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청춘이다.
-1장-
사랑니를 겪어보기 전엔 거 이빨이름 한번 참 사랑스럽네 라고 생각했다.어린생각에 이빨이 하트모양이라 사랑니라 부
르는거라 믿었건만 사랑니가 나면서 사랑니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더라 첫사랑과의 헤어짐만큼 아파서,정말더럽게 아픈데
그 후유증 마저 끊길듯 끊기지 않는 한여름 무더위의 아스팔트 껌딱지 처럼 질긴 그 후유증에사랑니 한번 지독하게 겪었다.
「엄마오늘 친구들이랑 제주도 갔다 올게 가게 온도 저녁에만한번 맞추면 될거야
김치찌개있으니깐 밥 챙겨먹고,사랑해딸
-엄마가- 」
내나이 18세. 모르는 사람들은 진흙탕에 굴러도 이쁠 청춘이라 하지만 18세의고통을 알기나 하냐 이십팔세들아! 아,욕한건아니다.
어른들 특히 이십팔세들이 십대들의 고통을 알지못하는 것같아 하는 말이니 오해없길 바랄뿐이다.
아무튼 사랑니를 뽑은후 한쪽 볼 붓기가 빠지기도 전에 다음날X-ray를보니 반대편 어금니 안쪽에 매복한 사랑니가 있다는돌팔이 의사의
전화 덕분에 꿀같은 주말에 생살을 찢어서 사랑니를 뺏다.
은색쟁반에 덩그러니 버려진 사랑니에서 마치 그 녀석에게 내 맘을 들키지않으려 부단히 숨긴(백현이와 종대는 그게 숨긴거냐며 때렸다.) 나의 처량한 모습이 보였다고 말한다면
백현이와 종대는 야동인줄 알고 받은 영화의 절정을 찾으려 키보드를 두드리다 엔딩장면이 나오는 순간의 메기같은 표정을지을 것이다.
'전화를받지않아 삐-소리 이후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전화도안받는다 이거지? 이렇게나온다 이거지? 어제 체육관 청소 중 자기만 두고 도망 갔다며 한참을 투덜거리더니 결국 삐졌나보다.
어떻게 풀어줄까 한참 고민하다 종대가 좋아하는 월드콘이나사가서 장단좀 맞춰주면 분명 피실피실 웃으며 찡찡거릴종대를 생각하니 웃음이난다.
더운 여름날씨에 동네 슈퍼마켓에 들려 월드콘 하나,소세지도하나,종대할머니가 좋아하실 비비빅도 두둑히 챙기니 제법 봉투가묵직하다.
천하장사라는말과 다르게 점점 말라가는 소세지를 뜯어 한입 베어물자 깨진 벽돌담 위로 뚱한 표정의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있다.저게 고양이야 조폭이야
“야옹-나비야이리온”
그래도 역시 고양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조심히 걸어가 소세지를 좀 더 가까이 내밀자 보기와는 다르게 잽싸게 내려와서는 다리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그르렁거린다.
아너무 귀엽다.
“우쭈쭈이거 먹어봐,맛있어”
“고양이한태 그런거 주면 안좋다.”
쭈구려 소세지를 가까이 건네려고 하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해를 등져서 안그래도 까만 얼굴이 더 그늘져 초깜둥이가 된 김종인이 보였다.
어휴저거저거 눈 부은거봐 하고 종인을 한심하게 쳐다보니내얼굴을 뚫어지게 보다 비웃는다.
뭘비웃냐며 따지려하는 순간 사랑니 후유증으로 땡땡부은 볼이 생각났다.아나도 부었었지 참..
헛기침한뒤 종인이 아까부터 입에 물고있는 빨대를 가리켜물었다.
“손에든건 뭐야?나도한입만”
먹는것도닮았네,김종인이들어서 그런가 왠지 더 찐해보이는 아메리카노에나도모르게 쓴맛이 느껴져 인상이 찌푸려졌다.안먹을래난 쓴거 싫어.
“나지금 김종대한태 갈껀데 같이 갈래?”
“너가게는?”
“오늘우리엄마 놀러가셔서 문 안열었어,저녁에잠깐 들려서 온도만 맞추면 됨”
종인은잠시 생각을 하던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왼속에쥐고 있던 아이스크림 봉투를 가져가 심각한표정으로 말했다.
“야,아이스크림녹은거 같아”
종인의말에 놀라 얼른 봉투를 열어 아이스크림을 한번 눌러봤더니 뜨거운 열기에 사망 직전이었다.
“ 야!뛰자!”
뜨거운 아스팔트위 얇은 쪼리를 신은채 양볼은 다람쥐 처럼 부은 소녀 한명, 그 옆에 퉁퉁부은 얼굴로 검정봉투를 달랑거리며
철퍽철퍽 슬리퍼신은 발로 뜨거운 내리막길을 달리는 두 청춘이 땀흘리며 뛰어간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부채를 퍼덕이는 두 할아버지는 그 둘을 보고 청춘이구먼 하며 너털 웃음을 지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