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은 준비해 둔 가마에 올라탓다. 어멈은 가마꾼들을 따라 걷고 있었고 그들은 백현의 친정으로 향한다고 굳게 믿고있었다. 가마안에선 밖의 사정을 모르는 백현은 예상한 시간보다 오래걸리는 듯한 느낌에 밖을 향해 말을 걸었다. "여보시오. 아직 멀었소?" "예...마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해 지기전에 도착해야 하니 빨리 움직이시오." "알겠습니다..." 백현은 길이 험해서 그런거겠지하고 의심을 없앴다. 그러나 밖엔 손이 줄에 묶이고 입엔 재갈이 물려서 끌려가듯 걸어가는 어멈이 있었다. 한시간 정도를 더 걸어서 백현은 가마가 낮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시간 앉아있어 피곤한 몸을 움직여 가마에서 내리려던 백현은 뭔가 차가운 것이 목에 닿는 느낌에 움직임을 멈췄다. 스릉- 백현은 얼른 움직이라는 가마꾼으로 위장한 자들의 말에 강제로 끌려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곳은 백현의 친정도 아니고 한양도 아닌듯 했다. 주변엔 인가도 마을도 없는 풀숲이었다. "왜..왜..이러는 거에요..." 어멈과 나란히 무릎이 꿇려서 앉혀진 백현은 덜덜 떨고 있었다. 겨우 입을 열어 조그마한 반항을 해보았지만 그들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어멈은 담담한 듯 보였다. 자신은 인생을 살아보아서 후회는 없지만 이 가여운 사람이 죽음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다. "이년이야? 한주먹도 안되는거 빨리 처리하고 가자고." "이 늙은년은 어쩐다?" "박대감댁에서 같이 죽이라고 하더군." "그럼 빨리 처리하고 국밥이나 한그릇 하러가세." 저들끼리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던 자들이 허리춤에 있는 칼집에서 칼을 들어올렸다. 그순간 어멈은 소리를 지르며 그 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고 백현은 어서 도망치시라는 어멈의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렸다. 백현의 머릿속엔 두려움만 가득 찼다. "이런 젠장할... 비켜 이 쓸모없는 년. 저년 쫓아가.빨리!" 달려든 어멈을 던져버리고 마구 폭행을 휘두르던 자들이 우두머리의 명령을 받고 백현이 사라진쪽을 향해 달려갔다. 어멈은 백현을 향해 달려가는 자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점점 희미해지는 정신에 결국 눈을 감았다. 백현은 갑자기 들리는 발자국소리에 뒤돌아보니 그 자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달렸지만 집안일이나 하던 백현은 그들에개 금방 따라잡혔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순간 뒤에서 날카로운 단도가 백현을 향해 매섭게 날라왔고 백현의 팔에 큰 상처를 남기고 스쳐갔다. "윽-" 갑작스러운 아픔에 한손을 출혈이 있는 곳을 막고 뛰던 백현은 두려움과 아픔에 비틀대다가 다리를 삐끗하였다. 좁은 길 옆은 경사가 가파른 산지였고 백현은 그곳으로 곤두박질쳐졌다. 백현을 쫓던 사람들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 백현을 찾기 위해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고 백현은 정신을 잃었다. "작은 마님... 작은 마님... 정신차려보세요." "..." "아이구... 이를 어쩐다..." "으음..." "정신이 좀 드세요?" "아... 어멈..." 백현은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누워 있는곳은 산에 있는 버려진 작은 암자였고 어멈은 심하게 폭행을 당한 것인지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못볼꼴이었다. "어멈... 괜찮아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작은 마님이 많이 다치셔서 그렇지..." "저도 괜찮아요. 근데 어떻게 된일이에요..?" "아무래도 큰마님이 사람을 보낸신 것같아요. 친정으로 가신다는 것도 다 거짓이겠죠. 작은 마님 그렇게 보내고 정신이 들자마자 그 쪽으로 뛰다가 쓰러져있는 마님 찾고 제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진 줄 아세요?" "저도 그렇게 죽는 줄 알았는데... 또 어멈이 절 살렸네요..." "일단 팔이 심하게 다치셨어요. 구르시다가도 많이 다치셨구요. 제가 주변에 마을이 있는지 보고 올게요. 여기서 계세요." "아니에요! 같이 가요." 백현은 혼자 떠나려고 하는 어멈을 붙잡았다.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고 다신 어멈이 오지 않을 까봐 무서웠다.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고 할때 발목에서 찌르르하고 올라오는 통증에 백현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왜 그러세요? 발목도 다치셨어요?" "네... 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어멈은 그런 백현을 두곤 꼭 돌아오겠다며 암자에서 멀어졌다. 어멈이 나가자 백현은 춥고 어두운 암자 안에서 혼자 있다는 외로움에 눈물이 나왔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했고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슬퍼졌다.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어멈에 걱정이 된 백현은 암자 밖으로 나갔다. 때마침 멀리서 어멈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고 백현은 기쁜마음에 마중을 나갔다. "어휴... 뭐하러 오셨어요. 앉아 계시지..." 당장 먹거리와 옷, 장작, 고약과 천을 사온 어멈은 백현이 추울 것을 대비해 불을 지피고 백현의 웃저고리를 벗겨내어 상처를 살폈다. 속살이 드러날 정도로 상처는 심했고 고약과 천을 이용해 치료를 했다. 어멈은 간단히 먹을것을 준비한다고 방을 나섰고 백현은 방 가운데서 활활 타고 있는 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간단하게 미음이라도 드셔요." "네.. 감사해요..." 어멈과 백현은 그렇게 아무말없이 먹기만 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둘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는 듯 했다. 그 적막을 깬건 백현이었다. "어멈...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해요..." "그러게요. 작은 마님... 그 자들이 이 산에서 없어진건지 알 수도 없고 여기가 한양인지 어딘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민가가 있어서 산에서 내려가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살 수는 있을까요?" 백현의 힘 없는 소리에 어멈은 살 수 있다며 같이 있는데 뭐가 문제냐며 큰소리를 쳤다. 백현은 앞으로가 막막해서 눈물이 나왔다. 시댁에서 쫓겨나와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희망이 없었다. "어멈... 세상 사람들은 다 내가 없어지길 원해요. 어머니도 서방님도 형님들도 다 저를 환영하지 않아요. 아마 제가 쓸모없는 사람이여서 겠죠...? 그러니까... 어쩌면...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는 게 맞는 걸수도 있어요." "약한 소리하지 마세요. 저는 이제야 마님이 당당하게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요? 제가 지켜드릴거에요. 꼭" 눈물을 훌쩍이는 백현을 품에 안은 어멈은 자신의 작은 아들 같은 백현을 제가 꼭 지키겠노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 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핮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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