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지옥같은 야간 자율학습(이라고 쓰고 강제자습이라고 읽지만)이 끝나고 찬 밤공기를 마시며 집에 갈때에, 그 상쾌함. 친구와 떠들면서 하루 일과에 대한 분노를 토로할때에 느껴지는, 그 시원함. 그런 감정들이 느껴질 때마다, 쌓여버린 고단함이 날아가버리고 그 자리에 좋은 감정들이 채워지는것 같았다. 그건 힘겨운 하루를 버텼을 고등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다. 동혁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집에 갈 때가 제일 좋아!' 물론 잠자는 시간과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말이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긴 것 같이 느껴졌다.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였겠지, 동혁은 혼잣말을 하며 현관문의 도어락을 열었다. 이제 문을 열면 맛있는 야참이 기다리고 있을ㄱ...
"동혁아, 이제야 오는거야?" 그러나 문을 연 순간 동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동혁이 기대하던 달콤한 야참이 아니라, 한빈이였다. * 불과 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들 사이에서, 형 동생을 따지는게 우습다고 어떤 사람이 TV쇼에서 말했을때, 동혁은 생각했다. '니가 김한빈이랑 쌍둥이를 해봐...' 과연 네가 형이라고 안부를 수 있을까? 응? 물론 한빈은 동혁과 막내 여동생 한정으로 다정한 사람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착한 형, 오빠가 김한빈이였다. 그러나 그건 분명 형제 한정이였다. 그 말은, 피가 섞이지 않은 다른 이에게는 다정하기는 무슨, 냉정의 극한이 김한빈이였다. 동혁은 미적분을 배우면서 종종 딴생각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냉정이 수열이고 수렴해서 극한이 존재한다면 김한빈은 그 극한값일 거라는 생각했다. 이건 증명할 수 있는 명제였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지금에는 지극히 건강한 남고생 동혁도, 어릴때는 또래보다 몸도 약하고 키도 많이 작은 편이여서 친구들 사이에서 괴롭힘을 당한적이 있었다. 그래봤자 유치원생들 끼리라, 모래를 뿌리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그러나 당시 일곱살의 김한빈은 많이 열이 받았다. 감히 내 동생한테 모래를 뿌려? 그리고 한빈은 그 원생들의 가방에 모조리 모래를 뿌려놨다. 그 후로 유치원에서는 아무도 동혁을 건드리지 않았다. 뭐 이정도는 제 형제를 끔찍이 아끼는 귀여운 아이의 장난이라고 친다고 해도, 이후 진학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김한빈의 동생을 건드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동혁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한빈은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했다. 그 '다양한 방법'이라는걸 동혁은 제 머리로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어쨌든 동혁을 괴롭혔던 아이들이 다음날 벌벌 떨면서 사과하게 만든걸로 보아서는, 꽤 한빈이 어떤식으로든지 간에, 꽤나 무서웠을게 틀림 없었다. 그건 동혁이 한빈에게 형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는 이유, 귀여운 동생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물론 동혁은 한빈을 무척 소중히 생각하고, 좋은 형이라고 생각하지만 몇 분 차이도 안나는 쌍둥이 형제를 형이라고 부르는데는 위와 같은 여러가지 사례가 빚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김동혁은 지금 매우 무서웠다. 한빈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굳게 다물린 입술이.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쇠사슬처럼 낀 팔짱이. 한빈의 기분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형 기분탓이야, 평소랑 똑같이 들어왔는데." 침착해야한다 김동혁. 너가 뭘 잘못했더라. 동혁은 진지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분명 제가 뭔갈 잘못했겠지. 근데 그게 뭘까? "아, 그래?" 한빈은 동혁과 시계를 번갈아 보더니 방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동혁은 안심했다. 뭐야 내가 괜히 쫄은거였어. 그렇지?
"근데 동혁아, 구준회라는 놈이랑은 무슨 사이야.?" 형이. 며칠 학교 빠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응? *
"아아아..." 풀썩. 동혁은 침대 위로 쓰러졌다. 매트리스 속 용수철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동혁은 이불을 폭 뒤집어 썼다. 제가 방금 해명같지 않은 해명을 잘 한건지, 아닌지 머릿속으로 동혁은 곰곰이 생각했다. 구준회와 나는 당연하게도, 아무 사이가 아니고, 그냥 흔한 이과생과 문과생의 관계이며, 단지 댄스동아리를 함께 하고 있을 뿐이라고 동혁은 한빈에게 말했다. 한빈은 웃으면서 알겠다고는 했지만, 동혁은 그 미소가 어쩐지 찜찜했다. 한빈이 알게된 내용은 이러했다. 준회와 교실을 나선 후 한빈은 윤형을 붙잡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부터 약 2년간, 즉 올림픽을 준비했던 기간동안 한빈은 학교에 이름만 올려놓고 거의 나오지 않던 상태여서 준회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윤형이 대강 설명해준 동혁과 준회의 관계는 한빈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동혁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을줄 알았다. 물론 준회가 동혁이를 괴롭힌다기 보다는 서로 물고 뜯는 쌍방향 괴롭힘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만, 한빈의 귀는 윤형이 해주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필터링했다. '구준회라는 망할놈이 동혁이를 괴롭힌다.'라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윤형의 옆에 있었던 망할 김지원 때문이였다. 김지원은 눈치없게도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한빈쨩, 동혁이랑 준회랑 몸의 대화를 나누는 사이래! 다이스키! 물론, 김지원의 심정과 눈치없음을 이해한다. 동혁의 친구임과 동시에 한빈의 친구이기도 한 지원은 오랫만에 만난 친구가 반가웠을 거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말이라고 다 전해져야 하는 법은 없다. 지원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윤형과 반 학생들은 생각했다. '오 18...맙소사...' 예상대로 한빈은 불같이 화를 냈고, 살면서 내 동생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걸 생각해본적도 없는데, 남자친구라니 하면서 당장이라도 준회를 향해 뛰어갈 것 같은걸 윤형이 간신히 막아 세웠다. 그러니까 그게... 어느정도 말이 와전된게 있다고 윤형은 차근 차근 설명했지만, 어쨌거나 어떤 의도든 준회가 그런 언사를 행한건 사실이기 때문에 한빈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 말은, 구준회의 학교 생활 앞에 드리울 그림자를 의미하기도 했다. * 언제인진 모르지만 먼 옛날, 인간이 걷기 전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변하지 않는 진리는 '밤이 가면 아침이 온다' 는 것이다. 전쟁같은 하루가 지나고 또 다시 아침이 왔다. 아침잠이 많은 동혁은 비몽사몽 헤롱헤롱한 정신상태로 토스트 한 쪽을 입에 물고 신발끈을 묶었다. 가방 챙겼고, 체육 들었으니까 체육복도 챙겼고, 내 정신은 챙겼ㄴ...
"동혁아, 정신줄은 좀 챙겨."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거야 코로 들어가는거야, 얼굴에 빵가루 뭍었어 너, 아. 오늘부터 형도 같이 가지. 고등학생이 된 후 부터는 같이 등교한 일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빈은 가뭄에 콩 나듯 잠깐 잠깐씩 출석을 했고,올림픽 전후 6개월 가량은 동혁도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바빴다. 그렇지만 올림픽도 끝난 지금, 선수권 대회 전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한빈은 휴가로 동혁과의 학교생활을 선택했다. "어차피 형은 강당에서 체력훈련만 할텐데, 왜 학교 온다고 했어.. 차라리 다른 선수들처럼 놀러가지." 너랑 별이랑 있는게 나한테는 휴가지. 안그래? 이 말을 동생이 있는 모든 오빠나 형들이 들으면 닭살이 돋다 못해 조류가 되어버렸을거다. 진짜로. * 솔직히 동혁은 조금 걱정을 했다. 그건 동혁이 케케묵은 예전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제 기억 속의 한빈은 동혁을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정말 심했다. 제 몸이 약했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한빈의 지나친 보호는 어린 동혁에게도 이해의 범주 밖이였다. 때문에 동혁은 오랫만에 함께하는 한빈과의 학교생활이 걱정되었다. 그렇지만 생각했던것 과는 달리, 동혁은 한빈과 함께 하는 학교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수업은 같이 못하더라도, 한빈이 있으니까 좋은 점이 많았다. 우선 첫번째로, 김지원의 오덕심을 다소 잠재울 수 있었다. 지원의 아스카 쨩♡이라던가 미쿠쨩☆ 위에는 한빈쨩♧이 있었다. 어릴때도 지원은 목숨같이 소중히 여기는 만화를 보다가도 한빈이 놀러오면 바로 던져버렸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동혁은 관심도 없는 만화 얘기나 그 주인공에 대한 지원의 일장연설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두번째는 짧은 시간 내에 학교를 강타한 교내 게이 스캔들이 들려오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적어도 동혁의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한빈을 의식한 탓이였을까, 학생들은 동혁과 한빈의 앞에서는 그 얘기를 자제했다. 동혁은 좋았다. 웬 일인지 구준회도 찾아오지 않았다. 약간은 조용하지만, 오전시간은 분평온했다. 분명 오전까지는 그랬다. * 24시간이라는 하루 일과중 가장 길고, 졸음이 쏟아지는 히간이 언제일까?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점심시간 후 5교시 수업시간. 아무리 재미있는 과목이더라도, 선생님이 유재석같은 개그맨이더라도 5교시의 쏟아지는 잠을 막을 재간은 없을 거다. 모든 학생들이 쓰러지듯 책상과 입맞춤을 하는 그 시간, 문과 전교 1등이라는 눈부신 타이틀을 가진 동혁도 예외는 없었다. 게다가 과목마저 수학이였다. 동혁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무거운 눈꺼풀을 닫으며 생각했다.
'쉬는 시간에 복습해야지...' 그러나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동혁은 일어나지 않았다. 동혁은 어떻게든 눈을 떠보려고 했으나 눈이 떠지지 않았다. 인간이 졸음을 이길 방법은 정녕 없는걸까. 동혁은 '에라 모르겠다, 조금 잔다고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겠지.'하고 꿀잠에 빠져들었다. 아니, 빠져들려고 했다. 그런데
"야, 김동혁. 자냐?" 저를 깨우는 어떤 이 때문에, 동혁은 잠에서 깨어났다. --------------------------------------------------- 독자님들...안녕하세요..long time no see...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ㅜㅠㅠㅠㅠㅠㅠ늦게 와서 죄송합니다...제가 쓰기차단 상태였어요 ;ㅅ;... 빠른 업로드를 지향했었는데...ㅜㅜ 앞으로는 늦게 오지 않을게요...☆꼬옥..☆ㅠㅠㅠ ♡암호닉♡ [슬기],[오레오즈],[다람],[구십칠],[파랑짹짹이],[망고],[원],[보라돌이],[애봉이],[입술],[수박],[더럽],[형냄],[바비야밥이나먹자],[꽃],[코랄][초코콘][쪼요쪼요],[모카],[동동이워더],[콘콘],[행쇼], [호호아줌마],[문과],[알린],[건망증],[ 이과생],[coke],[붕붕],[동동맘],[초아],[꾸준해],[띵똥],[쩰],[레모나],[편지]암호닉 독자분들이 많이 늘어서 정말 행복하고ㅠㅠㅜ감사드립니다ㅠㅠ♡ 신청 계속 받고있으니까 못하신 분들은 계속 해주세요 ㅎㅎ 댓글 남겨주시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늦은 시간이고 다들 주무실거 같아요...ㅎ...ㅎ.. 굿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