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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Sebastian Bach - G선상의 아리아

 

 

 

 

 

 

꿈이 아니야

(버들아씨 후속편)

 

 

 

 

-

 

 

 

 

나는 왜 구준회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다.

나는 왜 구준회를 좋아할까.

꿈 속에서 나는 이따금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었고 준회는 그런 나를 왜 잡아주지 않았을까.

나는 왜 그런 꿈들을 반복해서 꾸는가.

내가 준회를 좋아하는게 맞는걸까.

분명히 준회와 나의 사이는 앙숙이라고 할 정도로 좋지않았다.

얼굴만 보면 으르렁 거릴 정도로. 물론 준회가 어떤 이유에서건 나를 싫어하는 듯했지만, 나 역시 그런 준회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는 건 아니였다.

그건 마치 당연한 거였다.

내가 상처받아야 익숙하고 당연한 것처럼 막 대하는 구준회에게 진심으로 상처받은 적은 없다.

단지 순간순간 울컥하고 화가 났을 뿐이지 준회를 미워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 반복되는 꿈 덕분인걸까.

자꾸 착각을 하게 된다.

내가 꿈 속의 여인인 서화가 되고 구준회는 그 여인의 호위무사가 되어 곁에 있는.. 그리고 떠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꾸게 되는 날이면 속이 먹먹하고 눈물을 흘린 건지 눈가가 따갑고 뻑뻑했다.

자꾸만 그 다정했던 사람과 까칠하기만 한 구준회가 겹쳐진다.

그러다 이성을 못차릴 정도가 되면 구준회를 보고있었다.

그러다 또 눈이 마주치면 인상을 찡그리겠지. 구준회는.

꺼내놓은 노트 위엔 정작 써야할 글들 대신 구준회 그 이름 석자로 가득 찼다.

쓰여진 이름을 손으로 훑자 차갑고 맨들한 종이의 느낌과 심으로 적어놓은 글자가 번지는 모습 그리고 구준회 냄새가 나는 듯했다.

따뜻하고 진득한 풀냄새.

 

 

[What's wrong with the world, mama People livin' they ain't got ...]

 

전화가 울렸다.

 

[응. 오빠]

 

[ㅇㅇ아. 오빠 서류 좀 갖다줄래?]

 

[무슨 서류?]

 

[오빠 책상에 보면, 야야 그건 내려야돼. 어어, 어

그러니까 책상 첫번째 서랍열면 세금계산서 파일있거든?

그것 좀 갖다줄래?]

 

[알았어. 찾아볼게.]

 

요즘들어 부쩍이나 얼굴보기 힘들어진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방문을 열어 몇걸음만 걸으면 되는 오빠의 방에 들어가기란 참 힘든 일이였다.

아무도 없는데도 조심스러운 손길로 방문을 열어보았을 때 맨 처음보이는 건 현종류의 악기들이다.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기타, 하프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악기들이 두서없이 배치되있었다.

그중에서도 오빠의 손 때 묻은 결 좋은 바이올린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오빠. 오빠.. 엄마가.. 아빠가..'

 

눈가가 따끔따금해졌다.

뜨겁고 응어리진 못된 감정들이 물밀리듯 들어온다.

 

'죽었어.'

 

기어이 바이올린 앞판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마치 죄인마냥 손끝이 달달 떨려와서 얼른 손을 거두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콩쿠르가 끝난 후 전화가 연결되었던건.

오지않았을 부모님과 울면서 오빠만을 울부짖던 어린 아이를 두고 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파가니니나 살바토레 아카르도 같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하던 꿈에 부푼 소년이 떠올랐다.

정말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이 바이올린만 보면 대책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격하게 몰려온 감정을 추스리려 빠르게 책상으로 다가갔다.

눈을 감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 속상했으니까.

왜 이런걸 놔두는 거야.

가족사진이 담긴 유리액자를 뒤집어놓고 말했던 첫번째 서랍에서 서류를 찾아 서둘러 방을 나섰다.

 

 

-

 

AWESOME

 

직각형 통나무간판에 가로로 깔끔한 글씨체로 적혀진 간판이 보였다.

우연하게도 학교 근처에 위치한 이 3층건물은 오빠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오픈하지 않은 삼층을 제외한 1층은 그냥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카페였고 2층은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라이브카페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게끔 만들어진 3층이 오빠가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거기에 틀어박혀사느라 집에 안 들어온게 몇 일째인지.

괜스레 입구에 놓여진 나무전광등을 탁- 하고 찼다.

내 발만 아팠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 ㅇㅇ이?"

 

두살 많은 오래된 알바생 오빠가 친근하게 말을 걸었고 저희오빠 보러왔어요. 거기 있죠?  어. 올라가 하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다.

굵게 그루브를 타지만 맑은 음색의 기타연주가 들려왔다.

라이브연주하는 시간대인가? 싶어 시계를 보니 그건 아니여서 관심이 갔다.

무엇보다 누군지 악기 잘 다루네.

저렇게 치는건 타고난 박자감 없이는 안되는 건데.

 

"ㅇㅇㅇ!"

 

김한빈.

2층입구로 들어서자 처음으로 보인 건 김한빈이였다.

놀랐는지 눈이 땡그래져선 들고있던 커피잔을 떨어뜨릴 뻔한걸 잡아서 손에 쥐어줬다.

나도 적잖이 놀랐는데..

 

"네가 여긴 왠일이야?"

 

"넌 무슨 일인데?"

 

학교 앞 카페인데 올 수도 있는거지.

드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준회 보러왔어?"

 

"어?"

 

예상치 못한 말에 아마 표정이 멍청이가 됐을게 뻔했다.

그런 날 보며 한빈이가 실실 웃었다.

너 왜 그러는건데?

 

"너희 좋아하는거 다 티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

 

들으라고 하는 얘긴지 혼자서 하는 얘긴지 작게 속삭이듯 얘기하던 한빈이에게 작게 되받아치자 한빈이가 손가락으로 뒤를 콕콕 집으며 가르켰다.

왠지 불안하다.

구준회.

니가 거기 왜 있어.

2층을 올라오면서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던 기타리스트가 다름아닌 구준회라니.

시간이 멈춘것처럼 가만히 구준회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니까 한빈이가 주절됐다.

 

"거봐, 네가 좋아하는건 확실"

 

"그만해."

 

혹시나 들릴까싶어 눈치를 본다고 보니 그제서야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너네 여기 아지트야?"

 

"아는건 아니였나보네."

 

눈 감은체 제가 잘생긴 디카프리오라도 되는냥 기타에 흠뻑취한 구준회를 지나 한쪽 테이블에 교과서나 참고서 펼쳐놓고 공부하거나 핸드폰 맞대고 머리싸메고 있거나 하는 구준회무리들이 우수수 앉아있었다.

학교의 축소판 같아서 뒷걸음질쳤다.

 

"한빈아. 나 왔단 말 하지마."

 

"김한빈. 너 왜 거기 서있어? 가마니냐,"

 

뒤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김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마."

 

"알았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멀뚱한 표정 짖는 한빈일 재촉해 확답을 받아낸 후 빠르게 뒤돌아서 3층입구로 다다닥 달려갔다.

못봤겠지.

뒤돌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빈이 목을 팔로 둘러싸고 질질 끌고가는 지원이 모습이 보였다.

속으로 안심한 채 3층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꾹꾹 눌렀다.

 

"오빠. 나왔어."

 

 

 

 

 

-

 

 

늦었죠?

계속 피곤해서 잠드는 바람에..

언제나 얘기하지만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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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주네가 거기 기타리스트라니ㅠㅠㅠㅠㅠ 멋있다유ㅠ
9년 전
꽃한송이
고맙습니다~♡
9년 전
비회원118.76
재밌어요 ㅠㅠㅠ
9년 전
꽃한송이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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