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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주 - 사랑해 (inst.)

정국이가 팬싸에서 추천해준 노래라면서요? (소곤소곤)

 

 

 

 

 

[방탄소년단/국뷔] 겨울, 이별 | 인스티즈

 

 

 

겨울, 이별 上


 

" 집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오늘은 형 생일이니까 생일 선물 대신이라고 생각해요. 어때요? 좋죠?"

" 으응…."

 

이동 중에도 잠에 취해서 비몽사몽이던 태형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정국은 한손엔 짐가방을 들고 한손엔 뼈마디도 얇은 태형의 손을 끌어당겼다. 느릿한 발걸음이 정국의 뒤를 따랐다.

 

" 이제 형 싫다는 거 안할거예요. 형 안 아플거예요.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어요. 형이 편하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 주사도 안맞아?"

 

열쇠를 꺼내며 조곤히 태형에게 말을 건네던 정국에 태형이 되물었다. 얼핏 스친 빛이 그나마 밝아보여서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덩이들과 싸우며 부쩍 두려워 하는 것이 늘었다. 되려 먹먹해진 정국이 서둘러 문을 열었다.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던 투병생활에 면역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태형은 사소한 감기마저도 조심해야 했다. 태형을 데려오기전 미리 틀어두었던 보일러 덕에 뜨끈한 공기가 끼쳐왔다. 정국은 새하얀 눈덩이들이 묻은 태형의 신발을 털어내고 제 신발 옆에 나란히 두었다. 태형은 오랜만에 재회한 익숙한 공간에 들떴는지 모든게 새로운 듯 방을 흝어 보기에 바빴다. 마지막 통원치료를 한지가 6개월이 훌쩍 넘어갔으니 당연할지도 몰랐다.

 

신기한 것을 보는 양 돌아다니는 태형을 멈춰 세운건 정국이였다. 눈송이들이 얹어진 털모자를 벗겨내고 입가까지 올라왔던 목도리도 풀었다. 새빨개진 코끝을 손의 온기로 녹인 후에야 태형이 쇼파에 앉았다.

 

"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 핫초코 먹을래."

 

정국은 너그러워지기로 마음 먹었던 만큼 앞서는 걱정을 밀어넣고 찬장을 열어재꼈다. 소독을 거쳐서 나오는 식단에 물릴대로 물려있던 태형이였다. 반도 못비우는 그릇들을 보고 호통도 치고 잔뜩 짜증도 내보았다. 태형은 배가 고프지 않단 말로 일관했다. 무엇을 먹고 싶다는 말 자체가 오랜만이였다.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는 정국의 눈치를 보는 태형에 안심하라는 듯 웃어보였다. 태형은 그제야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새하얀 도기 머그컵에 진갈색의 액체가 담기고 크지 않은 머그컵을 두손으로 잡아든 태형이 뜨거운 것을 조심하며 목뒤로 넘겼다. 그러는 새에 정국은 몇겹을 겹쳐입은 태형의 겉옷을 하나하나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편한 옷차림이 된 태형에게 얇은 가디건을 건네주었다. 방은 후끈했지만, 혹시모를 노파심이자 양보하지 못할 끈이였다. 눈치챈 태형은 군말없이 팔을 끼워넣었다.

 

" 저녁은 뭐 먹을래요?"

" … 고기 먹을까?"

 

정국을 올려다보며 눈을 끔뻑거리기에 곧장 확답을 내려줬다. 긍정의 뜻을 담은 정국의 말을 듣곤 태형의 얼굴이 환해졌다. 밖에 불판 가져다놓고 구워먹자. 잔뜩 들떠선 말하기에 어쩔수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옷을 단단히 입혀야 겠다.

 

"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아."

" 지금만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만."

 

멍한 채로 말하는 태형을 꼭 품에 그러안고 정국이 도닥였다. 주문과도 같은 속삭임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 나 좀 잘래. 졸려."

" 그래요. 저녁 먹을때 깨워줄까요?"

" 어. 꼭 깨워야 돼."

 

태형이 잘 방의 보일러를 높인 정국은 이불까지 꼼꼼히 다듬어주곤 방을 나섰다. 어두운 걸 싫어하는 태형을 위해 전등불은 켜고. 고요히 눈을 감은 태형을 볼때마다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

 

 

 

- 태형이는 어때?

" 기분은 좋아보여요.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 응. 그래도 되도록 염분 자제하고. 감기 조심하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태형의 담당의였던 석진과의 통화를 끝마친 정국이 통유리창을 가려둔 커텐을 걷었다. 눈이 오는 전경은 제법 봐줄만 했다. 소란하고 탁한 도시보다야 산골이 나을 거라 했던 석진의 말에 곧장 작업에 돌입했다. 태형의 투병이 거진 3년이 넘어가니, 지을 시간은 충분했다. 이 집을 지을때까지만 해도 전처럼 말갛게 웃는 태형과 함께 할 기대를 했었는데, 어느새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저를 보자니 입안이 썼다.

 

세상에 손가락질을 받으며 이어왔던 사랑이였다. 누구나 둘을 갈라놓으려 했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였다. 정국은 탁월한 사업감각으로 외국에 기업하나를 세웠다. 막대한 수익을 걷은 후에야 보란듯이 외국으로 떴다. 달콤했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뒤늦게야 태형을 갉아먹던 암세포들을 발견했다. 이미 태형의 몸속 깊숙이 번져가던 차라 수술로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결국 태형이 그렇게도 싫어하던 알약과 주사를 하루에도 몇번씩 접하게 되었다.

 

참으로 절박한 생이였다. 죽는게 차라리 나을 정도로 힘겨웠지만, 서로가 있어서 놓을 수가 없었다. 통원 치료와 입원 치료를 번갈아가며 진행했다. 큰 병원으로 이동하며 치료를 멈추지 않았지만, 태형의 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타지에 있으면서 향수병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진 태형을 위해 한국으로 이동했다. 미국에서 연결한 병원은 서울의 규모 큰 병원이였다. 이 분야에 있어선 정평이 나있다는 담당의의 소개에 만난 사람이 바로 석진이였다.

 

친동생인양 정국과 태형을 끔찍이 아껴주며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않았고,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한 사랑을 이해하고 격려해 준 이였다. 태형도 의지하는 바가 컸고, 정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심한 석진은 정국이 놓치는 태형의 감정선까지 짚어내며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와는 별개로, 석진은 최선을 다해왔지만 태형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었다. 석진은 저를 죽이는 마음으로 정국에게 사정을 토해냈다. 태형은 더이상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정국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한국으로 온 이유도 반쯤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 태형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무어라도 해주고 싶어서. 원하는 건 모두 다 해주고 싶어서.

 

퇴원 수속을 밟았다. 제 손으로 태형을 죽이는 일이였다. 하지만 더이상 이 새하얀 창살없는 감옥에 태형을 가둬둘 순 없었다. 어차피 병원에 갇혀있어봤자 부딛힐 벽이라면 남은 시간만이라도 태형이 행복하길 바랐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장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해가 짧아져 벌써 저녁놀이 지고 있었지만, 태형과의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정국이 장바구니와 차키를 챙기곤 태형을 확인했다. 곤히 잠든 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건조해진 입술에 온기를 더했다. 가볍게 입술만 맞춘 정국이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 태형이 불편할 세라 간병인도 따로 붙이지 않았기에 한시라도 자리를 뜨는 것이 위험했다. 30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로 향하는 정국이 조급했다.

 

 

 

-

 

 

 

정국은 빙판길을 조심해가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태형이 원하던 고기말고도 밑반찬 거리들을 사느라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었다. 평소엔 휑한 도로도 오늘따라 막혔다. 집에 혼자 있을 태형이 걱정되어 초조함을 숨길 수 없었다. 속력을 더 내 달리느라 위험할 뻔한 상황이 연출됐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짐도 현관에 내팽겨치듯 두고 태형의 방으로 곧장 향했다. 곤히 잠든 태형의 모습에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였다. 병원에서도 자신의 상태에 말하지 않는 태형때문에 애간장 태운게 한 두번이 아니였다. 이 악물고 식은땀만 흘리는 태형을 간호사들이 몇번 발견해서 뒤늦게야 진통제를 투여했다. 그런 태형에게 원망스러운 말을 해댔지만 나중엔 말았다.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눈물을 축이던 절 본 모양이였다. 아파도 제대로 소리 한번 안지르는 태형에 정국만 미어졌다.

 

태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제때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 뿐이였다. 그 정신없는 상태에서 혼자 할 수 있을리도 만무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태형의 입 안쪽살은 너덜해질 지경이였다. 모두 절 위해서라니 더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태형의 머릿칼을 정리하다 조용한 말로 태형을 깨웠다.

 

" 형, 고기 사왔는데. 저녁 안 먹을 거예요?"

" … 응. 먹을래.."

 

입술이 불어선 웅얼거리는 태형에, 침대의 각도를 높였다. 자연스레 제 쪽으로 두 팔을 뻗는 태형을 보다가 이내 웃어버렸다. 익숙하게 태형을 안아든 정국이 거실의 쇼파에 태형을 데려다 놓았다. 쇼파에 눕다시피 걸터앉은 태형은 아직도 졸음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그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두꺼운 외투를 가져온 정국이 태형을 일으켜 중무장을 시켰다. 외투 모자 속에 털모자도 씌워준 후에야 안심이 되는지 그제야 집을 나섰다.

 

머지않은 곳에 위치한 나무 테이블에 가져온 식재료들을 옮겼다. 먹을 것을 보자 태형이 눈을 반짝였다. 먹이를 보는 애완견의 모습과 다를게 없어서 소리죽여 웃은 정국이 미리 가져다 놓은 불판에 고기를 올렸다. 식탁에 가지런히 반찬을 늘어놓으니 어깨에 온기가 닿았다.

 

" 형, 뭐해요! 옷 안입고."

" 너가 더 추워보여."

 

두꺼운 외투를 벗어 제게 걸쳐준 태형에게 되려 큰소리를 낸게 미안해져 정국이 쭈뼛댔다. 외투를 집어 들고 잠시 고민하던 정국이 간단한 해결책을 찾은 듯 태형을 의자에 앉혔다. 의아한 표정으로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끌어앉혀진 태형이 뒤를 힐끔 바라보았다. 정국은 외투를 제 어깨에 걸치고 뒤에서 태형을 꼭 끌어안았다.

 

" 이럼 둘 다 따뜻하죠."

 

오글거리는 건 정국이 다 했는데 괜시리 민망해진 태형이 헛헛하게 웃다가 고개를 숙였다. 전이라면 간지러운 짓은 밉지않게 흘겨보며 떼어냈을 것을 가만 뒀다. 정국도 의식적으로 거부를 하지 않는 태형의 심경을 눈치채곤 품속에 더 끌어안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망설이다 못한다면 앞으로 평생 하지 못할 것들. 두 사람 사이의 정적에 고기 굽는 소리만 요란했다.

 

" 아- 입 벌려요."

" 아-"

 

정국의 입모양을 따라 한 태형이 우물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태형은 뒤에 서 있는 정국을 눈에 담기위해 고개를 살짝 추켜올렸다.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운지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고기는 구워지는대로 태형의 입속으로 직행했다. 종래에 그렇게 식탐 많던 태형이 숨을 고르며 손사래를 칠때 쯤에야 정국이 음식을 입에 댈 수 있었다. 이번엔 태형이 반대로 고개를 젖혀 얼굴 곳곳에 쪽쪽 소리를 내가며 입술을 맞췄다. 미끈한 턱선에도 한번, 높은 콧대에도 한번, 앙 다문 입술에도 한번. 눈으로 보아 기억할 수 없는 것들을 마음에 새겼다. 아물어 사라지지 못하게 몇번을 덧새겼다.

 

 

 

 

-

 

 

 

 

태형은 퇴원하기 전, 정국과 버킷리스트를 짰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는 선에서 둘만의 시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정국은 큼지막하게 열까지의 숫자를 기입했지만, 태형은 생각이 나지 않는단 핑계로 다섯번에서 멈췄다. 제 몸은 제가 더 잘 알았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어제 이뤘다. 하나, 멀쩡히 병원을 걸어나가 퇴원하기. 둘, 식단 걱정없이 먹고싶은것 마음껏 먹어보기. 제약이 컸던 사항이니 만큼 정국이 허락할지 미지수였지만 생각보다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군말없이 이뤄준 정국에 내심 고마움을 느끼며 태형이 체크리스트를 지웠다. 남은 건 세개.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다. 가끔씩 두려움이 몰아쳤지만 태형은 그 폭풍을 제 마음속에만 가둬두었다. 제 감정이 정국에게까지 옮겨가 혼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 형, 준비 다 했어요?"

" 어… 어. 다 했어."

 

긴팔티에 후드티, 패딩점퍼까지 껴입은 태형이 버킷리스트를 테이블 서랍에 넣어두었다. 남은 건 세개. 태형은 어쩐지 아린 속을 쓸어내렸다.

 

 

 

 

 
-


[방탄소년단/국뷔] 겨울, 이별 | 인스티즈

 





겨울, 이별 中


정국은 태형의 짐까지 가득한 캐리어를 끌었다. 옷가지 몇벌만 든 단출한 짐이 꼭 태형의 무게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내 밝은 척 하며 태형을 불러댔다. 꽁꽁 싸매입고 온 태형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우던 정국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미리 시동을 걸어놓아, 차 내부는 히터의 열기로 가득했다. 제 주머니에서 핫팩까지 꺼내 태형의 손에 쥐어준 정국도 짐을 싣고 함께 차에 올랐다.

 

" 어디로 갈거야?"

" 겨울바다는 정동진이죠."

 

정국이 안전벨트를 채워줄동안 태형은 괜히 노는 손으로 핫팩을 만지작댔다. 정국은 굽힌 몸을 펴기 전, 태형의 입술에 다시금 입을 맞췄다. 잠시간 맞닿고 떨어진 입술에 태형이 이어 입술을 부딪혀댔다. 실없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섞여나온 한숨은 결코 가볍지 않았음에도, 마지막에 다다른 연인들의 눈빛은 그마저도 따뜻했다.

 

그렇게 서로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주하고 있던 걸 몇분, 정국은 차를 몰았다. 순조롭게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바깥 구경을 하던 태형도 슬슬 잠이 오는 듯 싶었다. 차내에 구비된 담요를 꼼꼼히 덮어주고도 얇은 두께에 안심이 되질 않는지 제 외투까지 얹어두었다. 태형은 이 무서운 병이 저를 삼켜내기 전에도 잔병치레가 잦았다. 양껏 먹고 체하는 건 일상다반사였고, 환절기나 겨울이 되면 항상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런 생활로 익숙해진 것은 태형을 살피는 눈빛이 더욱 진득해진 것이였다.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처럼 한시도 눈을 팔 수 없게 만들었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면서도 그랬다. 항상 불안하고 언제라도 태형을 잃을까 두려웠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남은 손으론 항상 차갑기만 한 태형의 손을 쥐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곁눈질로 태형을 바라보던 걸 눈치채고 있었는지 어느새 뜬눈 이였다. 선잠이라 그런지 쉽게 깨어난 태형은 눈을 뜨고도 한참을 말이 없었다.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에 정국 역시 입이 무거워졌다. 그렇게 잠시의 정적을 깬 음성은 태형이였다.

 

" 여름에도 가고 싶었는데. 다른 또래들처럼 친구들이랑 바다가서 고기 구워먹고, 물놀이도 하고."

" 난 형이랑 둘이 가는 게 더 좋아요."

" 난 정국이가 그런 경험 꼭 했으면 좋겠어."

 

태형은 눈을 마주쳐왔지만 정국은 시선을 피하고 대신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꼭 그 뒷말에 내가 없어도, 따위의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것만 같아서. 다시 눈을 마주치면 심장이 으깨지듯 아릴 것만 같아서. 우리에게 다음 여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일 이 겨울이 더욱 시린 건지도 몰랐다. 심장이 잔뜩 에여서, 더 부르트고 아플 겨울은 없을거니까.

 

" 정국아."

" 네."

" 사랑해."

 

기어코 마주친 시선에 결국 웃어내고야 말았다. 심장 벽면에 끈질기게 맺힌 서러움은 떨쳐지지 않았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웃는 것 뿐이였다.

 

 

 

 

-

 

 

 

숙소로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발견한 바다에 태형이 억지를 부렸다. 항상 물기가 어려있는 눈망울은 이럴때 특히 유용했다. 별수없이 태형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 정국은 앞서 걷는 태형과 몇발짝 거리를 두고 따라 걸었다. 이름 난 해수욕장이 아니라, 바다는 인적이 드물었고, 넓은 공간엔 파도가 우렁차게 부서지고, 귀끝을 발갛게 만들며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 섞여 들렸다.

 

제 패딩까지 태형에게 입힌 후라 손끝이 잔뜩 얼었다. 조용히 저를 뒤따르던 정국의 존재를 이제야 눈치챘는지, 태형이 뒤를 돌아보았다. 가벼운 차림의 정국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태형은 제 털모자에 손을 뻗쳤다.

 

" 안돼요, 귀 다 얼어."

" 그럼 목도리 줄게. 이거 지퍼 올리면 돼."

 

의기양양하게 하얀 목도리를 풀어낸 태형이 패딩의 지퍼를 턱끝까지 올렸다. 가까이 다가온 정국의 목에 두껍게 목도리를 감아내었다. 거의 입과 코를 다 가리고 귀까지 감싸주곤 뿌듯한 모양새였다. 모양 하나 안 나게 감았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히죽거리는 웃음이였다. 하트모양이 되어버린 태형의 사랑스러운 입술에 저도 따라 웃음지었다. 무어가 달라지는 것도,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니였지만 애꿎은 눈물을 쏟아내는 것 보단 긍정적인 영향일 테다.

 

" 안 추워요? 이제 슬슬 도착해야 돼요. 해 지겠네."

" 알았어. 들어가자. 내 새끼 얼어 죽겠네."

 

정국의 검은 머리칼을 흐트려 놓으며 흐드러지는 웃음을 했다. 그 웃음을 잠시간 바라보던 정국이 대꾸없이 마주 웃었다.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공유하는 공기는 애틋해졌고 눈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을 대신 마음에 새겨두었다. 평생을 가도 지울 수 없을 것들. 볼이 발간 태형의 얼굴에 큼지막한 손을 가져다대었다.

 

태형은 얼굴이 이렇게나 작았다. 한 손을 펴면 다 가려질 정도로. 그리고 눈꼬리는 예쁘게 뻗어있고, 속눈썹도 길었다. 콧날은 이랬고 둥그런 콧망울은 매끈했다. 웃을때 접히는 눈꼬리와 함께 매력적인 하트모양 입술까지 손끝으로 새겼다. 한참을 진지한 표정으로 태형의 얼굴을 매만지던 정국이 태형을 품에 안았다. 어깨는 이만했고 등줄기는 이렇게 뻗어있었고.

 

품은 여전히 따뜻했다. 마지막일 겨울은 이다지도 추운데.

 

 

 

-

 

 

 

겨울은 매섭고 혹독했다. 하필이면 바닷바람을 맞았으니 태형이 감기에 걸릴 거란 것도 대강은 예상하고 있었던 걸지 몰랐다. 태형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어든 들어주고 싶었다. 굳이 마지막이 아니더라도 여태까지 저를 위해 살아왔으니까.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태형을 가지고, 그 과정에서 무던히 애를 쓰고 감정 노동끝에 얻어낸 결과물은 이리 처참했다. 외국으로 떠났던 이유는 모진 폭언을 피하기 위해서, 어디로든 자취를 감추기 위해서. 제가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효도였다. 태형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모국을 버리고 타지로 떠난 건 제 편의였다. 안정적으로 산단 명목으로 저는 부와 명예를 이루었지만 태형은 온종일 애완견처럼 집에서 홀로 있었다. 외국어도 서툴뿐더러 험악한 도시라며 단단히 주의를 주어댔던것도 결국 태형을 잃고 싶지 않았던 제 욕심.

 

태형이 사라지면 제가 버틸 고통이 감당되지 않을까, 부러 태형을 살려내려 노력했다. 끝은 앙상한 손목에 여직 선명한 주삿바늘 자국이였다. 그럼에도 제가 하는 일이라면 늘상 웃는 얼굴로 따라주었던 태형에 늘 미어졌다. 태형과 함께 하고 싶은것도 제 욕심일까봐 순리대로 응하기로 했다. 그리 마음 먹은지 벌써 몇계절이건만, 이리 힘없이 누워있는 태형을 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본심때문에. 억누르고 꾸역꾸역 구겨넣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바다까지 와두고 구경 한번 제대로 못한 태형의 머릿칼을 옆으로 넘겨주었다. 저녁식사도 채 하지 못했는데 한바탕 난리를 치뤘다. 급작스레 찾아온 극진한 고통에 한차례 진통제를 주사하고, 감기약이 혹 태형의 처방약과 상극이진 않을까, 급히 석진에게 연락하고 근방의 온 약국을 다 뒤졌다. 긴박한 정국의 음성에 석진이 지인이 근무하는 대학병원까지 연락을 해두어 약을 받아왔다. 겨우 해열제와 감기약을 먹이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태형 역시 지쳤는지 숨만 색색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뼈 마디만 남은 손을 쓰다듬다가 다 부르튼 입술에도 입을 맞췄다. 고통을 참으려 악물었던 입술에 정국의 속만 쓰렸다. 아프면 말하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그 끔찍한 고통을 매번 참아냈다. 끙끙대는 모습을 기어코 발견하기 전까지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그게 더 속상하다 말했더니, 태형은 그때도 헤진 입술을 하곤 입꼬리를 올렸다. 니 기억속에 아픈 사람으로 남긴 싫어. 가장 슬픈 사실은 이런 사람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 겨우 잘자란 인사를 건네는 것 정도.

 

 

 

 

-

 

 

 

 

태형은 약기운에 취해 통 일어나질 못했다. 정국은 가끔 혼돈이 오곤 했다. 암세포가 태형을 죽이는 건지 항암제가 되려 해를 끼치는 건지. 하루종일 병상에 누워 죽은 삶을 살바에야 이 편이 훨씬 낫다며 애써 웃어보이던 태형을 기억한다. 사형선고나 다름없을 말을 제 입에서 만들어내는 기분은 얼마나 암담할까.

 

힘이 빠져 축 늘어진 태형을 안아올렸다. 그새 더 마른 듯한 태형에 걱정스런 표정을 했다. 조수석에 잠든 태형을 앉혔다. 어제처럼 꼼꼼히 중무장을 시키곤 혹시 몰라 조수석앞쪽엔 각종 약병들이 가득했다. 일출을 보고 싶다, 졸라가며 계획했던 여행이기에 새벽녘에 떠나는 게 못내 마음 쓰였지만, 타지에서 아픈 것 만큼 불안한 것이 또 없단 걸 뼈저리게 느낀 후라 이번엔 태형이 무슨 말을 해도 수용하지 않을 생각이였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정국은 생수병을 챙겨두고 운전석에 올랐다.

 

혹시 태형에게 방해라도 될까, 어젯밤 걱정에 못이루던 잠을 눌러참아가며 라디오도 틀지 않았다. 고요한 차 내부엔 간간히 주변의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만 울렸다. 이내 적막을 깨부순건 태형의 음성이었다.

 

" 정국아. 난 니가 부모님을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 … 몸은 괜찮아요?"

" 어떻게 키우셨는데. 나라도 이런 아들 있다고 자랑하고 싶을거야. 일상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찾아가. 죄송했다고 말씀드려."

" 나한텐 형이 일상이예요. 죄송할 일도 없구요."

" 가만히 들어봐. 그리고 너한테 걸맞는 여자 만나. 신체 건강하고 성격 활발하면 더 좋고. 우울할 새도 없이 항상 즐거울 수 있는 사람."

 

정국인 애들도 좋아하니까 아가들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다 갈라져 볼품없는 음성으로 태형은 당부했다. 정국은 이런 말을 하는 태형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되질 않아 곁눈질로 힐끔거렸지만 태형은 그저 창 밖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 정국아, 해뜬다."

 

군말없이 갓길에 차를 세웠다. 불그스름해지는 일출 장면은 고속도로의 방음벽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어느때보다 찬란했다. 부서지는 햇빛에 너무 눈이 부셨다. 눈 앞이 흐릿해진 이유는 순전히 그 탓이였다. 너무 눈이 부셔서, 그래서 눈물이 났다.

 

 

 

 


 

 

[방탄소년단/국뷔] 겨울, 이별 | 인스티즈

 

 

 

 

 

 
겨울, 이별 下


발 끝이 시렸다. 바닥에 무겁게 깔린 공기가 너무도 시려서 정국은 커튼을 여몄다. 새벽의 여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굳게 닫힌 커튼에, 방안은 완전한 어둠으로 둘러싸였다. 어두운 내부에 정국은 엄습하는 불안감을 그러쥐며 태형의 방으로 향했다. 태형은 곤히 잠든 채였다.

 

 

 

-

 

 

 

어제는 석진이 들렸었다. 볼 일이 있어 지나가던 차에 들렸다곤 했지만, 첩첩산중에 볼일이 뭐가 있으려구. 걱정되어 들렸단 말을 괜히 돌리는 석진에게 가만 웃음을 지어보였다. 걱정 말란듯이.

 

경치 구경을 하던 석진에게 커피잔을 건네었을 때쯤이였다. 석진은 적막하리라만큼 고요한 주변을 깨듯, 목소리를 내었다.

 

' 태형이 깨어있을 때 왔어야 했는데. 깨우기도 뭐하네.'

' 너무 곤히 자죠.'

 

사람 불안하게.

 

축축해진 정국의 음성에 석진이 고개를 슬쩍 틀었다. 정국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이 시린 설경을 가만 바라보고만 있는 채였다. 태형이 수면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쩐지 제 잠은 더 달아났다. 늘어가는 카페인도 한몫했지만, 더한것은 불안함과 초조함이였다.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불청객같은 존재라, 정국은 언제라도 제대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 태형이 형이 제 잠까지 대신 자주는 것 같아요. 어젠 선잠자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이 뒤숭숭해서요.'

 

그게 평소랑 전혀 다름없는 일상이였는데. 문득 뒷목에 소름이 돋고 기분이 쎄한거예요. 그래서 태형이 형 방에 갔는데,… 그랬는데, 너무 불안해서… 깨우려고, 깨우려고 했는데. 도통,…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거야, 깨어나질 않아.

 

붉게 물든 토끼눈을 하고서 숨을 몰아쉬는 정국이 안쓰러웠다. 석진이 등을 도닥였다. 정국은 아무에게도 내어놓을 수 없었던 울분을 토하기라도 하듯, 응어리졌던 설움을 뚝뚝 흘려보냈다. 한순간이라도 눈물을 보이면, 불안한 감정을 어디 내어놓기라도 하면, 이게 현실이 되어버릴까봐.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꿈을 꾸고, 만약이란 가정하에 이런 상상을 한다면, 태형도 제 마음을 느낄까봐.

 

' 괜찮아, 태형이 괜찮을거야.'

 

석진은 정국을 다독임에도 편해지지 않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봤자 어린데, 열렬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런 사람을 쉬이 떠나보내기에 너무 여린데, 가혹한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

 

 

 

정국은 종일 바삐 움직였다. 몸이라도 바빠야 잡념들을 떨쳐낼 수 있을 듯 싶었다. 몸을 혹사시키려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밀려있던 설거지도 모조리 끝냈다. 괜히 멀쩡한 냉장고 정리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자꾸 태형의 방문에 시선이 가고 본능적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몸이 고되어서 잠시 쉬려 쇼파에 앉았다가, 미친듯이 떨고 있는 다리를 발견하고 관뒀다. 곧장 주방으로 향해 냉장고를 털어가며 반찬을 만들었다.

 

태형은 단호박을 싫어했다. 갈비찜에 넣을 단호박을 썰다가 문득 떠오른 사실이였다. 달거면 달고 쓸거면 쓰지, 달콤하다가도 끝맛이 남는 그 맛이 싫다고 했다. 태형의 취향은 제법 까다로운 편이라, 싫어하는 것은 단호박에 국한되지 않았다.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거리다, 태형이 없을 미래에도 이런 일이 수두룩 할듯 싶어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입안이 썼다. 혼자 달았다가 씁쓸해질 이 순간에, 앞으로도 무수히 많을 이 순간에 도통 적응이 되지 않을것 같아서.

 

 

 

 

-

 

 

 

태형의 방에 위치한 가습기의 물을 갈아주려고 들어왔다. 마음을 굳게 먹고,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야지, 문 앞에서 몇번이나 다짐했다. 문을 벌컥 열었다.

 

" 정국아."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음성이였다. 주변은 이미 어둑하기에 전등을 켜려다 말았다. 태형이 한참을 어둠속에서 있었기에 혹시 익숙치 않을까봐서. 처음엔 그저 꺼멓기만 했던 내부는 눈이 익숙해질 수록 선명해졌다. 몸을 일으킨 태형의 실루엣도 확연히 보였다. 정국은 소리죽여 태형에게 다가갔다.

 

" 나 얼마나 잤어?"

" … 여행 갔다오고 꼬박 이틀."

" 왜 이렇게 많이 잤냐, 나."

 

어느 말도 쉬이 꺼낼 수 없어서 정국은 입을 다물었다. 동조의 말을 꺼낸다면, 꼭 가까워져 온 이별을 시인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어둠속에서 서로를 마주했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하나하나 뜯어보기라도 할것처럼,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 걱정했어?"

" … 조금."

 

제 마음을 어떻게 그리 쉽게 간파했는지. 그렇게 물어오는데 태형의 눈을 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태형의 눈을 바라보면 왈칵 눈물부터 차오를까봐, 그랬던건데 그게 마뜩찮은지 태형이 정국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 나 봐."

 

우리한텐 시간이 없잖아. 꼭 그말이 생략되어 있을것만 같아서 그 불꺼진 방에서 소리죽여 울었다. 뻔히 다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척 하려는, 연인들은 부러 마른 목소리를 내고 만면에 웃음을 띄웠다.

 

" 누구 애인이길래 이렇게 잘났어?"

 

시덥잖은 농담에 타박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정말 시덥잖은 농담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 형 애인이죠."

" 정국아,"

 

사랑해.

 

그렇게 한번 터져버린 태형의 한마디가 도화선이라도 된 듯 태형은 몇번이고 같은말을 되뇌였다. 사랑해, 너무 사랑해. 정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어느새 울음이 섞여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듯, 오열하며 사랑한단 언어를 내뱉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을 그 언어는 물기에 젖어 눅눅하고, 애절했고, 축축하고, 그보다 더 큰 진심이 오롯이 담겨 무게만큼 뜨겁고 벅찼다.

 

정국은 그저 온전히 무너진 태형을 품에 안고 고개를 주억이는 수 밖에 없었다.

 

 

 

 

-

 

 

 

 

우스갯소리로 넘겼던 말이 있다. 신은 참 우습게도 생명을 앗아갈 사람에게 마지막 시간을 준다고. 그러니까 죽을병에 걸려 앓아누운 사람도 죽기 전에 멀쩡한 것처럼 움직이고, 말을 하고, 마지막 뒷정리를 할 시간을 준다고. 그러니까, 다시 말해, 태형은 그 시간을 이미 부여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참을 제품에서 히끅거리며 사랑한단 말만을 읊조리던 태형은 제풀에 지쳐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통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틈틈히 일어나서, 자고 난후, 태형의 방에 들려 코끝에 손가락을 대어보곤 한다. 그래서 멀쩡히 온기를 가진 바람을 느끼는 것에, 기뻐야할지 씁쓸해야 할지 아직도 정국은 통 알지 못했다.

 

태형이 제 곁에 없어도 제 생활은 멀쩡히 굴러갔다. 끼니는 가끔 거르고, 멀뚱히 벙쪄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런것을 제외하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저는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무료하다면 티비도 보고, 가끔 사람을 만났다. 그런것들에도 정국은 안도해야 할지, 자신을 호되게 야단쳐야 할지 알지 못했다.

 

정국은 그날도 다름없이 기상과 동시에 태형의 방으로 향했다. 태형은.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꿈에서처럼 심장이 내려앉거나, 쎄한 기분은 느끼지 못했다. 드라마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지지도 않았다. 후끈한 보일러온도에도 정국은 발끝이 시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어디에 전화를 걸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통화를 한건 석진이였다.

 

 

 

 

-

 

 

 

 

첫 눈이 왔다. 태형이 죽고 나서 첫 눈이였다. 장례식장을 나선 정국의 몰골이 초췌했다. 그새 핼쑥해진 정국은 며칠새에 익숙해진 폼으로 담배를 꺼내들었다. 태형이 몹시도 싫어해 한참을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여느때보다 담배가 말렸다.

 

제 욕심으로 붙잡아뒀던 사람이 훨훨 날아간지 겨우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담뱃대를 쏘아볼 태형이 눈에 선했다. 어떻게 놓아, 형. 내가 형을 어떻게 놔. 장례식장 앞에 멀뚱히 선 정국의 어깨위로 내린 눈송이가 시렸다.

 

 

 

-

 

 

 

그때, 그렇게 석진에게 전화를 하고 태형은 먼저 구급차로 이송되었다. 여느때보다 정신빠진듯 구는 정국에 답답하단 듯 석진은 대신 정국의 짐을 챙겨주었다. 정국도 일단 근처에 보이는 서랍을 무턱대고 열었다. 정말 정신이 빠져서 그런건지 이곳이 태형의 방이란 사실도 망각하고 있었다. 서랍 제일 첫칸에 고이 보관된건, 버킷 리스트였다. 어느새 눈에 익은 태형의 필체를 손으로 흝었다.

 

하나, 멀쩡히 병원을 걸어나가 퇴원하기.

둘, 식단 걱정없이 먹고싶은것 마음껏 먹어보기.

셋, 둘이 바다가서 일출 보기.

넷, 원없이 사랑한단 말 하기.

다섯, 그리고 네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국아.  

 

이다지도 바보같은 사람이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김태형은.

 

 

 

 

 

 



-

 

 

안녕하세요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스카트입니당 :)  이런ㄱㅓ 죠아하세요....? 저는 좋아해요...... (전지적작가취향)

이건 옛날옛적 제 블로그에서 상중하로 끝났었던 단편인데요! 약간의 탈고를 거쳤지만 전개상의 차이는 1도 없어용 호오옥시 만에하나 블로그에서 보신 분이 있으실까 구독료는 업습니다 꺄르르

글이 오글거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2병 감성이라고 생각해주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쓴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와서 말하지만 호모 X나 좋아합니다 (커밍아웃) 뷔총을 베이스로 국뷔 최앤데요.... (쭈굴) 호오오옥시 보고 싶은 소재 있다면 리퀘주세요 모음집으로 가져 오겠읍니다!!

읽어주시는 것 만으로도 항상 감사드리지만 댓글은 정말 큰 힘이 되어요!! 구독료를 낮게 책정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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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
9년 전
독자2
댓글이 라니!!! 하...분위기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능)ㅠㅠㅠㅠㅠㅠ아진짜 너무 슬프자나여...작가님 이러기 있기 없기? 있기!!!!!ㅠㅠㅠㅠㅠㅠㅠ완전 글 예쁘고 슬픔...★
9년 전
독자3
아...아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ㅏㅏㅇ현실눈물 날것같아ㅠㅠㅠㅠㅠㅠㅠ둘이 행쇼하는 이야기도 써주시면 안될까요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으으슬퍼..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신알신 듣고 왔는데 대낮부터ㅠㅠㅠㅠㅠㅠㅠㅠㅇ으ㅡ그윽ㅇ으ㅡㄱ극윽그규ㅠㅠㅠㅠㅠㅠ자까님ㅠㅠㅠㅠ이제 국뷔 같이 있는것만 봐도 아련할 것 같아요ㅜㅜㅜㅜㅜ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으아악아가ㅏ악!!!!!! ㅠㅜㅜㅠㅠㅠㅜㅜ대박입니다ㅜㅜㅠㅡ흘ㅇㄴ슷른ㅠㅜㅜㅠㅜ이게뭐죠?....너무슬퍼서 말도안나와....ㅇ세드는 싫어하는데 이런 세드는 괜찮습니다ㅠㅠ...♥
...살앙해요 작가님..♥

9년 전
독자6
갓...... 완전 이런분위기 좋다능요....S2...
9년 전
독자7
ㅠㅜㅠㅜㅠㅠㅠㅠ작가님 눈물샘 폭발이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작가님 진짜 저 글읽으면서 안우는데 진짜 으으어헣허어엉ㅇ.. 이러면서 휴지 다쓰면서 읽었어요.. 진짜 너무 슬프고 아련하고 진짜 저 어떡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앞으로 이런글 많이 써주세요.. 매일매일 이거 하루에 한번씩 꼭 볼거에여..
9년 전
비회원116.146
쓰차먹어서 비회원으로 댓달아요 근데ㅠㅠㅠㅠㅠ끄어....아진짜너무슬퍼요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2번이나읽고댓글다네요 작가님글진짜너무잘써요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진지)
9년 전
독자9
아진짜ㅠㅜ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어떡해ㅠㅜㅜㅜㅜㅠㅜㅜㅜㅠㅠ문체가진짜좋아요ㅜㅠㅠㅜㅜㅜㅜㅜㅠㅠㅜㅠ실컷울다갑니다ㅜㅜㅠ
9년 전
독자10
아ㅠㅠㅠㅠㅠ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퓨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ㅜ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태형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국아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버킷리스트 왤케 아련해여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작가님 문체 항상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31.27
헐 작가님 저 겨울이예요! 며칠간 컴퓨터를 못했는데 그 사이에 새 글이 뜨다닛 이제서야 알게된 제가 미워요!!!!!!!!!!!!ㅠㅠㅠㅠㅠㅠ제가 이런거 좋아하는건 어찌 아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작가님은 제가 좋아하는것만 딱딱 써오시는거예욧!!!!맨날 보고싶게ㅠㅠㅠㅠㅠㅠㅠㅠ딱 이 즈음에 어울리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여운이 강해서 댓글도 못쓰겠어요 많이 보고싶어서 할 말도 많았ㄴ느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정말 많이 감사합니다!!!사랑해요 작가님!!!!!!!!!!!!!
9년 전
비회원106.188
겨울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소울메이튼가요? ㅎㅅㅎ 저 강제탈퇴 당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제 겨울님이랑 어떻게 보죠? (그렁그렁) 이 글이 스카트 필명의 마지막 글이 되다니!!!!!!!! 이럴순 업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올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때 답댓 달거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어어어유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26.112
헐 작가님...이럴수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 이럴수가...나나나나나....꼭 나중에 우리 꼭 다시 봬요 저는 작가님 잊지 않을게요 오래 걸리더라도 이 글 보면서 기다릴게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1
와....진짜 오열하면서 읽었어요 와 새벽감성 진짜...
8년 전
독자12
안녕하세요! 저 겨울이예요. 기억 하실지 모르겠네요. 우연히 가입하게 됐습니다! 작가님 보고싶어서 그동안에도 가끔 보고갔는데 이 댓글 언제쯤 보실지 모르겠네요ㅠㅠ작가님 글 기다리고 있을게요! 또 신알신 누르고 기다려야죠ㅎㅅㅎ꼭 다시 와주세요!
8년 전
독자14
작가니임! 저 도망가자랑 이거 연속으로 읽고 엄청 울었어요ㅠㅠㅠㅠㅠㅠ 다시 봐도 너무 제 취향인 글들인걸요. 저 진짜 기다리고 있으니까 꼭 다시 와주세요.
7년 전
독자15
세상에...ㅠㅠ 겨울님 진짜 우리 어떻게 이렇게ㅠㅠㅠㅠㅠ 넷상에서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질길 수 있조ㅠㅠ 저 시험 이틀 남아서 아무거나 재미꾸ㅠㅠ 제 글 찾다가 댓글 발곀했네요ㅠㅠㅠㅠㅠㅠ 저도 다시 가입 했는데!!!! 현생!!!!!! 글은 아주 가끔씩 쓰지만 제가 이제 마의 고삼이라 오래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네요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시간 생기면 겨울님 리퀘 먼저 받을거에오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6
헉 세상에 자까님 저도 이제 나이가,,, 흑흑 오늘 왠지 인티가 끌려서 핸드폰 잡자마자 들어왔더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진짜 심장떨랴요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7
시험끝나고 다시 올게요 지난번엔 완성 못한 리퀘 꼭 드리고야 말겠어요!!!!!
7년 전
독자18
17에게
진짜 마음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험 잘 보시길 바랄게요!!

7년 전
독자19
18에게
겨울님~~~ 저 시험 끝났어요~~~ ^ㅁ^!!!

7년 전
독자20
19에게
헉 작가님 넘 부러워요 전 화요일까지,,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3
읽다가 울 뻔했어요 진짜ㅜㅜㅠㅠㅠㅠㅠㅜㅠㅠ 감정이입이 너무 잘 돼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 잘 읽었습니다! 국비는 영원히 행복한 걸로ㅎㅅ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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