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가 좋아하는 건 형이에요. 내가 아니고"
아까보다 더 커진 눈으로 정국이를 쳐다봤지만 정국이는 더는 묻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제 울지 말고. 늘 행복했으면, 늘 웃었으면 좋겠어. 약속"
정국이가 내 볼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남은 한 손의 새끼손가락을 내밀고 내 눈앞에 흔들었다.
자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끅끅거리며 정국이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정국이가 아까보다 더 편안한 웃음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제 가요.
어떻게 가. 내가 널 혼자 두고 여길 어떻게 나가냐고. 이번엔 내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형 기다려. 난 괜찮아요"
"...."
"지금 안 나가면 아예 안 보낸다?"
평소처럼 내게 장난을 걸어오듯 웃으며 말을 건넸지만 여전히 울먹거리는 모습에 정국이가 내 머리를 쓸었다.
장난인데. 마지막까지 울 거예요? 좀 웃어주지. 약속했잖아
마지막이란 말에 속에 남은 눈물까지 다 나와버리려는 걸 꾹 참고 입꼬리만 올려서 웃어 보였다.
착하다, 우리 누나. 잘가요.
정국이를 지나쳐 내가 좋아하는 러그에서 몸을 일으켜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갈 때까지 더는 정국이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아랫입술까지 깨물며 참았다.
집에 갈때까지 한 방울도 흘리지 말자. 정국이랑 약속했으니까.
....
손바닥이 손톱 때문에 아려질 만큼 꽉 쥔 손으로 겨우 참고 우리 집 문 앞까지 왔다. 들어가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태형이랑 난. 어떻게 되는 걸까.
문고리를 잡고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정말 정국이 두고 행복해도 되는 걸까. 나만 웃어도 되는 걸까.
눈을 한번 꽉 감았다가 떴다. 일단 들어가자.
도어락을 누르고 문을 열었다.
"김아미"
현관에 태형이가 몸에 이불을 둘둘 말고 자리에 딱 앉아있었다.
"니가 안 나간다고 ㅎ.."
태형이 얼굴을 보자마자 이제껏 참아던 눈물이 또 터져버렸다. 언성을 높이려는 듯 고개를 빼며 말하던 태형이가 내 말에 잠시 멈추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서서 어린애처럼 엉엉 목 놓아 울었다. 왜 우는지 이유도 정확히 모르면서 그냥 내가 잘못한 거 같아서. 정국이한테 몹쓸 짓을 한 것 같아서. 앞으로 더 할 것 같아서.
태형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내려놓더니 다가와서 나를 안아주었다.
"화내려고 했는데"
"...."
"혼내려고 했는데"
"...."
"그렇게 울면 내가 아무 말도 못하겠잖아"
토닥토닥 천천히 내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만 뚝. 내 옷 젖는단 말야.
너답다. 태형이 다운 말에 우는 와중에도 풉하고 실소가 터졌다.
"아니, 진짜로; 콧물까지 묻겠네. 뚝해, 제발..."
개놈이. 팰까. 태형이 가슴팍에서 멀어져 주먹으로 살짝 쳤다.
거짓말처럼 태형이 말에 눈물이 멈추긴 했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눈물이 멈추냐. 김태형아.
"춥지? 들어가자"
태형이가 웃으면서 바닥에 있던 이불을 내게 둘렀다.
신발을 벗고 태형이 부축을 받으면서 내 방에 들어가는데
"히익! 이게 돼지우리야? 정리 좀 해!"
아 맞다... 아까 어질러 놓고 그냥 갔지... 들어오면서 발로 옷을 휙휙 찼다. 이따가 치울게 이따가.
나를 침대에 앉히고 태형이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꽤나 진지한 눈빛을 맞췄다.
"이제 하나부터 다 말해. 어디 갔었어. 왜 울었어"
"말 안 할래"
"...."
"감기는"
이불 속에서 손을 빼서 태형이 이마에 댔다. 아직도 열이 조금 있네. 내 어깨에 둘렀던 이불을 태형이 어깨에 덮어주었다.
"같이... 나가는 거지. 전정국한테... 가는 거지"
태형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나가긴 뭘 같이 나간다는 거야. 울며 들어온 거 보면 모르나. 망했잖아...
"나 배고파. 밥 먹자"
....
아침, 점심도 대충 먹고. 정국이랑 저녁도 못 먹고 허기가 찼다. 숟가락 가득 밥을 퍼서 입에 쑤셔 넣고 있는데 앞에서 깨작거리며 태형이가 자꾸 내 눈치를 보는 거다.
"뭐"
"말... 안 해줄 거야?"
"어"
"왜 울었는데"
"배고파서"
쾅! 태형이가 젓가락을 상에 소리 나게 내려놨다. 저게?
"집에서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안 나간다고 했으면서 나 자는 사이에 홀랑 나가버리고! 나는 니가! 니가... 이대로 정국이한테 가서 안 올 줄 알았다고..."
입에 밥을 넣으려다 말고 멈칫. 태형이를 보고 눈을 깜박거렸다.
"아닌데"
"응?"
"아니라고. 안가, 정국이한테"
"그럼 나한테 와"
쾅쾅쾅 숟가락을 들더니 상을 치며 말했다. 시끄러워, 이것아. 흥분해서 콧구멍은 벌렁거리면서 눈엔 아주 기대감이 꽉 차있었다.
"어"
콧구멍이 더 커졌다..... 뭐야 표정.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지금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그렇게 하는 게. 정국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표정이 왜 그러냐"
"뭐라고? 다시 말해봐"
"알았다고. 너한테 간다고"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치더니 입을 쩍- 벌리고 눈을 엄청난 속도로 깜박거리는 김태형. 왜 저래.... 난 또 말하고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이고 밥만 입에 집어넣었다.
부정하고 있었을 지도. 나는 정국이를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건 정국이야! 라면서 태형이를 밀어내기만 했었다. 너만 보면 설레고 떨리는 감정을 숨기고.
정국이의 말에 뭔가 명쾌한 답을 얻은 듯 머릿속이 깨끗해지긴 했었다.
쪽-
언제 내 옆으로 왔는지 촉촉한 게 내 볼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얼른 태형이를 쳐다보니까 지금까지 봤던 것 중 가장 환하게 가장 예쁘게 웃어 보였다.
"사랑해~"
그러더니 나를 꽉 안았다. 아 나 숟가락 들고 있는데. 그리고는 몸을 옆으로 흔들흔들 흔드는 거다.
제일 좋아~ 나 이제 하나도 안 아파~ 아미야 사랑해~
들리는 목소리마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
....
"곱게 말할 때 니네 방 가라"
"히잉..."
내 방문 앞에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내가 너한테 간다고 했지, 내 방에 들어와도 된다고 안 했다"
"왜 안 되는데"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세수를 하느라 묶었던 머리를 풀고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덮었다.
"잔다. 불 꺼라"
"안고만 잘게, 응?"
"안돼"
"너 등지고 잘.. 에이 그럼 무슨 소용이야. 잘자 아미야"
딸깍- 불을 껐다. 이제 좀 말을 듣네. 자야지. 눈을 감았다.
"잘자~"
아 깜짝이야!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언제 들어왔어!
김태형이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씨익 웃었다.
"뽀뽀!"
쪽-하고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는 얼른 내 방을 나가버렸다. 순간 얼굴이 빨개져서 이불을 확 뒤집어썼다. 좋다.
정국아 누나 이래도 되는 거지. 행복해도 되는 거지.
미안해. 또 고마워.
그리고 있지. 나는 너랑 모르는 사이 못해. 너도 실은 거짓말인 거지. 계속 나 보고 싶은 거 맞지.
그 말을 하는 니 눈빛이 아니라고, 그래도 우리 계속 보자고, 그랬어. 내가 맞게 본 거지.
독자님들!! 저가 왔쑵니다!! 완전 왔씁미다!!!
이제 또 자주 와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급 행쇼이긴 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급 행쇼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국이가 좀 걸리긴 하지만 둘이 좋다는데 왜 제가 다 좋은지ㅠㅠㅠㅠㅠㅠ
이제 우울한 분위기 버리고 밝게 가자구요!ㅎㅎㅎㅎ
딱20까지!! 20까지로 쓰려고 생각 중입니다~
음음 그렇고....또... 음... 없나...? 네 없네요!!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갈게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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