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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초에 내 동생에게 애착 같은 건 갖고 있지도 않았다. 언젠가 부터 동생은 나에겐 그저 같이 사는 애, 딱 그 정도 였다. 그러니까 옆 집 사는 애, 부모님 친구 아들 마냥 별 거 없는 관계란 거다. 어렸을 때는 그나마 동생이니까, 내가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던 거 같은데. 머리가 굵어지니 그것마저 귀찮았다. 감정을 속이는 일은 생각보다 골치아팠다. 







내가 네댓살 정도 먹었을 때 였나,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생의 단편적인 모습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해 가는 것 뿐이었다-내가 먹던 과자를 동생에게 물려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던 부모님과 날 바라보며 해사하게 웃던 동생. 그것은 어릴 적 철없던 시절의 투정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한 살 터울의 형제라 상대 적으로 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간 것은 사실일 터였다. 그래도 나는 동생에게 꽤나 애정을 쏟았다. 그것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우애에서 우러난 것인지, 아니면 기어다닐 때부터 세뇌당해 온 믿음직한 형의 모습에 의해 그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내 스스로 동생을 위해 맞서는 모습이 멋있다 느껴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종종 동생이 괴롭힘을 당할 때 나서 주었다. 동생이 울 때면 흙 묻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으니 나는 퍽 좋은 형이 었던 것 같다. 







한 두해 더 지나 내가 나이가 먹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였나. 부모님은 나에게 그 어떤 말보다 '형'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형이니까 의젓해야지, 형아가 양보해주면 안될까. 부모님은 나를 의젓하고 좋은 본보기가 될 형으로 키우고 싶으셨나 본데, 나는 그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그릇이 못 되었다. 그 때부터 동생에 대한 불쾌감은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뻣뻣하고 고집이 세어 뭐만 했다하면 나와 부딪치기 일쑤였다. 나와 동생은 한 핏줄, 적어도 피 반 쪽은 같았는데도 정 반대였다. 성격, 혹은 성향의 차이로 다툴 때 마다 나는 부모님의 이상적인 형에 대한 이야기를, 동생은 제가 해야 할 순종적인 태도를 억지로 들었어야 했다.










나와 동생이 고학년이 되고 교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우리 사이엔 일절 말 한마디 없었다. 우리는 쭉 같은 학교를 다녔음에도 서로가 형제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 즈음 부터 나와 동생은 완전히 다른 인격을 형성했다. 나는 음악이 좋아져서 집 밖으로 나돌며 사고만 쳤다. 나에 비해 동생은 장남의 몫까지 다 해내고 있었다. 학생회 부회장에 전교에서 노는 석차, 거기다 꼼꼼하고 철두철미 하기까지 하니. 나는 꼴통이였지만 동생은 못난 형을 둔 잘난 동생이었다. 똑똑한 내 동생은 제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좋은 동생이길 바랬다. 동생은 고작 중학교 1학년 짜리였음에도 내게 집에서는 화목하고 우애깊은 형제인 척 연기 하기를 바랬다. 나는 내 입지를 위해서도 동생에게 동조했지만 께름칙하고 묘한 기시감은 존재했다. 어쨌든 그건 동생의 사정이었고 나는 나대로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를 외치며 뽈뽈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사춘기의 풍랑 가운데에 서 있던 중학교 2학년 때, 나와 동생이 반만 형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더 나이가 들었더라면 여러가지 것들에서 내가 동생과 닮지 않았던 걸 따져보았겠지만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렸다. 엄마는 내 엄마가 맞았지만, 아빠는 아니었다. 동생은 내 친 아빠의 외도로 낳은 아들이었고, 엄마는 동생의 존재를 알고 친 아빠와 이혼을 했다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일 평생 내 핏줄일 줄로만 알았 아빠는 재혼으로 얻은 남이었다. 부모님은 내 손을 붙잡고 조곤조곤, 나를 타이르듯 말했지만 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냥 내가 티비 속 진부한 신파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꾸역꾸역 그 모든 사연을 내 머릿 속에 집어 넣고는 내 동생에게 심한 말을 함으로써 뱉어냈다. 더러운 놈의 새끼야! 니 엄마 핏줄은 여시 년이야. 알어? 나는 몇 번이나 그렇게 말하며 동생의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실제로 내 친 아빠가 홀린 그 여자를 본 적은 없었지만 그 땐 아무 생각도 하질 못했다. 한 껏 흥분해 있는 나에 반해, 동생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기고만장하던 저의 기가 한 풀 꺾인 것은, 내가 아닌 동생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본격적으로 밖으로 겉돌기 시작했다. 제 잘못에 삐딱선을 타는 나를 보는 부모님은 쉬이 날 다그치지 못하고 그냥 둘 수 밖엔 없었다. 그러면서 나와 동생의 접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졌다. 가끔씩, 내가 학교를 나갈 때엔 동생을 복도에서 마주칠 때가 있었다. 동생은 억눌린 것 같지만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로 나를 스쳐지나갔다. 전에는 내 얼굴을 보며 한심하다던가, 짜증난다는 감정을 표출 하거나 하다못해 피곤하다는 둥 제 감정을 드러내기 라도 했었는데. 그 때는 나를 보면 표정이 싹 굳었었다. 재수없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다. 내 중학교 시절은 설렁설렁, 다녔던 지도 모르게 지나갔고 학교에 미련이 남지 않은 나는 집을 나가 집 나온 애들의 무리에 꼈다. 나는 되는대로 몸을 굴리며 알바를 했다. 사는 데엔 아무런 목적도 잡념도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너무 고단해서, 그럴 겨를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쭉 살다가-작년 겨울이었나. 나는 알바를 뛰러 철길을 지나다, 길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이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둥근 어깨와 꽁꽁 싸맨 꼴이 꼭 동생 같아서, 나는 슬며시 그 앞으로 지나갔다. 고개를 숙이곤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만 나는 단번에 내 동생의 얼굴이란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발갛게 된 손으로 슥슥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보여서 괴리가 일었다. 그러나, 나는 동생을 아는 척 할 수 없었다. 그냥 마주치기 싫었다. 동생이 그림 그리는 데에 너무 빠져있어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날, 동생을 지나쳐 알바를 하러갔지만 그 뒤로도 나는 종종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생을 볼 수 있었다. 원래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애 였지만, 공부 외엔 무언갈 진지하게 하는 걸 잘 보지 못해서 나는 그 그림이 더욱 궁금했다. 대체 동생은 철길 옆에서 무엇을 열심히 그리고 있었나. 원체 동생에 대해는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지.








하루는 동생이 그림을 그리다 잠깐 없어진 때가 있었다. 나는 조금 주저했으나 동생이 오기전에 급히 연필이 끼워진 동생의 공책을 가져와 펼쳤다. 그리고 그 공책에는, 내가 있었다. 언젠가 부터 인진 모르겠지만, 앞장부터 찬찬히 넘겨보니 뭉개진 선과 형편 없는 실력이 점점 나아진 것으로 보아 꽤 오래 전부터 그려왔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은 내 그림이었고, 간간히 내 이름이 가득히 쓰여 있는 페이지도 있었다. 나는 무척 혼란 스러웠다. 나로 점철되어 있는 이 공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경악에 물든 표정으로 공책을 뒤적이고 있던 찰나 앞에서 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었고, 동생과 나의 시선이 뒤엉킨 건 순간이였다. 








몇 년 동안 마주보지 못했던 동생의 눈이었다. 내가 동생의 멱살을 잡아챘을 때, 억눌려 있었던 그 것이었다. 그 눈은, 미비했지만 내 폭력성을 자극했다. 나는 동생에게 잰 걸음으로 다가가 소리쳤다. 너, 이 그림 다 뭐야! 동생은 몸을 움츠리며, 더듬더듬 말을 뱉어냈다. 나, 있잖아. 내가...형을 보고싶어서... 동생은 그러고선 두 눈을 꼭 감았다. 아마, 주먹이라도 날아올 줄 알았나보지.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꽉 쥔 주먹에 힘을 풀었다. 동생의 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어딘가에서 내가 채 내치지 못한 마음들이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나도, 왠지 그랬노라고. 꿈틀거리는 감정들을 억누르고 있자니 불쾌했다. 그래서, 나는 불현듯 동생의 손을 잡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동생이 바닥에 떨구면서 깨트린 두유가 온 사방에 널려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짓밟고 뛰었다. 바닥에 고인 두유가 마구 튀어 나와 동생의 바짓단에 엉겨붙었으나 우리는 상관하지 않았다. 동생은 내 손에 고분고분 이끌렸다. 우리가 숨가쁘게 달려 닿은 곳은 내 집 이었다. 거기서 우리는, 그래. 섹스를 했다. 동생은 나에게 안겨 내가 한 번도 듣지 못하고, 어쩌면 저도 내는 줄 몰랐던 신음을 내놓았고 나도 그에 흥분해 거칠게 날뛰었다. 마치 서로를 먼 발치서 보았던 몇 개월 간을 토해내는 것 같았다. 폭력적인 관계가 끝나고 나서 동생은 가만히 쭈그려 앉아 울었다. 나에게 뒤가 뚫릴 때도 눈물만 그렁그렁 맺혔었는데 그 땐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동생의 동그란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는 수 밖엔 없었다.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거나 했던 건 그게 처음이었다. 어렸을 적에도 나 스스로 도취되어 동생을 지켜주겠다 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한참이나 울어 제끼던 동생은 내 손을 걷어내며 날 불렀다. 형이 아닌, 김지원이란 내 이름으로. 









난 그 순간 우리가 애써 포장해왔던 위선 적인 관계의 끝을 직감했다. 우리의 관계가 이토록 파멸로까지 달릴 수 있었던 건 서로가 형제라는 인식 자체가 결핍되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동생을 그저그런 애 따위로 취급했으니 동생을 안을 때의 죄책감이 클 리 만무했다. 그 날 부터 동생은, 그저 김한빈이었다.








그 날 부터 김한빈과 나는 간간히 만났다. 만나서 하는 건 별거 없었다. 바쁜 시간에 짬을 내서 같이 밥을 먹고, 평생 보지 않았던 영화도 같이 보았다. 김한빈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예전에 보았던 적대감은 없었다. 나는 김한빈과 자기도 했다. 우리는 마치 연인 처럼 굴었다. 나의 퀘퀘하고 좁은 집에서 마주보고 있는 지금까지도 말이다. 상황이 웃기기도 했으나,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와 김한빈은 서로를 더 이상 형 혹은 동생으로 부르지 않는다. 김한빈의 입술에서 내 이름 석자가 불려질 때면 아직까지 말하기 낯간지러운 감정이 들끓는다. 아직까지는 그걸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사실 앞으로도 없을 지 모른다. 나와 김한빈을 정의 내린다면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내 치부를 인정해야 할 지도 모르니. 내가 말했던가, 나는 신파가 싫다. 지긋지긋하다. 그러니까, 아직은 이대로가 좋다.














댓글쓰고 회수해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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