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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로 아고물

아저씨 줄리안 X 고등학생 로빈

 

 

들으면서 보면 좋을 BGM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f44U3ZmEJ24&list=PLXNxy7FZ6igBBb8Cmki-QWR69e0c8DRqN

 

 



로빈은 요 며칠 새 자신의 뒤를 쫓는 한 남자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계속 관찰한 결과 로빈이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뒤를 돌아 다시 가는 게 아마도 회사는 반대편인듯 했다.

그런데 왜 나를? 의아하게 여긴 로빈이 오늘은 꼭 물어봐야지! 결심한 상태로 집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골목을 돌아서자마자 익숙한 발걸음이 들렸다. 타박타박 남자의 구두소리가 로빈의 뒤를 좇았다.

그러다 학교에 거의 다다를 무렵, 로빈이 뒤를 돌았다.

 

 

 

"저기요 아저씨, 왜 저 따라다니세요?"

 

 

 

많이 당황한 듯 남자의 표정이 나 엄청 놀랐어요.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feat. 동공지진)

금발머리에 약간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금세 당황한 티를 벗어내고 말하기 시작했다.

 

 

 

"길이 같아서 우연히 같이 갈 뿐입니다. 학생은 가던 길 가세요."

 

"음...제가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뒤돌아서 가시는 거 봤는데. 그 사원증, 우리학교에서 반대쪽으로 20분은 더 가야 있는 회사로 알고 있거든요."

 

 

로빈이 사원증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말하자 남자가 다시 한 번 당황한 듯 했다.

하긴, 그것만 들키지 않았더라면 그냥 같은 방향이겠거니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남자는 속으로 자신을 탓하고 있었다. 그러게 그냥 가도 됐는데 굳이 저 어린애 하나 보자고 했던 일이 이렇게 큰 사건의 화근이 될 줄이야.

 

 

"그..그건..!"

 

"아저씨, 저한테 관심있으세요? 하..이 미친인기..남녀노소를 불문하는구나."

 

"허, 참. 자신감이 넘치네. 그래, 관심있으면 어쩌려고?"

 

"뭐야, 갑자기 반말? 아까까지는 존댓말 써 주시더니 이제 들켜서 아무소용 없다 이거예요? 진짜 나한테 관심있으세요?"

 

"그래, 아무 소용 없지. 이미 들킨 거 정중하게 예의차려봐야 더 이상한 놈 같고."

 

"아니 말의 요지는 그게 아니잖아요. 저한테 관심 있냐구요."

 

"관심? 있지. 것도 많이"

 

"그럼 왜 말 안 걸고 따라다녔어요?"

 

"너 같으면 모르는 남자가 초면에 관심있다고 말 걸면 그대로 받아들이겠냐? 무시하지."

 

"전 받아들이는데요."

 

"아오 꼬맹이가"

 

"아저씨 몇 살인데 저더러 꼬맹이래요? 저 19살이거든요? 곧 20살 된다구요."

 

"그래? 난 29살이고 곧 서른살 된다. 요 꼬맹아. 그런데 너 학교 안 가냐?"

 

"아저씨랑 얘기하느라 그랬잖아요!! 아직 시간 넉넉해요. 일부러 일찍 나왔거든요. 아저씨한테 말 걸려고."

 

"그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데려다줄게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한 남자가 로빈을 이끌었다. 뭐야. 이 아저씨 차 있었어? 근데 걸어다닌거야? 나 때문에? 헐, 좀 귀엽네.

게다가 외제차였다. 로빈은 29살에 외제차라니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자, 타"

 

"아저씨 차 있는데 나 때문에 걸어다닌거예요?"

 

"아니, 운동하려고. 근데 요즘은 너 때문에 걸어다니는 거 맞아."

 

"흐흐, 나 외제차 처음 타봐요!"

"그래. 학교 데려다 주고 난 회사로 가 볼게. 더 할말?"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줄리안, 줄리안 퀸타르트야."

 

"아..그렇구나. 난 로빈이예요. 로빈 데이아나"

 

"알고 있어."

 

"엥?"

 

"관심있는 녀석 이름 아는게 뭐 대수라고."

 

"아저씨, 진짜 나한테 관심있구나. 핸드폰 있어요?"

 

"어, 왜"

 

"번호 찍어주려고요. 뭐, 필요없으면 말구."

 

 

줄리안이 급하게 휴대전화를 찾았다. 번호라니..! 이럴거였으면 진작에 말을 걸었을텐데 후회함도 잠시였다.

휴대전화를 찾은 줄리안은 보물을 찾은 사람처럼 만면에 기쁨을 드러내고 로빈에게 건넸다.

진짜 번호 주는거지? 나 연락한다? 그럼요. 연락 하세요.

 

 

"학교 끝나면 몇시야?"

 

 

"야자까지 하면 10시요. 근데 저 오늘 야자 안 해서 7시면 끝나요."

 

 

"그럼 데리러 갈 테니까 전화하면 나와."

 

 

"그 회사는 야근같은 것도 안 해요?"

 

 

"응, 왜. 싫어?"

 

 

"아니 뭐..그런 건 아니고."

 

 

"그럼 말 들어. 어른 말 들어서 나쁠 거 없다."

 

 

"치- 하는 짓은 나랑 비슷하면서."

 

 

"내려, 이따 연락 할게"

 

 

"예 그러세요~"

 

 

잘가라고 손까지 흔들어보인 로빈이 어째 만난 지 몇분 안 돼서 이렇게 친해진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생각보다 괜찮네. 좀 친하게 지내도 괜찮겠지.

지루한 등교길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다. 로빈의 이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줄리안에게서 문자가 왔다.

[공부 열심히 해라. 이따 전화하면 내려오고]

로빈은 어쩐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미 하는 건 연인이나 마찬가지인 이 아저씨가 제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줄은, 아주 조금, 조금만 예상할 뿐이었다.

수업시간 내내 줄리안과 사귄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찬 로빈의 머릿속은 공부 열심히하라던 그 말을 개가 개껌 씹듯 씹어버리고 있었다.

로빈이 놀란 것은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과 보기와는 다르게 순정남이라는 것.

관심이 있었으면 말을 걸지, 계속 숨어서 미행하듯 따라다녔다니. 귀엽기 그지 없었다.

 하교 후에 그와 할 일을 떠올리자니 웃음만 나왔다. 아무리 매력이 넘친다고 해도 이런 아저씨까지 자기를 좋아할 줄이야.

정말, 내 매력이란. 사랑둥이라는 별명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니까?

한참을 다른 생각으로 채웠던 로빈의 머릿속을 방해한 것은 다름아닌 선생님이셨다. 어디 아프냐는 말에 아닙니다. 짧게 대답하곤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생긴 건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보였지만, 사실 로빈은 노력하는 천재에 가까웠다.

이미 알고 있어도 다시 생각하고, 풀어보는 그런 노력형 천재.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왔고 로빈의 장래희망은 철학과 교수였다.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로빈은 추종자는 많았지만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은, 글쎄. 딱히 없었다.

 

 

 

 

*

 

 

 

회사에 간신히 턱걸이로 지각하지 않고 도착한 줄리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운세 좋다더니. 진짜잖아.

왠지 별자리운세에 신빙성을 느낀 줄리안이었다. 로빈을 따라다닌 건 근 한달 뿐이었지만 바로 옆 건물 오피스텔에 살다보니 자주 마주치는 일은 많았다.

또, 로빈은 기억 못하겠지만 줄리안이 그에 반하게 된 일은 정말 인터넷소설의 뺨을 후려치도록 아련했다.

때는 작년 4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개나리가 지기 시작했던 때, 담장의 개나리들이 떨어지는 그 사이로 비친 로빈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왜 나온건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더불어서 빛이 반짝인다는 말 까지도. 몰래 숨어서 10살이나 어린 남자애를 좋아하는 심정이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언제 포기해야할지, 마음을 전할수는 있을지도 몰랐고 하물며 10살 어린것도 문제인데다가 남자아이였다.

그래서 더욱 조심했는지도 모른다. 아무말도 없이 미행한 것도 그 이유였다.

그러다가 오늘,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 너무 긴장해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냥 번호를 받았다는 기쁨과 말을 걸어줬다는 기쁨에 휩싸여서 첫사랑에 빠진 18살 소녀처럼 '로빈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으니 말 다 한거다.

사실 무의식적으로 틱틱대며 말하긴 했지만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서 무슨 말을 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 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떨지 않는 것 처럼 보이게 무심하게 말을 건넨 것이었는데, 지금 굉장히 후회중이다.

업무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지. 하얀 것이 눈에 띄기만 하면 로빈의 뽀얀 얼굴이 떠올랐다.

하물며 받은 보고서마저 새하얀 A4용지에 인쇄된 활자들이니. 오늘 업무는 글렀다.

야근을 하지 않으려면 바짝 일해야한다. 7시에 끝난다고 했으니 오늘은 반드시 정시퇴근을 해야했다.

줄리안은 로빈을 위하여! 라고 속으로 외친 뒤 업무에 박차를 가했다.

 

 

 

 

*

 

 

 

지루하기만 했던 수업이 끝나고 저녁시간이었다. 학교에서 저녁을 먹어도 됐지만 왠지 줄리안이 못내 신경쓰여 급식은 그냥 패스.

연달아 수업을 들어서 배도 고프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 좋다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싶었다.

항상 가볍게 좋아하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틱틱대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마음이 없던 건 아니었다. 누군지는 알고 있었으니까. 옆 건물 오피스텔에 사는 아저씨 정도의 관계에서 출퇴근을 같이하는 사이로 업그레이드 된 관계가 싫지 않았다.

봄도 다가오고, 외로웠으니까. 그 흔한 베프라던가, 절친이라던가 그런 건 없어도 주변에 여자나 남자나 흑심을 품고 다가오는 사람들은 많았다.

로빈은 양성애자지만 남자를 조금 더 좋아했다. 지금껏 오는사람 안 막고 가는사람 안 붙잡아 몇 번 큰 싸움에 휘말린 적도 있었다.

로빈의 오만함에 자존심이 상해서 떨어져나가는 남자들도 많았고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는다며 징징대는 여자들도 싫었다.

봄은 오고, 외로운데, 정작 와야 할 꽃가루들은 오지 않고 단물만 빼먹으려 벌들만 날아다니는 격이었다.

그런 건 로빈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에야 눈치챈 스토킹(?)하는 아저씨는 잔디같았다.

아무것도 안 줘도 되니 곁에만 있게 해달라고 꽃 옆에 작게 피어난 그런 잔디.

영양분을 조금 나눠가질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을 때, 그걸 더 돋보이게 해주는 그런 사람.

좋은 예감이 들었다. 전화를 기다리다가 로빈은 피식 웃었다.

나 참, 누굴 기다리는 것도 오랜만이네.

 

 

 

*

 

 

 

 업무를 대강 다 마치고 나니 6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지금 퇴근해서 가면 딱 좋을 시간.

하지만 아직 확인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아있었다. 빠르게 처리한다면 시간이 괜찮을 성 싶었다. 우선 할 일은 해야하니까.

빠른 속도로 업무처리를 마친 줄리안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결재자료들을 잘 정리하고 3명정도 남아있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오늘 사정이 좀 생겨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다행히 다들 너그러운 마음으로 잘 가라고 해주었기에 망정이지, 바쁜 달이었으면 본인 사정은 알아서 챙기라는 말이 먼저 나왔을 것이다.

허겁지겁 차에 탄 줄리안이 시간을 확인했다. 6시 45분. 아슬아슬하게 7시를 조금 넘겨 도착할 것 같았다.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 순간 도로에 있는 모든 차주들의 마음이 그런 듯 했다.

퇴근시간이라 밀리는 차들을 보자 마음이 답답했다. 뛰어가면 금방 갈 텐데.

늦게 시작한 짝사랑은 독감에 걸린 듯 열이 올랐다. 결국 골목으로 차를 돌려 샛길로 빠져나갔다.

밀리는 도로보다는 돌아가는 길이 조금 더 빠를테니까. 학교로 가는 내내 오늘 아침에 보여준 미소가 자꾸 떠올랐다.

19살 남자아이 답지 않게 생기발랄하고 활기찬 그 모습이 좋았다. 가끔 아파트 앞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남자답기도 했다.

사실은 자신이 좀 미친줄 알았다. 29살이나 먹어서 결혼할 여자를 찾아도 모자랄 판에 어린 남자애한테 눈이 갈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가끔 친구들이 반할 것 같다고 장난식으로 이야기했던 그런 감정이 아닌,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감정이 낯설었다.

이전에 좋아했던 아이들은 장난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어린아이에게 마음이 쏠렸다.

작년 여름밤이었다. 해가 막 지고난 하늘은 푸르스름했다. 여느 때와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로빈이 보였다.

웬 남자아이 하나와 로빈, 그리고 여자아이까지 셋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지만 몰래 엿들었던 이야기는 이러했다. 저 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사귀는 사이인데 얼마전부터 남자애가 권태기라며 여자애 연락을 피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남자애가 로빈한테 반해서 쫓아다니고 있었다. 막장드라마도 그런 막장드라마가 없었다.

아이는 그게 왜 자기 잘못이냐며 여자애에게 따지고 있었고 그런 여자아이가 손을 들어 아이의 뺨을 쳤다.

줄리안은 당장 뛰어나가 예쁜 뺨을 때린 손을 쥐어틀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옆의 남자아이는 본인이 잘못한 건 아는지 아무런 행동도 못 하고 있었다.

그 때 여자아이가 몸을 떨며 울더니 악을 썼다. 너같이 더러운 년은 없을거야. 남자건 여자건 다 홀리기나 하고, 더러워 정말.

거기에서 아마 핀트가 나갔을 것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남자아이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로빈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가있었다.

줄리안은 화를 주체하지 못 하고 아이를 괴롭게 한 두 남녀에게 다가갔다.

 

 

 

"거, 어린애들이 말이야.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

 

 

"아, 짜증나. 아저씨가 뭘 안다고 그래요? 쟤가 내 남친 꼬신거 전교에 소문 다 났거든요? 이젠 원조교제도 하나봐, 더러워서 진짜."

 

 

"야. 어린애라고 봐주는 거 없다 난. 한 번만 더 나불대봐."

 

 

"아저씨가 뭔데요? 왜 쟤 감싸요? 존나 어이없네"

 

 

"내가 쟤 어머니랑 좀 아는 사이거든? 존나 어이없는건 나니까 씨발 좀 꺼지라고!"

 

 

줄리안의 표정에 기가 눌렸는지 ㅁ..뭐야 시발! 하고 욕을 중얼거리더니 안절부절 못 하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가로등 사이로 사라졌다.

왜 네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아름다운 꽃을 시기하는 잡초따위에 휘둘리는건지.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제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옛 생각을 조금 하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그 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로빈이다.

 

 

 

"어, 거의 다 와가. 미안하다."

 

 

[뭐야! 사람 기다리게 하는 데 취미 있어요? 나 배고파 죽겠는데 빨리 와요.]

 

 

"학교에서 밥 안 먹었어?"

 

 

[응, 안 먹었어요.]

 

 

"왜? 배고픈데 밥 안 먹고. 어디 아파?"

 

 

[그냥, 아저씨도 밥 안 먹었을 것 같아서. 같이 먹으려고 그랬죠.]

 

 

"뭐 먹고싶어. 다 사줄게"

 

 

[우와 진짜요? 그럼 우리 분식집가요! 나 라면 먹고 싶어요.]

 

 

"좀 영양가 있는 걸 먹어야지. 다른 거 먹고 싶은 건 없어?"

 

 

[그냥 라면 먹으면 안 될까요? 다른 거 생각이 안 나네.]

 

 

"그래. 그러자. 나 지금 정문이야."

 

 

[금방 갈게요!]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 잠긴 차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정말, 너는 내 봄이다.

 

 

 

 

*

 

 

 

라면이 먹고싶다던 로빈의 말에 분식집으로 간 둘은 각자 하나씩 라면을 앞에 두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군침이 쓱 돌았다. 로빈이 먼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줄리안은 로빈이 먹는 것을 한참 지켜보다 왜 안 먹냐는 로빈의 핀잔에 그제야 젓가락을 들었다.

 

 

 

"아저씨. 내 어디가 좋아요?"

 

 

라면을 막 입에 넣고 씹으려다 급작스런 질문에 켁켁거리면서 간신히 라면을 삼킨 줄리안이 물을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야, 먹는데 갑자기 물어보면 당황스럽잖아."

 

 

"하긴. 못 고를거야. 난 매력 덩어리니까. 그쵸?"

 

 

"아니, 고를 수 있는데?"

 

 

"아 진짜. 로맨틱을 너무 모르시네."

 

 

"너, 웃어봐"

 

 

"안 웃긴데 어떻게 웃어요. ㅇ..이렇게?"

 

 

어색하게 웃는 로빈의 입꼬리에 줄리안이 환하게 웃었다. 로빈은 멍해졌다. 알겠다. 저 사람이 왜 웃어보라고 했는지.

아마도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멍해진 자신처럼 그도 그랬으리라. 그렇게 짐작할 뿐이었다.

 

 

"그 얼굴이 좋아. 웃는 얼굴. 네 어디가 매력있는지 본인이 알고 있다는 것도 좋고, 특히 꽃비 내릴 때. 거기에 묻혀있는 네가 예뻐."

 

 

"..와..뭐야..완전 심장떨린다. 나 지금 좀 아저씨한테 반한 것 같아요."

 

 

"장난치지 마라. 난 진지해도, 넌 아닌거 알아."

 

 

"나 진짜 진지한데. 오늘 하루종일 수업시간에 생각해봤거든요? 아저씨랑 사귀면 어떨까. 솔직히 우리가 그렇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좀 안면은 있었잖아요. 그냥 동네 아저씨였다가 갑자기 나 좋아한다는 사람이 되니까 막 신경이 쓰이는거예요. 오늘 아침에 아저씨가 당황스러워하는 그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데. 아 진짜 오글거리지만 좀 귀여웠어요. 그러니까 결론은. 우리 만나볼래요? 장난 아니예요 나. 오늘 하루종일 머리 싸매고 고민해봤는데 좀만 더 만나보면 아저씨랑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아요. 어때요?"

 

 

"너, 구두계약도 계약인거 알아?"

 

 

"네?"

 

 

"그러니까. 내 말은, 너 이제 후회해도 소용 없다고. 어떻게든 나한테 홀랑 넘어와서 사귀자고 조르게 만들테니까, 긴장해라."

 

 

"그게 뭐예요! 흐흐흐, 긴장할게요. 아저씨야말로 나한테 매달릴 정도로 만들테니까 긴장해요."

 

 

그래. 그럴게.

 

그렇게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가 성립되었다. 둘의 인연이 연인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인연이 악연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로빈이 꽃이라면, 줄리안은 흙이다. 제 몸을 다 바쳐서라도 꽃을 피워내는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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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독료 무료래여!! 마음껏 읽으시구 ㄷㅐㅅ글도 잊지 마시길!ㅎㅎㅎ

컴퓨터는 죽었지만 노트북으로 왔습니다!! 저는 ㅇ이만 내친집 보러 갈게요!!!!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암호닉

 

마늘 연줄 일곱시 네시반 구루구루 남순욱 로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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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아ㅠㅠㅠㅠㅠㅠㅠㅠ계속 어니연님만 기다리고있던 일곱십니다 이번에도 알림울리자마자 온걸보면..전..인티수닌가봐요...하루종일붙어있고...(지박령)
무튼 아고물..제가 진짜사랑하는데요 헉헉 잠시만여 제 심장이 자꾸나대서ㅠㅠㅠㅠㅠㅠㅠㅠ암요!!!!!!!!!!구두계약ㄱ도 계약이죠!!!!!!!!!!!당연히!!!!!!!!!!!!!!!!!!!!!!!!!로빈이 줄리안의 봄이듯 줄로는 저의 봄....따듯한 한줄기 햇사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줄로도 어니연님도 ㅠㅠㅠㅠㅠㅠㅠ감사해요 남은 연휴 잘 보내시길!!!!!★

9년 전
어니연
늦게 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 엄마랑 약속이 있어가지구 그거 갔다가 와서 늦었어여ㅠㅠㅠㅠㅠ 남은 연휴 일곱시님도 알차게 보내시길!!
9년 전
독자2
네시반이에여ㅜㅜㅜㅜㅠㅜㅠㅠ아 당돌한 로빈이란 ㅠㅠㅠㅠㅠㅠ사랑입니다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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