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태형이 생일!이 아니고 그 전날이다. 분명 전날이 맞는데.
난 눈앞의 세 사람 때문에 무한 물음표만 그리고 있다.
"안녕!!"
"저번에 뵀죠?"
"또 보내요, 아미씨?"
"안녕...하세요...?"
왜지 갑자기 왜 오셨지 태형이 생일은 내일인데 하며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데 남준이란 사람이 입을 열었다.
"태형이가 말 안 했어요?"
"응? 뭘요?"
쏴아아하고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깐 화장실 간다고 했던 태형이가 나왔다.
우리 쪽을 보며 얼른 달려와서는
"왔어?"
이번엔 태형이를 쳐다보면서 물음표를 던졌다.
"아, 맞다"
"태형아 얘기 안 했지?"
"거봐! 내가 아미씨 표정보고 딱! 감이 왔다니까?"
나만 모르고 있었나봐... 장을 봐왔는지 다들 손에 한가득 짐을 들고 있길래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박지민은 들고 온 것들을 거실 탁자에 놓고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느라 바빴다. 김석진이라는 크~ 잘생겼다~ 아, 정신 차리고.
김석진이란 사람이 자연스럽게 박지민이 놓고 온 것까지 주방으로 가져와서 하나하나 꺼내면서 냉장고에 넣을 건 넣고 정리를 했다.
뒤에서 내가 쭈볏쭈볏 서있다가 도와야겠다 싶어서 다가가서 거들었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근데 내가 이렇게 막 건드려도 되나"
"그럼요! 아니, 저도 도와드릴게요"
김남준과 태형이까지 와서 넷이 같이 장 본 걸 정리했다.
"이따 정리하고 말해줄게"
정리하다가 태형이가 내게 와서 속삭였다. 아냐 대충 알 것 같아. 그리고 이미 놀란 거 설명 듣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김태형이! 못 보게 했는데 아미씨 방 구경해도 돼요?"
다 구경하고 내 방만 남았는지 박지민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방 문턱에 발만 대서 양손으로 눈을 가리곤 내게 물어봤다.
"지민아, 숙녀 방은 보는 게 아니야"
"태형이 말 들어라, 박지민"
정리하다 말고 김석진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고 소주를 양손에 들고 냉장고에 집어넣으며 김남준이 거들었다.
실은 보든 말든 상관없는데 갑자기 오는 바람에 정리를 못 했거든...
"이따가 구경시켜 드릴게요. 아직 정리를 안 해서..."
"그럼 저도 봐도 돼요? 제 방 어떻게 바꼈는지 궁금해서"
"어, 그럼 저도요!"
뭐야ㅋㅋㅋㅋㅋㅋㅋ 말릴 땐 언제고ㅋㅋㅋㅋㅋㅋ 기다렸다는 듯이 내 말 뒤에 이어붙였다.
"미안"
태형이가 또 내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난 괜찮은데.
정리를 후딱 다 하고 김남준과 김석진도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까 내게 빠꾸를 당한 박지민은 거실 상에 쭈욱 팔을 뻗고 누워서 똑똑똑 손가락을 두들기며 입술을 내밀고 있었고.
그 사이 난 얼른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어디부터 치워야... 그리 더럽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여자방도 아니었다.
일단 나와있는 옷들을 다 정리해서 옷장에 넣고 책상에 있는 쓰레기들도 다 치우고 바닥.. 발로 좀 슬슬 쓸고. 이 정도면 됐겠지?
"이제 구경해도 돼요"
문을 열고 나오니 박지민이 고개를 확-들어 표정을 펴며 막 뛰어왔다.
"우아! 여자방!!"
나를 살짝 피해 방으로 들어오더니 그 작은방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그것 좀 청소했다고 힘이 부쳐서 거실로 나와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그게.. 우리 항상 생일 전날 만나서 12시에 축하해주는데 집들이 겸 온 거야... 말한다고 했는데 까먹었어. 혼낼 거야?"
아니, 나 화 안 났는데... 누가보면 맨날 내가 혼내는 줄 알겠네.
앉아있는 내게 삐질 거리며 다가와서 앉더니 눈치를 보며 태형이가 말했다.
아니라고 찰찰 거리는 앞머리를 쓸어주니까 그제서야 얼굴을 피며 웃었다.
"이거 뷘데? 얘가 왜 여깄지?"
"이 양말 니꺼냐?"
박지민이 내 방에서 뷔... 태형이 사자 인형을 안아들고 나왔고 태형이 방을 구경하던 김남준이 내..양..말...을 태형이 방에서 가지고 나왔다.
"뭐야 뭐야! 저거 여자 양말인데? 둘이....대박!!"
"지민아 뭘 상상하는 거야. 애들은 그런 거 알면 안 되는데"
박지민이 사자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눈을 가리며 소리 지르는데 김석진이 내 화장실에서 나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런 게 뭔데. 뭔가 착각하나 본데 우리 그런 거 아니라고...
"하긴, 둘 다 어른이고. 나쁜 짓 한 것도 아닌데"
김남준이 내 양말을 보며 어깨를 으쓱거리곤 말했다.
글쎄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저기 그런ㄱ.."
"아이 부끄러워!"
"그러지 마, 지민아. 아미씨, 있는데"
내 말 좀 들어봐. 그런 게 아니라고
"저희 그런 게 아ㄴ..."
"우리 손만 잡고 잤단 말야! 알지도 못하면서!"
내 말을 또 먹으면서 태형이가 대신 소리쳤다. 근데 왜 그렇게 아쉽다는 표정인 거니.
"우리 아직.. 아직 못했는데..."
제발... 그 아쉽다는 말투는 뭐냐니까ㅠㅠ 그리고 뭘 못했단 거야...
태형이 말에 다들 눈을 크게 뜨며 우릴 쳐다봤다. 네. 아닙니다...
"하..하.. 다들 배고프시죠? 얼른 저녁 준비해야지..."
이상해진 분위기에 말을 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이럴 때 보면 거실이랑 부엌이 붙어있는 게 참... 싫다.
뭘 이렇게 많이 사오셨는지. 꽤 푸짐하게 저녁을 차려 먹었다.
태형이한테 들었는데 석진이 오빠랑 같이 살았을 때 자칭 요리사였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착착 나를 도와주어서 쉽게 상을 차렸다.
호칭이 바뀐 건 같이 부엌에 있으면서 친해져서고. 이 오빠,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고 섬세하고 다정하고 딱 남편감이다.
화기애애한 우리 분위기가 거기까지 느껴졌는지 둘이 같이 요리에 집중하고 있으면 자꾸 김태형이 고개를 내밀어 방해를 해댔다.
저리 가라고 밀어내면 갔다가 또 오고 또 오고. 안 가면 저녁 안 준다는 석진이 오빠의 협박 아닌 협박을 받고 오리 입이 돼서는 겨우 갔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어색하면 어쩌지 했던 저녁 식탁은 꽤나 시끄러웠다.
겉으로 보기엔 좀 딱딱하고 무서운 분위기였던 남준이 오빠는 반대로 덤벙거리고 웃음이 많은 오빠였다. 식사 도중에도 바닥으로 자꾸 뭘 흘렸다.
박지민은... 보이는 것처럼 말도 많고 귀여운 아이였다. 장난도 많고. 태형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다.
석진이 오빠는! 그냥 석진신ㅠㅠㅠ 최고였다.
저녁을 다 먹고 설거지는 놀았던 세 사람이 참.. 오랜 시간에 걸쳐했다.
지금은 상에 밥 대신 술병과 잔들이 채워져 있는 상황이고.
"진짜 한 잔도 안 마실 거야?"
내 옆에 앉은 석진이 오빠가 잔을 건네며 물었는데 오빠가 권해도 난 안 먹겠어...
요즘 술 먹고 이불킥할 짓들을 너무 많이 해서... 진짜 더 이상은 못 먹겠다. 다들 마시는데 나만 빼는 게 좀 미안하지만 이게 다 나중을 위해서다. 취하면 나 또 무슨 짓 할지 몰라....
"아미는 술 마시면 안 돼요~ 내가 봤어ㅋㅋㅋㅋㅋㅋ"
제발 지민아 그 입 좀....
대신 태형이가 내 술까지 받아먹고 있었다.
"형, 제가 마실게요"
방금 석진이 오빠가 내게 내민 술도 자기가 받더니 홀짝 들이켜 버렸다.
"이제 몇 분 남았지... 5분! 5분 남았다!"
자기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지민이가 소리치니까 남준이 오빠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까 사온 케익을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케익을 꺼내 초 꽂아 불도 붙이고 각자 잔 가득 술도 따라놓고. 이번엔 나도 마셔주자..딱 한 잔만 마셔주자 하며 내 잔에도 가득 따랐다. 걱정하며 날 쳐다보는 태형이에게 괜찮다고 고개도 끄덕여주고.
"일분 남았다! 내가 12시 되면 딱 말해줄게 김태형, 준비하시고~"
준비하라는 지민이의 말에 태형이가 케익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눈을 반짝거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이 같던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볼에 뽀뽀를 할 뻔했다.
"땡!"
"내 날이다!!! 후-!"
"태형아, 생일 축하한다"
"축하해, 태형아~"
"짜식! 생일 축하한다 임뫄!"
지민이의 땡 소리에 맞춰 팔을 하늘로 쭉 뻗더니 초에 붙인 불을 후- 하고 한 번에 껐다.
뒤에 이어지는 축하말에 괜히 내가 기분이 좋아져서 태형이를 보며 웃고 있는데 태형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거다.
뭐, 왜. 하며 눈만 맞추고 있는데. 아, 나만 안 했구나
"생일 축하해"
그제서야 활짝 웃어 보였다.
내 축하말을 듣고 기다렸다는 듯이 지민이가 술잔을 들었다.
"생일 기념 건배~!"
기분 좋게 잔을 부딪히고 첫. 잔이자 마지막.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걱정마. 오늘은 진짜 이게 마지막이야.
"아, 이거 선물"
남준이 오빠가 옆에 놨던 코트 주머니에서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꺼냈다.
"내가 이거 니 생일날 주려고 일 진짜 빨리 끝내고 한국으로 달려온 거 알아줘야 된다, 너"
"사왔어요? 형이 최고!"
태형이가 그 상자를 받아들면서 남준이 오빠에게 엄지손가락을 날려주었다.
"여기"
근데 왜 이걸 날 줘?
가만히 태형이를 보며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태형이가 내 손에 자기 선물을 쥐여주었다.
"열어봐!"
잔뜩 기대감에 부푼 표정으로 내게 열어보라고 하는 거다. 왜 뭔데 왜 날 주는데
"나 미국으로 출장 간다고 하니까 제일 먼저 한 말이 니 선물 좀 사 와달란 거더라. 어떤 색으로 살지 몰라서 제일 잘 나가는 거 3개 달라고 했는데 맘에 들지 모르겠네"
립스틱!!! 립스틱이야!! 것도 내가 저번에 잃어버린 거!! 아빠가 미국에 출장 가셨다가 사다 주신 건데 그걸 잃어버렸다고 태형이한테 엄청 찡찡거렸었다.
그걸 기억하고 남준이 오빠한테 부탁했구나ㅠㅠㅠ
"이거! 이거 내꺼! 그 립스틱인데!!"
"히히~ 맘에 들어?"
것도 3개 라니ㅠㅠ 이 예쁜 것들이 세개나ㅠㅠ 색깔도 다 예쁘다!! 대답 대신 무한 고개를 끄덕이니까 태형이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오빠, 고마워요! 진짜 내가 이걸...ㅠㅠ 진짜 잘 쓸게요!"
"좋아하는 거 보니까 나도 좋네"
"근데 내가 이거 받아도 되나? 그냥 받아도 돼요?"
"받아도 돼. 태형이가 자기 선물, 그걸로 달라고 했거든"
"진짜?"
이뻐죽겠네ㅠㅠ 이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벅차고 막....! 태형이가 이뻐 죽겠는 거다! 마구 뽀뽀라도 해주고 싶고 숨 막힐 정도로 안아주고 싶다, 이쁜 것!
남준이 오빠가 사온 것 중에 내가 쓰던 색깔이 있어서 그걸 꺼내 태형이한테 건넸다.
"발라줄까?"
딱 알아채고 물어오는 태형이에게 고개를 끄덕이니까 그 서툰 솜씨로 조심조심 내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주었다.
"이뻐?"
입술을 두 번 빠빠- 하고 앞으로 쭈욱 내밀면서 태형이에게 물었다.
"응! 세상에서 제일 이뻐~"
"고마워! 니가 짱이야, 태형아ㅠㅠ 잘 쓸게"
"내가 짱이야?"
"응응!"
"그럼, 나 선물로 여기 뽀뽀해줘! 꾸욱 도장 찍어줘"
하면서 볼을 콕콕 찍었다. 해줄게ㅠㅠ 해주지 그거 하나 못해주겠냐, 내가!
"에이! 입에다 해야지! 그쵸, 형들?"
"아니, 지민아. 우리 후회할 짓 하지 말자"
기분이 참 좋았는지 자기 입술을 톡톡 거리며 말하는 지민이 말에 그냥 맘대로 날 보고 있는 태형이 입술에 뽀뽀를 해버렸다. 하고 나서 좀 부끄럽긴 했지만...
"아, 그러게요. 그냥 시키지 말껄... 나 갑자기 외로운데. 뷔야 우리도 뽀뽀할까...?"
언제 가져왔는지 자기 옆자리에 앉혀놓은 사자 인형을 보고 지민이가 투덜거렸다.
모르겠고 나랑 태형이만 세상에 있는 듯 마주 보고 싱글벙글 마냥 신이 났다.
구하기 힘든 립스틱을 선물로 받은 것도 좋았지만, 그냥 넘긴 말을 기억하고 부탁까지 하며 챙겨준 태형이가 고마워서 더 좋았다. 오늘은 자기 생일인데도 말이다.
"맞다, 나도"
지금 줘야겠다 싶어서 얼른 내 방으로 달려가서 태형이 선물을 가져와 태형이에게 내밀었다.
얼마 전에 태형이랑 같이 걸으면서 신발가게를 지나쳤는데 하나가 맘에 들었는지 태형이가 그 자리에 멈춰서 몇 번이고 감탄을 했었다.
그때 딱 이거다! 해서 집에 있는 태형이 신발을 보고 사이즈를 재서 바로 샀었다.
"내꺼 생일 선물!"
내가 줄지 몰랐는지 토끼눈이 되어서 나를 쳐다봤다.
"어, 이거?"
포장을 뜯어 신발을 보고는 아까보다 눈이 더 커져서는 내게 물어와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야.... 사랑해!"
입술을 꾸물거리며 말하더니 신발을 내려놓고 나를 꽉 안았다. 어이쿠. 좋아하니 참 다행이다.
"형들, 이제 집 가요. 나 못 보겠네. 어후, 저게 뭐야... 취하자! 그래, 취해야지!"
우릴 아빠와 엄마처럼 바라보며 웃어주는 오빠들과 달리 지민이는 입이 대빨 나와서 앞에 놓인 소주를 병째로 나발을 불었다.
지민이 말에도 한참 날 부둥켜 안고 있더니 내게 떨어져서 내가 사준 신발에 발을 하나씩 집어넣는 거다.
"사이즈도 딱 맞아! 진짜 나 좋아하는구나, 아미야!"
그럼 가짜로 좋아하나. 저게 뭔 말이래. 하긴. 생각해보니 태형이한테 한 번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한 적이 없구나.
"그럼 이제 우린 갈까?"
"그래야지. 나 아침에 회사도 들려야 하고"
우리 둘이 꽁냥거리는걸 아무 말 안 하고 보고만 있던 오빠들이 입을 열었다.
"자고 가는 거 아니에요?"
"오늘 태형이 날인데 우리가 방해하면 안 되지"
"둘이 놀아~ 우린 축하만 해주려고 온 거야"
내 물음에 남준이 오빠가 참도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저 오빠가...
아무도 말리지 않아서 남아있던 소주를 모두 마셔 자리에 뻗어버린 지민이를 흔들며 석진이 오빠가 덧붙였다.
괜찮은데. 자고 가지. 태형이 친구들인데 원래 알았던 사람들처럼 금방 친해지고 꽤 재밌었는데. 벌써 간다니 아쉬웠다.
"자고 가요. 난 괜찮은데"
"지민아, 일어나. 이제 가야지. 아니야~"
"지민이가 태형이 너, 생일날 죽인다고 했었는데 자기가 먼저 죽었네"
자고 가라는 내 말에도 남준이 오빠는 주섬주섬 코트를 입었다.
"우으.... 나도 여친 만들꺼... 서럽..끄으 서럽네..."
눈은 반쯤 감겨서 석진이 오빠에게 들려서는 지민이가 중얼거렸다. 본의 아니게 미안하게 됐다ㅋㅋㅋㅋㅋㅋ
"가요, 형. 연락하고"
"그래. 생일 진짜 축하한다"
"나 갈게~ 아미야 오늘 재밌었어"
"다음에 볼 때는 같이 꼭 술 마셔요! 좀 많이 지나고...."
남준이 오빠가 태형이 팔을 툭툭- 토닥이곤 혼자 지민이를 끄느라 힘든 석진이 오빠를 거들며 집을 나갔다. 잘가요!
정국이 한 명 빠진 건데도 괜히 썰렁했던 집에 사람들이 오니까 꽉 찬 느낌에 기분이 좋았는데 저렇게 또 확 나가버리니까 집이 텅텅 빈 느낌이다.
오빠들이 나가고 태형이랑 상을 치웠다. 케익도 안 먹고 갔네.
평소랑 달랐던 밤이어서 그랬는지 잠도 안 오고 해서 태형이랑 러그 위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쪽쪽 거렸다. 나는 쭈쭈바 너는 막대.
태형이는 내 무릎에 누워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빨았다.
신발 좀 벗으라니까 집안에서 계속 신고는. 아직 밖에서 안 신은 거라 바닥이 깨끗하니까 그냥 놔둔다.
"친구들 잘 사겼네"
"그치?"
좋은 사람들이고. 재밌는 사람들이다. 우리 호석이랑도 얼른 친해져야 하는데, 태형아.
"그것도 먹어볼래"
"이거?"
얌전히 자기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내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며 말하는 거다. 그래 먹어라. 하며 누워있는 태형이 입에 대주니까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말고"
"그럼 뭐"
무릎에서 일어나더니 자기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고 나한테 아- 하라는 거다.
아- 하고 입을 벌리니까 내 입안으로 자기 입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쏙 넣었다. 참 희한하고 변태 같은 방식에 눈도 커지고 얼굴도 조금 달아올랐다.
"이렇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똑같이 하라고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안 해. 못해.
태형이가 넣어 준 아이스크림을 입속에서 녹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먹기만 해"
하더니 남은 아이스크림을 마저 자기 입에 넣고 또 내 입술로 다가왔다. 벌리지도 않았는데...
내 입에 마구 구겨 넣으니 그게 잘 들어가겠어. 주륵 하고 옆으로 조금 흘렀다.
놓치지 않고 아이스크림이 흐르는 내 턱을 핥는데 몸이 움찔했다.
웃지도 않고... 얘 표정이 변했다... 불안해.. 묘하게 섹시하게 눈빛이 변하더니 내 손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옆으로 내려놓고 자꾸 얼굴을 들이미는 거다.
술기운 때문에 이러나... 오지 마라.. 오지 마... 천천히 나를 러그 위에 눕힌 걸 성공한 태형이가 내 위로 올라와서 그 달달한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갰다.
손이 자연스럽게 옷 안으로 들어오고 그 큰 손으로 내 척추를 살살 쓸었다. 입이 막혀 있어서 말은 못하고 옷 안에 있는 태형이 팔을 잡으니까 태형이가 입술을 뗐다.
내 눈을 바라보며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넘겨주면서
"하지 말까?"
아니 하지 말란 건 아니고.... 그냥 차갑길래 깜짝 놀라서 그랬지...
대답은 안하고 눈만 데굴거리고 있으니까 태형이가 웃으며 내 볼을 쓰다듬었다.
"사랑해, 아미야"
어째 잘 참는다 했지. 같이 살면서 잘도 안고만 잔다고 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잡힌 건 아까 오빠들이랑 지민이도 한몫했을 거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원망해야 하는 건지. 하긴, 원망까지는 뭘. 고마워요.
태형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푸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옷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태형이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가며 그냥 몸을 맡겼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나도 사랑해"
큼... 부끄럽지만. 한 번도 안 해줬으니까.
내 말에 태형이가 정말 기분 좋게 웃어주었다.
오늘 기분이 무지 좋다.
....
"여보세요...."
그놈에 전화 때문에 깨는 것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번엔 벨소리 때문이 아니고 태형이 목소리 때문에 깨긴 했지만.
언제 내 침대로 날 들고 왔는지 눈을 떠보니 침대 위 태형이 품 안이었다. 옷도 입혀줬네. 너도 좀 입지 왜 웃통을 까고 있니.
피곤해서 어렵게 눈을 깜박거리고 있는데 태형이 몸이 덜컹했다.
"안녕하세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핸드폰을 들고 허공에 대고 인사를 했다. 누군데
"아.. 저.. 그게..."
눈을 비비며 나도 몸을 일으켜 앉으니까 태형이가 핸드폰을 조심조심 내게 내밀었다. 입술을 앙 다물고서는 울상을 지으며.
왜 날 주는데. 니꺼...가 아니고 내꺼네?
"여보세요?"
[뒤졌다,니]
오빠다!!!! 오빠야!! 민윤기야!!!! 익숙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야!! 이걸 니가 받으면 어떡해!!"
"나도 모르게..."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태형이를 주먹으로 퍽퍽 쳤다. 하... 난 끝이야... 이제 난 대전에 끌려가는 거라고...
'너는 내게 최고~'
한없이 밝고 달달한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저게 지옥에서 날 부르는 소리처럼 들리는 거다...
오빠였다... 안 받을거야ㅠㅠ
"안 받을 거야...?"
"시끄러, 넌!"
벨소리가 끊기고 띵동- 문자가 왔다.
[비상. 민윤기 지갑 들고 뛰쳐나감. 서울 갈 것으로 예상.]
새언니였다. 와... 나 어떡해ㅠㅠ
....
"설명해"
KTX 타고 왔나. 평소 느려터진 민윤기가 서울에 1시간 조금 넘어서 도착한 걸 보니 진짜 큰일이긴 한가보다..ㅠㅠ
계속 울려대는 전화를 무시하고 있었는데 문자로 안 받으면 호석이 털어서 우리 집에 찾아온다길래 얼른 받았더니 벌써 서울이라고 나오라고 했다.
혼자 나간다고 했는데 자기 때문이라고 고집을 부리며 같이 따라온 태형이와 같이 오빠를 앞에 앉히고 카페에 앉아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아님 그냥 이번만 그랬다고 해야하나...ㅠㅠ
"그게..."
"결혼하겠습니다!"
하? 입을 떡- 벌리고 태형이를 쳐다보는데 오빠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야!"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옆에서 말리는 내 손을 태형이가 잡았다. 뭐! 뭔 소리야 갑자기!
"전 설명하라고 했지 책임지라고는 안 했는데"
머리가 아프다는 듯 여전히 이마에 손을 올리고 오빠가 말을 이어갔다.
"너 동거하냐?"
"아니... 동거가 아니라.. 맞긴 한데... 꼭 그게 동거는 아니거든..?"
"똑바로 말해"
"아미는 잘못한 거 없어요.. 제가 다 잘못했으니까 절 혼내세요"
"조용히 해 너는!"
옆에서 끼어드는 태형이를 말렸다. 지금 니가 그래 봤자 상황만 더 악화된다 태형아...
"제가 아미를 많이 좋아하거든요! 결혼 빨리하셨다고 들었는데, 저도 빨리 아미, 제 옆에 두고 싶습니다. 제 마음, 형님은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형님은 아니고. 하... 아, 잠깐만요"
한숨을 쉬다가 오빠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왜. 어디? 많이? 어쩌다가! 아... 알았어. 지금 갈게"
"왜?"
"백설이 아프대. 지금은 일단 가는데. 휴... 너 이따 전화하면 받아라, 꼭"
"백설이 아파?! 많이 아프대?"
"몰라. 가보게. 나중에 다시 얘기하죠"
"안녕히 가세요, 형님!"
"형님 아니라니까"
짧게 인사를 하고 오빠가 얼른 카페를 빠져나갔다. 백설이가 아픈데 다행이라 할 수도 없고...
[생각 정리 좀 해! 니네 오빤 내가 잡아둘게]
문자 알림음이 와서 봤더니 또 새언니였다ㅠㅠ 내가 이러니까 우리 오빠보다 언니를 더 좋아하는거야ㅠㅠ
오빠가 가고 긴장했던 몸에 힘이 쫙 풀려서 의자에 푹 기대었다. 아이구... 일단 갔다...
"안 모셔다 드려도 되나"
맞다. 김태형
"야! 설명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거기다 대고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냐!"
"난 너랑 결혼하고 싶으니까"
"허...?"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입만 뻥긋거렸다.
너 때문에 난 더 큰일 났다고....
"나랑 결혼하기 싫어?"
싫은 게 아니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게다가 우리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은 우리 오빠는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어렸을 때 했구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떳떳하게 같이 살고 싶어. 나는 너를 그만큼 사랑해, 아미야. 지금 당장 결혼해도 될 만큼"
평소답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까부터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더욱 꽉 잡으면서.
"지금 꼭 하자는 건 아니고. 그냥 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우리 결혼하면 니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너 대전에 끌려갈까 봐 걱정 안 해도 되고..."
얼마나 진지했다고 벌써 평소처럼 돌아와선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지금은 내가 더 걱정이 돼. 우리가 뭐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너는 나한테 막 소리 지르고... 나랑 결혼도..."
그러니까 내가 널 너만큼 좋아하는지 확신이 안 든다는 거잖아. 역시 이것도 표현을 안 해줘서 그런가.
아까보다 고개를 더 푹 숙여서는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게 말해서 끝에 말도 제대로 안 들렸다.
"해, 결혼"
내 말에 눈을 아주 똥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획- 쳐들었다.
"진짜?"
"어. 하자, 결혼"
....
정신 차리고 살아보려고 그 많던 약속들을 다 제껴버렸더니 늘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다.
할게 없으니 집안에만 쳐밖혀 있을 수밖에. 예전 집이었으면 누나랑 같이 놀았을 텐데. 하긴 다 지난 일 꺼내서 뭐 해.
그냥 이렇게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이젠 그리 미친 듯이 아프지도 않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지도 않는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비어버린 내 방에 지민이 형이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는 것도 들었고. 지민이 형 말로는 누나가 태형이 형이랑 둘이 산다는 걸 누나네 형한테 들켜서 어쩌다가 마침 살고 있던 집 계약이 끝난 지민이 형이 같이 살게 되었다는데. 설명하자면 좀 귀찮다.
그냥 그렇게 셋이 산다고 했다.
곧 둘이 결혼을 할 거라는 진짜 같은 가짜 소문도 들었고. 쓰리긴 하지만 내가 보내준 거 누나만 행복하다면 난 그걸로 됐다.
그냥 나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지도 내 생각에 나처럼 문득 슬퍼하지도 않길 바랄 뿐이다.
내가 이 집에 이사 오던 날 도와준다고 태형이 형이랑 같이 왔던 누나는 내게 웃어주었지만 미안한 그 표정을 숨기질 못 했다.
그거 풀라고, 미안해 하지말라고 나도 웃어주었다. 말도 참 안 듣지. 아는 사이 하지 말자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래도 다시 내게 아는 사이로 다가올 줄 알았다. 그게 누나니까.
쾅-쾅-
오랜만에 누나 생각 좀 하고 있는데 옆집에서 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젠 나도 한계다.
며칠 전 이사를 온 것 같았는데 그날도 무척 시끄럽더니 요 며칠 정리를 얼마나 하는지 계속 시끄럽게 했다.
한숨을 내쉬면서 이젠 나도 한마디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집 문 앞에서 서서 큼큼 목을 가다듬고 띵동 초인종을 눌렀다.
'아!!!'
여자네. 초인종 소리와 동시에 안에서 짧은 비명이 들리더니 아까부터 들리던 시끄러운 소리가 멈췄다.
'잠시만요!'
쿠당탕-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드디어 문이 열렸다. 어떤 여자길래 우리 누나 생각하는 것도 방해하는 건데.
"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문이 열리고 딱 누나만한 키에 긴 머리가 찰랑거리는 여자가 엄지손가락을 후후 불며 나왔다.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지만 달큰한 냄새와 같이.
"옆집인데요"
"아... 혹시..."
"너무 시끄러워서요"
"죄송합니다! 처음 혼자 나와서 살림 차리느라... 죄송합니다..."
입술 앞에 있던 엄지손가락을 내리고 내게 연신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혔다.
여자를 넘어 집안을 빼꼼 쳐다보니 아직도 어지러운 방에 바닥엔 망치가 있었고 박다 말았는지 우리 집 쪽 벽에 못이 툭하고 튀어나와있었다.
"손, 다쳤어요?"
못을 박고 있다가 내가 누른 초인종 소리에 놀라 손을 찧은 듯 보였다.
"네? 아뇨..."
내 말에 손을 뒤로 숨기며 말했다.
"봐요"
숨어있는 손을 들어 내 눈앞으로 가져오니 그 작은 손가락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못 박고 있었죠. 내가 박아줄게요"
"아니에요! 괜찮은데... 제가 할게요!"
"어느 세월에 다 하려고. 빨리 끝내고 조용히 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괜찮다고 손을 젓는 여자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봤던 대로 방안은 정말 지저분했다. 대체 그동안 정리 안 하고 뭘 한 거야. 나보다 심하네.
"이거 마저 박으면 되죠?"
바닥에 놓인 망치를 들고 삐쭉 튀어나와있는 못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직도 문 앞에서 서성이던 여자가 내 물음에 한 걸음에 달려와서 대답했다.
"네... 아니 근데...! 제가 할게요! 조금만 더 하면 다 박는데... 우리 집 못인데 제가 박아야죠"
니일, 내일 딱딱 나누는 건 누나랑 참 똑같네.
예전의 아미 누나가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누나. 나 이제 누나를 조금은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청첩장 다 보냈고! 예식장 미리 다 확인했고! 드레스도...음 내일은 들어가겠지! 비행기도 다 예약했고... 또...또...."
"아미야 진정!"
초조한 마음에 이를 딱딱거리며 메모지에 체크를 하나하나 해가는데 옆에서 태형이가 내 손을 잡았다.
"왜 뭐가 자꾸 빠진 것 같지? 우리 확실히 다 한거 맞지? 다 했지?"
"응! 다했어. 그러니까 진정하고"
"아악!! 당장 내일이라니!!!!"
"야야!! 나 이거 입고 가면 되겠지? 내일은 니들이 주인공인데 왜 내가 다 떨리냐...으.... 누가 나 진정 좀 시켜줘.. 아미야, 나 너무 떨린다"
"니가 왜 떨려, 새끼야. 가뜩이나 지금 아미도 멘붕이니까 니 방 들어가서 잠이나 자"
멀쩡한 건 태형이뿐인 것 같았다. 벌써부터 내일 입을 옷을 입고 나와서 떨린다며 팔을 휘두르는 지민이 때문에 더 정신이 없었다.
태형이 말에 투덜투덜 욕지거리를 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줘서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떨리는 건 매한가지였다.
태형이가 우리 오빠에게 날 책임지겠다고 소리 지른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2년 동안 결혼하자고 우리도 오빠처럼 빨리 결혼하자고 보채는 태형이를 겨우 말려서 대학을 졸업한 지금, 우린 결혼을 하려고 한다.
우리 집안 내력인가. 우리 엄마 아빠도 결혼 일찍 하셨는데.
"내가 결혼을 한다니... 태형아 나 결혼해...."
울먹거리면서 말하는 날 보더니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나를 안았다.
"응. 드디어 결혼한다. 내일이면 내가 니 남편이야, 아미야. 너는 내 아내고"
"흐어.... 나 유부녀야..."
"유부녀 싫어?"
"유부녀가 뭐가 좋냐 바보야...ㅠㅠ"
"씨! 그럼 결혼 하지마!"
내 어깨를 잡아 휙- 품에서 떨어뜨리더니 내게 소리쳤다.
여전히 울먹거리며 태형이 품에 다시 파고들며 말했다.
"그럼 어쩌냐... 유부녀는 싫어도 니 아내는 되고 싶은데...ㅠㅠ"
내 말에 태형이 웃음소리가 귀로 들어왔다. 날 더 꽉 끌어안아주는 태형이.
"해줘"
"뭘"
"그 말"
"....사랑해"
표현을 안 하는 내게 자주 불안하다며 사랑한단 말을 해달라고 했었다. 늘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여 주는 태형이와 달리 난 그 말을 많이 아꼈지. 이젠 아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줄 때면
"나도"
쪽-하고 달콤하게 뽀뽀를 해주었다. 오늘따라 더 달콤한 건 기분 탓인가.
근데 오늘은 뽀뽀가 끝이 아니네. 날 안은 채로 깊게 입을 맞춰왔다.
둘이 그렇게 부둥켜 안고 있는데
"그래서 나 내일 몇 시에 가!?"
지민이 방이 쾅 열리더니 다시 잠옷으로 갈아입은 지민이가 방에서 튀어나왔다.
"대박! 야해!"
자기 때문에 떨어진 입술로 우리 둘 다 썩은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니까 두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다시 자기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쾅 닫았다.
얼른 이사 가자, 우리.
닫힌 지민이 문을 보고 있자니 원래 방주인이었던 정국이가 생각났다. 청첩장을 보낼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지민이가 알려줬는지 정국이가 먼저 내게 연락이 왔다.
갈 거라고. 보여줄 사람 있으니까. 그날 보자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 짓고 있으라고. 나도 그런 표정 가지고 갈 거니까.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살까?"
"여기? 이 집에서?"
"응"
"박지민이랑 같이....?"
원래 각자 집에 있어야 하는데 이제 결혼하면 우린 새집으로 옮길 거고 그럼 이 집도 마지막이다. 정도 많이 들었고 우리가 이렇게 결혼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이 집이고 해서 우리 둘 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기로 했다.
태형이가 지민이 보고 둘만 좀 있자고 나가라고 나가라고 했는데 어쩌겠어. 이젠 쟤도 여기가 집이라서 나갈 곳이 없는데.
지민이는 우리가 신혼여행에 가있는 동안 새로 이사할 집이 빌 때까지 혼자 이 집에 있어야 했다. 마지막까지 잘 지켜줘, 우리 집.
막상 나가려니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다.
"아니, 우리 둘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ㅠㅜㅠㅜㅠㅜㅠㅜ 진짜 늦게 왔네요ㅠㅠㅠㅠㅠㅠ
아니ㅠㅠㅠ 이게ㅠㅠㅠㅠㅠㅠ 노트북이 어떻게 된건지 저장해논 파일이 다 날라가고 켜지지도 않고 난리를 피웠네요ㅠㅠㅠㅠㅠㅠㅠ
서비스센터 왔다갔다 거리면서 겨우 복구시키고ㅜㅠㅜㅠㅜㅠㅜㅠ 하ㅠㅠㅠㅠㅠㅠㅠ
막상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쓰고 싶은 내용이 왜 또 이렇게 많은지 분량 조절도 안되고ㅠㅜㅠㅜㅠㅜㅜㅠㅜㅠㅠ
으아ㅠㅠㅜㅜㅠㅠㅜㅠㅜㅜㅠㅜㅠㅜㅠ 그렇다고 나누자니 그것도 애매하고.... 그래서 그냥 올리게 되었습니다ㅠㅠㅠㅠ
일단 뚝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끝이네요!!
참 실감이 안난 달까. 내일부터라도 이어서 또 글을 써야할고 그런데 진짜 끝이네요!
원래는 이거 말고 쓰던게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떠오른 소재에 쓰던거 제쳐놓고 이것만 썼다죠ㅋㅋㅋㅋㅋ
그리고 그건 아직도 그때 그곳에서 멈춰있죠...ㅋㅋㅋㅋㅋㅋ 머릿속에 생각해논 소재도 몇개 있고 시작도 해놨는데 계속 이어가는게 문제네요ㅠㅠ
카톡글도 그렇고 룸메이트도 그렇고 제가 쓰고 싶어서 저 좋으라고 써놓은 글인데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어떻게 감사 인사를 드려야할지ㅠㅠㅠㅠ
요즘 글잡이 반짝! 활발했었는데 문체도 좋고 내용도 탄탄하고 잘 쓰시는 분들 보고 괜히 저같은게 뭣도 모르고 싸질러놨나,, 싶기도 했어요ㅠㅠㅠㅠㅠ
존경합니다 작가님들!ㅠㅠㅠㅠ 잘보고 있어요! 저도 한명의 독자니까요 헤헤헤
제 글에선 항상 아프고 짝사랑만 하다가 끝내버린 불쌍한 태형이ㅠㅠㅠ 이번엔 웃게 해줘서 제가 다 뿌듯하네요ㅠㅠ
쓰면서 문득 너가 생각이나서 괜히 내 맘이 떨리고 그랬어ㅠㅠㅠㅠ 좋아한다 태형아ㅠㅠ
내용이 좀 급 끝낸 감이 있지만.... 좀 많이 있지만.... 더 끌어가면 내용만 더 버릴 듯 싶어서 이렇게 했답니다!
아쉬움이 많네요ㅠㅠㅠㅠ 마지막인데 엄청 늦게 내용도 많이 못 다듬고 그랬어요ㅠㅠ 죄송할따름...ㅠㅠㅠ
뒤늦게 넣은 브금인데 한 4편 정도 넣었나? 넣다보니까 브금의 중요성을 알겠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도! 넣고~~ㅎㅎㅎㅎㅎ
마지막까지 감사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걸 가지고 올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쓰고 있는게 지금 연재되는 것 중 겹치는 내용이 좀 있어서 그 연재가 끝나면 살짜쿵 작가님께 여쭈어보고 올 생각입니다~ 변덕스러워서 아예 새로운 소재를 가져올지도 모르구요...ㅎㅎㅎㅎ 그동안 전 독자로 돌아가서!ㅎㅎㅎㅎ
마지막 암호닉!!!ㅎㅎㅎ 암호닉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ㅠㅠㅠ 다른 댓글써주신 독자님들도 부족한글 읽어주시고 댓글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ㅠㅠ
말이 엄청 길어졌네.... 저는 이제! 좀 오래! 가있겠습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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