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 - 벚꽃엔딩 피아노ver.)
오빠가 아련히 창밖을 보던 그날 난 천국을 경험했다. 핸드폰을 냈다가 종례시간에 받고 켜니 문자가 2통이 와 있었다. 그게 천국을 경험한 이유였다.
[안녕 나 버스에서 맨날 만나는 오빠인데 알지?]010-1992-1127
[혹시 도넛 좋아해? 나 공짜 쿠폰 생겼는데 먹을래?]010-1992-1127
잠시만. 후하후하.. 잠시.. 잠시만. 일단 침착하게 이것을 해석해볼까? '안녕' 일단 인사를 해 주셨어. 그리고 '나 버스에서 맨날 만나는 오빠'라고 자기소개를 하셨고, '알지?' 라며 내가 알기를 바라고 있으셔. 그리고 '도넛을 좋아'하냐며 나의 취향을 물으셨고 '공짜쿠폰이 생겼다'며..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결론 : 심쿵사 & 천국 경험
"뭔데? 빨리 집이나 가자!!!"
잠깐만. 얘들아. 잠시만 침착해져 봐. 나 지금 큰일이야. 아이들에게 내 핸드폰을 보여줬다.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길..
"너만 솔탈하쟈나!!!"
"어쩌라고. 줘 패달라고?"
"됐어. 하.. 하나도.. 부럽지.. 않아.."
어머나..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아! 답장!!!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을 내가지고ㅠㅠ 좋아해요! 저 도넛 짱좋아해요!!]
오타가 났을까봐 몇번이고 확인한 내 문자는 1분 뒤에서야 보내졌다. 답장은 정말 칼같이 왔다.
[사거리에 크리스피 도넛있는 곳 알아?]010-1992-1127
[네!!]
[거기로 올래? 기다리고 있을게]010-1992-1127
[네!! 금방 갈게요!!]
후하후하.. 얘들아 준비됐니? 나 뛰어갈거야. 우리 오빠야가 지금 기다리고 있어. 아니구나.. 미안 정신 차릴게. 버스타고 갈게. 택시타고 갈까? 아니지.. 난 돈이 없지.. 미안.. 너무 정신이 없네. 일단 버스가 만원이든 뭐든 초록색 아무거나 탔다. 기사님!! 기사님의 운전실력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이 왔습니다!! 달려요!! 이렇게 달팽이 기어가듯 안전운전 하지 말란 말입니다ㅠㅠㅠㅠ
사거리 도착. 와.. 떨려.. 어떡하지? 나 진짜 아무것도 안했는데.. 머리 떡진 거 아니야? 쇼윈도에 몇번이고 비춰보며 나를 보았다. 같이 내린 친구가 너 진짜 괜찮다고 말하긴 했는데.. 오늘따라 더 못생긴 거 같아.. 몰라.. 어쩌겠어.. 친구랑 헤어짐의 인사("부러워 죽겠다 이년아!!!!" 후 헤드락)를 하고 크리스피 매장으로 들어갔다.
오.. 오.. 오빠다.. 잘생긴 내 오빠다. 오빠.. 왜이리 광이 나는 것 같지? 이 매장이 오빠 덕분에 밝은 것 같달까? 불을 다 꺼도 오빠라는 사람 하나 덕분에 아주 밝을 것 같아. 그러므로 오빠는 정말 인간이 아니야. 개진지
"왔어?"
오빠가 내게 손인사를 했다. 와.. 다리 후들거려. 꾸벅 인사를 하고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눈부셔서 힘겨울 정도다.. 진짜 오빠는 모자른 부분이 어디일까?
"죄송해요. 빨리 온다고 왔는데.."
"뭐 어때. 얼마 안 기다렸어."
무슨 소리세요 오빠.. 분명 오빠가 첫번째 문자 보낸뒤로 40분이나 지났는데.. 으이이잉으으유ㅠㅠㅠ 착하기까지 한거봐ㅠㅠㅠㅠㅠ
나를 자리에 앉힌 오빠는 도넛을 주문하고 왔다. 와, 이렇게 보니까 더 잘생겼네. 미리 시켜놨던 걸로 보이는 커피를 한입에 다 마시며 말했다.
"그 친구는 누구야? 친해보이던데."
친구? 아 앞까지 같이 왔던 친구?
"학교친구요. 진짜 친한 친구!"
"아, 진짜 친한 친구?"
"네."
오빠의 묘한 표정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관심..있나..? 금사빠같은 건가..? 아니시죠? 그쵸? 그럼 나 진짜 엄청 상처 받을텐데..
"이쁘장하게 생겼던데."
"아.. 이쁘죠. 그럼요.."
오빠.. 나 지금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 아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 오빠가 좋다하면 전 당연히 소개시켜 드릴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오빠와 내 절친. 근데 중간에서 전 정말 많이 아플 것 같아요.
"소개.. 해 드릴까요?"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며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의 표정이 여전히 묘했다. 좋아하는건지, 안좋아하는건지..
"그런 취향 아니야."
.. 그런 취향이라뇨? 제 친구가 어때서요?
"왜요? 걔가 좀 욱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남자는 별로 관심 없어."
....? 예?
"남자요? 웬 남자요?"
"응? 걔. 버스에서 너랑 친해보이던 애."
"아!! 걔는 괴짜에 이상한 애에요."
"괴짜? 왜?"
오빠의 물음에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아오 생각할수록 분해. 내가 걔한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존대를 한거야? 어머머머...ㅂㄷㅂㄷ
나는 솔직히 어색할 줄 알았다. 근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래 만나던 사이처럼. 오래 좋아해서 그런가..? 오빠가 편안하고 좋다.
도넛이 나오고 먹었다. 자꾸 흘려ㅠㅠㅠㅠ 오빠 앞에서 칠칠이 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데.. 자꾸 흘려ㅠㅠㅠㅠ 최대한 안 흐르게 먹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갑자기 오빠가 일어나서 카운터에서 물티슈 하나를 가져오더니 자기 손을 닦는다. 하긴, 너무 완벽할 수는 없는 거겠지.. 그러나 오빠는 다 닦은 손으로 내 도넛을 가져가 먹기 좋게 잘랐다. 남은 도넛들 모두. 오.. 오빠? 오빠.. 진짜 나 미치게 해요 왜? 나.. 지짜 오빠 너무 좋아졌어.. 어떡해? 응? 나 어떡하면 좋지? 작고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모습.. 진짜 개좋아.. 물티슈 하나를 더 가져온 오빠는 같이 가져온 포크와 물티슈를 나에게 건네줬다. 오빠.. 진짜 사랑합니다..♥
"도넛 말고 딴 거 먹을 걸 그랬나? 불편하지?"
"네? 아뇨!! 저 도넛 진짜 좋아해요!"
"그래?"
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 오빠. 오빠는 진짜 포기할 수 없어. 왜냐고? 나도 인간인지라 조금이라도 식을라 하면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이거든. 오빠는 매우 치명적이야.
도넛을 다 먹은 오빠는 카페나 가자며 옆에 있던 카페로 들어갔다. 여기 좀 비싼 카페인디.. 오빠의 재산이 걱정된다는 눈으로 오빠를 보니..
저런다고. 저랬다고. 저거 내 마음대로 해석해도 돼? 됨?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 거 일수도 있는데.. 와.. 심장이 무리 왔어. 매우 무리가 왔어.. 오빠가 원래 이런 성격인가요? 나는 좀 시크한 줄 알았더니.. 개뿔 그냥 개 다정하고 개이쁘고... 어후... 도무지 오빠란 사람은.. 미치게 하는 뭔가가 있어.
오빠가 음료를 가지고 올때까지 나는 멍했다고 한다.. 심지어 밤에 잠이 들때까지 눈앞에 아른거려 잠을 또 설쳤다고 한다..
그... |
그는 사랑입니다....♡
암호닉입니다!! 스파클링/죽지마/체리/정동이/빵/모카/안녕/매매/규야/메리미/뭉이/나호/우리니니 라임/구금/슈웹스/마름달/게이쳐/바닐라라떼/꽯뚧쐛뢟/이엘/캐서린/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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