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내립시다."
줄리안이 살고있는 오피스텔에 도착한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분담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로빈이 일을 돕는다고 하자 손님인데 안 된다며 막던 줄리안의 고집을 그보다 더한 황소고집 로빈이 꺾어낸 것이다.
줄리안은 채소를 다듬었고, 주디는 오빠가 잘 담아서 정리한 쓰레기를 내놓는 일을 했다. 그리고 로빈은 줄리안이 잘 두드린 돼지고기에 옷을 입히는 일을 했다.
항상 어딘가 쓸쓸했던 방에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과 친구-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가 함께 하니 시끌벅적하고 좋았다.
26살,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닌 딱 중반의 그 나이, 줄리안은 외로움이 딱 질색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로빈을 데려오려 노력한 것은 북적이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줄리안의 소망이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줄리안 채소 다 썰었으면 이리 줄래요? 내가 세팅할게요."
"그래준다면 고맙죠. 자, 여기요. 이제 돈까스를 튀길 일만 남았네요!"
"으우으으!! 기대돼!! 오빠 얼른 만들어줘!"
"조금만 기다려 주, 오빠가 금방 맛있게 해 줄게"
"응! 선생님, 우리 저기서 놀아요. 레고랑 선생님이랑 나랑!"
"그럴까?"
지난 주가 주디의 생일이 있던 주였지! 어쩐지, 레고를 가지고 놀자는 말에 '나 기뻐요. 아주많이!' 의 느낌이 담겨있었어.
주디의 머리를 쓰다듬고 번쩍 안아올린 로빈이 어디에 있지? 하며 레고를 찾으러 거실 한켠으로 향했다.
주디의 레고가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공주풍의 레고일 줄 알았던 로빈은 새삼 놀랐다.
아마 줄리안이 고른 듯 레고상자에 '사랑하는 동생, 7번째 생일을 너무 축하해' 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레고상자 안에는 공주풍의 레고가 아닌 아이들의 창의력을 길러줘 유치원에서도 학습교구로 사용하는 교육용 레고가 있었다.
새삼 줄리안의 동생사랑에 감탄한 로빈이 줄리안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줄리안 이거 줄리안이 사준거죠?"
"레고 말하는거죠? 맞아요. 찾느라 힘들었어요. 주가 좋아해서 다행이죠!"
"진짜 최고의 오빠네요 줄리안. 주디는 나중에 분명히 창의력이 넘치는 아이로 클 거예요."
"로빈이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그럴 것 같아 기분 좋네요. 한..십분만 놀다 바로 올래요? 거의 다 튀겨져가거든요."
오케이사인을 보낸 로빈이 주디를 데리고 레고로 이것저것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디는 로빈의 도움 없이도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들을 이리저리 만들어냈고, 로빈은 그것에 감탄했다.
선생님은 왜 안 만드냐는 주디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앞에는 레고로 만들어진 각종 동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아이들의 창의력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주디가 이건 우리 오빠예요하며 내민 모형은 모 디자이너의 러버덕을 꼭 닮아있었다.
우리 오빠 오리 닮았어요! 하며 꺄르르 웃은 주디가 이거 선생님 선물이예요. 하며 그 조그만 손으로 로빈의 손에 작은 오리를 쥐어주었다.
"선생님은 오리가 좋아해요?"
"주디, 오리가 좋아해요가 아니라 '오리를 좋아해요?'라고 묻는거야. 오리...좋아해."
"으음, 그러면 우리 오빠를 좋아해요?"
"응? 좋아하지, 친구로서"
"그렇구나~"
주디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질문에 로빈은 순간 말을 못 할 뻔 했다.
오빠를 좋아하냐니, 무슨 말이니 주디...
아무튼, 귀여운 오리 모형을 손에 쥔 로빈이 그걸 한참 만지작거리다 생각했다.
집에 가서 휴대폰에 달아야지.
"돈까스 먹으러 오세요! 주디랑 로빈! 레고 만졌으니 손 씻고 오세요."
줄리안의 말을 듣고 화장실은 이쪽이라며 조그마한 손이 로빈을 이끌었다.
남자 혼자 사는 화장실 치고는 꽤나 간결하고 깔끔했다.
비누에서는 사무실에서 가까이 있을 때 언뜻 스치던 줄리안의 체향이 났다.
주디가 손 씻는걸 도와주고 자신의 손까지 깨끗이 씻은 로빈이 식탁으로 향했다.
같이 장을 본 재료들로 탄생한 식탁은 꽤나 멋스러웠다. 요리 잘 한다던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갓 튀겨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돈까스와 소스는 따로 준비한 줄리안의 센스가 돋보이는 식탁이었다.
"요리 잘 한다더니 정말이네요?"
"그럼요, 전 거짓말 같은 거 안해요."
"특히 돈까스가 누가 옷을 입혔는지 아주 식감이 좋네요."
"그거 지금 자화자찬인가요? 완성은 제 덕분 일텐데. 하하"
"그건 그래요. 정말 맛있네요."
그날 먹은 돈까스는 로빈의 인생 돈까스 탑 5중 무려 2위에 올랐다.
(1위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실 독자님들을 위해, 1위는 어머니의 돈까스다.)
정말 맛있기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함께 밥을 먹으며 즐거웠던 것이 너무 오랜만인지라 더욱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행복한 저녁식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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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닿...오늘을 조금 넘긴 시간이네요ㅠㅠ 긴 말 않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해요!
전편에 댓글 달러 갈게용ㅎㅎ 감사합니다.!
암호닉
마늘 연줄 네시반 일곱시 남순욱 구루구루 로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