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심! 아니, 그렇게 하면 다 긁혀 이 사람아!"
"아저씨, 일하신지 얼마 안 됐죠?"
아침부터 이사하는 소리 때문에 늦게까지 침대에 뭉그적거리지도 못하고 잠에서 깼다.
뭐 도와줄게 없냐고 아저씨들에게 물었는데 본인들이 하신다고 괜찮다고 하셔서 커피며 물이며 그런 것들만 대접하고 있는데....
김태형은 아저씨들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일도 못하게 자꾸 귀찮게 굴었다.
쟤는 무슨 감기가 저렇게 빨리 나아. 어제 그렇게 골골거렸던 애가 맞는지 싶기도 했다. 하긴 인간 약이 옆에 있으니 그럴 만도. 앗, 죄송.....
"방해하지 말고 일로 와라"
태형이가 정국이 방문 앞에 붙어있다가 활짝 웃으며 내 뒤로 와서 목에 팔을 감고는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말 잘 듣지?"
"잘 듣네"
"헤헤~"
"우리 정국이네 가자"
"왜!"
"정국이 혼자 이사하려면 힘들잖아"
내 말에 고개를 확 들어 소리를 지르다가 다시 얼굴을 기대더니 투덜거렸다. 짐도 별로 없구만...
짐이 좀 가볍긴 했다. 아저씨들이 이삿짐을 정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국이 방이 벌써 비었다.
침대 매트리스, 책상, 옷... 옷 진짜... 많다....
언제 싸 놨는지 작은 것들은 상자에 다 담겨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응? 아닌데? 이브 날 열려있던 정국이 방을 봤을 땐 분명 평소랑 같았는데... 집에 들어온 적도 없는데 언제 짐을 쌌지...
"니가 쌌지"
"....아닌데"
늦었어 바보야. 집에도 안 들어온 애가 짐을 어떻게 싸. 정국이를 위해서 였는지 그냥 빨리 나갔으면 해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착한 짓 했으니까.
손을 올려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착하네"
"아니라니까"
나를 더 꽉 안더니 자기 머리를 내 머리에 기대었다.
텅텅 비었다. 정국이 방이 텅텅 비었다. 먼지가 많네. 이따 와서 좀 치워야겠다.
"트럭 짐칸에 타는 건 무리겠지?"
"얼어 죽어. 택시 타고 가자"
왜 가냐면서.
....
"....뭐예요?"
"뭐가 이렇게 작아?"
"안녕~"
문을 열고 우리를 보자마자 짓는 정국이의 표정이라니 참 웃겼다. 미안해...ㅋㅋㅋㅋㅋㅋㅋㅋ
정국이의 말에도 비키라며 정국이를 살짝 밀고 태형이가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웃으며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날 보고 잠시 눈빛이 흔들리더니 이내 같이 웃어주며 들어오라고 해준 정국이.
"말 참 안 들어"
헤헤~ 실은 달리는 택시 안에서 계속 걱정을 했었다. 이게 맞는 건가.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닌가. 내가 착각해서 정국이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다행히 그런 걱정을 정국이의 웃음이 날려주었다. 고마워, 정국아.
"어! 너 뭐야?"
"넌 왜 여깄어"
안에서 태형이 목소리 말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박지민이네... 셋이 친구구나...
"아미씨도! 다들 여긴 왜 온 거야?"
"왜 왔겠냐 짜장면 먹으러 왔지"
그거 먹으러 온 거였니... 우리가 정국이의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짐을 다 옮겼는지 이삿짐센터 차는 없었다.
안에는 여러 짐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었고 박지민은 상자에서 작은 것들을 꺼내고 있었다.
"아, 형. 그건 제일 나중에 꺼내라고 했잖아요"
정국이가 얼른 박지민에게 다가가서 꺼냈던 것들은 다시 집어넣고 상자를 닫아버렸다.
그래? 박지민이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더니 또 다른 걸 만지려고 그 작은방을 이리저리 팔랑거렸다. 정신 사나워....
짐도 널려 있고 하나뿐인 방도 좁고 사람도 많아서 꽤나 어수선했다. 여기서 뭘 어떻게 도와주나 싶었다.
김태형은 오자마자 침대 매트리스에 눕더니 입만 나불거렸다.
"빨랑 치워. 짜장면 먹게. 좁아서 넷이 앉아 먹을 수나 있어?"
어휴... 괜히 데려왔나. 여기서 제정신인 건 나랑 정국이 밖에 없는 듯했다... 저 둘은 대체 왜 온 거야....
어느 정도 가구들도 제 자리를 찾았고 상자들도 거의 정리가 되었다.
결국 일은 나랑 정국이가 다 했다. 도와준다며 괜히 일만 더 만드는 박지민에게 김태형 옆에 가서 누워있으라 하곤 정국이랑 후딱 일을 마쳤다.
가만히 있기 미안하다고 노동송이라며 고래고래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데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나랑 친했으면 당신은 이미 여기서 나갔어.
정리를 끝내고 정국이와 내가 힘들어서 헉헉거리며 바닥에 쭉 누우니까 태형이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짜장면!! 짜장면 네 개랑요. 전부 곱빼기요. 탕수육도 보내주시고. 음... 군만두 오죠? 안 줘요? 그럼 다른 데서. 아, 돼요? 네! 그렇게 보내주세요. 주소요? 야 전정국 주소"
맞다. 쟤 주소 모르지. 아까도 택시타고 오면서 주소 모르는데 어쩌냐며 징징거리는데 자연스럽게 주소를 말하는 내 모습에 어떻게 알았냐고 아주 생난리를 쳤었다.
와 봤으니까 알지. 도착하는 내내 나를 째려봤다.
아침부터 움직여서 피곤한 느낌에 누운 채로 잠에 빠질 쯤 태형이가 깨우더니 침대에서 자라고 나를 끌었다.
싫어. 귀찮아서 고개를 흔든 뒤 다시 눈을 감았다.
끄앗. 몸이 들리는 기분에 눈을 다시 뜨니까 태형이가 날 들어서 침대에 눕히는 거다.
"박지민, 꺼져"
태형이가 발로 차니까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박지민이 밑으로 내려갔다. 죄송. 침대도 푹신한 게 더욱 노곤해져서 짜장면이고 뭐고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었다.
깨워야 되는 거 아니야? 쩝쩝. 다 먹고 좀 말해요. 이따 일어나겠지, 뭐.
짜장면이 왔는지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눈이 떠졌다. 내 짜장면!
몸을 확- 일으켜서 짜장면을 쳐다보니까 박지민이 깜짝 놀랐는지 들고 있던 탕수육을 떨어뜨렸다.
"일어났어요?"
"더 자지"
쩌억 하품을 하면서 스멀스멀 내 짜장면을 뜯으러 갔다.
늦게 뜯어서 좀 불었지만... 그래도 맛있다~
입에 묻은 느낌이 들어서 휴지로 닦고 순간 뭐든 입에 떡칠을 하며 먹는 태형이가 생각나서 보니까 역시나다.
내가 쳐다보는 걸 느꼈는지 태형이도 날 쳐다보니 왜라는 표정을 짓고는 내 손에 들린 휴지를 보고 새로 뽑아서 스스로 입을 닦았다.
그리곤 입꼬리만 올려 웃더니 다시 먹는 데에 집중하는 거다. 평소 같았으면 닦아달라고 입술을 내게 쭉 내밀었겠지만 저러는 걸 보면 영 생각이 없는 애는 아니구나 싶었다.
정국이 때문이겠지. 단무지를 입에 넣는 태형이를 보고 나도 웃어준 뒤 다시 짜장면을 입에 넣었다.
"아미씨는 단무지 싫어해요?"
아...쟤도 엄청 묻히면서 먹네.... 누가 친구 아니랄까 봐... 아니 그건 아닌가. 정국이는 잘만 먹는데...
단무지 두 개를 입에 쑤셔 넣으면서 박지민이 내게 물었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뭐랄까. 단무지를 집어 오기도 귀찮아서.
"아니요"
"그럼 같이 먹어요!"
내 그릇에 단무지를 집어서 넣어주곤 참... 예쁘게 웃는데 제발 입 좀 닦고... 하...
"지민씨. 여기"
보고 있기가 참 힘들어서 휴지를 뽑아서 건네주며 닦으라고 내 입을 톡톡 쳤다.
"묻었어요?"
"네"
"안 닦아줘요?"
"어"
"네"
왜 니들이 대답하는 건데ㅋㅋㅋㅋㅋㅋ
박지민이 아쉽다는 듯이 입을 꾸물거리며 내가 준 휴지로 입을 벅벅 닦았다.
....
[뭐라고오오오!?]
아, 시끄러워.... 스피커를 찢고 나오는 커다란 호석이의 목소리에 얼른 폰을 귀에서 뗐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비어있는 정국이 방을 깨끗하게 닦고 온몸에 뒤집어쓴 먼지를 털어내려고 샤워를 했다.
피곤해서 얼른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호석이가 생각나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못한 보고를 꼼꼼히 하는데 결국 태형이랑 사귄다니까 소리를 꽥 질렀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너 계속 거기서 산다고?]
이제 사귀는데 뭐... 굳이 나가야 되나 싶다...
"아니 뭐..."
[이제 막 나간다 이거냐!]
"그건 아니고...."
[근데 전정국, 걔. 마냥 나쁜 놈은 아니네]
"나쁜 애 아니야!"
[그래 아니라고. 니가 나쁜 년이지]
"내가 왜...."
[쯔쯔쯔]
"근데 호석아"
[어?]
"나 내일 대전 내려갈 건데 같이 가자"
[내일?]
"응"
올해 안에 대전에 내려가지 않으면 오빠한테 끌려 대전에 내려갈 듯싶어서 얼른 가야겠다 싶었다. 끌려 내려가면 언제 올라올지도 모른다...
30일이 태형이 생일인데 그날은 같이 있어야지.
"못 가?"
[아냐. 가자 가자. 오랜만에 백설이도 좀 보고]
"니가 백설이를 왜 봐"
[야, 너보다 날 더 좋아해, 우리 백설이는]
"우리 좋아하네"
[알겠고, 내일 연락해라! 잘 자고. 야, 조심하고]
"알아. 끊어"
전화를 끊고 자려고 누웠는데 아, 불. 불 끄는 게 제일 귀찮아. 누가 불 끄는 리모컨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김태형을 부르려다가 조심하라는 호석이 말이 생각나서, 방금 들었는데도 잊어버리고 진짜 태형이를 부르려 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옆에 스위치를 눌러 불을 껐는데 벌컥- 문이 열렸다.
"아미야!"
깜짝이야. 문 옆에 서있는 날 보더니 태형이가 다시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왜 또.
"벌써 잘라고?"
"어"
"같이 자"
퍽퍽- 태형이 등짝을 때렸다. 또 저래, 또.
"아, 아퍼! 안된다고 해도 오늘은 같이 잘 거야"
내 머리를 팔로 꽉 감아서 안고 그 상태로 뒤뚱뒤뚱 침대로 가서 그대로 몸을 기울였다.
쿵- 하고 둘의 몸이 침대에 부딪혔다. 태형이가 나를 꽉 안고 있어서 아프진 않았지만. 일어나려고 낑낑거렸는데 태형이가 다리를 들어 나를 꽉 누르는 거다.
"지금 나가도 너 잘 때 또 들어올 건데"
그 말에 휴- 한숨을 쉬고 몸에 힘을 뺐다. 하여간. 정말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어쨌거나 내일 눈을 뜨면 눈앞에 김태형이 있을 거다.
"오늘만이다"
내 말에 히죽히죽 웃으면서 날 안은 팔에 힘을 빼고 나와 눈을 맞췄다.
깜박깜박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김태형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더니 으-하며 눈을 감으면서 다시 나를 품에 안았다.
"큰일이다, 아미야. 어떡하지"
"숨 막혀!"
"아미 얼른 자야겠다. 자장 자장"
하더니 내 등을 토닥거렸다.
"불이나 좀 끄라고"
"불?"
또 나를 품에서 떼어놓더니 내 눈을 보고 개구지게 웃는 거다.
얘는 표정이 뭐 이렇게 금방 금방 바뀌는지. 웃는 것도 잠시 눈을 꽉 감고 입술을 한번 물더니 나를 다시 꽉 안았다.
"내가 끌게! 일단 자자. 우리 아미 자야지..."
하며 또 토닥거렸다. 자라면서 좀 다정하게 토닥거리던가 왜 이렇게 빨리, 것도 세게 토닥거리는지. 이건 토닥이 아니라 때리는 거잖아!
아퍼. 아! 아퍼? 미안
겨우 천천히 토닥토닥.
피곤했던 것도 있고, 태형이한테 달콤한 향기가 나서 그 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저 요즘 기분 좋은가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금도 막 집어넣고...ㅎㅎㅎㅎㅎ
브금 트시는 건 음.... 그냥,..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딱히 분위기랑 엄청 맞진 않아서... 권해드리지는 못하겠고ㅠㅠㅠ 걍 기분 좋아서 넣었으니깝...
글도 막 써내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즉흥적으로 쓰는데... 앞뒤 안 맞아도... 이해해 주시길...ㅠㅠ
설렘이 좀 폭발해야 하는데 핫 저는 아무래도 우울쪽인가바여....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엄...음..어... 더 할말이 없네요...ㅋㅋㅋㅋ하하핳하하ㅏ하하
감사합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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