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 바라고 바라고
첫 학기 첫 짝꿍이었던 우리는 꽤 잘 맞았던 것 같았다. 언제부터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됐고, 언제까지 좋아하게 될 건지도 몰랐지만 너를 친구로서 챙겨주는 것도 꽤 나쁘지 않았다. 네가 나를 친구로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서 그걸로도 나는 괜찮았다. 그래서 나는 더 애를 썼다. 너를 챙겨주기 위해 내가 별 걸 다 챙겨다녔다. 혹시 네가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하며 데일밴드를, 지금처럼 여름 겨울 둘 다 유독 덥고 추워하는 네가 햇빛쬐는 여름날씨에 더워할까봐 머리끈을.
"으아, 날씨 너무 덥다."
"오늘 최고 기온 29도래."
"헐. 미쳤다. 그런데도 쟤네는 저렇게 뛰고 싶을까."
"왜?"
"그렇게 더워?"
"응. 넌 안 더워?"
"그저 그런데. 난 더위를 잘 안 타서."
"완전 축복받은 거네. 난 더위도 잘 타고 추위도 잘 타서 진짜 짜증ㄴ..."
네 머리카락을 걷어내는 내 손길에 투덜투덜대는 너의 입이 순간 멈춘 게 귀여웠다. 이런 너를 옆에서 보는 걸로 나는 만족했다. 다 괜찮았는데, 나는 너를 욕보이는 게 싫었다. 가만히 있는 너는 왜 안 좋은 말로 남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건지, 남이 멋대로 한 말이 왜 네가 한 말이 되었는지, 남이 생각한 게 왜 네가 생각한 걸로 변질된 건지 나도 모르게 화가나 성질을 냈다.
"누가 누구한테 꼬리를 치는데."
"... ..."
"뚫린 입이라고 말 막 하나본데, 어디 한 번 더 지껄여봐."
박찬열과 함께 너를 욕했던 모르는 여자애를 몰아세웠다. 나와 박찬열의 타박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여자애에게 한 번 더 경고를 주고서야 화가 풀렸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괜히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아서 속상했다. 네가 속상해하더라도, 네가 만약 울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뿐이었다. 그리곤 조용히 뒤에서 챙겨주는 것밖엔 없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내가 해야하는 것도.
너의 마음은 내가 아닌 다른 곳으로 기울어져있다는 건 진작부터 깨닫고 있었다. 남자애들은 왜 추우나 더우나 축구에 미쳐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너는 줄곧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박찬열을 보고만 있었다. 그런 너를 보면서 나는 네가 박찬열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마음을 정리해야만 하는데 나는 자꾸 실패를 맛본다.
'민석아!'
'민석아, 이거 봐. 나 다쳤어.'
"민석아, 어디가?"
민석아, 민석아, 민석아. 끝도 없이 귓가를 맴도는 너의 목소리가, 자꾸 눈 앞을 아른거리는 너의 모습이 나를 괴롭혔다. 너는 끝까지 나를 배려해주지 않았다. 불쑥 나타나 좋아하게 하고, 또 내 마음대로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런 너인데도 나는 너를 마음껏 미워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은 별로 안 깊은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사실 나는 안 그런 척 하고 있었던 거였다. 네가 덜 좋은 척, 나는 괜찮은 척, 너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네가 박찬열을 보며 내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웃음을 지어준 걸 봤을 때 그저 안 아픈 척. 이런 나를... 네가 몰라줘도 되는 척. 나는 이제껏 나를 속이고, 너를 속이고 있었다. 네가 점점 더 좋아질까봐, 내가 너를 놔주지 못할까봐, 겁이 나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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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