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통 준회는 잠을 자려해도 잘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눴던 대화들이 머리 속에 꽉 찼기 때문이다. 별로 진지할 것 없어보였던 김지원이였는데..
'넌 데뷔 못하면 뭐할거야?'
'불길한 소리 하지마.'
'생각해본 적 없어? 가끔 가족이 그리워서 돌아가버리고 싶었다거나. 다른 뭔가 하고 싶었던 거 말이야.'
'딱히 없는데..'
'나도 없어. 그런데 여기서 떨어지면.'
'떨어지면?'
'아마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겠지.'
'형은.. 그럴 일 없어.'
'너도. 그럴 일 없을거야.'
마주보며 씁씁하게 접히는 웃음. 걱정. 부담감. 조금 더 당겨진 꿈들. 조바심. 그 쯤의 감정들이 뒤섞인 눈빛, 표정, 분위기들. 그리고 마주잡은 따뜻한 손. 환영처럼 둥둥 떠서 머리 속을 잠식해버릴 것만 같았다.
'너도. 그럴 일 없을거야. 그럴 일 없을거야. 그럴 일 없을거야.'
머리 속을 되뇌이는 한 문장에서 준회는 멈춰있었다. 심장에 귀속되듯 알 수 없는 믿음이 들어와 정말로 그럴 것 같은 기분.
간질거리는 심장이 참을 수 없어서 준회는 벌떡 일어났다. 물이나 마셔야지.
켜져있는 어두운 빛의 스탠드 사이로 잠이든 지원을 비췄다. 준회의 시선이 멈춰졌다.
이불을 꼭 싸매고 눈을 감고있는 김지원. 지원형. 형.
김지원. 준회는 지원의 이름을 낮게 읖조렸다.
탁. 스탠드의 불이 꺼지고 조용히 사라진 준회. 그리고 짧은 뒤척임. 파르르 떨린 눈꺼풀. 주방쪽으로 향하는 시선.
진환이 잠결에 나왔는지 덥수룩한 머리를 긁적이며 물잔을 건냈다.
"잠 안와?"
"응."
"밥이랑 돌아왔다며. 괜찮아?"
걱정스런 표정의 진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준회는 넘겨준 물을 마셨다.
"걱정이 많지?"
"응."
"잘 될거야."
자신보다 큰 준회에게 팔을 뻗어서 머리를 헝클어트리고는 자. 한마디를 남기고 진환은 방으로 들어갔다.
'너도 그럴 일 없을거야. 잘 될 거야.'
죄다 내 걱정이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주방에 홀로 남은 준회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떠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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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텀이 긴 것 같아서 짧게라도 올려요.
일이 생겨서 연재도 빨리 못해드리고 너무 죄송스러워요.
밤에라도 짧게 짧게 연재하거나 아니면 조금조금 비축분 모아서 다음주에 똭. 하고 싶지만 제가 글 쓰면 한 번에 달아서 쭉쭉 쓰는편이라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겠어요.
계속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는 약속 못지켜드려서 정말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