다. 메고 있던 가방을 풀어 책상 위에 가볍게 올려두자 책을 보고 있던 김동혁의 시선이 또 내게로 닿아왔다. 그런 김동혁을 힐끔 보다가 아무런 말도 없이 가방을 책상 옆 고리에 걸었다. 내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김동혁이 보던 책을 완전히 덮곤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 안녕, 짝궁아. "
익숙하지 않은 '짝궁' 이라는 부름에 살짝 인상을 쓴 채로 김동혁을 바라보았다. 김동혁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내게로 조금 몸을 돌린 채로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바싹 말라오는 입술의 느낌에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아내곤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안녕. 대답과 함께 자리에 앉자 김동혁이 제가 앉은 의자를 내 쪽으로 아주 조금 당겨왔다. 미세하게 가까워진 김동혁에게서는 민트 향이 풍겼다.
" 집엔 잘 갔어? "
김동혁의 물음에 스치듯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뭐라고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곤 내게 닿아있는 김동혁과 눈을 마주했다. 잠깐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짧게 응, 하고 대답하며 시선을 피하자 김동혁이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앞으로는 그렇게 위험하게 다니지 마. "
다치면 곤란해.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하던 김동혁은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폈다. 그제야 내게서 떨어진 김동혁의 시선에 온몸의 긴장을 조금 풀고는 서랍에서 수업에 필요한 책을 꺼냈다. 꺼내진 책들의 맨 위에 올려져 있는 다홍색 공책에 시선이 닿자 순간 멈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아직 질문이 30개나 남았는데…. 숙제 생각에 힐끔 김동혁을 바라보니 김동혁은 책 속의 내용이 꽤나 흥미로운 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에 빠져 있다.
잠깐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혹시나 또 시선이 닿을까 싶어서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공책만 다시 책상 서랍 속으로 집어넣었다.
몇 시간의 수업이 의미 없이 지나가고, 그 중에서도 유독 흥미가 없는 수학 시간이 되자 그나마 조금이라도 붙어 있던 집중력이 바닥나게 되었다. 칠판을 멍하니 바라보다 손에 들고 있던 펜으로 책 위에 의미 없는 낙서만 반복하는데, 옆에서 내 책상을 가볍게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김동혁이 작은 목소리로 날 불러왔다.
" 짝궁아. "
" 왜? "
" 짝궁 이름은 ○○○, 나이는 18. 그럼 짝궁이 좋아하는 건? "
등받이에 등을 완전히 기댄 채로 약간은 나른한 눈빛과 함께 날 바라보는 김동혁의 시선이 따가워서 김동혁을 향해 살짝 돌렸던 고개를 다시 칠판 쪽으로 돌렸다. 나중에 말해줄게. 수업 끝나면. 내 말에도 김동혁은 웃음 담긴 그 목소리로 내게 똑같은 걸 물어왔다. 좋아하는 건?
지독하게 내게 닿아있는 그 눈빛에 김동혁을 바라보곤 살짝 인상을 썼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 피아노. "
" 피아노 잘 쳐? "
" 너보단. "
김동혁이 했던 대답을 따라 너보단, 하고 짧게 답하자 김동혁이 피실피실 웃음을 흘렸다. 그럼 못 먹는 음식은 있어? 답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잠깐 하다가, 어차피 흥미도 없는 수업이니까 뭐, 하는 혼자만의 정당성을 만든 뒤 작게 답했다.
" 익히지 않은 음식. "
" 예를 들면 회 같은 거? "
" 응. "
언제 펼쳐둔 건지 제 앞에 있는 공책에 내가 말한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서 받아적은 김동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 그럼 다음 질문이 있…. "
" 동혁이는 짝이랑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할까? "
" …네? "
" 둘 다 한 번만 더 떠들다 걸리면 쫓겨날 줄 알아. 그게 아님 반 친구들을 위해서 방과 후에 남아서 청소를 모조리 다 맡아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
수업을 중단하고 우리 쪽을 바라보는 수학 선생님의 눈길에 김동혁이 서글하게 웃으며 죄송합니다, 하고 짧게 말을 뱉었다. 그런 김동혁의 말에 이어서 나 또한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자 선생님은 잠깐 중단했던 수업을 다시 이어갔다. 그래서, 여기 있는 x 제곱은 y와의 관계식에서….
괜히 언짢은 기분에 칠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김동혁이 잠깐의 텀 뒤에 다시 내게 물어왔다.
" 싫어하는 건? "
" 그만 좀 해. "
" 하지만 난 아직 너에 대한 건 4개 밖에 모르는 걸. "
" 그건 나중에 물어도 되잖아. "
" 나중에 언제? "
살짝 웃음을 띄며 물어오는 김동혁에게 인상을 쓴 표정으로 그를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 수업 시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
* * *
대체 이게 뭐 하고 있는 거야. 푹신한 쇼파와 같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가 맞은 편 김동혁에게까지 시선이 닿았다. 수업 시간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괜찮다는 내 말에 학교가 파하자마자 김동혁은 날 이끌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김동혁은 피실피실 웃으며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각자의 앞에 놓여진 딸기 주스와 아메리카노는 반도 비워지지 않은 채였다.
" 안 마셔? "
" 난 커피 안 좋아해서. "
그럼 커피는 왜 시킨 거야…. 김동혁의 앞에 놓여진 아메리카노가 점점 묽어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김동혁과 시선이 닿자 금방 먼저 시선을 피했다. 아메리카노 옆에 놓여진 공책은 펴지도 않은 채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기만 했다. 내게 닿아오는 김동혁의 시선과 더불어서 카페 안에서 닿아오는 모든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간간히 수근대는 소리도 귀에 들려왔다.
쟤네 둘 뭐야? 김동혁이 ○○○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야?
" 물을 거 있으면 빨리 물어. "
" 바빠? "
" 바빠. "
" 넌 거짓말을 못 하는구나. "
바쁘다는 내 말이 거짓말인 것은 어떻게 읽은 건지 김동혁이 피실피실 웃으며 이젠 아예 턱을 괴고 날 바라보았다. 빤히 닿아오는 김동혁의 시선이 따가워서 시선을 맞추지도 못한 채로 입술을 꾹 깨무는데, 잠깐 따끔하는 느낌과 함께 옅은 피맛이 느껴졌다. 갈라진 입술 사이로 조금씩 피가 새어나왔다.
" 아… 따가워…. "
혼자 중얼거리며 딸기 주스 옆으로 놓여져 있던 넵킨을 들어 입술을 꾹 눌렀다. 넵킨 위로 빨간 피가 조금씩 묻어나왔다. 잠깐을 입술만 꾹 누르다가 피가 조금씩 멎어갈 때 즈음, 고개를 들어 김동혁을 바라보았다. 물어볼 거 없어? 하고 묻던 내 입술이 김동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멈칫했다.
김동혁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늘 웃음이 가득하던 그 얼굴은 웃음기 하나 없이 굳어있었다. 딱딱한 그 시선이 닿아있는 곳은 내 입술이었다. 갑작스럽게 싸해진 김동혁의 모습에 김동혁? 하고 그 이름을 부르자 김동혁이 입술을 보던 시선을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시선이 닿자 날 빤히 바라보던 김동혁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제 가방을 의자에 그대로 둔 채로 인사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 야! "
내 부름에도 김동혁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카페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와 함께 문에 붙어 있던 종이 딸랑거렸다.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자는 거야. 의자 위에 그대로 올려진 가방과 책상 위의 공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짧게 한 숨을 쉬었다. 뭐야…. 갑자기 가버린 것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김동혁의 모습이 자꾸만 신경쓰였다.
김동혁의 눈동자가 원래 저렇게 밝은 갈색이었던가?
* * *
그렇게 가버린 뒤로 김동혁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챙겨온 가방을 김동혁 책상 옆의 고리에 걸어두곤 그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매일같이 날 빤히 바라보던 시선이 없어지니까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홀가분한 마음 보다는 허전한 느낌이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자꾸만 빈 옆자리가 신경쓰여서 결국 학교를 마친 뒤 교무실로 곧장 걸음을 옮겼다.
" 선생님. "
" 어, 무슨 일이야? "
" 김동혁은 왜 학교 안 나오는 거에요? "
내 물음에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 글쎄. 아프다고 하긴 했는데 이렇게 오래 학교를 빠질 줄은 몰랐어. "
" 아파요? "
" 전화가 왔었거든. 동혁이 형이라는 사람이 동혁이가 아프다고 하던데. 하루만 빠지는 걸로 알고 있었더니 몇 일째 연락이 안 되네. "
" 아…. "
" 혹시 네가 동혁이네 집으로 한 번 가볼래? "
선생님의 물음에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게까지 친하진 않아요. 내 대답에 선생님이 다시 한 번 부탁하려는 듯 입을 열었고, 그 모습을 보다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아파서 안 나오는 거구나. 궁금한 건 다 해결 되었으니 더 이상 필요한 건 없었다. 숙제야 김동혁이 학교를 안 나와서 못 했어요, 하고 변명을 하면 그 뿐이었다.
교실을 향해 돌아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 질 줄 알았는데 어째 교무실로 들어가기 전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것만 같이 느껴졌다. 교무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교실 앞에 도착해서 교실 문을 열려다가 그대로 손을 뗐다. 아… 진짜 이 쓸데 없는 놈의 오지랖. 밀려오는 짜증에 입술을 꾹 깨물고는 몸을 돌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문을 닫고 나왔던 교무실 문을 다시 열곤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담임 선생님의 앞에 섰다. 또 무슨 일이야? 하고 묻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깨문 입술을 풀어내고 말했다.
" 김동혁네 집 주소가 어떻게 된다구요? "
김동혁네 집 앞에 도착해서 그 현관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벨을 눌렀다. 띵-동, 하는 맑은 소리의 벨이 울리고 잠깐이 지나자 인터폰으로 김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뭐야.
" 어… 안녕. 난 네 짝궁인데. "
내 입으로 뱉고도 어색한 짝궁이라는 말에 잠깐 말을 멈췄다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 담임 선생님이 가보라고 해서. "
- …….
" 너 왜 학교 안 와? "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내 말을 듣고만 있던 김동혁은 가, 한 마디를 뱉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인터폰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인터폰을 끈 것 같았다. 뭐야… 이 싸가지는! 순간 발끈해선 다시 벨을 누르자 현관 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몇 번을 계속해서 꾹꾹 벨을 누르자 한참 뒤에야 김동혁이 다시 답을 해왔다.
- 미쳤어?
" 학교 왜 안 나오냐니까. "
- 네가 무슨 상관이야.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순간 답을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게 말야. 담임이 시켰을 때 안 한다고 하면 그만이었는데, 나는 왜 네 일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지? 잠깐 머뭇거리다가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숙제 때문에, 하고 되도 않는 대답을 하자 김동혁은 아무런 말이 없다.
- 빨리 꺼져.
잠깐의 침묵 끝에 들려온 김동혁의 목소리가 잔뜩 갈라졌다.
" 너 아파? "
- 안 아파. 그러니까 좀 가라고.
" 목소리 다 갈라졌잖아. "
- 하아….
" 아픈 거야? "
끈질긴 내 질문에 뭐라고 한 마디 하려던 김동혁의 말을 옆 집 아주머니가 막았다. 반쯤 문을 열고 날 바라보며 인상을 쓰던 아주머니는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학생. 얘기는 좀 들어가서 하지 그래. 너무 시끄럽게 하는 거 아니야? 가뜩이나 복도엔 소리도 울리는데.
그 말에 아주머니를 보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친구가 문을 안 열어줘서…. 그리고 때 마침 굳게 닫혀있던 김동혁네 집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내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빨려 들어가듯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겼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김동혁은 이 겨울에도 하얀 반팔티 차림이었다. 현관에 마주보고 서서 날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김동혁을 확인하곤 이제야 문을 열어주면 어떡해, 하고 짜증을 내려는데 내 말을 듣기도 전에 김동혁이 내게 먼저 짜증을 냈다.
" 가랬잖아. "
" …너 진짜 어디 아파? 상태가 좀…. "
이상한 거 같은데.
뭐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소와는 다르게 풍겨져오는 느낌, 그 분위기에 김동혁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인상을 쓴 채로 날 내려다보는 김동혁과 눈이 마주치자 순간 몸이 흠칫했다. 밝은 갈색이었던 김동혁의 눈동자는 붉은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 너 눈 색은 왜 그래? "
조심스럽게 묻는 내 물음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동혁은 갑작스럽게 내 턱을 잡았다. 그리고는 조금 투박한 손길로 내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더니, 드러난 내 오른 쪽 목덜미에 제 고개를 파묻었다. 너 지금 뭐 하는…. 말을 미처 끝내지도 못한 그 순간, 무언가가 목에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머리를 찌릿하게 울렸다. 이게 뭐야. 타는 듯한 느낌이 목에서 느껴졌고, 아, 하는 신음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전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다.
BBB : Blood, Boy, Bad
♡
안녕! uriel이에요!
BBB는 단편으로 쓰려고 했던 거지만 자꾸만 이런 동혁이가 쓰고 싶은 제 욕구를 누르지 못하고 다음 편도 들고 왔네요..♡
한빈이와 지원이에 이어서 처음 선보인 BBB도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늘 사랑둥이기만 한 동혁이의 모습도 담겨져 있지만 세쿠시하고 좀 색다른 동혁이 모습도 많이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
뭐 이 글은 그렇게 길게 연재를 할 것 같진 않아요! 길어야 여섯 편?
제 판타지 드림을 다 쏟아내고나면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세쿠시한 동혁이의 또 다른 매력 느끼면서 저는 이만 가요! ♡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