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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이홍빈
이재환 차학연



그러니까 연애는 남이 모르게 하는 것이 좋다
디안 씀







2월 14일의 발렌타인데이는 원식과 홍빈이 어렵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으며, 원식의 생일 전 날이기도 했다. 올해 설 연휴는 딱 원식의 생일과 겹쳤고, 원식의 집안은 가족 간의 화합을 중시하였기에 둘은 그 전날인 14일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둘 다 수험생은 수험생인지라 멀리 나가는 것은 무리였기에 홍빈의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 데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식의 세심한 배려와 대담한 공세가 이어지는 것이었다. 남자 둘이 만나는 것인데도 동생과 함께 접었다는 장미꽃 다발을 주위 시선 따위가 제 사랑을 방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밀었고, 함께 먹으려고 주문한 조각케이크 안에는 커플링이 들어있었다. 홍빈은 이게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인 줄 알았었다. 케이크에 폭 하고 포크를 찔러넣자마자 느껴지는 이물감에 당황하자 씩 웃으며 반지를 꺼내는 원식이 너무 근사해서, 조금, 아주 조금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홍빈 자신도 열심히 준비한 선물을 내놓기는 했다. 화려한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원식이 예전부터 탐을 내던 피어스와, 만나는 날이 날이니만큼 형에게 뜯기지 않기 위해 애써 가며(그래도 반은 재환이 먹었다.) 준비한 수제 초콜릿이 그것이었다. 그래도 원식이 들인 공에 비하면 별 거 아닌 것 같았다. 다음엔 더 좋은 거 해줘야지 다짐하는데, 홍빈의 마음을 읽은 듯이 원식은 이렇게 말했다.

홍빈아, 나 너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내가 더 잘 할게.

홍빈은 도저히 원식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는 낯이 많은 동네 커피숍에서 이러는 건 좀 말려야 했지만, 그래도.






/
토요일은 한가한 원식과는 다르게, 홍빈은 뒤에 학원이 있었다. 내일이 설인데! 거세게 항의해도 봤지만, 너가 고3이란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라는 쟈가운 대답만 돌아와서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의 데이트가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는지, 원식은 학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 그러면 가방을 바꿔 들고 오겠다 말한 홍빈이 집에 필시 재환이 있을 것을 기억하고, 원식을 일층에 두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
그러니까, 이런 상황은 생각도 못 했다는 거다. 순 여친은 고사하고 그냥 친구도 없을 것 같은 형이 오늘같은 날 밖에 외출을 할 거라는 생각은. 홍빈이 꽃다발을 책상 위에 얌전히 얹은 후, 사방에 흩어져 있던 문제집을 가방에 쳐넣고선 다시 신발을 주워 신는데, 나가냐? 그럼 같이 가. 이럴 것이 뭐냐고! 일층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원식과 재환이 마주칠 것이 신경쓰였지만 재환더러 싫어! 나 가고 난 담에 가! 라고 할 건덕지가 없었다. ;ㅅ; 하는 표정으로 알겠다 말하니 보는 재환의 표정 또한 그닥 곱지만은 않다. 형제랍시고 우애가 넘치지는 않는 탓이다. 그래도 일단 같이 내려간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를 타던 원식이 층수가 내려오는 것을 유심히 본다. 1층에 서자마자 홍빈의 이름을 기쁘게 부르려다 만다. 전에 지나가듯 들은 말이 있어서 그렇다. 형이 하나 있는데 코가 그렇게 크다고. 말로만 들어서는 뭐 크면 얼마나 크다고 저러나 싶었는데, 실물로 보니 진짜 크다. 떨떠름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가 든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홍빈이 받아서는 소개를 한다. 원식이. 내 친구. 그제야 재환의 표정이 풀린다. 어, 그래. 그러고는 바쁘다며 먼저 나가버려서, 남은 둘은 서로 손을 꼭 부여잡고 정류장으로 향했다. 100일이면 아직 이래도 좋을 때다.






/
내일은 공휴일! 이라는 이유로 단어 시험을 제끼고 배차 간격이 20분인 버스까지 한 번에 잡아타 기분이 좋아진 홍빈의 핸드폰에 원식의 문자가 도착했다.

[콩아 편지는 읽었어? 헷 /u|]
[편지? 편지도 있었어?]
[꽃 사이에 끼워놨어. 보고 다시 연락해라!]

역시 우리 식이. 편지까지 썼어... 다시금 감동에 젖은 홍빈이 하차벨을 눌렀다. 하마터면 내리는 타이밍을 놓칠 뻔 한 거다.






/
홍빈은 겉에 분명히, 멀쩡하게 붙어서는 타인의 접촉을 제한했을 스티커가 잔인하게도 반으로 내갈린 편지지를 들고 파르르 떨었다. 이건 분명 재환의 소행이다. 거칠 것도 없이 전화를 건 홍빈이, 재환이 왜 소리를 하기도 전에 쏴붙였다.

"형 너지 내 편지 읽은거!"
'내가 읽음. 와이?'
"미쳤어? 남의 걸 왜 읽어?"

분노하는 홍빈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재환은 꿋꿋하게도 제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손 잡는 것도 좋고 안는 것까진 괜찮은데 원식이? 랬나. 다리엔 앉지 마라. 그거 남자 자극하는 행동인 거 너도 알잖냐.'

순식간에 아웃팅을 당한 것도 같지만 그거랑은 상관 없는 일이었다. 제 형의 영상물 취향은 누구보다 홍빈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원식이 대체 어느 정도의 수위로 편지를 썼냐는 거다. 내가 얘 그녀의 비오디와이 날 미치게 해 거릴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새빨간 씨크릿 나잇 비밀로 가득한 밤 이럴 때 말렸어야 했는데... 우리 집에 개인의 사생활이란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제 와서는 다 소용 없는 일이었고, 홍빈은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형 너가 요새 만나는 그 흑돼지 같은 사람, 나라고 모를 줄 알았니? 이렇게.






/
그리고 홍빈이 원식의 편지를 읽으며 제가 했던 요망한 짓들을 곱씹는 동안, 재환은 이러고 있었다.

"형! 요기! 요기 앉아봐여!"

물론 그 '요기' 가 재환의 무릎이라는 건 말할 가치도 없을 만큼 당연한 거고, 그 상대가 학연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
발렌타인데이 기념글을 이제 올리는 패기......ㅁ7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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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잘 읽고 갑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글완전 제 취향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완전 짜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헐ㅠㅠㅠㅠㅠ완전 취향저격이에요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그럼 이번엔 화이트데이 기념으로 이어서 써주시면 안 돼요? 네, 안 되겠죠. (빠른포기)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글 너무 좋아요.. ..? 헿헤헿 다음에 읽고 싶을 때 다시 들리겠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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