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말이 다가올수록 3학년 선배들은 이제 졸업반이라 그런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할만큼 바빠졌다. 그래서 준면선배와 만나기는 커녕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있을 때 늦은 오후에 우연히 도서관에서 선배를 만났다.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에 차마 부르지는 못하고 나도 내 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 하지도 못한 것 같은데 문득 밖을 보니 어느 새 밤이었다. 이제 가야겠다싶어 짐을 챙기는데 있는 줄도 몰랐던 다른 선배가 내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이제 가려고?"
"네."
"가자. 데려다줄게."
"아, 저 혼자 갈 수 있는데..."
"그래도 너무 늦었잖..."
"야. 미안한데 얘는 내가 데려다줄 거라. 네 갈 길 가."
어색한 선배라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아 거절하자 너무 늦었다며 물러서지 않는 선배의 태도에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준면선배가 불쑥 끼어들어 다른 선배에게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다른 선배는 어이없다는 듯 그냥 가버렸고, 어느 새 도서관에는 나와 선배만이 남아있었다.
"쟤는 또 뭐야."
"저도 모르겠어요."
"주위에 남자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별로 안 많은 것 같은데..."
"질투나잖아."
"네?"
"나는 너 온 줄도 몰랐는데 아는 척도 안 하고."
굳은 표정으로 말하던 선배는 곧 질투가 난다면서 심통난 표정으로 바뀌어 내 손을 잡고 도서관을 나섰다.
"근데 선배 오늘은 차 안 타고 가세요?"
"응. 오늘은 너랑 걸어갈거야."
학교를 완전히 빠져나왔는데도 평소와 달리 주차장으로 향하지 않는 선배에게 물으니 내 손을 더 꽉 잡으며 답했다. 손은 잡고 있지만 말이 없어서 정적만 흐르는 밤거리를 걷다보면 어느 새 우리 집이 나와 선배에게 인사하려는데 그런 나를 선배가 붙잡았다.
"이제 나 선배라고 부르지마."
"네? 왜요?"
"너한테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은 거 싫어. 아까 그 놈도 너한테 선배고, 나도 선배잖아."
"그럼 뭐라고 불러요?"
"음... 오빠? 해봐, 준면오빠."
"...오빠."
"잘 안 들리는데?"
"..준면오빠."
아이처럼 투덜대는 그에게 달래듯이 묻자 신난 표정으로 내게 불러달라며 짓궃게 나를 놀린다. 어쩐지 빨개진 것 같은 얼굴로 선배를 부르자 잠시 멍해있던 선배가 천천히 내게로 다가와 내 볼을 감싸쥐고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짧은 듯 긴 키스가 끝이 나고 아직도 가까운 거리에 눈만 깜빡이고 있으면 선배가 속삭이듯 내게 말했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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