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치 - 괜찮아 사랑이야
열 네살, 막 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그리고 나는 갈 곳이 없어졌다. 실질적으로 부모님이 갈라서면서 내 살 곳을 정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내 마음이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성격을 바꾸게 해서 나는 말수가 점점 적어지고, 표정에는 변화가 없는 아이가 돼버렸다. 부모님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나만 생각하고, 남을 방관했다. 그렇게 중학생이 된 후 첫 여름방학을 외롭게 보낸 난 너를 만났다. 나와는 다르게 항상 밝게 웃는 너를 보며 나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처럼 가슴이 욱신거렸다. 너만 보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너에게 떼를 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너를 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괜히 너를 불러내는지도 모른다. 네 살먹은 아이처럼 아프다고 연락한 내게 찾아와 투덜대는 너의 입술에 뽀뽀하고 싶은 나를, 아닌 척 죽을 먹으라며 내미는 네 손을 잡고싶은 나를, 일부러 너에게 주고싶어 남겨둔 초콜릿을 먹기 바쁜 너는 알까. 만약 알았다면 넌 지금 내 앞에서 김민석과 하는 통화도, 우연히 알게 돼 자꾸 우릴 쫓아다니는 너의 옛 소꿉친구 김종인도 다 모른 척 해야했다. 나와 김종인, 김민석의 미묘한 신경전을 모르고 마냥 순수하기만 한 너라서 나는 너에게 화를 낼 수도, 그렇다고 나를 봐달라고 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너 대신 내가 모른 척 했다. 김종인이 너를 챙겨주는 모습도, 아닌 척 둘만 알 수 있는 얘기를 할 때도, 너의 세세한 점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 김종인을 나는 모른 척했다. 네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나는, 지금도 체해 보건실에 누워있는 너를 그저 바라만본다.
"야."
"어? 안 잤어?"
"처음부터 안 자고 있었어. 나 뭐 하나만 물어본다."
"응."
"그 새ㄲ... 아니, 김종인. 걔랑은 언제부터 친구였냐?"
"초등학교 때부터. 6년 내내 친구였어."
"근데 왜 헤어졌는데?"
"니니가 갑자기 이민가는 바람에."
너의 말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쥐었다놓았다 약을 올린다. 그런데도 나는 너를 미워할 수 없다. 나만 불러줬던 애칭을 왜 김종인에게도 불러주냐고 따질 수 없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비겁하기만 한 나와, 제 할 말 다해가며 너를 챙겨주는 김종인. 둘 중 누가 더 너한테 소중할까.
"그러면."
"응."
"뭐가 더 소중할까."
"응?"
돌려말하는 나를 답답해하는 너의 얼굴을 봐도 나는 좋아해, 이 말을 입 밖으로 못 꺼내겠다. 금방이라도 넌 내게 다른 남자와 사귄다고 말할 것만 같은데 그런 조바심을 느끼면서도 나는 아무 말도 못하겠다. 항상 같이 하교하던 ㅇㅇ이 없이 혼자 걸어가는 길. 일부러 학교에서 늦게 나온 나는 김종인과 나란히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는다. 기분 참 더럽게 내가 봐도 잘 어울리는 뒷모습에 축 쳐져있을 때 너는 또 나를 흔든다. 너의 문자에 답장해주고 걸음을 늦춰 앞서가는 김종인과 너를 먼저 보냈다. 느리게 걷는다고 걸었는데, 어느 새 나는 김종인과 마주쳐버렸다. 동시에 네가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눈치를 보며 나를 부른다. 어색하게 걷던 셋은 네가 전화를 받고 먼저 뛰어가는 바람에 둘이 되었다. 왠지 모르게 김종인은 가지않고 서있는 바람에 나도 차마 가지 못하겠다.
"욕심, 그런 거 없어."
"뭐?"
"ㅇㅇ이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ㅇㅇ이랑 사귀면 좋겠다, 이딴 거 안 바란다고."
"...왜. 너도 ㅇㅇㅇ 좋아하는 거 맞잖아, 아니야?"
"맞아. 근데 우린..."
"... ..."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냥 친구일뿐이야. 내가 아무리 매달려봤자 ㅇㅇㅇ은 날 친구로만 볼 걸."
"... ..."
"그걸 오늘에야 알았거든."
"... ..."
"바보같이."
김종인은 확실히 나와는 달랐다. 먼저 다가가줄 줄도 알고, 깨닫고 물러설 줄도 알았다. 그래서 나도 너에게 다가가기로 했다. 긴장돼 보지도 못한 영화핑계로 너를 불러내 친구가 된 그 순간부터 고민했던 말을 털어놓았다. 그 날만큼은 못되게 변해서 우리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들은 다 치워버렸다.
"나 할 말 있어."
"뭔데?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있잖아."
"응."
"나 너 좋아해."
"어?"
"좋아해. 처음 만났었던 그 날부터."
고백을 해놓고도 네가 거절할까봐 무서워서 쿨한 척했지만 고백에 대해선 후회없었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나의 고백으로 네가 흔들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를 봐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나를 보며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암호닉 |
[알][아이크림][대게][윤아얌][못생긴 애][짤랑이][아가야][잇치][까까오또끄][시나몬][해바라기][겨자][손톱][애기][플랑크톤 회장][쇼리][잭 프로스트][빵꾸똥꾸][터진 호빵][키보드][딸기타르트][히몸][됴큥][내 이어폰][롱이][우쭈][마지심슨][라인][멍멍이][거북이][모네][콩쥐][굳쿠크][내민서깅][휴지][밍구스][♥코코볼♥][씽씽카][제티][아이폰4S][망고][모카][지안][이리오세훈][루블리][하워리][간호4][호머심슨][하울링][예찬][배터리][꽃물][베베][뚱바][에이드][핑꾸색][테라피][하트][이어폰][찡긋][밍카엘][봄잠바세훈][네이처년][^~^][딸기][양치맨][니니][바닐라라떼][엑소영][땡글이융융][이빨맨][규야][시카고걸][캐서린][달달][레몬][계란찜][구금][슈웹스][까만원두][요구르트♡][밀면][라임][양양][부릉부릉][곰쓸][됴됴륵][라이트] |
쓰고보니 많이 아련한 글이 되었네요...☆ 여태까지의 얘기를 글로 줄이다보니까 많이 짧네요ㅠㅠ 아마도 남주들 번외 끝나면 바로 완결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