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볼게요. 오늘 저녁 고마웠어요. 거짓말 아니고 정말 요리 잘하네요 줄리안!"
"과찬이예요. 맛있게 먹었다니 기분 좋은데요?"
"참, 언제부터 어머님이 데리러 오시는 거죠?"
"오늘이 며칠이더라..어 다음주 수요일부터는 엄마가 가실거예요."
"그러면 앞으로 5일밖에 못 보겠네요. 좀 친해지려 했는데 아쉽네."
"계속 연락할 거 아니었어요?"
"네?"
"친구로 지내자는 말, 거짓말 아닌데."
"어...그건 그렇지만.."
로빈이 어쩔 줄 모르고 우물쭈물하자 줄리안이 민망해하는 로빈을 위해 살짝 웃었다.
"내가 연락할게요. 대신 피하면 안 돼요?"
능청스럽게 웃는 줄리안에게 로빈이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곤 긍정적인 대답 뿐이었다.
얼떨결에 약속을 해버린 로빈은 과연 전화를 받을 때 정상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떨리는 입가를 감출 뿐이었다.
줄리안의 집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면 집이었다. 왠지 집이 너무 멀어보였다.
버스정류장에서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직 버스가 오려면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커피 마시고 가랄 때 마실걸..
기다림에 심심해져 뒤에 있던 커피숍에서 커피라도 한 잔 사려고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줄리안이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에요? 집?]
"아니요 아직, 버스가 늦어져서 따뜻한 거라도 사려고 커피숍에 잠깐 왔어요."
[그러니까 로빈, 지금 우리집 앞 정류장인거죠?]
"네, 그런데요?"
[조금만 기다려요. 주디가 그새 지쳤는지 잠들어서, 로빈 데려다주기에는 시간이 괜찮을 것..]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혼자 가도 괜찮아요."
자꾸 잘해주지 말아요. 안 그래도 요즘 이상하단 말이야.
아이들의 원복에 그려진 노란 줄무늬만 봐도 짧지만 결이 고운 금발머리가 떠올랐고, 이제는 노란색만 보면 줄리안이 언제 올까. 그 생각 뿐이었다.
솔직히 첫눈에 반한다는 거 안 믿었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 말이 가짜는 아닌 것 같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정작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로서 하는 행동이라며 자꾸만 다가왔다.
하...집에가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더 복잡해졌잖아.
[아니요, 갈게요. 기다려요.]
"ㅈ, 줄리안? 여보세요?"
전화는 이미 끊긴 뒤였다. 커피숍에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혹시라도 나를 못 보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봄도 아닌데, 꽃이 피었다. 마음에서도, 눈 밖의 그 사람에서도.
한참 생각을 끝맺지 못하다가 거친 숨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뒤에는 줄리안이 급하게 나온 듯 휴대폰과 차키만을 들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웃어보이는 것은 잊지 않은 채로.
로빈은 생각을 끝맺을 수 있었다.
그래, 좋아하는구나.
멍하게 줄리안을 쳐다보는 로빈의 손목을 낚아챈 줄리안이 그를 이끌었다.
"내 차, 저쪽에 있어요."
괜찮다고 하려고 했던 말이 쏙 들어갔다. 같이 있고 싶다.
금발의 머릿결을 쓰다듬어주고 싶다. 날 위해 달려온 두 다리를 칭찬해주고 싶다.
말하고 싶다. 지금 막 자각한 이 감정을
좋아해요.
로빈은 말을 삼켰다. 끝내 대답을 듣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말이었기에 아직은 혼자만의 비밀로 묻어두기로 다짐했다.
아..내일 어떻게 봐..아니, 지금 당장은 또 어떻게 얼굴을 봐. 긴장돼서 미치겠는데.
줄리안이 한껏 긴장한 듯한 로빈의 얼굴을 눈치채고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로빈은 더듬대며 아,아니..아니..아니예요..! 라고 바보처럼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15분여의 시간 내내 한 사람은 친구, 한 사람은 짝사랑 상대로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로빈은 자신이 말을 더듬댔던 것을 마구 후회했다.
바보같은 놈, 병신새끼, 말을 그렇게밖에 못 하냐.
평소 쓰지 않던 욕까지 해가며 본인을 자책하고 나니 자꾸 웃음이 났다. 내일 연락한다던 그 목소리가 들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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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담 주ㅈㅓ리 ++ |
작가입니다! 글 정렬을 바꿔보았는데 어떠세요?!?!?! 뭐가 더 보기 편하신가요 ㅎㅎ?!?! 여러분들이 보기 편하신 걸로 쓰겠습니다. 저는 독자님들의 노예ㅋㅋㅋㅋㅋ♥ 빨리 이어지는 거 보고싶으셔도 조금만 참으세여 아직 삽질이 좀 남았거든요.ㅋ 왜냐구여? 로빈만 마음을 깨달은 상태고 줄랸은 진짜 친구로 생각중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핳 사담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사랑함다ㅏ |
암호닉
마늘 연줄 네시반 일곱시 남순욱 구루구루 로벨라 (제가 좋아하는 주황색으로 ㅎ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