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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놈. 준회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젠장. 구준회 이 미친 새끼. 미친놈.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일어나자 어젯밤에 마셨던 술이 역류하듯 속이 쓰렸다.  

쓰린 속을 뒤집는 좋은 기억력이 새벽녘 부렸던 추태의 끝을 재생시켰다.  

   

'형. 전요. 푸도 싫어. 바지 내리는 것도 싫어. 다 싫어. 김지원 싫어. 다 싫다고. 근데 왜!! 형이 좋은거지..'  

   

빌어먹을.. 입술이 타들어가버릴 것 같았다. 가지마. 끌어당긴 지원이 의도한대로 입술을 부딪혀왔을 때 들었던 안도감.  

그것만으로 만족할거야. 잠결로 빠져들기 전 들었던 생각의 끄트머리가 오히려 부정하고 부정했던 마음을 선명하게 들어냈다.  

구준회. 사실을 말해봐. 김지원 좋아하잖아. 준회는 눈앞에 보이는 스탠드를 노려보았다.  

천천히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선 안되는 거잖아. 넌 남자고 김지원도 남자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김지원을 좋아하게 된 것은.  

김지원을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품보다는 조금 큰 파란색 후드를 입고 껄렁한 자세로 자신을 멀뚱하게 쳐다보던 김지원.  

지금보다 훨씬 어린 놈 태가 났었던 지원이 일을 할 때마다 부러웠었다.  

yg로 와서 존경하게된 한빈형이 그랬고 늘 다정한 진환형이 그랬다.  

항상 활력이 넘치는 지원을 그들은 굉장히 아꼈다. 그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지원을 아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때는 아마추어 티가 나면서도 멋있었고 춤을 출 땐 열정적이였고 자작했다며 랩을 선보일 땐 저 형은 꼭 뜨겠구나. 싶었다.  

그가 내뱉는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에 박혔다. 혼자 연습하러 가면서 힐끔힐끔 지원을 바라보면 언제나 웃고 있는 지원을 볼 수 있었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밝을 수 있지? 그러다 연습실 한 켠에 앉아 생각에 잠긴 김지원을 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표정. 침묵에 잠긴 형은 참 달랐다. 이때껏 보아왔던 사람과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 자꾸만 생각이 났다.  

너도 지칠 때가 있구나. 힘들 때가 있구나. 홀로 남은 연습실에 한빈형이 들어가자 다시 밝은 형으로 돌아올 때 나랑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아 질투가 났었다.  

애처럼 푸인형을 들고 인사하라며 했을 땐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 천진난만함이 제법 잘 어울렸다.  

차츰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에 천천히 스며드는 물처럼 느리게 스며들었다.  

어느순간 이상하단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입술을 깨물었다. 피맛이 나는 따가운 피부를 혀로 쓸었다.  

그래. 사실은 무섭다. 부정당할 것이. 손가락질 받을 것이 무서웠다.  

아닐 거라고 되뇌이던 그 감정이 그깟 술 하나에 들어나다니.  

제 감정을 부정하던 준회가 긋고 그은 선이 만들고 만들었던 틀이 무너져내렸다.  

이제 어떡할래? 끊어내야겠지.  

어쨌던 간에 준회가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이 불필요한 감정을 정리하지 않으면 자신이 꿈꿔온 미래조차 산산조각 나버린다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준회가 자신의 자리가 아닌 지원의 침대를 손으로 쓸었다.  

서둘러 일어나 옷가지를 챙기고 방을 나섰다.  

   

준회가 나가자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지원이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층에서 바라보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베개에 기대 엎어져누운 지원이 소근거렸다.  

밤새 내내 준회를 떠올렸다. 묘하게 자신을 멀리하는 행동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숙소에서 같은 방을 배정받았을 때는 금방 친해질 수 있을거라 자신했었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도 그저 어색한 사이를 벗어날 수 없어서 그냥 그런가보다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부터 형. 하고 나지막히 부를 때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항상 구준회 앞에 서면 더 잘하고 싶어서 몸부림쳤던 것 같다.  

깊게 울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 같았다.   

형이 좋은거지..하며 눈물을 보일 때 사실 기뻤다.  

술김에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그 말이 사실이기를 빌었다.  

데뷔프로젝트를 하면서 늘어난 팬들의 선물을 받고 기뻐할 때 왠지 처음 엄마가 푸인형을 쥐어줬을 때의 자신과 겹쳐보였다.  

전혀 다른 생김새인데도 엄마를 그릴 때마다 항상 안아드는 푸인형의 모습이 준회에게 겹쳐졌다.  

또 어느순간부터 외로워보이는 준회가 자신같아 보였다.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즉흥적인 자신이 준회만 보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좀 더 진지해지고 좀 더 사심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졌다.  

입술이 닿였을 때 형용할 수 없었던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선명해졌다.  

준회를 보면 묘하게 간질거리던 심장이, 홀로 연습실에서 음악을 틀고 뻘뻘 땀을 흘릴 때까지 춤을 추던 준회가 섹시해보였던 것이, 어떤 감정인지 깨달아버렸다.  

더운 몸을 식히기위해 창문을 열어놨는데도 빠지지않은 지독한 술냄새가 자신의 감정같이 느껴졌다.  

베이비파우더향이 나는 준회의 자리를 코로 들이마셨다. 일어나기 싫어.  

잔뜩 헤집어진 머리를 털며 지원은 일어나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우. 술냄새~ 김밥. 술마셨어?"  

"응!"  

"성인이라 이거지? 형이 마시면 애들도 따라하잖아. 왜 그랬어? 또 가족 생각나서 그랬지?"  

"알았어. 알았어. 안 마셔. 안 마셔."  

   

코를 막으며 들어온 한빈이 추궁하자 사실대로 얘기하면 준회가 혼날까봐 냉큼 대답했다.  

입에 밴 잔소리를 하며 한빈이 걱정을 하자 지원은 웃으며 한빈의 어깨를 감싸며 도닥거렸다.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씻고 온 준회가 그 둘의 모습을 보았다. 머리를 터는 손끝이 조금 느려졌다. 눈빛에 냉기가 담겼다. 감추려고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안녕."  

"준회. 일찍 일어났네?"  

"어. 연습실 갈거야."  

"밥 먹고가. 윤형이 형이 카레 만들고 있어. 이따 같이가. 나도 씻어야겠다."  

   

반쯤 잠긴 목소리로 한빈과 대화를 주고 받던 준회가 한빈이 나가자 지원을 쳐다보지도 않은 체 물건을 주섬주섬 챙겼다.  

   

"그냥 가려고?"  

"어."  

"밥 먹고가."  

"괜찮아."  

"구준회."  

"놔요."  

   

늘 그랬듯 단답형으로 떨어지는 대답에 지원은 속이 상했다.  

지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나가려는 준회의 손목을 급하게 잡았다.   

돌아선 준회가 냉기어린 눈빛으로 지원을 노려보았다. 왜 그렇게 보는건데.  

터질 것 같은 마음이 쓰려 지원은 놔요. 하고 돌아서는 준회를 다시 잡을 수 없었다.  

어젯밤, 아니 몇시간 전엔 형형 거리며 안겨오던 준회가 좀 더 차갑게 돌아왔다.  

꽉진 주먹 사이로 파고든 손톱에 손바닥이 쓰렸다.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며 지원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니가 뭔데. 날 괴롭혀.  

거칠게 휴지를 뽑아 바닥을 닦았다.  

쭈그려 앉아 얼마쯤 생각하다 김밥! 밥 먹어! 외치는 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굳어진 표정을 풀며 방을 나섰다.  

   

   

   

-  

   

   

   

녹음실에 앉아 방음벽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준회를 바라보는 지원을 보며 한빈이 물었다.  

   

"너네 요즘 왜 그래? 친해진 것 같더니."  

"나도 모르지. 왜 그러는지."  

   

지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한 숨을 훅 쉬었다.  

   

"너한테만 쌀쌀맞게 대하네. 구준회.  

구준회. 거기 음정 더 올려야돼. 다시. 처음부터."  

"알았어."  

"뭐 실수한 거 없어?"  

"없어. 친해지려고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   

파트 가사 다시 썼는데 좀 봐줘."  

   

컴퓨터 모니터를 가르키며 체크를 부탁하는 지원에 고개를 젖던 한빈이 걱정스럽게 준회를 힐끔 거리다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몇 주 째더라. 친해진 줄 알았던 지원과 준회가 전보다 서로를 멀리하는 모습에 지원에게도 준회에게도 몇 번이나 물어봤지만 지원은 똑같은 대답만하고, 준회는 그저 웃기만 할뿐이었다.  

진환형에게 물어봐도 웃으며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라며 두루뭉수리한 소리만 하며 괜찮아. 신경꺼. 할 뿐이였다. 나만 몰라.  

고개를 내저으며 지원이 쓴 가사를 읽어내려갈쯤 테디형의 말이 떠올랐다.  

   

"김밥. 우리 쇼미더머니 나가볼래?"  

"저번에 말했던 거?"  

"잘하면 성공하는 거고 못해도 본전이야. 사장님한테도 괜찮냐고 말해봤는데 해보려면 해보라고 하시더라고."  

"진짜? 나가도 돼?"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뻐하는 지원과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한빈이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준회가 눈으로 쓸었다.   

입 안이 마르면서 씁쓸해지는 감정을 숨기며 노래를 끝마치고 한빈에게 ok싸인을 받아 조용히 연습실 문을 나간 준회는 한참을 연습실 문에 기대어 있다가 돌아섰다.  

   

   

   

   

-  

   

   

   

미스매치 3편 적다가 오류 났는지 모바일로 확인하니까 밑줄그려진 라인이 생겨서 그거 지우느라 애먹었어요.(태그는 잘 할 줄몰라서..)  

오늘은 안그래야죠! 컴퓨터가 가끔 렉을 먹어서 수정하기 전에 모바일로 보셨던 독자님들은 아마도 불편하셨을 거에요.  

컴퓨터로 확인했을 때는 그런 라인이 없어서 그런줄 몰랐거든요.  

어제 공지에 올린 것처럼 미스매치에만 집중하려고요.  

제가 이것저것 하는게 많아서 글 쓰려고 하니까 연재주기도 길고 독자님들이 많이 불편하실 것 같더라구요.  

연재 끝내고 새로운 글을 쓸지 안 쓸지는 모르겠지만 미스매치만은 끈기있게 마지막편까지 쓰려는 계획이니 안심하셔도 좋아요.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저도 자러들어가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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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좋은글감사합니다ㅠㅠㅠ 오늘도 댓글남기고가요ㅠㅠㅠㅜㅜ 역시 전 이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꽃한송이
고맙습니다♡ 줄곧 댓글 남겨주셨다니 감동이에요♡독자님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써야겠어요!
9년 전
독자2
와 밥준.. 서로 좋아하는데 모르고 삽질하는 얘네 어떡하면 좋죠ㅠㅠㅠㅠ 아 진짜 주네 분위기 뭔데 예쁘지... 지원이도 주네앞에서만 좀 진지해지는거 완전 좋다... 아 좋다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ㅠㅠㅠ♥
9년 전
꽃한송이
감사합니다♡ 밥준의 매력을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왜 서로 좋아하는데 그걸 몰라ㅠㅠㅠ 괜히 내가 더 맴찢ㅠㅠㅠㅠㅠ 그리고 둘이 너무 잘어울려 큰일이야
9년 전
꽃한송이
잘 어울린다는 소리에 행복한걸요?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4
너무잘어울리잖아 너네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빨리 행쇼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꽃한송이
히힛♡ 고맙습니다♡
9년 전
독자5
하 김밥멋있어ㅜㅜㅜㅜ구주네니가뭔데날개로피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꽃한송이
개로펴야 제맛(ㅋㅋㅋ)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취향저격 제대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꽃한송이
취향저격 땅땅땅! 글쓴지 며칠 지났는데 댓글 날라와서 새삼 감동. 고맙습니다♡
9년 전
독자7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요 ㅠㅠㅠ 김빱이 주네한테 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갓으면 좋겟어요 ㅠㅠ
8년 전
꽃한송이
감사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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